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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심 - 상 - 파리의 조선 궁녀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고를 때 적지 않게 고민했다.
그 이유는 이 소설도 전에 읽었던 작가의 백탑파 시리즈-방각본 살인사건, 열하문의 비밀, 열하광인-처럼 상,하 2권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출판사의 욕심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가 프랑스로 ’팩션 기행’을 떠나면서 <중앙일보>에 연재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본 것도 원인이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상술’의 주체가 출판사이지 작가는 아닐 것이라는 믿음으로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어떤 이유와 과정으로 <중앙일보>에 기행문을 연재했는지 구체적인 내막을 모르기 때문에 그 건은 보류하리라 마음먹었다.
’소설가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구입한 후, 먼저 읽지 않고 여자후배에게 먼저 읽기를 권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친구는 소설의 다 읽지 않았고 상,중,하권 중 중권까지 읽다가 덮었다고 한다.
그 후배는 역사학과 출신이기에 역사의식에 대한 자신의 고민이 많았던 친구다.
글도 곧 잘쓰는 친구인데 무엇이 그 친구에게 독서를 중단시켰는지는 내가 모두 읽은 후에 물어봐야 하겠지...
작가의 소설은 ’치밀한 고증’이 특징이다.(물론, 다른 소설가들이 고증을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한반도 근현대사에서 큰 갈림길이 되었던 조선 후기 ~ 말기에 대한 작가의 글이 여전히 궁금했다.
이 소설 역시 작가가 고증을 위해 나름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작가는 下권에 자신이 파리와 마르세이유, 탕헤르에서 리심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과정을 설명한다.)
리심(梨心)은 19세기 말 개화기 조선의 실존 인물로 프랑스 외교관과 사랑에 빠졌던 궁중 무희다. 초대 그리고 3대 프랑스 공사를 지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가 그녀의 연인이다. 리심은 1893년 5월 빅토르 콜랭을 따라 조선 여성 최초로 프랑스에 발을 디뎠다. 1894년 10월 플랑시가 모로코 대사로 부임하면서 역시 최초로 아프리카 땅을 밟은 조선 여성이 되었다. 1896년 플랑시를 따라 귀국한 후 궁중 무희로 복직했으나 금조각을 삼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리심에 대한 기록은 2대 프랑스 공사였던 프랑뎅의 회고록 『한국에서(En Cor?e)』을 통해 전한다. 프랑뎅에 따르면 리심은 “유럽인의 눈으로 봐도 정말 아름다웠고”, “폭넓은 정신과 예술적 자질”을 지닌 재색을 겸비한 여인이었다고 한다.
저자 김탁환이 리심에 대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소설을 쓰기 2년 전 우연히 프랑뎅의 회고록 <한국에서(En Cor?e)>를 읽다가 “리심은 자신이 관찰한 놀라운 서양 문물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기록해 두었는데, 나는 언젠가 그 기록들을 꼭 출판하려고 다짐하고 있다.”라는 대목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이 문장에서 착상을 얻은 저자는 리심이 기록해 두었으나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가상의 여행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처음 예상한대로 이 소설이 단순한 ’애정소설’은 아니다. 궁중 무희와 외국 외교관과의 애절한 Love Story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작가의 역사와 인간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다. 그리고 역사와 인간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120년이 지난 21세기 한반도에 여전히 비슷한 상태로 남아있지 않나 싶다.
-------[ 중권 ] -------
이 소설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나아갈 진(진) : 궁녀로서의 삶, 과거의 아픈 기억, 고종과 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과의 만남으로 인해 조선을 떠나는 운명이 나타난다.
두번째는 흐를 류(류) : 빅토르 콜랭을 따라 일본, 프랑스, 모로코 탕헤르, 사하라 사막, 마르세이유를 여행하며 다양한 서구 문화와 사람들과의 관계 겪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번째는 돌아올 회(회) : 조선의 외교관으로 돌아온 빅토르 콜랭을 따라 돌아오지만 고종과 빅토르 콜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다시 궁중의 무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고종 황제 즉위식 특별 공연에서 자신의 마지막 춤을 추고 이승에서 사라진다.
<상권> 주인공 리심의 어머니 월선은 "야소교(천주교)"에 빠져 신부와 함께 리심을 버리고 도망간다. 그 때문에 리심은 관가에 잡혀서 혹독한 관기 생활을 시작한다. 어머니를 닮아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던 리심은 어떤 관리의 추천을 받아 궁궐에 약방 기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궁에 들어가서도 의술을 익히고, 춤을 익힌다. 또한 밤에는 상궁(’큰아줌마’)의 도움으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을 읽으며 나름대로는 세상을 배워 간다. 그러다가 중간에 큰아줌마와 김옥균이 궁궐에 난입하는 사건(갑신정변)이 발생한다. 리심은 사건에 연루되어 죄인으로 조사받다가 중전(명성황후)가 살려준다. 중전의 발을 씻기고 중궁전 앞마당에 온종일 서있는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다시는 춤과 노래, 의술, 서책을 가까이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리심은 밤에 몰래 장악원에서 춤을 익혀서, 사람들로 하여금 귀신이 살고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지만, 중전은 리심이 춤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던 중, 왕실에서 외교관들을 모두 불러 놓고 베푼 축하연에서 리심은 선모(춤꾼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프랑스 공사인 빅토르 드 플랑시는 리심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원래 선모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발목을 삐어 리심에게 자리를 내어준 영은이나, 함께 춤을 추었던 지월, 빅토르, 그리고 고종 모두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만, 정작 리심의 입장에서는 어떤 행동을 어떤 의도로 했는 지,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리심이 한 일이 진짜인지, 그들의 편견에서부터 온 것인지 아무것도 해명이 되지 않는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리심은 어린 소녀에서 아가씨가 되어가고 있다.
<중권> 리심이 외교관인 빅토르를 따라 세계를 물 흐르듯 돌아다니는 내용이 나온다. 본문에서도 외교관은 "흐를 류"자와 닮아있다고 빅토르가 말하는 구절이 있다. 두번째 권에서는 리심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일이 벌어진다. 빅토르 콜랭은 일본을 거쳐 파리로 돌아간다. 일본에서 리심은 김옥균을 만난다. 빅토르는 파리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병이 악화되어 파리에 도착해서도 몇 개월간 병원에 입원한다. 리심은 파리에서 ’파리지엔’으로서 삶을 하나씩 배우고 적응한다. 그러던 중 동양인을 증오하는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하여 유산하면서 우울한 삶이 된다. 파리에 도착한지 1년 후 빅토르는 모로코 탕헤르에 파견가게 되고 리심을 빅토르를 따라 탕헤르에서 새로운 세계와 사람들을 만난다. 리심은 사하라사막을 구경하고 싶어 빅토르를 졸라 사하라사막을 건너기 시작하지만 서양인을 거부하는 베두인들에게 약탈당하고 사막폭풍을 맞아 외톨이가 된다. 리심이 착한 사막의 베두인들에게 구출되고 그들에게서 깨달음을 얻을 때 빅토르는 프랑스군과 함께 닥쳐와 리심을 도운 베두인들을 모두 살해한다.
<하권> 리심은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공화주의자가 되어 빅토르와 함께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다. 조선은 중전이 시해당하고(을미사변)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고 있는 상황(아관파천)이었다. 그 와중에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고 있고, 각국 외교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 리심은 조선에서도 프랑스에서 입던 복식으로 생활한다. 리심은 이제 조선여자도 아니고 프랑스여자도 아니다. 어디에서도 환영받거나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그냥 "리심"일 뿐이다. 사랑은 믿을 수 없고, 서로가 양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서로간의 교류일 뿐이었다. 리심은 빅토르에게 일순간 실망했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다. 고종은 프랑스의 도움을 빌어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싶어한다. 거기에 과격한 홍종우까지 가세했다. 그러나 빅토르는 그들에게 쉽게 힘을 빌려주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한 나라의 외교관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프랑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리심은 다시 궁중으로 잡혀가 춤을 익히고,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 마련한 축하연에서 다시한 번 빅토르와 고종 앞에 선모로 선 자리에서 자살한다.
<프랑스 외교관 프랑댕 (Frandin)의 회고록에 남아있는 동료 외교관(플랑시를 칭함)과 궁중 무희의 사랑에 대한 기록>
청일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890년대 초기의 일이다. 당시 서울 주재 프랑스 공사관의 대리공사 (Charge d’affaires ? Collin de Placy)가 왕궁 소속의 어느 무희(danseuse)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것이 한국 여인과 서양인 사이의 최초의 사랑이 아니었던가 짐작된다. 이들은 함께 프랑스로 와서 결혼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이 무희가 프랑스에 왔다 간 최초의 한국여성이 아닌가 생각된다.
왕궁에 예속된 무희들 가운데 인물이 빼어나게 예쁜 무희가 있었다. 서양인의 눈으로 보아도 두말 할 여지가 없는 미인이었다. 어느 젊은 프랑스 대리공사(‘콜랭 드 플랑시’를 일컬음)가 ? 그 분이 아직도 살아 있으므로 이름을 밝힐 수 없다 ? 이 젊은 여인의 우아하고 매혹적인 아름다움에 반하게 되었다. 대리공사가 고종 황제(이희)에게 이 여인을 요구하자 황제는 너그럽게도 그녀를 (선물로) 하사했다. 무희는 근본이 노비 출신이므로 저항없이 새 주인을 따르지 않으면 안되었다.
유럽으로 돌아가게 된 대리공사는 날이 가면 갈수록 이 젊은 한국 여인의 지적인 우수성에 끌리게 되었다. 그녀와 떨어질 수 없게 되자 그녀를 프랑스에 데려가기로 했다. 그들이 한국을 떠나기 전, 나(저자, 프랑댕)는 대리공사의 집에서 문제의 그 무희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국 고유의 옷을 입은 미녀를 보고 나도 감탄해 마지 않았다.
프랑스 공사가 한국을 떠나는 날, 작별 인사를 할 때 그녀가 우아한 빠리지엔느 같은 의상을 차려입은 것을 보고 놀라, 어쩐지 가슴이 아팠다. 불안한 예감마저 들었다. 법썩 가운데서도 ‘Li Tsin ? Fleur d’ame’ 이라 (‘리화심, 李花心’ 또는 ‘리심, 李心’ 을 표기한 것) 이름한 이 무희의 깊고 맑은 눈 만은 반짝였고, 그녀의 개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동료이자 친구인 외교관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나는 그녀와 결혼하겠습니다. 당신은 리심의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모르실 겁니다. 한국에서는 여신이 될 만한 미인이며, 프랑스에서는 천사와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입니다.”
유럽에 도착하자, 그는(플랑시 공사) 약속대로 ‘노비’와 결혼하였고, 그의 아내가 된 리심에게 각종 개인 교수를 대어 주었으며 지도교수들은 모두 이 한국 여인의 적응 능력과 예술적인 본능을 인정했다. 천재적인 이 여인은 프랑스의 관습, 카톨릭 교리에 감탄하였으며, 아름다운 서구 언어에도 곧 친숙해 졌다. 그녀는 보고 느낀 것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썩 잘 썼는데, 언젠가는 그녀가 쓴 것을 발표할 날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지나친 지적 감수성 때문인지, 오래지 않아 리심은 날마다 접촉하는 유럽 여인에 비해 신체적인 열등감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녀는 수심에 잠겼다. 남편의 부드러운 사랑에도 불구하고 날로 수척해 갔다. 아무리 떨쳐 버리려 해도 우수(brumes, 근심)가 동양의 뜨거운 태양에 거슬린 그녀의 이마를 덮고 떠나지 않았다. 가련한 작은 한국여인은 하도 야위어서 소파에 깊이 앉아있는 것을 보면, 우스개 말로, 원숭이에게 여자 옷을 입힌 것과 같이 보일 정도였다. 폐병으로 기침을 하기 전, 리심이 눈을 감고 이야기를 할 때, 리듬있는 그녀의 이야기에 우리는 귀를 기우려 황홀하게 듣곤했다. 리심은 멋진 말을 골라 장면을 묘사하면서 색채를 가미했다.
여러 달이 흘렀다. 휴가가 끝나 대리공사는 부인을 혼자 집에 두게 되었으며, 부인을 위해 한국식 안방을 꾸몄다. 그 후, 어느 날, 대리 공사는 다시 서울로 부임하게 되었다. 이 사실이 궁녀출신의 그의 부인에게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리라는 것을 예견하지 못하고, 짐을 꾸려 그녀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울에는 리심의 적이 있었는데, 어느 고관이었다. 아무리 숨어있다 해도 그녀가 서울에 돌아왔다는 사실은 곧 알려지게 되었다. 외국인과 결혼했다 하여 노비의 신분을 면하는 것이 아니었다. 왕 자신이 한 여인의 신분을 해방시켜 주고 싶어도 못하는 사회였다. 전 주인이 리심을 데려간 것이다. 그녀는 저항해 보지도 않고 되는대로 자신을 내맡겼다. 왕립 무희단(college)에도 강제 편입되어 다시 궁중무희로 옛 직업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인권에 대한 자각’을 경험하고 서양문화를 접했던 리심은 사슬에 매인 육신에 다시 멍이 들기 전에 금 조각(feuille d’or)을 삼키고 자살하고 말았다.나(저자, 프랑댕)는 ‘야만인들’ 가운데 방황한 이 여인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망을 이길 수가 없었다. 먼 후세의 개화한 한국 사회에 살아야 될 이 여인이, 신의 의지로, 너무 일찍 조선에 태어났던 것이다.
-----[ 하권 ] --------
저자의 역사소설, 팩션은 기본적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이 소설 역시 기록으로만 보아서는 아마도 리심이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에 가본 여성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기초로 하여 전개한다.
갑신정변-갑오개혁-을미사변-아관파천으로 이어지는 조선 후기 역동적인 근대사 와중에 살았던 리심이었기에 저자는 절묘하게 그 시대적인 격변 속에 리심이 자리잡게 하여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궁녀 -> 파리 공사관의 아내(?) -> 궁녀로 이어지는 그녀의 인생은 천당과 지옥을 오고갔다.
조선시대 궁녀는 ’관비’, 말 그대로 관의 노비일 뿐이며 왕의 소유물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종은 프랑스 공사에게 궁녀를 선물로 ’하사’했고 다시 필요할 때가 되어 선물을 돌려받았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궁중 무희로 돌아간 리심은 자살로서 생을 마감한다.
저자는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그 사실을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일본, 청나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열강과 외교적인 협상을 위해 리심을 이용한 것으로 줄거리를 전개한다.
물론 조선왕조시대, 전근대적인 사회체제에서 서구 문화를 받아들였을 때 그녀는 수많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사대부 집안의 여인들마저 유교문화 속에서 인간으로서 대접받지 못하던 시대...
여성으로, 그것도 궁중의 노비라는 처지를 벗어나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의 문화에서 받았을 충격...
각종 행사와 무도회, 거리의 모습, 에펠탑과 대극장, 상점과 식당 등...
1년 이상 프랑스에 머물르고 나름대로 프랑스의 언어와 문화를 익힌 상태에서 리심은 자의식과 자존감을 키웠을 것이고 다시 지옥같던 궁중무희로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과거의 리심이 아닌 상태...
그런 상황에서 리심에게는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리심을 통해 19세기 말 조선 말 근대여성들의 희망과 절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나마 당시 수 많은 조선의 여성들에 비해 리심은 잠시나마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조금 소설적 요소로 인정하기에 어려운 부분은 몇 가지...
먼저, 리심이 갑신정변에 연루된다는 설정...
상궁이었던 ’큰아줌마’가 리심을 어머니처럼 돌봐주었다 하여 갑신정변과 같은 큰 거사에 리심을 끌여들였다는 설정도 그렇고 갑신정변에 연루된 리심을 중전이 살려둔다는 설정도 약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둘째는 김옥균과 관련된 일화들..
일본에서 김옥균과 마주치던 상황을 왜 설정했는지 조금 의아하다.
셋째는 고종이 리심과 잠자리했다는 설정...
당시 고종은 조선의 왕이었기에 굳이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리심은 궁녀이기 때문에 리심이 파리에서 돌아왔을 때 다시 궁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공화주의자로서의 리심의 설정...
20년 가까이 조선에서 궁녀로 살았던 리심이 1년 넘게 서구의 책을 읽고 토론한다 하여 공화주의를 이해하고 공화주의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 2010년 6월 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