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세계인들의 부러움과 칭찬을 한 몸에 받는 북유럽 국가와 '교육지옥'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교육 실태를 공부하면서 '미국의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한 때는 민주주의 뿐 아니라 교육과 문화에서 아시아와 유럽사회로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던 미국사회의 교육. 우리나라처럼 초등학교부터 아이들을 무한경쟁 시스템에 몰아넣고 입시전쟁이 치열하고 사교육이 교육을 지배하고 있을까?

20세기 들어서면서부터 자본주의 체제의 최첨병 국가로 등극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이다. 아무래도 자본주의 사회경제구조와 신자유주의적 교육방식이 철저하게 적용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교육이라는 표현을 적고 보니 언젠가 케이블TV에서 봤던 영화에서 미국 중소도시 내 극빈자들의 교육실태가 1990년대 초반이었음에도 아주 열악했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미국의 교육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을 고르던 중, 인터넷서점에서 노엄 촘스키 교수의 저서를 발견했다. MIT 언어연구소의 교수로 재직하는 그는 촘스키는 1967년 [뉴욕 리뷰 북스]에서 특별부록으로 발행한 '지식인의 책무'라는 글을 통해 '지식인은 거짓을 세상에 드러내야 하고, 진실을 알려야 한다' 고 역설하면서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등 이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 대한 뛰어난 사회 비평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다.
서구사회에서는 플라톤, 셰익스피어, 프로이트와 더불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 시대의 가장 소중한 지식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에서 촘스키는 미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교육의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학교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건전한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공공교육의 새로운 본보기를 향해 우리의 시각은 어떻게 넓혀가야 하는가? 촘스키는 범세계적인 테크놀로지의 발전, 언론의 중요성, 학교와 고등교육의 민주적 역할을 꼼꼼하게 지적한다. "어떤 형태의 교육이든지, 교육에 대한 우리의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개혁되지 않는 한, 진정한 민주사회는 요즘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결코 꽃피지 못할 것이다"라고 촘스키는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의 교육체계는 학생들에게 거짓을 가르치고 있다"는 촘스키의 비판은 미국 뿐 아니라 미국을 모방하려고만 하는 이 땅의 교사, 부모, 학교 운영자, 시민운동가만이 아니라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귀기울여야 할 말이라고 할 수있다.

그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쳐야 하는 미국의 학교가, 순종을 강요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막는 통제와 억압 시스템으로 제도화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누구라도 이런 시스템 내에서 교육을 받게 되면, 권력구조를 지탱하도록 사회화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사는 권력층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다른 전문가 집단과 다르지 않다. 국가에서 봉급을 받는 교사는 지배계급의 의도대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고 역설한다. 그러므로 12살의 학생도 알 수 있는 진실을, 교육받은 교사들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교사만이 아니다. 공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정책과 언론이 모두 촘스키의 비판에 올라 있다. 그 동안 촘스키가 다른 저작물에서도 다루었던 미국 정치의 음모를 이 책에서도 자세하게 말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국제 분쟁과 지역 분쟁에 미국 정치의 계산이 깔리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중남미 국가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미군이 개입하고 폭력도 서슴지 않은 사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면서 교묘하게 언론을 조작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 발표하지 않았다고 그 진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가. 촘스키는 아니라고 말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이면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캐어보려는 노력이 있다면 언제라도 그 진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촘스키가 서구 강대국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지만,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책에서 촘스키는 그 대안으로 깨어있는 교육을 말하고 있다. 진실을 가르치고, 진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방관자'가 아닌 '행동하는 참여자'로 나서라고 말하고 있다. 촘스키가 말하는 훌륭한 교사란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고, 진실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학생들이 스스로 진실을 깨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교사라고 말한다. 민주적으로 살기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비판적인 안목으로 보라고 말한다. 현 사회의 지배계급이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것 이면의 위선적이고 비인간적인 관행을 직시하면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지식인은 스스로 역사의 방관자로 남지 말고 역사의 참여자가 되라고, 그리고 그 대열에 학생들을 제외시키지 말고, 동참하게 하라고, 지식인 교사들에게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교육제도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교육 내용과 정책, 그리고 교사들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애초에 이 책을 선택하면서 알고자했던 미국의 교육제도나 시스템, 대학입시제도, 교육문화, 사교육 등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맹목적으로 ?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행태를 보면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교육제도나 시스템 뿐 아니라 교육철학과 내용도 홀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상식과 진실과 합리성이 아니라 전경련 등 재벌기득권의 이해와 요구에 맞추어 교과서를 개편해야 한다거나 일제 식민지나 해방 후 한국현대사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에서 제거하려는 '불순한 목적'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 2012년 4월 30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