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 - 재벌을 해체하듯 대학을 해체하자
김동훈 지음 / 바다출판사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학입시 제도의 휴우증, 사교육 광풍, 무한대의 성적경쟁 등 공교육 내지 제도교육(의무교육)에 대해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학벌사회와 SKY 독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교육이 하나의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성은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선생이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는 우스개소리가 우습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교육현장에서 대다수 수 많은 교사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학생들을 키우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전체적인 운영구조와 작동논리, 교육당국의 정책과 제도, 교육기관들의 행태는 그 우스개소리가 마음 속 깊이 공감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도 뼈아픈 현실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우리나라의 교육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많은 문제점과 그 문제점에 대한 정책대안에 대한 논의가 공론의 장에서 실종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초,중,고교생들의 교육현실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안은 여러가지가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근본적인 뿌리에는 '무한경쟁 승자독식사회'와 '학벌독점사회'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교육철학과 교육내용, 교육자에 대한 운영시스템 등이 존재한다. 교육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많은 전문가, 학자들의 견해는 전체적으로 승자독식과 학벌사회의 틀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논의될 수 있다.

저자 김동훈교수의 경우에는 교육문제의 접근을 대학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 사회적 역할이라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현재모습으로서의 우리 대학은 별로 존재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망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에 투하되는 우리 사회의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에너지에 비해 대학이 우리 사회에 생산해내는 긍정적 결과물은 아주 미미하다. 생산해내는 것이라곤 대학에서의 생활보장에 힘입어 소수의 학구파 교수들이 생산해내는 약간의 학문적 결과물 정도를 들 수 있을까. 반면에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의 가장 중요한 생산물인 졸업생들은 전체적으로 보아 상당히 불량품이다. 실무에서는 이들을 기초부터 다시 재교육해야 하고, 그렇다고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어떤 수준을 갖춘 것도 아니다. 또 연구기관으로서의 대학이 생산해내는 학문적 성과물도 미미하기 짝이 없고, 사회도 대학에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진단한다. 대학은 "주어진 시스템에 따라 반강제로 배정된 학생과 그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걷어 그것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교직원들의 생계를 해결하고, 갈 곳 없는 젊은이들에게 4년 간의 체류기간을 제공하는데 그치는 순수한 소비집단이다."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은 고사하고 '발전은 가로막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것이 바로 대학을 개혁해야 개혁해야 하는 이유이다.
저자는 대학이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리 사회를 학벌에 기초한 신분사회로 재편하는 신분판정기관으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규정한다. '노력이나 경쟁력 없이도 과실을 누리며 우리 사회에 군림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대학은 "우리 사회를 학벌에 의한 신분사회로 편성해 나가는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우리 사회의 봉건적인 신분 의식구조가 다시 이를 뒷받침하며 상호 촉진적, 상호 공생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1990년대 말 대학이는 공간에서 교수와 학생, 대학당국고 운영자들이 보아는 한심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대학이 신분사회 존속의 보루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시한다. 학벌사회가 신분사회로서 작동하는 모습과 그 속에서 차별받는 SKY 이외의 대학, 소위 지방대, 여대생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신분사회로서의 학벌사회가 처음 '대학 졸업'에서 다음은 '수도권 대학'으로, 'In Seoul로, 또 다시 SKY로 구축되어 가고 다른 한편으로 고시와 미국유학으로 신분사회를 창출해가는 상황을 말한다. 교수와 시간강사이에 존재하는 '세느강'의 단면도 보여준다.
끝적으로 저자는 대학이라는 집단이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병폐집단인 재벌과 유사한 특징과 모습을 비교하면서 '재벌을 해체하듯 대학을 해체'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재벌과 마찬가지로 대학 역사 '공룡화'되어 가고 '대마불사' 신화를 만들어가며, 사학의 경우 '황제경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고 공적, 사적 자금투입에 비해 사회적으로 손실아 크다는 공통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저자의 결론은 '대학을 해체'하자는 것이다. 대학의 기능을 분석하여 가능별로 독립된 세부 기관으로 만들고, 그 기능별로 능력을 평가하여 실질적인 경쟁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1학년 일반 교양은 폐지하여 입시가 완화돤 고등학교로 내려보내고, 특수한 기능교육이 주를 이루는 예체능계 교육은 별도의 전문학교 시스템으로 독립시켜야 하며 응용학문이나 실용학문은 개개의 고등직업전문학교 내지 전문대학원으로 독립시켜 교육내용이나 배출규모가 사회의 수요와 보조를 맞추도록 하고, 대학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의 하나인 학문의 연구와 전수를 위해서 응용학문은 주로 그러한 연구 결과물의 수요자인 기업 등에서 주로 자금을 부담하는 개별 연구소들이 다수 세워지도록 하고 순수 학문이나 기초 과학쪽에서는 정부가 주로 자금을 지원하는 다수의 국책연구소들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은 고급 또는 전문교양교육 기관으로 개방돠어 고급문화센터와 같은 구조를 취하도록 한다.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다.

한국사회가 '사농공상'식 신분사회라고 규정하는 저자의 주장이 조금 과도하게 설정했다는 느낌은 들지만 우리 사회가 SKY 중심의 학벌사회로서 신분사회 같은 시스템과 문화가 지배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한 대안인 '대학 해체론'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방향에는 동의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인 가능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이 방법은 거의 모든 대학의 기득권 세력 전체를 상대로 '설득하고 싸워야' 하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방향을 세우되, 장단기 전략을 통해 선택과 집중으로 풀어가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기득권 세력이 독점하고 있는 제도적, 실질적 권력 구조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아래와 위에서 보조를 맞추는 것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정치권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대 출신들의 자각과 노력이 절실하다.
그리고 강준만교수의 '서울대 축소론'이나 김경근교수의 '대학평준화' 등 다른 대안들과 비교하여 상호 보완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계속 다들어야 할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는 교육 전반에 심각한 문제점이 누적되어 있고 개혁 내지 혁신해야 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전국민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대안들이 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교육문제 해법은 '논의가 아니라 실행'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법에 대해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사익추구적으로 이용하는 집단과 세력이 두려워서 지체되거나 그들의 방해공작(?)이 공론화와 실천을 가로막고 있을 수도 있다. 기득권 세력이 교육문제에 대한 담론을 틀어막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 전체를 위해, 현재와 미래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개혁과 혁신이 필요함을 인식한다면 지혜롭게 밀고 나가는 수 밖에 다른 도리는 없어 보인다. 문제와 대안을 공론화하고 의견을 취합하여 모범을 만들고 시범적으로 다양하게 시도해봐야 한다.
또한 기득권 세력들도 현재의 교육전반에 대한 문제점이 누적되면 그 기득권 세력마저도 도저히 연착륙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희망이 있고 가능성이 있어야 사회의 제도와 구조 속에서 해결책을 시도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제도와 구조를 한꺼번에 부정하려는 급작스럽고 파괴적인, 모두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이 '폭발'하여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 2012년 6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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