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야 산다 - 인간의 질병.진화.건강의 놀라운 삼각관계
샤론 모알렘 지음, 김소영 옮김 / 김영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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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년 넘게 계속되는 치과 치료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처음 치과 치료를 시작한 개인 치과병원을 시작으로 그동안 개인 병원 3곳과 대학병원 한 것을 거쳐 지금 최종 대학병원에서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서양의학과 병원 유형에 대한 내 기존 선입견이 깨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병원이 병을 만든다'는 이반 일리히의 선견지명을 느끼기도 하고 공공시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이 사태의 가장 크고 기본적인 책임은 오로지 내 몫이지만...ㅋㅋ

내 주변 사람들 중 사고가 아닌 각종 질병이나 유전병으로 일찍 죽거나 현재 치료 중인 사람이 제법 존재한다. 지금도 선배 한 명은 간암으로 간을 이식받아 매일 다량의 약물을 투여하고 '모르모트'를 자처하고 신종 약물투입을 시도하고 있다. 다른 선배 한 명은 최근 복부암 말기 판정을 받아 한창 함암치료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처자식이 있고 착하고 좋은 이들이다.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하늘의 뜻을 알기 시작한' 나이, 즉 이제 막 우리나이로 쉰 살이 되었다.


인간은 왜 아플까? 왜 어떤 사람은 끔찍한 병에 걸려 일찍 죽는 것일까? 인류를 괴롭히는 수많은 유전병과 당뇨병, 말라리아, 콜레스테롤, 빈혈, 낭포성섬유증 등은 왜 생겼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진화'란, 우리가 생존하여 번식하는 데 유리한 유전형질을 좋아한다. 우리를 허약하게 하거나 건강을 위협하는(특히 번식이 가능하기 전에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 형질은 싫어한다. 생존이나 번식에 우리한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을 '자연선택'이라고 한다. 즉,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유전병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유전자가 왜 수백만 년이 지난 후에도 유전자 풀에 남아있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문제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1억 7천만 명의 당뇨병을 예로 들어보자. 당뇨병은 인간의 몸과 설탕, 특히 포도당이라는 혈당과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먹은 음식에 함유된 탄수화물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 포도당은 살아가는 대 없어서는 안 되는 성분이다. 뇌에 연료를 공급하고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수이며 필요할 때 에너지를 만드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1형, 2형, 3형이 있는 걸로 알려져있다. 쉽게 1형은 소아 당뇨병으로, 2형은 성인 당뇨병으로, 3형은 임신 당뇨병으로 애기한다. 당뇨병의 원인으로는 유전 요인, 감염, 식습관, 환경 요인 등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알려져 있고 인류는 아직 명확한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학계에서는 유전 요인이 1형 당뇨병은 물론 특히 2형 당뇨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형과 2형 당뇨병은 주로 지리적 기원에 따라 그 분퐁에서 큰 차이가 있다. 1형 당뇨병은 북유럽 후손에게 훨씬 더 흔하게 나타난다. 핀란드가 전 세계 아동 당뇨병 비율 1위, 스웨덴이 2위, 영국과 노르웨이가 공동 3위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로구이 비율은 점점 떨어진다.

저자는 유전 요인이 조금이라도 있는 병이 특정 개체군에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면 진화와 관련되어 설명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오늘날 질병을 일으키는 형질의 어떤 속성은 진화 과정에서 그 개체군의 조상이 생존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빙하 증거를 토대로 연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11만년 동안 급격한 기후변화가 20여건 있었고 기후가 안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기간은 지난 1만 1천년 정도뿐이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만 4천 년 전에 시작된 마지막 빙하기가 북유럽에 닥쳤을 때 이 빙하기가 시작되는 데 불과 10년 밖에 걸리지 않았고 빙하기(어린 드라이야스)의 존속 기간도 겨우 3년 만에 끝났음을 알린다. 당연히도 북유럽 인구는 급감했다. 그렇지만 인간이 살아남은 것은 확실하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났을까? 인간을 비롯하여 동식물이 추위에 대처하기 위해 수분을 없애고 당분을 높이는 것이 스스로가 선택할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것은 포도주의 생성법, 개구리의 동면, 인간이 추울 때 오줌을 싸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즉 유전 요인의 근거는 이러한 특징(수분의 과도한 제거와 도농도 혈당)아 있는 질병에 유전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약 1만 3천년 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빙하기에 가장 많이 유린된 후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혈색증과 콜레스테롤 질병, 빈혈, 낭포성섬유증 등의 질병을 수 백만년에서 수만년 전까지 진화해온 인류가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이유와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설명한다. 그것은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미생물이 인간의 몸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고 기후변화나 식물, 지구의 조건과도 연관을 미치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저자가 애기하고자 하는 결론은 생명이란 창조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상태에 있다는 것과 이 세상에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점, 그리고 우리와 질병과의 관계는 종전에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경외심을 픔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기억에 남는 문장 :


- 진화란 경이로운 과정이지만 완벽히자는 않다는 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적응이란 대개 일종의 타협이다.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담이 되기도 한다. 공작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꼬리 덕분에 암컷에게 매력을 발산하지만 이 때문에 더 쉽게 천적의 눈에 띈다. 인간은 직립보행이 가능하고 큰 뇌를 담을 수 있는 두개골이 있지만, 이러한 골격구조로 인해 태아의 머리가 엄마의 산도를 빠져나오기 힘들다. 자연선택은 특정 식물이나 동물을 '개선'하는 적응을 선호하는 게 아니라, 현재 환경에서 어떡하든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 한다. 새로운 전염병이나 천적, 빙하기 또는 현재 상황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개체 전체가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자연선택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형질로 직행한다.(/ '빙하기를 이겨낸 당뇨병' 중에서)

- 전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어떻게 인간과 더불어, 인간 곁에서, 인간 몸속에서 진화를 거치면서 인간에게 그리고 자신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한다면, 이러한 질병이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방법과 더불어 이들을 인간에게 득이 되도록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력을 얻게 된다. 이로써 인간은 기니충 같은 끔찍한 기생충의 전염 통로를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유사 이전부터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콜레라, 말라리아를 비롯한 질병의 행로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결국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사명에 매진하려 한다. 기니충, 말라리아 원충, 콜레라균이 그렇고 물론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차이점이자 인간에게 크게 유리한 요소가 있으니, 인간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세균과 인간' 중에서)


[ 2012년 5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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