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부모혁명 - 부모와 아이가 행복해지는 대한민국 가정 희망 프로젝트 핀란드 교육 시리즈 3
박재원.구해진 지음 / 비아북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 것도 주어진 것이 없어도 즐겁고 신나기만 했던 우리세대의 어린시절보다 더 많은 물질과 조건을 갖춘 지금의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참 고달프다. 부모가 아이의 숙제를 대신 해주고 학용품을 챙겨주고 학원과 학습지를 알아보고 친구들 관계까지 거들어주면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학원에, 과외에, 학습지에, 방과 후 수업에, 온갖 박물관과 실습장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연극과 뮤지컬에, 엄마의 감시까지 이어지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아이들의 경우 숙제도, 공부도, 실습도, 생활도 엄마들과 선생들의 지도에 따라 이루어진다. 심지어 놀이와 오락, 봉사활동의 경우에도 엄마들이 대신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다. "너희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도 제법 많은 학부모들이 하는 편인데 과연 아이들의 인생이 '공부'만 해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끔 저녁에 동기들, 후배들을 만나면 남자들의 경우 아이들의 성적 이외에 아이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여자들의 경우 아이들이 학원에 제대로 갔는지, 숙제는 했는지 감시하느라 바쁘다. 대체적인 관심은 아이들의 성적이고 상급학교 진학이다. 아빠들은 자신들 스스로의 직장생활, 사업으로 고단하고 정치,경제,사회 이야기에 관심을 쏟고 그나마 엄마들이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에 관심이 많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아빠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아빠들은 무관심, 엄마들은 초관심이다. 무관심도 문제고 초관심도 문제일텐데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까 걱정이다.
 
공부 스트레스가 만연한 아이들의 현실. 자살을 한 번쯤 생각한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은 우리의 현실. 실제로 무수한 아이들이 자살하는 한국의 현실. 왕따와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공론화되는 현실.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넘쳐남에도 전반적인 아이들의 성장은 지체되는 현실. 어린 아이들까지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현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교육당국과 학교가 문제일까? 당연히 1차적인 책임은 교육당국과 학교에 있다. 한 달 전에 읽었던 저자의 <핀란드 교실혁명>은 교육당국이 아이들을 위해 해야할 일과 교육당국과 관계없이 학교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대해 말해주었다. 교육당국 뿐 아니라 행정부와 정치권, 언론, 학계 모두가 공범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0대의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진실한 대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그것은 그 부모의 착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자살하거나 학교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의 부모는 "왜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되었나?"라고 의아해할 수 밖에 없다.
 
OECD 57개국 중 한국 아이들의 학력은 최고 수준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수치를 노골적으로 자랑하며 부모들을 자극한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대한민국 학부모의 대단한 교육열'을 부러워했다는 보도로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부모들의 결정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공부 효율성,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결과만 중요시하고 과정은 소홀히 하는 왜곡된 기준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주치는 우리 아이들의 창백한 얼굴과 축 늘어뜨린 어깨가 그 어떤 수치보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잘 대변한다. 특목고, 명문대를 목표로 한 성적 중심의 교육 아래서는 부모나 아이 모두 불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입시제도를 무조건 쫓아가다가는 부모나 아이 모두 방향성을 잃고 위태로운 지경에 빠질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자녀의 교육문제에 대한 거의 모든 결정권을 부모가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핀란드에서는 세 살짜리 아이가 자기 나이에 해당하는 셋까지만 헤아릴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한글 교육, 영어 교육 등 조기교육을 강행한다. 학교에 진학하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학교 수업, 선행 학습 등에 쫓겨 다니느라 잠잘 시간조차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하며 안타까워하면서도 부모들은 "어쩔 수 없다"며 외면한다.
그러나 저자는 "핀란드를 알면 알수록 공부와 행복은 비례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우리 아이들도 즐겁게 공부할 수 없을까? 그가 핀란드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된 문제의식이다. "배우는 일은 스스로의 몫이지 남과 경쟁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경쟁이라는 틀에 갇혀 아이들을 학교로 몰아넣고는 친구들을 다 뛰어넘어 선두로 나아가라고 채찍질한다. 이러니 공부가 재밌을 리 없고, 한창 꿈을 키우며 행복해야 할 시기를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살 수밖에 없다. 예민해지고 무기력해진 아이들과 부딪쳐야 하는 부모들도 같이 불행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학교도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지 못하고, 사회는 아이들을 소비 주체로만 바라보며 사교육을 부추기는 가운데 아이들이 마음 편히 기대 쉴 데라고는 오직 부모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부모 역할이 중요해진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서부터 지친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정서적 안정까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부모에게 내려진 과제다.
저자는 경쟁 없이 즐겁게 공부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학력과 공부 효율성을 자랑하는 핀란드를 통해 우리의 교육문제가 처한 문제적 상황을 점검하고, 가정에서 적용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을 정리하고자 했다.
  
왜 대한민국 부모와 아이들은 불행할까? 너나없이 '강요된' 성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내재된 잠재력이 있고,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음에도 타고난 자질을 다 무시하고 하나 같이 명문대에 진학하여 의사,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할 10년 뒤의 미래를 과연 부모가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까. 부모들의 정보력이라고 해봤자 고작 직간접적 경험과 소문,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수준이다. 그럼에도 "넌 공부만 해. 다른 건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라며 '능력 있는 매니저'로 살기를 자처한다. 그것만이 자녀가 당장도 훗날도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부모 역시 한 치 앞을 예상하지 못하는 미래와 직면해서는 무기력하고 불안할 뿐이다. 이런 부모에게 인생의 소중한 시기를 전적으로 위임하며 사는 아이들의 미래가 어떠할지를 짐작하면, 불안을 넘어 암담할 지경이다.
국제학업성취도 1위를 놓치지 않는 핀란드를 비롯하여 교육선진국들이 당면 과제로 고민하는 문제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문제해결능력을 가르칠 것인가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어떤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현명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만 갖춘다면 미래의 불안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하여 실천에 옮길 수 있을 때 공부도 즐길 줄 알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사람으로 성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들의 문제해결능력 향상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애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드는 법을 가르치거나 숲에서 버섯, 베리 등을 채취하여 요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문제해결능력 방법의 하나다. 가족 간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 인생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 할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쓴다. 이처럼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안적 자녀교육법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다만 직접체험을 강조하는 진로 지도는 많이 낯설었고, 동시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핀란드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가 일하는 현장을 방문하고,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직접 자기가 일하고 싶은 직장을 찾아가 실무 경험을 쌓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가장 행복해할 일을 찾아 부모의 결정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핀란드의 가정교육의 전제는 우리 부모가 간과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짚어준다. 첫째, 모든 사람은 잠재력을 타고난다. 둘째, 아이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할 기술이 있을 뿐이다. 셋째, 아이의 잠재력을 믿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넷째, 아이가 실천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국제학업성취도 1위, 세계 학습 효율성 1위 등 핀란드의 교육 경쟁력은 이처럼 아이의 타고난 학습 프로그램을 잘 살려 최대한 발휘하도록 지원한 결과다. 우리 부모들이 자녀를 남의 집 아이와 비교하고, 성적과 입시 위주의 공부를 강요하는 것과는 참 다르다. 위스콘신 의과대학의 대럴드 트레퍼트 교수의 지적은 자녀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예민하게 바라보며 언어 폭력을 행사하는 우리 부모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존감을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타고난 잠재력을 발휘하며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
우리는 당장의 입시를 위해 아이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교육 선진국은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창의력, 통합적 사고, 열린 사고, 문제해결능력 등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실천한다. PISA 역시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응용력, 사고력, 창조성, 실천력을 제시하며,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을 가장 인정하고 주목한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벼락치기 효과를 경험한 우리 아이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느린' 단계를 견디고 미래형 인간으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부모들의 혁명적 결단이 남았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끈기 있게 격려하며, 독서습관을 통해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고, 폭넓고 깊이 있는 경험을 쌓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이가 자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아이의 타고난 잠재력을 믿어주며, 크든 작든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교육, 그 결과 부모와 아이가 모두 만족하고 행복한 가정, 이것이 책의 두 저자가 발견한 진정한 핀란드식 자녀교육 철학이었다.
 
한국사회는 미래 세대를 위해 사회 전분야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해야 한다. 교육 문제가 단순히 교육 문제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정치권과 행정부, 사법부, 사회 각 분야에서 오래 걸리더라도, 점진적이라 하더라도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생각보다 무척 빠르다. 10년 정도면 아이들이 부쩍 커버리고 그 10년 동안 아이들이 겪어온 과정이 이후 아이들의 성장과 행복을 결정해 버린다. 수동적인 세계관, 스트레스로 점철된 무의식, 경쟁과 시험의 수렁에 빠져 지낸 10년이 아이들의 성장이나 행복에 평생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 부모들은 아이들의 잠재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믿지 못할까.. 그냥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면서 자신의 흥미와 자질을 개발하도록 도와줄 수는 없는 것일까..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부모들의 기준에 맞추는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그냥 아이들의 친구로, 대화 상대로, 신뢰와 사랑으로 가득한 행복한 공간으로 가정을 유지할 수는 없는가...
부모들 스스로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공감과 대화, 사랑과 배려, 나눔과 도움이 행복의 열쇠임을 느끼지 않나?
다행하게도 우리 사회의 학부모들 역시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느낀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지가 일어나고 있다. 성공 일방향의 교육이 아닌 아이들의 타고난 개성과 적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가치 지향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절박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교육감선거의 결과는 이와 관련하여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 책은 위기 속에 돌파구를 찾는 부모들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와 아이가 행복해지는 대한민국 가정 희망 프로젝트'다.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 아닌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인정받는 사회를 지향하며, 그 토대로서 건강한 자녀교육법을 제시한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하는 핀란드의 부모들은 어떤 자녀교육관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 과학적인 근거와 핀란드의 성과를 통해 증명하는 한편, 우리 부모들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과 비전까지 선사한다.
친구, 선후배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아이에게 무엇이 결여되었는지를 보지 말고, 무엇이 있는지를 보라. 그러면 아이는 변할 것이다."(위스콘신 의과대학 대럴드 트레퍼트 교수)

 

"인간은 보이는 대로 대접하면 결국 그보다 못한 사람을 만들지만, 잠재력대로 대접하면 그보다 큰 사람이 된다."(괴테)

 
[ 2012년 4월 16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