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규칙 - 스티븐 핑커가 들려주는 언어와 마음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9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0년 5월부터 읽기 시작한 출판사 '사이언스 북스'의 번역도서 [사언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19권의 마지막 책을 마침내 읽었다. 흐흐흐... 흐믓하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다. 아무튼 만 2년이 걸린 셈이다. 처음 우연하게 진화론을 공부할 생각으로 인터넷에서 찾던 중 발견한 시리즈 16 <진화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2년 동안 19권을 틈틈히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책은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데다가 책 두께가 무려 750쪽에 달하려 읽기로 마음 먹는데 몇 달이나 걸린 것 같다. '두꺼운 책'에 대한 두려움...ㅋ (실제 영어권에 대한 언어학이라 어렵긴 하다...ㅠ)

이 출판사의 [사언언스 마스터스 시리즈]는 영국 굴지의 출판 그룹인 오리온 출판 그룹의 회장 앤서니 치텀(Anthony Cheetum)과 세계적인 출판 에이전트 존 브록만(John Brockman)이 공동 기획한 이 시리즈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과학 저술가 ’제러드 다이아몬드’, 베스트셀러 화학 저술가 ’피터 앳킨스’, 뛰어난 우주론 해설가 ’폴 데이비스’, 고인류학의 대가 ’리처드 리키’, 암세포의 발생 과정을 밝혀낸 ’로버트 와인버그’,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평가받은 ’에른스트 마이어’와 ’리처드 도킨스’, 인지과학의 개척자 ’대니얼 데닛’, 공생 진화론의 창시자 ’린 마굴리스’ 등 과학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에는 인류의 최신 현대과학의 성과가 집대성되어 있다. 시리즈를 읽는 동안 양자물리학, 양자색역학,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실험유전학, 계통발생학, 물리화학, 생물물리학, 양자핵물리학, 뇌과학, 고인류학, 인지과학, 분자유전학, 지구과학, 기후학, 생리학, 언어학, 신경과학, 양자중력이론, 세포생물학, 지구시스템과학, 천체물리학, 수리과학 등의 최신 흐름과 자연과학 상호간의 연관성, 현대 과학자들이 해결한 문제와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 최신 쟁점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단어와 규칙>은 인지언어학과 진화론에 기초하여 언어와 마음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특수한 현상 하나를 선택하여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조사해 보고자 했다. 그 현상은 언어를 공부하는 모든 학생에게 악몽이나 다름없는 (영어 및 영어계통 언어의)규칙 동사(~ed)와 불규칙 동사(see - saw - seen)다. 규칙 동사와 불규칙 동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언어를 발명했던 선사 시대의 부족들로부터 뇌를 촬영하고 유전자 염기 배열을 판독하는 새천년의 과학 기술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제를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사례 연구는 수학적 아름다움과 언어라는 인간의 기이한 능력의 결합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상한 단어나 표현의 논리적 근거를 발견하는 과정에서는 크로스퍼즐을 완성하거나 재치 있는 농담을 이해했을 때와 비슷한 지적 만족을 느낄 것이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단어와 규칙으로 이루어진 언어(영어계통)가 아날로그인 세계와 부분적으로 디지털인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핵심고리임을 주장한다. 사람들이 세계와 마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간극을 언어의 광대한 표현력으로 메우고 있으며, 이 언어의 광대한 표현력은 단어와 규칙 사이의 긴장 관계에서 생산된다는 것이다.
진화론의 가장 거대한 뼈대는 자연선택적 논리에 의한 일종의 규칙(생존과 번식에 유리함을 추구하는)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연성에 근거한 현상이 아닌 나름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규칙성이 단어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방대한 자료와 연구결과를 살펴보면서 단어의 규칙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뇌과학의 발달로 인해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뇌관련 질환과 언어 사용능력의 원인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단어는 일종의 패턴이라는 형식보다는 우리들 마음속의 사전에서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으로 일관되게 연결된 거대한 규칙에 의해 인간에게 기억되고 떠오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고대영어와 현대영어를 비교할때 고대에 그토록 많았던 불규칙동사들이 현대에 이르러 급격하게 감소한 원인을 일종의 자연도태로 볼 수 있고 좀 더 확장하여 이러한 불규칙동사를 규칙형의 돌연변이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규칙과 불규칙을 분리하여 패턴적으로 인용해 사용해왔다는 패턴연상망 기억보다는 거대한 규칙형 안에 불규칙이 존재했다는 규칙성을 보여줌으로서 다윈사고의 확장이 그대로 적용됨을 다시한번 확인하여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존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하여 매일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내는 영어권 국가들이 부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의 기원과 변화과정을 역사와 문화 속에서 연구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더군다나 언어학을 인지과학과 연결하여 인지언어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할 뿐 아니라 진화론 속에서 언어를 연구하는 태도는 본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글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하기 보다 해가 지날수록 외래어와 외국어가 말과 글 속에 파고들고 이미 존재하는 수 많은 아름답고 고유한 한글마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초,중,고교에서 뿐 아니라 대학과 사회 각 분야에서도 한글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엿보이지가 않는 상황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위하여 애쓰고 한국에서 대학 교수를 채용하는데 '영어 강의'를 테스트하는 서울대학교를 생각하면 한 숨이 절로 난다. 정말 그런 식으로 영어국가를 따라간다고 해서 한국이 세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가? 차라리 한글을 더욱 연구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미래에 우리의 고유성과 창조성과 경쟁력을 가져오지 않을까?

[ 2012년 5월 12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