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쿨 상
이석범 지음 / 살림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강준만 교수의 <서울대의 나라>를 읽는 중 책 속에 소개되어 알게된 소설책이다. 이 작품은 김경문 작 <대학 서열 깨기>등 다른 책에도 부분 인용되어 있다.


아내와 이혼한 후 아이를 키우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가 운좋게 강남의 신생 사설학원에 강사로 들어간 주인공(정민수)와 학원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입시 위주의 파행적 교육 현장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비리를 충격적(?)으로 고발한 소설이다.
 
일곱 살짜리 아들 하나를 둔 34세의 정민수... 그는 2년 동안 단 한 편의 명시 [수녀의 거기]를 쓴 '세상과 멀리 떨어져 살았던' 시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무가치한 남편 가슴에 비수를 꽂자'는 '무남비' 운동의 행동대장인 똑똑하고 무서운 아내 류은영으로부터 버림 받아, 아들과 함께 서울에 버려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내가 던져 준 6백만원을 달랑 들고서 드디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주인공...
 
강남 대보동(대치동?)에 위치한 신설 사설학원의 원장 강붕구는 의욕적으로 학원 수강생을 모집하기 위하여 강사를 새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정민수는 길가에서 정보지를 보고서 국어 및 논술강사로 대보학원에 찾아간다. 학원에서 뜻밖에 대보학원의 기획실 차장인 군대 동기 황재섭을 만나게 되고 운좋게 강사로 채용된다. 황재섭은 자신의 아버지가 학원사업을 하다 주변 동료의 배신으로 사업에 실패하고 죽은 뒤 학원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군대시절 별명이 '황도끼'였다.
새로 강사를 채용하면서 대보학원에는 상담실장  문영달을 주축으로 하는 강사진으로 구성된 '문영달 사단'과 황재섭을 주축으로 하는 '황재섭 사단'이 학원 강의시간과 수강생을 두고 치열하게 암투를 벌인다. 강붕구 원장은 겨울방학을 맞아 '윈터 스쿨' 즉 고2 수강생을 3개월 동안 기숙학원에 받아 '대박'을 노린다. 그는 다른 학원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신문광고를 1면에 내면서까지 의욕적으로 학원사업에 착수함과 동시에 학원 내 강사들의 무한경쟁을 노리고 또 다른 임석중 사단까지 끌어들인다. 각 사단은 고등학교 교감이나 선생들을 찾아다니면서 룸쌀롱 접대를 통해 수강생 공급을 청탁하고 선생들과 거래를 맺고 유명인사의 부인들과 경제력이 있는 학부모들에게 '서울대 학벌서열 구조'라는 협박과 회유를 통해 고액 사설과외(일명 '돼지')를 만들어낸다.
정민수는 '황재섭 사단'의 국어,논술강사로 활동하면서 고액과외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서울 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다. 비록 단칸방에 어린 아들과 살고 있지만 아들이 혼자 유치원에 다니고 밥을 먹고 지내는 것을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다짐한다. 그는 학원의 경리인 최보경과 함께 아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면서 그녀에게 애정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담임을 맡은 교실의 삼수생 김단(서파공, 서울대 파괴 공작대의 행동대장)과 박교수의 학벌사회, 입시만능주의에 대한 비판과 반발을 겪으면서 그 자신도 심리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학원 바깥에서는 수능시험 시즌이 다가오면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다. 테러는 수능시험을 관리하는 국립교육평가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테러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수능 일정에 따라 강동교육청, 세원외고, 수능 고사장 신구중학교, 연세대+고려대, 빌라 학원강사의 거주지에서 연이어 발생한다. 과연 누가 테러범일까?
 
'윈터 스쿨'의 수강료는 어마어마하다. 기본 180만원에 오피스텔 숙박료가 50만원씩 3개월이다. 그것만 해도 3개월에 18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돼지치기의 경우 국,영,수 돼지 40만원이 3개월이면 학부모들은 950만까지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윈터스쿨은 수강생 1천명으로 시작된다.
 소설은 학원장과 강사들의 갈등, 학원 내 사단들의 암투, 강사들과 학부모들의 거래, 학원과 고등학교 선생들의 결탁, 주인공과 최보경의 연애, 주인공과 이혼한 아내의 갈등, 연쇄 폭탄테러, 윈터스쿨 기간 중의 수강생 변사체 발견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크라이막스를 향한다.
 
작가는 단순히 사설학원의 비리만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교육이 인격도야나 아이들의 장래성, 가능성을 계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전투논리 위에 입각해 있음을 말한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우리의 근본 이념, 근본 방향 자체를 바꾸는 데 있음을 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서파공'이나 테러범 '하니바머'의 등의 존재는 단순히 소설적 뼈대를 위한 장치들이 아니라, 소설이 제기하는 문제의 깊이와 넓이를 증명해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컴퓨터 통신에 서파공이라는 아이디로 쓴 글들의 제목을 보면 무엇을 문제제기 하는지 알 수 있다.

 
올해 내내 아이들과 학생들의 자살 소식이 잇다른다. 지금 어디에선가 우리의 아이들이 입시지옥에 짓눌려, 시험성적과 경쟁에 시달려, 왕따와 좌절에 못이겨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아이들, 미래의 아이들, 미래의 우리 사회를 위해 대학입시경쟁과 서울대 중심의 학벌서열구조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하거나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 2012년 6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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