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 대한민국의 학교를 단번에 바꿀 교육 정책 제안
이기정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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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에 다니는 아이들을 둔 학부모나 그렇지 않은 시민들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교육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갓 같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스스로의 경험에 의한 것이든, 언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것이든 관계없이 교육문제는 빈부격차와 양질의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내 입장에서도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달려있고 주변 친척, 지인들 대부분이 초, 중, 고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기 때문에 대화나 관심사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교육이 문제'라는 생각에 대한 어려운 점은 학부모 대다수가 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하면서 대처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이런 대처방식은 교육문제만은 아니다. 일자리 문제, 소득의 문제, 주거의 문제, 사회복지의 문제 등 대부분의 사회적, 국가적인 문제를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개인적 대처방식은 본능적인 차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매일매일 겪는 문제이고 자신에게 목숨과도 같은 피붙이 아이들의 문제인데다가 하루아침에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집단적으로 대처하거나 사회정치적으로 해결하는데 개개인들이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할 뿐더러 그에 따른 비용과 노력이 과도하게 투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과 이들이 정치권과 정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기대를 많이 포기한 듯 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특히 상당수 사람들이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16~17대 국회에게 기대를 걸면서 민주정부의 개혁적인 교육정책을 기다렸다가 크게 실망하면서 개별적인 대응이 확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럼에도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16,17대 국회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했던 정치권, 관료출신들이 자신들이 교욱정책을 잘못 폈다는 것, 그 부분에 대해 학부모들과 유권자들이 실망하고 절망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상당수의 시민단체들과 진보언론들, 전교조 등 사회단체들 역시 정치권 만큼의 실수와 부족함을 계속 반복해왔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처한 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하고 개별적인 노력과 접근으로는 충분할 수 없고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교육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이제야 교육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알아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먼저 교육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고 나 역시 여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나의 노력은 <핀란드 교육혁명>과 <핀란드 부모혁명>, <대한민국은 사교육에 속고 있다 >와 <학교개조론 >, 파울로 프레이리와 체 게바라, 노엄 촘스키의 교육관련 책을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이었고 앞으로는 내가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외부적인 노력을 시작하는 것...

 

이 책은 원래 내가 교육문제에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되었던 세미나 교재였다. 저자의 생각은 지난 주 <학교개조론>(2007, 미래인)을 통해 처음 접했다. 저자는 <학교개조론> 발간 후 4년간의 상황변화와 연구의 진척 등을 반영하여 2012년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이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2012년 대통령 선거가 "학교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학교개혁이 한두 개 정책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정부 내 교육부서 하나가 변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개혁 방안 여러 개를 한꺼번에 제시하여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을 교육으로 만든다면 교육에 희망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이런 저자의 책 발간 취지와 비교하면 책의 제목이 저자의 의도라기보다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출판사의 기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ㅋ)

 

저자는 이 책에서 <학교개조론>에서 제시한 개혁정책과 조금 다른 여섯 가지 정책을 'BIG 6'라는 이름으로 제시한다. <학교개조론>의 핵심 개혁정책 세 가지 중 '교육과 사무행정의 분리'와 '교장선출제'는 유지, 보강하고 '교원평가제'는 제외시켰으며 새로이 '중고등학교의 무학년 학점제'와 '학급당 학생 수 20명으로 감축' 그리고 '특목고, 자사고 폐지와 고교평준화 확대'와 '교과서 자유발행제도 및 자유선택제도'를 추가하였다.('교원평가제'의 경우 저자가 보기에 이미 알맹이가 빠진 채 형식적으로 도입되어 학교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BIG 6'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교육개혁 정책 'BIG 6'을 자세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나름대로 6가지 정책의 상호 연관성과 파급효과 순위도 정하고 각각의 정책에 필요한 예산도 산정하여 제시한다. 또한 각 정책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 순위도 매기고 기존 제도와의 충돌 가능성, 좌우파가 갖는 거부감, 타협과 양보 전략도 제시한다. 저자로서는 단순히 자신이 제시한 정책의 옳고 그름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구체성과 정치권과 기득권 집단의 상대적인 반응 등을 제시함으로써 개혁정책의 현실가능성을 높이고자 연구한 흔적이 엿보인다. 저자가 서문에 밝혔던 "교육정책을 실현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과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울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경쟁 위주의 입시 체제가 아닌 '학교의 무능'이라 지적하면서 "입시가 사라져도 지금의 학교는 질 좋은 교육을 절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학교의 무능을 개선하고 어떠한 교육 형태에도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교육 정책 BIG 6'다. 무엇보다 우열반 수업이 아닌 수준별 맞춤형 수업의 실시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방안으로 소개한 교실 수 확대 요령과 교사의 사무행정업무로부터의 해방을 통한 10만 교원 충원 방안, 교원성과급을 이용한 사무행정업무전담직원의 채용은 서로 단단히 엮여 있어 정책상의 빈틈이 없다.
학생들의 능률적인 학습을 위해 무학년학점제로 실시되는 수준별 맞춤형 수업은 각 학생의 수준에 맞게 필요하고 가능한 만큼의 학업을 이수하도록 유도하여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인 수업에서 받는 고통을 최소화해 학습 의욕을 극대화하는, 학교교육의 기본 가운데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 정책 'BIG 6'은 이처럼 기본에 충실한 교육의 큰 틀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교원들의 교육 활동 집중도를 높이고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교육개혁 정책 'BIG 6' 이외에도 저자가 추가한 교육개혁 과제인 학교 도서관의 활성화, 수능시험의 단순화, 청소직원 도입, 교육전문 대학과 학교현장의 연계, 교장의 수업참여도 충분히 필요하고 가능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2부에서 고찰하는 '교원평가제'와 '전교조에 대한 검토', '무상급식 논쟁'과 '평준화 폐해에 대한 시각', '교욱에서의 포퓰리즘'과 '수렁에 빠지지 마라'는 소위 좌, 우파로 나뉘어 진영논쟁과 같이 비생산적으로 논의되는 부분들에 대해 이념적인 시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과 교육 당사자와 수혜자 입장에서 각 사안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대부분 동의함에도 두 가지는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학교무능론'과 개혁정책 실현전략이다.
첫 번째 '학교무능론'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문제를 '학교의 무능'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고 왜곡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저자가 스스로 분석하고 평가한 한국 교육현실, 교육현장의 문제는 '학교의 무능'이 아니라 '학교제도(시스템)의 문제'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현재 학교 내 교육의 중요한 문제는 대부분 교육자치가 허울만 있을 뿐 실제 존재하지 않고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제도와 시스템으로 학교교육을 망가뜨리고 있음이 진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도 인정하듯이 교사와 학부모, 아이들이 책임질 문제도 아니거니와 그들이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이 아닌 것이다.(영향을 일부 미칠 수는 있지만...) 물론 그렇다고 하여 내가 교사들과 학부모들에게 전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바꿔야 할 대상이 제도와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저자의 교육개혁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전략에 대한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은 느껴지지만 반대로 실현가능한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저자의 바람대로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교육개혁 정책이 중요한 공약 중 하나가 되고 선거 쟁점에서 논의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새로 당선된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의제에 반영되어 내년부터 한 가지씩 실현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바람'과 '가능성'이나 '전략'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교육문제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절실한 문제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2010년 지자체 동시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주요 선거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교육개혁을 원하는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정책을 여론화시킬 것인지, 누가 중심이 되어 논의를 확산시킬 것인지, 각 정당에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등이 제시되어야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개혁 정책의 입법자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지난 4월 총선에서는 교육과 관련한 정책이 전혀 공론화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교육 관련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답답함도 많이 느껴지고 전교조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이 커진다. 나도 그만큼 기대가 컸고 앞으로 기대도 크다. 그동안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던 나 자신도 실망스럽고...ㅠ

 

[ 2012년 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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