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교육에 속고 있다 - 대치동 입시전문가, 대한민국 사교육 신화를 뒤집다
박재원.정수현 지음 / 스쿨라움(김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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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은 정말 아이들의 성적을 올려줄까?

이 책을 통해 대치동 입시전문가인 저자는 우리나라 사교육의 신화를 뒤집는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언론과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 사교육이 아이의 성적을 좌우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 사교육의 최고 수혜지역인 대치동 한복판에서 아이들과 부딪치며 목격한 수많은 실패 사례를 통해 '대치동 신화'의 베일을 벗겨내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면 저자의 결론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도 있다. 내 주변의 경우에도 부모가 서울대 등 유수의 대학을 나왔다 하더라도, 부모의 재산이 상위 클래스에 속하더라도, 오랜 기간 사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성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서울지역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왜 그럴까? 저자는 그 이유가 사교육 기관들의 과잉 홍보와 이에 편승하는 언론집단, 개별 사례에 대한 과도한 소문, 학부모들의 집단 무의식이 합쳐저 만들어진 '집단 착시'라고 지적한다. 사교육에서 성적 상승의 효과를 보는 학생들은 사교육 기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이고 그런 학생들은 장기간이 아니라 단기간만 자신이 필요한 학습내용을 얻은 후 사교육을 떠나 다시 자신의 독자적인 공부방식으로 돌아간다.
저자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내용을 체화하려면 자신만의 공부시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지적한다. 다시 말하면 방과후 학교나 학원, 숙제로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학생들은 스스로 복습하고 공부를 심화시키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공부시간 대비 성적 향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두뇌과학과 사례분석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외부인의 간섭이나 공부시간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안정감과 정서적인 충족감이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핀란드의 학습방법, 미국의 '슈퍼캠프', 영국의 가속학습법, 기적의 두뇌학습법 등의 사례는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는 가족의 유대감, 부모의 무한한 신뢰, 진솔한 대화야말로 학생들이 혼자 공부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고 공부의 효율을 높여줄 수 있으며 성적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 수 있다.

저자의 결론은 사교육은 아이들의 공부를 위한 중요도에서 가장 후순위가 되어야 하며 공부는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고 정서적인 유대감과 신뢰야말로 자율적인 공부를 통해 학생들의 성적향상과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그 아이의 미래와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의 미래와 행복'이 어떤 것이냐에 대한 개념 규정에 따라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개념이 비슷하더라도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사'자 직업을 갖는 것 자체가 미래와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딸 아이가 서너살일 때, 아이 엄마의 친구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교가기 싫다고 떼를 쓰면 어떻게 할거냐?"라고 물어보았을 때 당연하다는 듯이 "안보낼거다"라고 대답했다. 그것은 무조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고 학교의 잘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행복할 권리가 있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그 자체로 인격체이고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사회, 국가는 아이가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자라나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지켜주는 존재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최소한의 의식주를 부모와 사회, 국가가 책임져 주어야 하고 안정되고 사랑스러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선택과 호기심 속에서 자연과 사회에서 깨닫고 배우고 놀고 즐겨야 한다.
그러한 아이들의 권리를 방해하고 침해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그것이 부모든, 사회든, 학교든, 국가든...

현대사회의 국가제도에서 아이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하면 국가제도에 따라 학교에 입학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반드시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내야 하는 강제적인 의무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적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그러한 국가제도를 거부한 이후 아이에게 힘든 과정을 겪게하고서 더 나은 기간을 보내게해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제도에 순순히 응하는 것일 뿐이다.
아무튼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시작되는 '공부'와 '학교생활' 역시 역시 아이가 스스로의 호기심과 재미와 즐거움 속에서 보내게 하고 싶다.

내가 아이의 학창시절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알아본 적은 없다. 그냥 평소의 내 주관과 생각과 판단으로 대처했을 뿐이다. 그것은 아이가 안정되고 사랑스러운 가정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학교에 다니고 성적과 공부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하루하루 보내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해가 거듭할수록 걱정이 앞서기는 하다. 하교 시간이 끝난 후 아이들이 학원과 과외로 동네에서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것, 경쟁적인 면학 분위기에 휩쓸려 엄마들이 긴장하는 모습, 공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모습이 실제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 엄마는 3학년 때부터 또래 아이들의 평균 이상으로 딸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개인적으로 아이의 공부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그 나이 때에 누구나 하는 공부에서 성적을 올리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 공부와 성적이 오로지 아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그리고 재미를 가지면서 나타나기를 원한다. 공부와 성적 만큼이나 친구들과 놀이를 즐기고 호기심이 동하는 자연과 문화생활을 만끽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원한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지 않거나 대기업이나 공사, '사'자 직업이 없어도 상관없다.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고 자신감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자연과 사회와 역사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자비심과 자립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닥치거나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교육에 대한 서적을 찾는 중에 '사교육'에 대해 이야기한 책으로 고른 것이다. 저자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대치동에서 학원강사 경험을 했고 교육 전반과 사교육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한 흔적이 엿보였기 때문에 골랐다. <핀란드 교실혁명>과 <핀란드 부모혁명>을 번역, 발간한 저자인 것도 이유였다.

사교육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공부와 성적향상을 위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일지는 모르지만, 역으로 사교육은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아이들이 공부에 질리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진정 생각하는 부모라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에 대한 부모들 스스로가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공부와 성적만을 생각하는 부모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학부모가 쉽게 선택한 사교육과 학원이 오히려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을 빼앗는 것이라면, 자율적인 공부방식과 자신감을 빼앗는 것이라면, 공부시간와 쉬면서 심화하는 시간을 빼앗는 것이라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 2012년 4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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