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재구성 - 글로벌 경제위기 제2막의 도래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3월 3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Ca'에서 'C'로 한 단계 내렸다. C등급은 무디스가 평가하는 투기 등급 채권 가운데서도 최하에 해당한다. 무디스는 민권 채권단이 그리스 채무를 천 70억 유로 낮춰 주기로 한 채무조정 합의로 인해 그리스 국채의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등급을 낮췄다. 앞서 그리스 민간채권단은 2천억 유로의 그리스 국채에 53.5%의 손실률을 적용해 천 70억 유로를 탕감해주고 나머지를 새로운 장기채권으로 교환하기로 그리스와 합의했다. 이번 사태는 유럽 주요국들이 그리스의 디폴트를 염려한 결과이도 하고 역으로 이러한 구제금융이 주요국의 금융기관에 부담을 주어 주요국의 재정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유럽의 경제위기가 전개될 수 있을 지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지난 1997~1998년 동아시아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그리고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기억한다면 현재 유럽발 금융위기, 재정위기는 자칫하면 히로시마 핵폭탄이나 쓰나미 수준의 파괴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정부, 정당과 기업 뿐 아니라 언론, 학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도 이에 대해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도, 정당도, 언론도, 학계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괜찮다'만 연발할게 아니다. 언론 역시 커다란 사건이 발생할 때에만 간헐적으로 기사로 다룰 뿐 심층적인 분석기사를 내보내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이 책은 반갑고 고맙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정부연구소나 재벌연구소의 자료를 불신하는 내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 비'와 같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예전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계경제에 내재하는 구조적인 대외 불균형과 달러 기축통화제의 모순이 해결되어야 하며, 금융시장을 포함한 자산경제 부문에 대한 규제가 적절한 수준으로 강화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하게 된 데에는 이 같은 시스템의 문제와 함께 '사람의 문제'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즉 이념에 빠져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잘못된 정책실패를 남발해온 각국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 역시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도 정치권의 무능과 부정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고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2011년 뉴욕의 '오큐파이' 시위가 이에 대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민주주와 시장경제가 함께 발전하지 않으면 결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결론이다.
 
 
연구소는 이 책을 통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전이된 이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위기로, 실물경제위기가 재정위기로, 재정위기가 통화위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하여 '재구성'한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폭발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은 대니 로드릭의 <자본주의 새판짜기>와 함께 읽으면 좀 더 풍부하고 효과적으로 현재의 세계 경제위기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 그리고 그 한계와 대응방향에 대해 알 수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세 의해 '위기의 재구성'은 어떻게 분석되었을까?
100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지 불과 3년 만에 또 다른 금융위기의 파고가 전세계를 덮치고 있다. 지난 번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이었다면, 이번에는 유럽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전세계가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지자, 각국은 실물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과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재정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원래 미국과 유럽 각국은 재정적자를 감수해서라도 경기를 부양시킨 후 경기가 회복되면 늘어난 세수로 구멍난 재정을 메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강도도 너무나 미약했다. 실업률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실물경제의 회복세도 미미한 상황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도 전에 나중에 터졌어야 할 재정 문제가 너무나 일찍 터져버렸다는데 있다. 말하자면 금융기관과 가계 및 기업 등 민간부문의 엄청난 손실을 정부가 재정적자로 한꺼번에 떠안는 바람에 공적채무가 폭증하여 국가마저 파산하는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특히 유럽의 PIIGS(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국가들이 대외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재정위기(sovereign risk)에 처하게 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제2막이 열리고 있다. 각국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또 다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의 앞날을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론 사태를 계기로 국내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었다. 자본주의 체제가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질서를 유지한다는 신념이 깨어진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 원인은 대체로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미국 가계의 과다차입과 과소비 및 부동산투기, 자유방임적 금융자유화를 배경으로 한 증권화 파생상품의 남발, 달러 기축통화제 유지를 위해 무리한 달러 강세정책 남발에 기인하는 대외 불균형 심화가 그것이다. 그리고 2007년 여름에 이 세 가지 요인들의 모순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불리는 부동산투기 버블 붕괴가 시작됐고, 이것이 글로벌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2008년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금융위기가 터진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융위기, 실물경제 위기, 재정위기, 통화위기 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미국은 비록 글로벌 민간금융기관들이 빠르게 이익을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은행들의 가계 및 기업대출은 줄고 있고 주택 시장은 더블딥에 빠져 있는 양상이다.
눈을 유럽으로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PIIGS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 등 상당수 국가들도 떠받치고 있는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경우 언제든지 유럽발 제2차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부터 2011년 이후 세계경제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추론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정부의 재정동원 능력이 사실상 한계에 달했다는 것은 이제 분명해졌다. 공적채무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해 더 이상 정부 재정적자 확대에 의존해 경기를 떠받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최후 수단으로 2010년 후반부터 FRB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찍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통화증발을 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하지만 통화증발책이 기대한 만큼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통화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화증발책은 각국의 인플레이션과 물가위기를 가져오게 되고 물가위기가 심화되면 각국의 경제 자체가 무너지고 정치권 마저 붕괴될 가능성을 높인다.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지면 그 다음에는 손 쓸 방법이 없는 것이다.

2000년 이후 한국경제 전체로 막대한 차입을 통해 부동산투기 거품이 발생한 것도 이와 똑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등이 과다차입을 통해 부동산에 자전(自轉)거래 투기를 한 결과 부동산자산 과잉으로 2007년부터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하여 더 이상의 가격상승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장부상으로는 차입한 만큼의 부동산자산이 있지만, 실제로는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가치가 하락하여 90년대 재벌 대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개인 등 부동산 투기자들도 파산위기로 몰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거품붕괴는 2008년부터 시작되었으나 이를 정부와 공기업 등 공적부문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천문학적인 채무 증발을 통해 억지로 떠받쳐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계속 떠받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나 명분이 거의 소진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한국경제는 거품 붕괴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벌써 거품붕괴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과다채무의 대가로 경제 전체로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공공요금이나 가격인상, 증세 등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인플레의 역습 그것이 바로 과다채무에 의존한 거품 붕괴의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이런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경제 전체의 총 금융채무 분석 결과를 종합해보면, 한국 경제의 총 금융채무는 2010년 9월말 현재 6,840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명목GDP의 6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심각한 채무과다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채무 증가 추이를 보면, 정부부문은 2009년부터, 공기업은 2008년부터 부채가 폭증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반면, 개인과 민간기업의 부채는 2008년까지 급증한 후 2009년부터 정체를 보이고 있어 공적부문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가 2009년부터 공적부문의 부채 증가에 의존하여 성장해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간부문의 부채가 2005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8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한 후 2009년부터 정체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투기 및 거품 붕괴와 맞물려 있음을 의미한다. 2009년부터 민간부문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시작됨에 따라 공적부문이 채무 증가를 통해 거품 붕괴를 막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집권한 이명박 정권은 '경제대통령'이라는 포퓰리즘으로 당선되었지만 그 이전의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보다 더 무능하고 부정한 모습으로 일관해 왔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일본은 환율방어를 통해 국내 물가를 안정시켜 왔음에 비해 이명박 정권은 통화량을 부불펴 화폐가치를 떨어지게 만들고 수출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환율방어를 방치하여 국내물가의 폭등을 불렀다. 결국 일반 국민들은 그동안 물가인상이라는 '간접 세금'으로 수출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준 것 뿐이다. 그런 국민들의 희생에 대해 수출 대기업은 매출과 순이익을 높여 주주와 오너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고용은 늘리지 않고 비정규직만 양산하여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국민들을 배신해왔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할 지 갈피를 못잡고...
 
그렇다면 결국 일반국민들, 유권자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경험하여 정부정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조직할 수 밖에 없다.
 
* 인상 깊은 문단 :
"한국은행의 5만원권 발행은 화폐가치와 관련한 정부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09년 6월 5만원권 지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은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주요 화폐경제 지표들이 조 단위를 넘어 경 단위로 넘어갈 형편이고 기존의 1만원권 화폐로는 화폐 발행비용 및 관리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5만원권 발행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거액의 현찰 뇌물수수가 용이해져 부패가 심해질 수 있고,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5만원권 발행은 물가관리와 화폐가치 방어 실패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고 원...
화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면 굳이 교역권을 발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주부들의 체감물가를 들 수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장을 보러 나갈 때 10만원 정도만 있으면 시장이든 할인점에서든 어느 정도 넉넉하게 물건을 살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물가가 폭등하여 몇년 전에 살 수 있었던 물건의 절반 밖에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5만원권 발행은 한국은행과 정부가 물가관리와 화폐가치 방어에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5만원권 발행이 정책적인 업적으로 선전될 일이 아닌 것 같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물가가 낮아져 적은 돈으로도 보다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고액권이 만들어져 비싸진 물건을 편리하게 지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0~90년대 부동산 버블붕괴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환율방어에 성공해 낮은 물가를 유지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달러당 230엔 전후 수준에서 1995년 플라자 합의로 145엔으로 급락했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평균 111엔 전후 수준을 유지했으며, 2010년부터는 80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한때 일본 내 물가상승으로 사용하지 않게 된 1엔짜리 동전도 1980년대 소비세 시행과 함께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장기불황이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를 꾸준히 상승시켜온 것이 일본 경제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정부와 관료, 정치권은 말로는 일본을 그렇게 싫어하거 무시하면서도 정부정책의 수준은 일본 보다 터무니 없이 낮은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원화는 80년대 중반까지 달러당 484원 수준이었으나 80년대 중반부터 IMF사태 직전까지는 평균 783원 수준으로 올랐고, 1999년부터 2009년까지는 이전에 비해 약50% 가량 올라 달러당 1,157원을 기록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원화 환율 인상으로 도망가는 경제운용 형태를 바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2003년 이후에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환율 약세 정책은 양적 경제성장을 보다 쉽게 실현시켜 준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상당한 부작용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 약세정책은 통화량 증발정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가상승과 분배문제, 성장잠재력 저하 등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출 기업이 유리해지는 대신 수입물가가 비싸져 장기적으로 내수침체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환율 약세정책은 사실상 소비자인 국민들로부터 (물가상승이라는)세금을 걷어 수출기업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화폐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지, 경제규모에 걸맞는 고액권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2012년 3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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