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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부제 :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
지난 2010년 3월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내가 사랑한 책들>애서 소개한 도서목록 중 열 여덟번 째다. 이 책은 생각보다 한국에 꽤 알려졌다. 2007년에 처음 번역 발간되었음에도 벌써 35쇄나 발간된 것이다. 저자의 유명세도 한 몫 했겠지만, 한겨레 등 여러 신문에서도 소개되었고 인터넷에도 알려져있다. 세계적인 기아문제, 특히 어린이 기아에 대해서는 거의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인터파크 도서 사이트에만 해도 무려 256개의 리뷰(서평)이 실려있다.
이 그림들은 TV나 잡지, 인터넷에서 자주 보던 것이다. 빈곤국이나 내전이 벌어진 국가, 지역에서 기아나 기아난민은 빈번한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간 집단에게 빈곤이 닥?을 때 가장 약자에게 먼저 닥치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도 동일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발전과 진보가 유사이래 가장 최고조라는 21에게도 기아 문제가 지구에 남아 있을까? 이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가장 먼저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의아하다. 그리고 과연 이 지구 상에 그렇게 인간이 먹을 식량이 없는지, 또 그렇게 '인권'과 '안도주의'를 외치는 미국과 유럽이 이 문제를 방치하는지 궁금해진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당연 탁월하다.
이 책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원인들을 작신의 아들과 나눈 대화 형식으로 알기 쉽게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전쟁과 기배계층의 탐욕,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NGO의 구호 조치가 무색해지는 현실, 구호조직의 활동과 딜레마,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 소는 배불리 먹고 사람은 굶는 현실, 사막화와 삼림파괴의 영향, 도시화와 식민지 정책의 영향, 그리고 특히 불평등을 가중시키는 금융과두지배와 투기자금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생사를 가르는 '21세기 기아'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얼마나 정치, 경제 질서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전세계 인구의 7분의 1이나 되는 기아인구, 더군다나 그 숫자가 21세기 들어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충격적이고 심각한 현실을 고발한다. 대부분 기아 지역의 외형적인 문제는 전쟁, 내전, 정치적 혼란, 종교분쟁, 지배계층의 탐욕, 기후변화 등이다. 하지만, 기아문제의 역사적, 구조적 원인을 분석해 보면, 그 뿌리는 항상 서구로 귀착된다. 아프리카, 남미, 동나아시아의 많은 사회적 문제들은 지난 18~20세기에 서구 열강들이 제국주의적 침탈과 수탈을 일삼은데서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위해 평화롭게 자족하는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사회경제 구조를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기후변화를 초래했고 21세기까지 정치적 경제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황금만능주의'의 화신인 다국적기업, 금융체계와 투기금융들은 세계 곡물시장을 조작하고 서구 국가들은 자국 농산물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곡물가격 왜곡에 동참한다.
이처럼 거대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조금씩 더 관심을 갖는데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계의 주인은 정부관료도, 정치인도, 자본가도, 기업도, 투기자금도 아닌 일반시민들이기 때문이다. 해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추진하지 못하는 정치적인 구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럼 무슨 일을 해야 하냐고 묻는 아이에게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경제(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거야."라고 대답한다.(p.153)
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그가 교수이고 유엔기구의 고위인사라는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런 활동과정에서 그 스스로 알게 되고, 보게 된 것들을 국제적 기아 문제에 대한 전문가로서 다시 한 번 분류하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 많지 않은 기아 관련 저술 중에서 이 책은 가장 고급의 정보를 담고 있고, 몇 가지 점에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한 책이다. 아들과의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 현재 기아의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부당하게 이득을 보고 있고, 그런 이득들이 어떻게 재생산되며 더욱더 많은 어린이들을 굶주림으로 내몰고 있는가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우리나라에는 저자가 이 짧은 책에서 말했던 몇 가지 사례와 그것을 둘러싼 구조에 대해서 국제구호단체 활동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이외에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될 북한의 기아문제가 아니더라도 칠레에서 벌어진 일과 네슬레의 관계, 부르키나파소에서 드러난 젊은 혁명가들의 애환, 그리고 국제식량기구의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과정과 같은 얘기들은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사실 장 지글러 만큼 고급정보를 접하면서도 현장에서 상황을 이해한 사람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학자이며 지식인이며 또한 전문가인 사람들은 다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한가운데나 중남미의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하고 분석하고 이것을 전체적인 흐름에서 다시 정리한 사람은 없다. 게다가 기아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거의 초보적 수준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정도의 사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자세하게 저자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먼저 기아의 심각성을 먼저 알아보자.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06년 10월 로마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2005년 기아로 인한 희생자 수를 집계했다.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한 사람이 3분에 1명꼴이며,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 있다. 기아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2000년 이후 1,200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1984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생산되는 식량의 양은 지금 인구의 2배인 120억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먹여 살린다는 의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00~2,700칼로리 정도의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합리하고 살인적인 세계질서는 어떠한 사정에서 등장한 것일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것은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사회구조에 있다. 식량 자체는 풍부하게 있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확보할 수단이 없다.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다? 전세계에서 수확되는 곡물의 4분의 1이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영양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거꾸로 다른 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굶어죽고 있다. 소들이 먹어치우는 곡물이 연간 50만 톤에 달한다.
조작되는 세계 곡물시장 가격과 버려지는 식량이 문제다. 세계시장에 비축된 식량의 가격이 종종 인위적으로 부풀려진다. 세계의 주요 농산물이 거래되고 있는 시카고 곡물거래소는 몇몇 금융자본가들, 앙드레 S.A.(스위스), 켄티넨털 그레인(미국), 카길 인터내셔널(미국), 루이 드레퓌스(프랑스) 등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부유한 나라들은 식량을 대량으로 폐기처분하거나, 법률이나 그 밖의 조치를 통해 농산물의 생산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남반구에서는 식량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도 농산물 가격을 높이기 위해 이것이 유럽 등 선진국의 농업담당 집행위원회가 하는 일이란다.
기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도 변화해야 한다. 정규 수업시간에 전쟁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기아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기아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어떤 수단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토론하는 수업 같은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뜬구름 잡는 식의 정서적인 대응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부적이고 정확한 상황인식이 필요하다. 얼마전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한비야 씨가 네티즌들에게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량생산을 늘여 굶주림을 없애야 한다고 답하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아에 대한 인식인 것이다.
서구 각국과 다국적 기업은 기아를 부추기는 아프리카에서의 전쟁을 이용한다. 2000년 기준으로 아프리카 인구는 세계 인구의 15%에도 못 미치지만 기아 인구의 25퍼센트 이상이 아프리카에 집중되어있다. 1970년에서 1999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만 43차례의 전쟁이 벌어졌고, 이들 전쟁은 심각한 기아를 초래했다. 전쟁의 이유는 복잡하지만 인종간의 갈등, 다이아몬드나 금, 석유와 같은 토착자본을 독점하고픈 욕망 등, 때로는 국제적인 금융 그룹이나 국제기업 등의 외부세력이 개입해서 은밀히 그 지역의 전쟁지도자에게 무기를 대주거나, 용병을 공용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주기도 한다. 이들 전쟁의 희생양은 아프리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들이다.
북한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1995년에서 2000년 사이에 200만 명이상이 굶어죽었다. 1990년도에 비해 곡물의 수확은 늘었지만, 취약한 토지소유 구조, 비료와 농기구의 부족, 만성적인 에너지 위기로 인해 곡물생산량이 최저 생계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06년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80만 톤 이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수확량이 인구의 최저 생계선을 15퍼센트쯤 밑돌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유니세프와 FAO는 북한 아동의 영양 실태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15세 미만 아동의 37퍼센트가 심각한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수유모의 30퍼센트가 영양실조로 빈혈증세를 보여, 아이들에게 젖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스위스의 네슬레와 아옌데의 비극은 다국적 기업이 빈곤국이나 제3세계 국가를 어떻게 수탈하는지 보여준다. 1970년 칠레의 인민전선은 101가지 행동강령을 발표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칠레가 처한 높은 유아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라는 문제를 놓고 본다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공약을 내건 아옌데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 문제에 가장 곤란함을 느꼈던 것이 스위스의 다국적기업인 네슬레였다. 커피와 우유를 주품목으로 하는 네슬레에게 칠레 정부가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칠레에서의 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갈 경우에는 더욱 큰 골칫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가 내건 이 공약이 벽에 부딪힌 것은 칠레의 농장을 장악한 네슬레가 1971년 협력거부 방침을 결정하면서부터이다. 아옌데 정부는 네슬레에게 우유 구매를 요구하였으나, 이 요구는 거부당했다. 이때부터 아옌데는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 정부와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고립되고, 결국 CIA와 결탁한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습격하여 암살당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아마존의 파괴와 사막화로 인해 기아가 심화되고 있다. 1991년 통계에 따르면 36억 헥타르의 땅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전체 육지의 4분의 1, 경작이 가능한 건조지대의 약 70퍼센트나 된다. 사막화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 매년 약 600만 헥타르의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3분의 2는 원래 사막을 포함한 건조지대라서, 경작이 가능한 건조지대의 73퍼센트 정도가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럼 아시아는 어떨까? 역시 경작이 가능한 건조지역의 71퍼센트, 약 14억 헥타르에 걸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중해 남쪽의 건조지대는 이미 그 3분의 2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약 10억의 인구가 가까운 장래에 사막화의 위협에 직면할 거라고 예측된다.
사막화와 농지의 황폐화를 방지하기 위해 ‘사막화방지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이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들은 사막화방지 협약에 따라 파견하는 농업, 수리, 식물, 기후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의 사막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사막화로 인해 수백만의 농민들이 목초지나 경작지를 잃고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들을 도울 능력이 없음을 절감한 유엔은 그들을 ‘환경난민’이라 부르게 되었어. 그런데 문제는 정치난민과 달라서, 그들은 국제사회가 정한 ‘난민조약’(1951년)에 규정된 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무엇인가?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은 먹는 것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최우선 과제는 먹을 것을 섭취하는 일이다. 먹을 것이 없으면 피조물은 죽는다. 식물은 물이 없으면 시들고, 먹이가 없는 동물은 기진해서 쓰러진다. 식량을 구하지 못한 인간은 기력을 잃고 사경을 헤매게 된다.
모든 생명체의 두 번째 과제는 번식하는 일이다. 번식하기 위해 식물은 성숙 단계를 거쳐야 하고, 동물은 번식 가능한 나이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손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너무 빨리 병들거나 죽지 않고 번식 가능한 나이에 들기 위해서는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한쪽에는 특권으로 가득한 풍요로운 세계가, 다른 쪽에는 빈궁한 세계가 존재한다. 태곳적 식량 분배는 남자들의 힘에 좌우되었다. 임신한 여자와 아이는 절대적으로 남자에게 의존해 있었다. 그러나 역사가 흐르면서 영양 섭취는 점점 더 사회적, 정치적, 재정적 힘의 문제가 되었다.
냉전체제의 몰락과 또 한 가지 패러다임 변화는 바로 글로벌화한 자본주의 내부에서 한 가지 자본, 즉 금융자본이 산업, 무역, 서비스 등의 자본들을 제치고 주된 자본으로 부상한 것이다. 금융자본의 이윤극대화 법칙은 오늘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금융자본이 왜 이렇게 우세한 것일까? 거대하고 효율적인 컴퓨터 체계의 발명은 아주 복잡하고 세계적인 ‘경제제국’의 동시적 관리를 가능케 해주었다. 몇 조개의 정보를 빛의 속도(초속 30만 킬로미터)로 중단 없이 순환시키는 통일적인 사이버스페이스가 탄생한 것이다.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이런 패러다임 변화-사회적 양극구도의 몰락과 숨 막히는 기술혁신-는 금융자본의 거의 완전한 글로벌화로 이어졌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에 유통된 금융자본은 이 해에 전세계적으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보다 63배나 더 많았다는 것이다.
1919년에 막스 베버는 “부란 일하는 사람들이 산출한 가치가 이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오늘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부, 즉 경제력은 다혈질적인 투기꾼들이 벌이는 카지노 게임의 산물이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비참한 세계, 너무도 골이 깊은 불평등한 세계. 오늘날의 세계의 주된 갈등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갈등이 아니다. 만성적인 실업난(유럽연합의 실업률은 12.5퍼센트)과 빈곤, 사회의 계층화, 영양실조가 지금은 북반구도 위협하고 있다. 그 주범은 바로 민족을 초월하여 활동하는, 글로벌화한 금융자본의 과두지배, 투기자금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 225명의 대재산가의 총자산은 1조 달러가 넘는다. 이것은 전세계 가난한 자들의 47퍼센트(25억 명)의 연간수입과 맞먹는 수치이다. 빌 게이츠의 자산은 가난한 미국인 1억 600만 명의 총자산과 맞먹는다. 오늘날 개인들은 국가보다 더 부유하다. 세계 15대 부호들의 총자산은 남아프리카를 제외한 사하라 이남의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다.
이런 숫자의 배후에는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 찬 세계가 존재한다. 불평등이라는 부당한 역동성이 현재의 세계질서를 결정하고 있다.
글로벌화한 금융자본의 과두지배자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한다. 이 이데올로기가 바로 신자유주의(시장원리주의)라는 것이다. 이 이데올로기는 특히 위험하다. 중심에 자유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규범도 가라, 규제도 가라, 국민국가도 가라, 장애만 될 뿐이다. 선거도 가라, 일치도 가라, 정권교체도 가라, 민족주체성도 가라. 자유! 자본을 위한 자유, 서비스를 위한 자유, 특허를 위한 자유만 남아라. 그것은 관료제나 모든 종류의 제한에 반대하는 것이다. 오직 ‘완전하게 리버럴한 시장’을 추구하는 시장원리주의(신자유주의)일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기아에 의한 생명파괴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저자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우선적인 과제는 인도적인 구호조처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FAO는 당면한 긴급구호를 위해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있다. 이 식량을 배급하고 관리하는 것은 WFP 담당이다. 그러나 담당자들은 도움을 줄 나라의 사회구조가 어떤지 거의 묻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런 도움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구조가 부실하고 부패한 나라로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 기득권 세력을 강화하고, 부당한 사회구조를 고착시키고, 가난한 사람들을 비참함과 수백 년간에 걸친 약탈에 방치해두게 되는 것이다. 원조식량뿐만 아니라 국제단체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개발지원금도 마찬가지다.
둘째, 원조보다는 개혁이 먼저. 농민에게 토지를 분배하여 그들에게 농사 짓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한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수출국에 속한다. 그런데도 대도시와 시골에서 아이들이 매일같이 굶주리고 있다. 지주의 1퍼센트가 경작지의 43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2000년의 경우, 1억 5,300만 헥타르의 땅이 경작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고, 500만의 농민들이 땅이 없이 가족과 함께 이 거대한 나라의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샛째, 인프라 정비. 제3세계 나라들의 인프라를 정비하기 위해 시급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자본, 도로, 적당한 종자, 비축식량, 농경 전문지식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 아프리카 남쪽에는 엄청난 땅들이 놀고 있다. 그 땅들은 투자가 없이는 경작되지 못할 것이다. FAO의 통계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정상적으로 경작되는 땅은 7억 헥타르 정도인데, 작은 투자로도 경작 면적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생각하듯이 세계 경제의 모든 메커니즘은 한 가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대 전제는 바로 기아는 극복되어야 하며 지구상의 모든 거주민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국제적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고 규범과 협약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카고의 곡물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하며, 협의 등을 거쳐 제 3세계에 대한 식량 공급로가 확보되어야 하고, 서구 정치가들을 눈멀게 만드는 어리석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폐기되어야 한다.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점은 희노애락을 공감하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 2012년 2월 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