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 행복을 일구는 사람들 이야기 박원순의 희망 찾기 1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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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시장으로서 바쁘게 지내고 있는 저자는 인권변호사에서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희망제작소를 설립,운영한 바 있다. 그는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 아무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지금도 그가 설립하고 운영했던 각 단체와 조직들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한국사회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저자는 2006년 3월 희망제작소를 창립하면서 "진리는 현장에 있다"는 신념을 발표하고, 이 시대의 문제를 푸는 대안과 해결 방법을 추상적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찾고자 했다. 전국 방방곡곡 현장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수첩을 들고 노트북과 카메라를 둘러메고 길을 나선 저자는, 개발 열풍으로 파괴되고 소외된 지역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21세기 신실학 운동을 구현하는 민간 싱크탱크'를 만들고자 희망제작소를 설립했고 설립 이후 3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길 위에서 살았다. 지역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인터뷰하면서 '지역이 희망이다'라는 믿음을 거듭 확인했다. 자신의 삶을 던져 지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들과 그 현장에서 충전한 아름다운 에너지를 우리 사회에 되돌리기 위해 부지런히 전국을 돌아다녔던 것이다. 이 책은 그 3년간의 결과물이다.
그런 그의 노력이야말로 서울시장으로서의 그의 역량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21세기 한국의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귀에 익은 사투리, 눈에 익은 농촌 풍경들이 여전히 친밀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읍내는 아파트로 뒤덮여가고 농촌을 폐가로 무너져 내린다. 우리들이 다니던 학교들은 폐교로 변한 지 오래고 동네에는 띄엄띄엄 노인들만 보인다. 시골에 남은 친구들도 거의 없다. 아무도 없는 있는 길 옆으로 또 다른 도로들이 건설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도로인가." 이러한 모습은 단지 고향만이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이 똑같은 문제들로 몸살을 앓는다.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농촌 사람들은 중소 도시로, 중소 도시 사람들은 대도시로, 대도시 사람들은 서울로 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골에는 아이들이 없다. 한 면에 초등학교 하나라도 유치하고자 결의한 어느 시골 군에는 한 명이 다니는 학교가 남았다고 한다. 그렇게  떠나간 농촌 마을에는 돈 많은 도시 사람들이 와서 양계장을 짓고 골프장을 짓는다. 시골 군청이나 공공 기관의 직원들도 그 지역에 살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에서 농촌으로 출퇴근한다. 

우리의 농촌은 그렇게 버려졌고, 도시는 언제나 만원이다. 그러나 그 만원인 도시에서조차 지역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아파트의 옆집 사람과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과 도시 사람들조차 '부평초같은 삶'을 산다. 한국에는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주성'이 희박한 것이다.

그런 농촌에서, 마을에서 저자는 희망을 찾고자 했다. 그는 3년 동안 지역 순례를 하면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지역사회 공동체를 복원하고 활성화하려는 집요하고도 다양하며 눈물겨울 만치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 책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희망의 제작자들이며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고, 이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리더들이라고 말한다. 절망과 불가능 속에서 희망이 있는 정화수를 길어낸 두레박 같은 존재들이며, 바로 이들이 증명한 사례들로 우리는 지역과 농촌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능성의 땅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교육 부흥에 앞장서는 교사들,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농민들,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으로 마을을 이끄는 이장들, 지역 환경.여성.복지.언론.정치 등 여러 영역에서 캠페인을 벌여온 활동가들, 지역 주민과 지역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역 관리 등 다양한 층위에서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가고 있는 희망의 제작자들이 그들이다. 저자는 그들의 경험과 사례를 통해 삶의 공동체를 건강하게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과 환경,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고 구체화해야 하는지를 살피고자 했다. 

희망제작소가 펼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 즉 지역홍보센터, 주민참여클리닉, 농촌희망본부, 조례연구소, 자치재정연구소, 소기업발전소와 커뮤니티 비즈니스 연구소 등 다양한 지원 조직을 만들고, 전문가들을 네트워킹하고,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축적하는 동시에 이를 자료집과 보고서, 책으로 발간해내고, 이러한 주제들에 관한 다양한 세미나와 간담회, 강연회를 개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구와 실천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 노력의 일환이다. 
책 말미에 인터뷰에 응해 마을 또는 공동체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들에 대한 정보를 실었다. 필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대로 이 책에 실리지 않은, 필자가 만난 수천 명의 지역 리더들과 현장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소개될 예정이며, 현재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 '박원순의 희망탐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발로 뛰는 사람들, 안전한 먹을거리를 고민하고 환경 친화적인 세상을 일구는 사람들, 마을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사람들, 지역 주민들의 교육, 건강, 복지를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선별하여 담았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발로 뛰는 사람들 이야기에는 마을 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 단양 한드미마을, 불모의 땅을 정감 넘치는 농촌 테마 마을로 이끈 남해 다랭이마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주 육거리시장, 사회적 기업을 넘어 지역경제공동체를 꿈꾸는 태백 태백자활후견기관, 산으로 둘러싸여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늘 가난하기만 했던 마을에서'한국 치즈의 원조 고장'이 된 임실 치즈마을 이야기를 담았다.

일곱 가구가 모여 친환경 다품종 소량의 농산품들을 생산하며 한국 농업의 '잔뿌리 강화론'을 펼치는 괴산 솔뫼농장, 유기농 사회를 꿈꾸며 유기농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부안 산들바다공동체, 농민운동에서 출발하여 지속 가능한 생명 농업, 환경 농업공동체를 꽃피운 의성 쌍호공동체, 여성농민회가 주도해서 만든 두부 공장을 시작으로 영농 조합 법인으로 이어진 횡성 지역순환영농조합법인 '텃밭', 유기농도 과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농민들에게 친환경 농자재를 공급해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게 하는 괴산의 친환경 농자재 은행 '흙살림'이야기 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고민하고 환경 친화적인 세상을 일구는 사람들 이야기로 묶었다. 

마을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사람들 이야기로는 지역 미술인들의 노력으로 재래시장에서 갤러리로 탈바꿈한 마산 부림시장, 양반들이 만든 전통 체험 마을 고령 개실마을, 최규하 전 대통령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 반대 운동을 전개하다가 한지가 원주의 전통임을 알게 되어 시민 축제인 한지문화제를 열고 파리까지 진출한, 원주한지문화제를 이끄는 사람들, 역사와 문화가 산적해 '인천의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인천 배다리마을에서 지역공동체 운동과 문화,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안 미술 커뮤니티 '스페이스 빔', 지역 문화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든 문화 공간 장흥'오래된 숲'이야기를 들려준다.

떠나고 싶은 마을을 살고 싶은 마을로 바꾼 부산 반송동 '희망세상',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장학금을 조성해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청주 금천동 마을장학회,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방에서 일반 시민들이 뜻을 모아 재단을 설립하고 사회복지법인 등록을 한 김해 생명나눔재단, 시 보호수인 느티나무 살리기 운동에서 시작하여 주민 리더, 주민 정치가를 탄생시킨 천안 한국청년연합회, 공공 보건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의 참여로 의료 기관을 만든 원주 원주의료생협 사람들 이야기는 지역 주민들의 교육, 건강, 복지를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 이야기로 분류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옆집 아저씨, 앞집 아줌마이다. 그러나 '살기 좋은 마을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일념으로 정성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리더라고 저자는 말한다.  
 
각각의 지역 사례에서 드러나는 현실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또 얼마나 철학과 비전이 없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동시에 21세기 들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발전방향, 속도와 규모, 토건개발과 환경파괴, 마을과 농촌에 대한 방치와 무대책이 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국민에게 위임받은 업무에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대통령 뿐 아니라 행정부 책임자, 국회, 공공기관, 지자체장과 의회 모두가 개혁대상이고 재교육 대상인 셈이다.
 

현재 박원순 시장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 중인 정책 중에 하나가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그가 3년 넘게 전국의 농촌과 도시지역의 모범적인 '마을사업'에 착안하여 서울시 여러 곳에서 자율적인 지역공동체가 되살아나게 하기 위하여 주거,복지,환경,경제,생협,교육,문화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가 살아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성미산 마을' 등 서울시내 모범적인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지역공동체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투여되어야 하고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공동체가 붕괴된 시간이 오래된 만큼 그것이 복구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헌신적인 주민들이 나서지 않은 채 서울시가 위에서 조건과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여 이루어질 문제도 아니다. 그럼에도 지역주민들이 기존의 시장들과는 전혀 다르게 '자발성'과 '공동체'를 지향하는 박원순 시장의 정책취지를 이용하기만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울시를 이용하여 지역공동체를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저자에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마을과 농촌의 지금 현실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왔는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어떤 것인지, 세계적인 흐름과 국가적인 관계 속에서 마을과 농촌이 어떤 상황인지, 저자가 이야기하는 '블루  오션'이 어떤 시대적 흐름이나 철학적 비전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다. 각각의 마을과 농촌이 새로운 활력을 위해, 공동체 재건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여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과 제도, 경제현실과 사람들의 인생역정을 마을,농촌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각 지역에서의 노력과 결실이 어떻게 제도적이고 정책적으로 보완되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그것을 설명하고 풀어내는 것이 또 다른 전문가나 학자의 몫이 될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저자가 다른 책과 글에서 담아냈는지도... 내가 저자의 모든 글과 책을 읽은 것이 아니기에 더 알아봐야 하겠지...^^
  
[ 2011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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