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주변의 여러사람들을 보면 ’밥벌이’에 대해 생각나게끔 하는 경우가 있다.
하루하루의 삶이 ’노동의 신성함’ 또는 ’전문성’과 더불어 ’밥벌이’란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노동은 인간이 동물과 다르게 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20세기를 넘어서 21세기 노동에 대한 인식은 ’인간다움’보다 ’지겨움’ 쪽이 더 강한 것 같다.
하지만 역으로 노동이 ’밥벌이’로서만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직접 논밭에서 농산물을 재배해야만이 ’인간다운 노동’이고 ’소외되지 않는 노동’일까?
처음 책 제목에 이끌려 인터파크에서 주문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 밥벌이의 지겨움 >이 나를 ’혹’했던 것보다는 다소 다른, 저자의 에세이가 주로 담겨있었다. 약간의 서운함...??
 
이 책은 저자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잔잔한 소회로 구성되어 있는, 전형적인 ’에세이’다.
그리고 그 소회는 독자들에게 저자가 나이들어 감에 따라 과거에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다시금 보여지고 느껴지는 생각과 느낌을 담담하게 전해진다.
"하류의 강은 늙은 강이다. 큰 강의 하구 쪽은 흐려진 시간과 닿아있고 그 강은 느리게 흘러서 순하게 소멸한다. 흐르는 강물 옆에 살면서 여생의 시간이 저와 같기를 바란다."
"늙으니까 두 가지 운명이 확실히 보인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벼락치듯 눈에 들어오고 봄이 가고 또 밤이 오듯이 자연현상으로 다가오는 죽음이 보인다."
"노는 아이들의 몸놀림과 지껄임은 늘 나를 기쁘게 하는데, 혼자서 바라보는 자의 기쁨은 쓸쓸하였다."
"빛이 성긴 저녁, 사물의 안쪽은 드러나는데, 그때 대낮의 빛들은 모두 하늘로 불러 올라가 한강 어귀의 노을로 퍼진다. 그런데 나는 왜 그 빛과 노릉과 쥐와 새에게로 건너가지 못하고 마루에 주저앉아 말을 지껄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세상의 더러움에 치가 떨렸고, 세상의 더러움을 말할 때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가슴 아팠다."
 
21세기 첨단 산업시대에도 저자는 ’아나로그’적인 삶을 즐기고 추구한다. 아나로그만이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끼므로...
아직도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고 지우개로 수정,편집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느낀다.
목수들의 손놀림에서 창조와 예술성을 발견하고 걷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면서 땅(대지)와 직접 맞닿아 있음으로 해서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밥을 먹기 위하여 밥벌이를 하는 것인데, 밥벌이에 얽매여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삶...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제네바 협정에 대한 비판적 인식, 현대사회에서 인의예지에 대한 새로운 입장, 히딩크 열풍의 교훈, 국수주의 유감, 수몰민 할머니의 남은 삶... 
저자의 삶과 문학에 대한 자세와 접근법은 독특하다.
저자는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하다가 다시 사회부 경찰 출입기자를 자처하여 다시 한겨레에 입사한 경력이 있다. ’글을 쓰다 보니 관념과 추상의 세계에 너무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학계에서 저자의 문체는 ’칼로 조각’하는 것 같다는 표현이 많다고 한다. 
’숨막힌다’라는 반론도 있고... 하지만, 나는 저자의 소설을 읽을 때 그다지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간결하게 끊어지는 저자의 문체가 나름 다가오는 느낌도 있고 저자의 글은 ’그렇다’라고 인정하고 읽을 뿐이다.

’아나로그적인 삶’...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은 나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에게 이 책에 대해 유감이 있다.
몇 번을 생각해보아도 이 책은 저자의 지겨운 '밥벌이'를 위해 그동안 신문 및 인터넷 등에 실린 글을 묶어서 출판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요즘 이런 책들이 서점가에서 자주 보인다.
한국 문학계, 소설계를 이끌어온 몇몇 50~60대 대가들이 벌써 창의성이 메마르고 사람들의 삶과 사회변화의 모습에서 멀어진 것일까??
 

[ 2010년 6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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