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실 혁명 핀란드 교육 시리즈 1
후쿠타 세이지 지음, 박재원.윤지은 옮김 / 비아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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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계속된 '무한경쟁' 시장근본주의, 신자유주의로 인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간 격차와 자국 내 계급,계층간의 사회적 양극화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무한경쟁'의 입시교육이 교육 자체와 학교와 아이들을 미쳐버리게 만들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들까지 이 미친 교육에 희생양이 되어 사회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마음 속의 '병'을 카워가고 있다. 꿈과 희망을 키우고 즐겁게 뛰어 놀아야할 어린 나이에 아이들은 학원에, 영어에, 특기교육에, 시험에 골병이 들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부모가, 학교가, 학원이 제공하는 틀과 방식, 일정과 제도 속에서 자율성과 창조성을 갉아먹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무슨 대량생산 공장의 부속품처럼 '양육'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아이들의 교육문제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님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입시교육이 점점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의 유력한 이유로 정착하고 있고 사회와 세대의 활력과 창의성,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원인으로 작동한지 오래라 할 수 있다.

한국은 1945년 타의에 의해 민족해방이 되고 분단이 되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치른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조선시대 봉건제도에서 일제 식민지라는 암울한 억압을 거친 후 이 땅의 대다수 민중들은 1948년 헌법 1조에서 규정된 '민주공화국'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채 타의에 의해, 일부 기득권자들에 의해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 1조가 사람들애게 소중하게 다가온 것이 2008년 첫불시위 때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피땀을 흘려 쟁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헌법의 가치,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 정치의 역할, 교육의 역할, 국가의 존재이유, 만민평등의 원리, 유권자의 권리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아이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와 이에 반하는 교육제도가 아직도 이 땅에 군림하는 이유 역시 지난 과정과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에 각각의 사안에 대해 그 때 그 때마다 깊게 생각해보고 주변을 둘러보고 서로 이야기해보고 가장 나은 방향과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차선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교육(교육)'이라는 단어가 주는 타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느낌 때문에 단어 사용에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교육을 놓고 교육 철학, 목표, 정책, 시스템, 운영방식 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의견을 교환할 때만이 그나마 시행착오를 줄이고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나는 작년 6월 지자체 선거와 동시에 진행되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8월에 전임 시장인 오세훈이 저지른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11월에 벌어진 '곽교육감 사건'에서도 교육적인 관점보다 일반적인 상식과 사회복지, 민주주의, 선거제도 등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행동했을 뿐이다. 나 역시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보통의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정도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동안 큰 탈 없이 잘 자라주던 내 아이도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고 1년만 지나면 입시재도와 현실에 빠져든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더 이상 남일이 아닌 문제가 되었다. 마침 공부모임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가 제시해야할 교육정책에 대해 세미나를 하기로 했기에 이 기회에 교육과 관련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교육이나 학교와 관련해서는 작년에 <학교 없는 사회 Deschooling Society>를 비롯해 '학교화'와 '제도화'에 관한 몇 권의 이반 일리히의 저작을 읽었고 이번에 약 20년 만에 <페다고지> 등 파울로 프레이리의 저작을 읽어보았다. 국내에서 발간된 교육개혁이나 교육문제에 대한 책 몇 권과 더불어 한꺼번에 읽어보고 내 생각을 정립해보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교육에 있어 가장 훌륭한 철학과 시스템과 결과를 낳고 있는 핀란드 역시 이번에 공부해봐야할 과제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일본의 핀란드 교육전문가인 후쿠타 세이지(츠루문과대학 문학부 비교문학과) 교수의 핀란드 교육 리포트다. 그는 수십여 차례 핀란드를 방문하고, 핀란드 교육 성공의 비결을 연구한 일본의 핀란드 교육전문가다. 후쿠타 교수는 이번 책에서 핀란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인 교실을 200여 컷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독자들에게 생중계하고 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하나하나의 사례에서 출발해 핀란드 교육의 성공을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게 전달된다. 여기에 학습법 전문가, 교육평론가인 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장의 해설이 곁들어져 있어서 남의 얘기가 아닌 지금 이곳, 대한민국 교육 현장과 생생하게 대비된다. 박재원 소장은 이 책의 번역과 해설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는 사실적으로 전달하되, 각 꼭지 말미에 해설을 달아 한국적 상황에 맞는 핀란드 교육을 독자에게 제안하고 있다. 이는 기존 번역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로 책 한 권에서 담아낼 수 있는 것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마지막 5장에서는 우리에게 핀란드는 어떤 존재이고, 왜 핀란드 교육 모델이 우리 교육의 희망인지,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국제학생평가(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감독하에 실시하는 15세 이상 학생의 읽기·수학·과학 평가다. 지난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며 국가별 학업성취도 비교지표를 도출하는 게 목적이다. 2003년도 평가결과 우리나라는 수학 542점, 과학 538점으로 핀란드(수학 544점, 과학 548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03년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조사(PISA)를 비교한 결과 핀란드는 청소년들의 일주일간 수학 학습 시간이 4시간22분으로 한국(8시간55분)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점수는 544점(한국 542점)으로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 청소년의 주당 공부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3.92 시간)에 비해 15시간 많으며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길다."
"2008년 우리 국민이 쓴 사교육비 규모는 약 21조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 3,000원으로 집계됐다(교육과학기술부 통계)."

위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핀란드에 이어 학력이 2번째로 높은 나라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한국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워낙 길어서 나온 결과일 뿐이다. 2009년 8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생활패턴에 관한 국제 비교연구’에 따르면 학습시간 대비 성취도로 순위를 매기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진다. 한마디로 학습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사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아이들은 억지로, 부모에게 이끌려 '울면서' 공부하고 있다. 매년 성적과 시험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자살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사회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기 위해 정말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지불하고 있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을 억지로 공부시키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을 생각해보라. 자발적으로는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시간적 낭비, 비용의 낭비, 정신력의 낭비, 행복의 낭비, 마지막으로 국가 경쟁력의 낭비라 할 수 있다.(자세한 사항은 책 속에서 참조)

그렇지만 눈을 돌려보면 지구상에 우리와 전혀 다른 나라가 있다고 한다. '공부가 재미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을 위해 스스로 공부한다. 학교는 기꺼이 가고 싶은 놀이터 같은 곳이다. 철저하게 학생 개개인의 발달을 돕는다. 단 한 사람의 낙제생도 만들지 않는다. 서열화가 아니라 피드백을 위해 평가한다….'
바로 핀란드다. 핀란드 교육 관계자의 말을 옮긴다.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무척 단순한 경제적 필요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적은 인구에 척박한 자연환경, 단 한 명도 버릴 수 없는 절박한 처지에서 나온 생각들을 실천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목고, 자사고 등 수월성 교육을 실행한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는 같은 이유로 학교간, 학생간 격차를 없앴고, 세계 최고의 학력과 학습효율성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흔히 핀란드 교육을 얘기하면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는 식으로 냉담한 반응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교육이 이뤄지는 교실 현장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이 아니라 소박한 핀란드 교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이라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이상적인' 이야기보다는 당장 실천이 가능한 소박한 핀란드 교실의 비밀을 들여다본다.
핀란드 교육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교육 역시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15세 이상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단골 1위 국가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높은 신뢰도로 정평이 나 있는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의 대학교육 경쟁력 조사에서도 매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핀란드 교육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나라 교육현실과 너무도 정반대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가정, 성, 경제력, 모국어와 관계없이 교육 기회가 평등한 점. 어떤 지역에서도 교육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점. 성별에 따른 분리를 부정하는 점. 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는 점. 종합제로 선별을 하지 않는 기초교육. 전체는 중앙에서 조정하지만 실행은 지역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이 유연하게 지원을 한다는 점. 모든 교육 단계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협동하는 점. 동료의식. 학생의 학습과 복지에 대해 개인별로 맞춤 지원을 하는 점. 시험과 서열을 없애고 발달의 관점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점.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전문성이 높은 교사. 사회구성주의적인 학습 개념(socio-constructivist learning conception)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떤가? 기회균등이 하향평준화의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전히 교육 관료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가르치는 교사들이 중심이 아니라 관리하는 관료들이 중심이다. 협동 학습은 교과 성적과는 무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수업 모형이다. 학생 개인보다는 학교와 학급의 평균 성적과 명문대 진학 실적이 최우선이다. 모든 교육은 서열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는다. 교사들은 진급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연수교육에 소극적이다. 3번에 해당되는 성적(性的) 차별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에서 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 교실의 모습을 살펴보면 선생님들이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고, 학생들은 즐겁게, 스스로 공부를 한다. 역자는 핀란드의 교실 모습을 사례로 우리 교육도 인상적인 모델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때 화제가 된 전북 임실의 기적이 너무도 허무하게 성적 조작으로 판명나면서 ‘한국의 핀란드’라는 표현이 잠시 나오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시도되고 있는 방과 후 학교의 성공 사례들을 보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설자는 우리 교육에도 희망의 성공 사례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교육의 대혼란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희망의 성공사례 만들기를 핀란드 교실 현장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자는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교실 개혁의 키워드 몇 가지를 제시해본다. 첫째는 학생들의 내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사들의 강압적인 통제나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이 과연 학생들의 내면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교사들이 알아야 한다. 둘째, 학생 전체가 아니라, 학교나 학급의 평균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수많은 학생들 중 한 명일 수 있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정해진, 정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 한 명의 존재가 바로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셋째, 학생들이 과연 무엇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지 교사들이 좀 알아야 한다. 재미를 찾아주기 위해 분투하는 사교육 강사들과의 경쟁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지겹고 따분한 수업이라는 혹평에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넷째, 학생들의 성적이 부진하면, 반 평균 성적이 떨어진다고 학생 개개인을 탓할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나는 잘 가르쳤는데 네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랬다는 식의 태도는 이제 버리자. 조금이라도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모색하는 선생님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의 제목은 '교육 혁명'이 아니라 '교실 혁명'이다. 우리에게 교육이란 너무나 민감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하는 거대 담론이다. 그래서 원작자나 해설자는 먼저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공교육의 현장, 교실에 렌즈를 들이대고 있다. 교실에서 이뤄지는 작은 변화를 모델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교육 개혁을 이뤄내자는 것이다. 이는 좌와 우, 보수와 진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교실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대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다. 앞서 얘기한 방과후학교가 그 작은 시작일 수도 있고, 핀란드 교실에서 행해지는 사소한 차이들이 우리 교육 개혁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해설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이미 회자되고 있는 핀란드 교육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면서 실천적 대안을 찾기에 적합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자칫 핀란드 교육은 너무 좋지만 이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치부하는 냉소주의를 경계하면서 핀란드 교육 모델을 우리 현실로 끌어와 실현 가능한 과제로 녹여내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 교육, 교실이 바로 서려면 교사들의 역할과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이 학부모이고 학교이고 시도 교육당국이라 할 수 있다.
 
[ 2012년 3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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