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애 책을 통해 새로운 글쓰기 방식-전기(傳記)와 소설의 결합-을 실험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전기의 주인공들은 대개 저명하거나 악명 높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쓴 전기작가와는 서로 일면식도 없을 뿐더러(대개의 경우가..) 대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도식화해버리는 전통적인 전기 집필의 규범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기를 써보려고 도전한 작품이다.
 
<우리는 사랑일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 등 저자는 그동안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주로 써왔다. 저자가 평범한 한 젊은 여성의 전기를 써보겠노라고 결심했을 때 그 결심은 사랑에서 왔다. 글 내용에서 여자친구의 가혹한 비난과 함께 실연을 경험한 주인공은 어느 파티에 갔다가 한 여성과 만난다. 멀리서 일별하고 나서 그렇고 그런 뻔한 여자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런 그에게 그녀가 다가와 그와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편견을 확인하고 그녀에 대한 전기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존 인물들이다. 등장인물들은 작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물론 여전히 살아 있다. 한 젊은 여성의 프라이버시를 완전히 공개하고 그 공개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공감대를 형성한 독자들은 작가와 주인공들과의 성공적인 피드백의 결과로 우리는 위트 넘치고 사려 깊은 한 젊은 여인의 전기와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소설 한 편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의 원제목인 "Kiss & Tell"은 유명한 인물과 맺었던 밀월 관계를 언론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보통 사람, 한 여성의 40여년 일대기를 전기의 형태로 저술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다 읽고나서도 나는 저자가 책에 왜 이라는 제목을 달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소설은 주인공 '이사벨'의 입을 통해 쓰여진 일대기와 작가와 이사벨과의 구체적인 대화와 관계, 그리고 앞의 두 가지를 보다 넓은 범위에서 인간관계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하고 철학과 이성으로 분석하는 세 가지 구성으로 엮어진다. 전기는 한 사람을 깊이 있는 장르이다. 이 소설은 이사벨이라는 한 젊은 여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읽어낸다. 이사벨이라는 텍스트를 읽어가는 저자는 그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따지고 분석하려 든다. 그러나 이사벨은 죽은 텍스트가 아니라 완벽히 설명될 수도 없고 온전히 이해되기도 힘든 살아 있는 인간, 젊은 여자다. 결국 저자가 사랑했던 건 이사벨이라는 텍스트였지 울고 웃고 슬퍼하고 아파하는 살아 있는 인간 이사벨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이사벨의 주장처럼 한 사람의 삶은 당사자도 왜 그러는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의 인간은 참으로 복잡하고 미묘하다. 전 세계 50억명 가까운 사람들 중에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그러한 인간들이 군데군데 모여 집단을 이루고 서로 이야기하고 돕고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 이 지구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말은 선입관을 가지고 누군가를 규정짓고 판정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애기와 같다. 그리고 그런 특징이 인간을 인간답게, 지구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각각 독특하게 만드는 것이지 않을까... 이해하기 이전에 상대방을 '인정'하고 시작할 수는 없을까??
 
"친밀해지는 것은 유혹과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친밀함을 보인다는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비호의적인 판단-사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혹이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 또는 가장 매혹적인 정장차림을 보여주는 것 속에서 발견된다면, 친밀함은 가장 상처받기 쉬운 모습 또는 가장 절 멋진 발톱 속에서 발견된다."(157쪽)

 

[ 2010년 5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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