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으로 산다는 것 - 개정판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40대, 그들은 누구인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005년 기준으로 40대들이 처해있는 현실과 그들의 느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태도와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먼저, 저자는 한국의 40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낀세대, 어정쩡한 세대
- 진화와 도태 사이에 있는 세대
- 마지막 주산세대이자 첫 번째 컴맹 세대
-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
- 조기은퇴 대상자에 속하는 세대
- 안정과 변화에 대한 욕구를 동시에 갖고 있는 모순된 세대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40대는... 시간은 거침없이 흘렀지만,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직장에서, 가정에서 자신 있게 호기도 부려보지만 예전에 없던 불안감과 두려움이 엄습하며.... 지금껏 이곳저곳에 씨 뿌리고 열심히 뛴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텅 빈 들판에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 신세라는 느낌이 든다... 
 
386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40대. 그들을 가리켜 불행한 세대라고도 한다.
대한민국의 40대는 변화무쌍하고 굴곡진 세월을 살아온 세대다.
20대에는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에서 청춘을 불사르기도 했고, 30대에는 IMF를 맞아 주변사람들이 ‘조기퇴직’이라는 불운을 당하는 것을 직접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또 산업시대에서 정보시대로 넘어오면서 살아남기 위해 숨 가쁘게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다.
겪어온 역사적 환경도 남다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직선제 쟁취, 6월 항쟁에 이어 동서 냉전이 붕괴되고 지구 전체로 자본주의가 확장되는 것과 동시에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분단국가의 현실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과연 한국사회에서 40대만이 불행할까?
배운 것, 가진 것 하나 없이 일제시대에 태어나 혼란스러운 해방과 6.25전쟁을 겪고 4.19혁명과 5.16 쿠테타의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한 가족 먹고 살기도 힘들게 연명하면서 자식들을 건사한 우리 부모세대와 전쟁 전후세대가 40대보다 더 불행하지 않을까?
 
아니면, 40대처럼 5.18민주화운동이나 6월 항쟁을 겪지도 못하고 뒤늦게 태어나 한국 자본주의 성장의 혜택도 보지 못하고 IMF 이후에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여 이전 세대들이 구축해놓은 체제와 기득권에 밀려 오로지 입시지옥, 취업전쟁과 비정규직 신세를 면치못하는 20대~30대가 어찌보면 더 불행한 것이 아닐까?
 
그만큼 굴곡지고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오면서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대한민국의 40대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누구나 마흔이란 나이를 맞게 되면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우리 부모세대나 선배세대들고 그렇고 우리의 후배들 역시 40대가 되면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어느 세대건 나이가 든 후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궤적을 떠올리며 허탈해지기 마련이다. 첫사랑 열병에 몸살을 앓던 20대와 달리, 이제는 인생의 허허로움에 몸살을 않게 된다. 직장에서, 때론 가정에서 자신 있게 호기도 부려보지만 예전에 없던 불안함과 두려움이 자주 엄습한다. 지금껏 이곳저곳에 씨 뿌리고, 열심히 뛴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내가 살아온 이유와 살아갈 이유들이 흔들리고 있다. 인생의 이정표 위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갑자기 막막하기만 하다.
 
세대를 떠나 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자식을 둔 한 가정의 버팀목이 된 그들이 마흔 고개를 넘으면서 때론 울고 싶어도 울 수도 없는 감추어진 속내를 한번쯤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은 386세대를 떠나, 누구나 닥쳐오는 40대의 고민과 방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저자 역시 탄탄대로를 달려온 순조로운 이력서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40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그렇듯 동시대의 아픔과 고민, 못다 이룬 꿈과 미련에 대해 저자는 현실을 맞대 듯 솔직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대한민국에서 40대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희망 찾기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려 한다.

평생 뼈 빠지게 일해 처자식 먹여 살리고 집 장만해 이제 한숨 돌릴 때쯤이면 인생은 어느 새 내리막길이더라는 마흔 가장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는 우리 모두가 드러내놓지 않는 인생의 비애를 안겨주는 한 단면이다.
직장에서 사오정 운운하면 지레 내 나이를 손꼽아 겁먹고, 강남불패다, 하면 그곳으로 진입 못한 패자의 느낌에 주눅이 들고, 이 사회가 조기 유학이다, 하면 또 어떻게 해서든지 애들을 유학 보낼 궁리를 하는 사십대에서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또 마흔에 이른 나이라면 누구나 직장에서건, 사회에서건 한번쯤 좌절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십여 년 이상을 일해 왔어도 어느 날 기업은 난데없이 감원,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른다. 극심한 고용불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40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나이듦에서 오는 초조함’이다. 누런 황금 들판을 바라보며 추수의 기쁨으로 들뜨기보다는 오히려 다가올 세찬 겨울이 한없이 두렵다. 행여나 주위의 누군가가 갑자기 쓰러지면, 내게도 곧 닥쳐올 일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
모든 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다가오기도 하고,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며 닥쳐오기도 한다. 이렇게 이 시대의 마흔 가장들은 40대 사망률 1위인 나라에서 ‘나는 아니겠지…’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음은 사실이다.

매일 매일 생존의 치열한 전쟁터와 다름없는 직장생활은 또 어떤가. 매출은 만만치 않고,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교육비는 지금껏 벌어오는 월급만으로는 벅차기만 하다.

더군다나 회사란 조직은 자신의 이런 고군분투에 대해 전혀 인간적인 따뜻함조차 보이지 않는다. 해가 지기 전까지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하루 종일, 1년 365일 전투를 치르고 있지만 너나할 것 없이 이렇게 힘겹게 싸워야만 먹고 사는 세상이 때로는 야속하기도 하다.
꼬리를 물고 이어진 아침 출근 행렬길에서 어떤 날은 아무런 굴레와 책임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도 싶은 유혹도 강하게 느낀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40대는 남달리 겪어온 시대적 환경이 다른 만큼 강하다. 의지와 성취동기도 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또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에 있다 보니 책임감도 무척 강하다. 그래서 전날 늦게까지 남아 일한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아도 가장과 아빠라는 사랑스런 이름을 달고 오늘도 씩씩하게 출근길에 나선다.

이 같은 불안과 절망을 희망으로 180도 변화시켜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각 개인이 불안과 절망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가지 방향과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 개인적인 노력으로 얼마큼이나, 얼마나 많은 개인들이 불안을 이겨내고 희망을 일으켜세울 수 있을까...
자신의 세대만, 각 개인이나 가족이 불안을 이겨내 이후 그들의 주변에 흩어져 있는 이들과 10년, 20년 후 자식세대들은 또 어떤 사회적 현실을 맞이할까... 
 

역으로, 저자가 열거하는 심정과 느낌들은 인간의 역사 이래로  40~50대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아닐까...
그렇게 세대에 세대를 이어 조금씩 조금씩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가끔은 뒤로...) 밀고서 역사위 뒤안길로 퇴장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의 애기하는 40대의 애환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겉으로 존재하는 현실과 당사자들이 느끼는 감정만을 열거할 뿐... 그렇기 때문에 다분히 소박하고 무기력한 희망을 제시할 뿐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런 느낌과 모습들이 당연한 것인지 아닌지, 다른 나라나 다른 시대에는 어떠했는지, 일부의 모습인지 전체의 모습인지,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한지 아니면 사회적, 전체적인 방향과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아무런 분석도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 2010년 4월 25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