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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역사 2 - 주체사상과 유일체제 1960~1994 ㅣ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6
이종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역사비평사 / 2011년 10월
평점 :
한반도의 근현대사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무척이나 왜곡되어 왔다. 물론, 자력이 부족하니 타력에 의해 좌지우지된 측면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조선 왕조 500년은 체제의 구성원이 모두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멸하였다.
왕권은 정조 임금 이후로 외척에 의해 농간을 당했고 체제의 지배세력인 사대부와 관료들은 체제 내부의 역량을 키울 생각은 없이 '상호 괴멸적인 당파투쟁'에 몰입하여 외세의 침입을 자초하였고 중산층과 민중들 역시 무력하기만 하였다.
결국 조선을 둘러싼 제국주의 국가들의 경쟁이 격화되어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침략하게 되었고 일본은 철저하게 조선을 약탈하고 체제 자체를 폭력으로 붕괴시켰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 역시 자력이 아닌 외세에 의존하게 되었기 때문에 조선은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한반도가 동서 냉전의 최전선이 되어버림에 따라 이념의 양극단이 남북에 고착화되었다.
반도 남단 한국의 현대사는 나름대로 대다수에게 알려져 있고 연구결과도 많지만,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 북한에 대해 일반인들은 '베일에 싸인 장막'처럼 잘 알 수가 없었다. 동서 냉전이 무너지고 냉전 이념이 부분적으로 약화되었기 때문에 이제 한국 내 학자들도 북한을 연구하여 결과물을 일반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한지 한 참 되었다.
이제는 남북통일이 '민족적 소원'인지마저 희미해지고 있지만, 한국 내에 냉전수구세력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모르면 앞날을 예측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나 천안함 침몰 사건 등이 일어날 때마다 한국사회와 99%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통일이니 연방이니를 떠나 남북 화해와 교류, 남북 협력과 평화체제가 더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은 공부모임의 새해 첫 교재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연말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북한이 김정은으로 후계체제를 구성하는 계기가 있었기에 선택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나는 약속이 겹쳐서 새해 첫 번째 공부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ㅠ (그래도 책은 꼭 구해서 읽지만...ㅋㅋ) 이 책과 더불어 정창현씨의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2011)도 같은 날 교재였다.
<북한의 역사>는 2권짜리 시리즈다. 해방부터 1950년대까지의 초기 북한사를 다룬 1권과 사회주의 건설이 본격화되는 1960년대부터 김일성 사망 시기까지를 다룬 2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다.
1권은 계간 [역사비평]의 전 편집주간이자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으로서 진보사학계의 한 축을 든든하게 지탱해왔던 김성보 교수(연세대학교)가 집필을 맡았고, 60년대 이후 현대 북한사의 서술은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학술과 정책 양면에서 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이름을 높인 세종연구소 이종석 수석연구위원이 맡았다. 이념과 정치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고 북한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서 그 안에서 통일과 상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진지하고 내실 있는 접근이 기대된다.
김성보, 이종석 두 필자는 공히 ‘자료의 부족’을 일찌감치 고백하며 ‘북한사 바로알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자의적인 판단으로 섣불리 단정 짓는 것이야말로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꼬이게 만들었던 우리 내면의 함정이었다. 오늘날의 북한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은 바로 오늘날의 북한을 있게 한 과거의 역사를 편견 없이 실증적으로 되돌아보는 데 있다. 북한이 걸어온 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재의 북한을 이해할 수 있고, 역사에 기반한 깊은 이해야말로 평화로운 미래를 열어갈 전망을 밝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시리즈 두 번째인 이 책에서는 대체로 10년 주기로 열린 조선노동당 4, 5, 6차 대회를 기준으로 주체사상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어떻게 지배했고, 강력한 대중동원력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유일체제가 어떻게 체제위기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는지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밝히고 있다.
시기구분에 입각한 체계적인 교과서 구성으로 북한의 역사 구비 구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장마다 별도로 다뤄야 할 중요한 테마나 역사의 굵직한 흐름에서 간과하기 쉬운 사람 사는 모습의 면면을 ‘스페셜 테마’로 배치해 입체적인 이해를 도왔다. 정치?경제적인 ‘결정적 장면’들 외에 북한 사람들의 생생한 일상 스케치까지 다양하게 배치된 화보 역시 <북한의 역사 2>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저자는 한때 북한 역사 전개의 기둥이자 근본가치였고 그들의 자랑이었던 주체사상과 유일체제가 어느 시점부터 체제위기를 심화시킨 근본원인이 되었다는 역사적 역설을 차분하게 파헤친다. 주체사상은 맨처음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보완하는 특수한 실천전략으로 제기되었다.
이 사상이 독재자 개인에 의해 전유되어 ‘김일성주의’라 불리고 개인숭배 시스템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자, 북한사회는 일체의 물적, 외적 조건을 주관주의적으로 무시하고 오로지 대중의 ‘혁명적 의지’와 수령에 대한 충성심에 기대어 속도전을 펼치는 방식으로만 사회 발전을 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정한 단계에 오른 사회가 그 이상의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성 있는 개인들의 창의력에 기반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북한사회가 당도한 위기는 일시적이거나 우연적인 것이 아니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선택한 실용주의 노선처럼 자기 사회의 발전단계를 객관적으로 직시하면서 사회구성원의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혁개방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북한의 공식 입장도 그렇고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어떤 이들은 북한의 고립과 경제파탄이 북한 내부의 사정보다 미국 등 서구열강과 남한의 적대행위가 더 크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남한의 적대행위와 압박이 북한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게 우호적인 중국이 오랫동안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는 현실은 북한이 미국에게 핑계를 댈 수 만은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 많은 인민들이 굶주리고 죽어가는 국가 현실을 고려할 때, 주체사상이나 김일성주의, 수령론이나 후계자론, 속도전이나 3대혁명기수론 등 북한이 내부체제에 동원하고 있는 사상, 정책은 내 이성과 판단으로는 수긍하기 어렵다. 아프리카나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등과 같이 당장 북한 영토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 2012년 1월 3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