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들의 콤플렉스
공동철 / 한솔미디어 / 199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강준만 교수의 <서울대의 나라>에 인용된 문장을 보고서 읽게된 것이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강의시간에 들었다는 노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그렇지만 서로서로 잘 (서울대생들끼리)사귀어 두시오. 앞으로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대부분이 한 자리씩 할 사람들이고 사귀어 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오." 이 인용문장은 '한국사회에서 학벌주의,학연주의 사회와 SKY 독과점 폐해'를 이야기할 때, 그것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헤쳐나가야할 서울대의 교수가 아무런 생각없이 그런 문화와 구조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상황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인용된 것이었다.
나는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독과점이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와 사회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이라는 강교수의 문제제기에 공감하면서 그러한 서울대 독과점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서울대 출신들의 콤플렉스가 어떤 연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1판 1쇄만 찍은 후 서점에서 절판되었고 시중에 중고책으로도 나돌지 않아 책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도서관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빌려서 읽었다. 책을 펼쳐보니 (흐흐흐...) 팔리지 않을 만도 하다. 출판사는 책 제목을 거창하게 <서울대 출신들의 콤플렉스>라고 정하고 16명의 서울대 출신들에게 원고를 받아 그대로 실어 놓았다. 책에는 서문도 결론도 없다. 그냥 16인의 기고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애초의 책을 기획한 의도도 알 수 없고 서울대 출신 16명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후 "그래서 뭐가 어쨎다는 건데?"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게 구성되어 있다. 출판사나 편집자의 기획 의도가 없으니 "그 잘난 서울대 출신들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는 뭘까"라는 식으로 내가 추론할 뿐이다. 

16개의 기고문 중 자신의 '일반적인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 총 7개이고 나머지 '서울대 출신으로서'의 콤플렉스를 다룬 것은 9개이다. '서울대 출신으로서의 콤플렉스'의 유형은 '서울대 다닌다' 또는 '서울대 출신인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내지 못한다, 여권을 만드는 것등 보통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서도 '서울대가 왜 그래?'하는 시선과 말에 대한 부담감, 가족과 사회의 희생을 바탕으로 혜택받았다는 부채의식, 남보다 나아야한다는 강박관념 등이 있다. 그리고 기고문 들 중 적지 않은 경우에 서울대 출신으로서의 콤플렉스를 이야기하면서도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에 '뛰어나다'라는 편견과 자만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여러 명이다.

기고문들 중 '서울대 출신들의 콤플렉스'라는 현상들의 이면에 이들에게 콤플렉스를 일으키는 원인을 나름대로 추적한 내용이 몇 개 존재한다.
"어쨎든 서울대 나왔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타대 출신들보다 시선을 많이 받는다.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부러움이든, 질시든, 비난이든, 그 때문에 몸이 부자유스러운 경우도 왕왕 있다. 이는 서울대인이 별종인가 아닌가, 타대 출신들과 머리나 능력의 면에서 차이가 있는가 없는가, 서울대인의 동질성, 공통의 문화라는 게 있는가 없는가 라는 문제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학력 사회의 색채가 강하고, 따라서 '단지 그대가 서울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분에 넘치는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일종의 코스트 내지는 반대 급부라고나 할까."(p.71)
"나는 서울대라는 사실을 선뜻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 내가 궁극적으로 내린 결론은 다른 게 아니라 서울대가 우리 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사회적 통념' 때문이리라는 것이었다."(p.30)
"서울대 출신들은 배수진을 치고 인생의 승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어려운 고비가 많지 않다. 철저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면서도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서울대 출신을 나약하게 만들고 있으면서 주관없는 배회자로 만들고 있다."(p.230)

편집자의 기획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책의 제목과 내용으로만 보아서는 이 책은 실패한 책이다. 서울대 출신들의 콤플렉스를 구체적이고 다양하고 실감나게 제시하지도 못했고 그 컴플렉스의 현상의 정도와 원인을 분석하지도 못했다.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은 시도하지도 못했고 책의 주제와 전혀 관계없는 기고문도 더러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고문 중 유일하게 한 기고자(저널리스트 공영채)의 경우가 '서울대의 독과점 현상'과 '친미적 속성' 그리고 서울대 출신들의 '굴종과 타협의 역사'와 '안격적 불균형'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기고문 속에서 그가 '서울대 출신들의 콤플렉스'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연관시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대안으로 '민족과 전통문화의 복원'이라는 다소 엉뚱한 해결책을 제시했기는 했지만 그의 현실파악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원래 이 책을 읽기로 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서울대 출신들 역시 보편적인 인간으로서 각종 콤플렉스를 내면에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서울대라는 대학을 제외한 신체, 외모, 능력, 실력, 경제력, 친화력, 공감능력, 부채의식 등 다양하다. 다만 한국사회의 특이한 문화현상인 '서울대 출신'이라는 방패로 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려지는 것이고 역으로 오히려 부족한 점이 크게 느껴질 뿐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으로서의 '서울대 현상'은 서울대 출신의 콤플렉스라기 보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 2012년 5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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