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동안 책을 멀리하다가 다시 집어들기 시작한 지 벌써 5년 째... 이제 나에게 책은 의식주와 더불어 삶과 생활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책을 고르고 읽다 보면 '왜 내가 이 책을 골랐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읽기를 포기하는 책도 있고 '와! 이런 책도 있었네. 왜 내가 아직 몰랐을까?'라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365일 중에서 어떤 책을 어떻게 골라 나의 삶과 생활 속에서 반영할 것인가는 언제나 남게되는 숙제다. 가끔씩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어차피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는 남들이 음악이나 운동을 즐기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여가시간을 보낼 때 책을 읽는다. 그 속에서도 왜 내가 책을 읽는 지, 어떻게 읽을 지에 대해 늘 생각하면서 좀 더 바람직하고 적합한 책 읽기를 고민하곤 한다. 이 책은 그런 와중에서 고른 것이다.

이 책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는 지식 습득을 위한 책읽기를 넘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소통을 위한 책읽기를 새롭게 제안한다. 책은 '우리의 내면을 성장시킴과 동시에 통용되는 기성가치에 의문을 불러일으켜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타인의 아픔과 고통, 기쁨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 한마디로 책읽기는 우리의 삶,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킨다. 책읽기가 가진 이런 힘을 역설하고 있는 이 책은 부모와 자녀 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는 현실에서 세대 간 소통을 유도할 수 있고, 입시 너머의 진정한 공부를 추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책 읽기가 이성적으로는 어른 아이를 따질 필요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오랜 근현대사를 통해 책 읽기는 커녕 하루 세끼 밥 먹고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를 겪었고 어려서부터 책과 가까이 살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문화나 습관에서 책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다. 이에 더하여 지배 집단 역시 장기적으로 사회의 숙성과 발전을 계획하기 보다 당장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을 위한 노동력 확충에 급급했기에 단순한 읽고 쓰고 말하고 암기하는 교육 이외에 근본적인 교육이나 책 읽기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남북분단을 거치면서 그나마 깨어있던 지식인들 역시 갈가리 찟겨지고 사라지면서 우리 사회에 지성이나 인문이나 문화는 자리잡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부터라도 개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를 의해 책 읽기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 이권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독가이자 서평과 강연을 하며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도서평론가이다. 단순히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소개해 왔다. 이 책이 말하는 것 역시 크게 보면 이 두 가지 독서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활동하며 내놓은 그의 산 독서론이 이 책에 집약된 것이다. 그는 속독과 다독이 판치는 책읽기 풍토에 반해, 느리게 읽기, 깊이 읽기, 겹쳐 읽기, 그리고 토론과 쓰기가 어우러진 책읽기를 강조하여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책읽기 방법을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삶과 만나는 ‘호모 부커스’의 독서법이다. 저자는 책 읽기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말할까?

그는 책읽기가 자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기초 체력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고, 내면을 점검하고, 자신과 맺고 있는 다른 모든 것과의 관계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일상에 파묻혀 있는 우리에게 책읽기는 습관적으로 보내는 일상을 낯설게 보도록 해주며, 삶의 조건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깊이를 더해 준다. 이를 밑바탕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나를 창조할 수 있고, 삶의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다른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얻을 수 있다.
나 역시 저자의 이런 주장에 공감한다. 나 자신이 나를 객관화시켜 돌아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책의 도움을 받을 때 가능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 인간이나 우주에 대한 학문적 성과, 과거의 사례와 평가 등을 통해 어제 그리고 현재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돌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 읽기가 단순히 개인적인 성찰과 소양을 쌓는 것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창조성을 키우는 기반이 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책읽기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과 영화의 원작인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을 예로 들어 책읽기가 창조하는 가치에 대해 말한다. 현대 영화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지옥의 묵시록>은 20세기 초반 출간된 <암흑의 핵심>을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코폴라 감독은 단순히 책을 영화로 옮긴 것이 아니라, 시대 배경을 베트남 전쟁으로 바꾸고, 미국의 대외 정책을 반대하는 영화로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만약 코폴라 감독이 <암흑의 핵심>이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옥의 묵시> 같은 걸작은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책읽기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를 창조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주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창의적 소양이나 미래의 잠재성을 생각할 때 충분히 고려할 만한 주장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책을 읽는 문화나 습관을 접하지 못하면 스스로 책을 읽는 습관을 갖추기가 무척 어렵다. 부모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부당한 행위다. 아이들에게 지시나 강요보다 모범만한 것이 없다. 그런 면에서는 교사들도 마찬가지이고 소위 어른들,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 책은 책읽기의 또 다른 의미로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상상하는 힘’을 제시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자신의 바쁜 일상에 매여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책읽기는 이런 우리에게 다양한 경험의 세계를 체험하게 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겪는 어려움을 상상하게 한다. 여행가 한비야의 책을 읽고 국제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졌으며, 결국 봉사단체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을 보면 이 책이 말하는 ‘상상력’의 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이 세상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책읽기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자는 책읽기의 의미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책읽기는 ‘속독’과 ‘다독’이었다.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에 습득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이 두 가지 방식은 필수 불가결했을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와 같은 일본의 대표적인 다독가들의 책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이런 현대인의 요구에 잘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도리어 느리게 읽으라고 주장한다. 사실 빨리 읽으려는 강박관념 때문에 놓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인상 깊은 구절도 빨리 읽을 때에는 발견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빨리 읽으면 저자의 생각을 비판하면서 읽을 수 없다. 천천히 읽으며 꼼꼼하게 읽어야 저자의 생각이 갖는 타당성을 독자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고, 비판할 수 있다. 느리게 읽기는 실용적인 책읽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한 권의 책을 느리게 읽는 것만큼 깊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깊이 읽기란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찾아 읽는 ‘전작주의 독서법’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깊이 읽기는 이런 전작주의 독서법을 발전시켜, 관련 주제의 책들까지 찾아 읽는 것을 말한다. 한 권의 책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도 깊이 읽기를 통하면 한 작가의 세계관이나 한 주제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가능해 진다. 가령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는 간단한 입문서를 찾아 읽게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국 경제를 지금 왜 위기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깊이 읽기를 한다면, 좀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경제원리를 다루는 책을 찾아 읽게 된다. 경제학 관련 책을 여러 권 찾아 연속선상에서 읽게 되면, 각각의 책을 따로 읽을 때보다, 또는 한 권의 책만 읽을 때보다 지식의 총량은 수십 배가 된다. 깊이 읽는 독서법은 우리의 지식을 넓히기 위해 꼭 필요하다.
깊이 읽기가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겹쳐 읽기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 책은 겹쳐 읽기의 예로 <로빈슨 크루소>와 <로빈슨 크루소의 사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들고 있다. 험프리 리처드슨의 <로빈슨 크루소의 사랑>은 혈기왕성한 남자였던 로빈슨 크루소가 자기의 성적 욕망을 어떻게 충족시켰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 책이고,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로빈슨 크루소에 내재되어 있는 서구중심적인 사유를 비판하며 새롭게 써 내려간 <로빈슨 크루소>다. 이렇게 겹쳐 읽기를 통해 우리는 자칫 재미있는 소설에 그쳤을 <로빈슨 크루소>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겹쳐 읽기를 통해 책읽기를 다양한 사유들이 서로 경쟁하는 전쟁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내가 책을 읽을 때 가장 주의해야할 문제다. 나 역시 '빨리' 읽으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많은 책을 읽다보니 빨리 읽게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내 것'이 되기위한 태도가 필요하다.
저자의 주장처럼 나도 재작년부터 간혹 느리게 읽기와 깊이 읽기(전작주의), 그리고 겹쳐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법정스님의 저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저서, 조정래 작가의 작품, 공지영씨의 작품 등을 읽었고 한미FTA와 양자역학, 진화생물학 등을 겹쳐읽기 시도했다.

저자는 또한 느리게 읽고, 깊이 읽고, 겹쳐 읽는 독서법을 완성하기 위해 이 책은 친구들과 함께 읽고 토론해 보라고 권한다. 책은 읽기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많은 양의 책을 읽는 것보다는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함께 읽고 토론할 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함께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그 책에 담긴 내용을 비판적이고 창조적으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이자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힐러리는 책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원래 공화당의 열혈 지지자였던 힐러리는 고등학교 시절 열린 모의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민주당 후보 역할을 맡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의 정책을 다룬 책을 읽던 힐러리는 어느 순간 민주당 지지자로 바뀐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은 이처럼 자기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힐러리의 예를 통해 다른 사람과 토론하기 위한 책읽기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중요한 지적이다. 혼자만 책을 읽게되면 나 만의 생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되어 또 다른 관점을 잃게될 우려가 크다. 주변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남녀노소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다. 바빠서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곡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술자리는 자주 갖는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여러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애쓰고 있다. 사는게 바빠서 참석률이 저조하기는 하지만...ㅋㅋ

그리고 저자는 책읽기의 완성은 ‘쓰기’에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유를 담은 책을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읽은 책의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글을 쓰면서 차분히 책의 내용을 정리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책 내용 중 어떤 부분을 이해 못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책을 읽고 꼭 ‘독후감’을 쓰라고 말한다. 우리는 독후감을 통해 저자의 내면과 만날 수 있고, 책의 내용을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더 큰 감명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워 왔던 딱딱한 ‘독후감’ 형식은 모두 버리라고 이 책이 말한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자신이 느낀 점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쓰기 편한 방식을 만들면 된다. 만약 저자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다면 가상대담의 형식으로 독후감을 써도 좋고, 편지 형식으로 써도 좋다. 딱딱한 형식을 벗어나면 자신의 삶에 진솔한 글쓰기가 가능해지고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비로소 책읽기가 완성된다.
나 역시 책을 일은 후 대부분의 경우 독후감 내지 서평을 쓴다. 처음에는 책을 요약하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조금 익숙해져서 감상을 써보려고 애쓴다. 그래도 책을 읽는 양이 늘어나면 독후감이 '숙제'가 되기도 한다. 느리게 읽기와 독후감 쓰기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것과 실제 책 속에서 보았던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생활 속에서 구현하기는 천지차이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ㅠ 하지만 어쩌랴. 계속 노력하는 수 밖에...^^

[ 2012년 5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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