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해학과 재치가 어루러진 생생한 과학이야기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저자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대학교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2008년에는 인터넷 신문에 연재하여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꾸준히 읽기 시작했을 때, 처음 그런 독서습관에 동기부여를 해준 책이 브라이언 그린의 < 우주의 구조 >와 김탁환의 팩션소설 < 백탑파 시리즈 :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이었다. < 우주의 구조 > 이후 지금까지 220권이 넘게 읽은 책 중에서 수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 분야의 책은 61권 정도였다. 그 61권 중 해당 학문분야에 대해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가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 책은 별로 없었다.
 
책 속의 글은 복잡하고 난해한 현대물리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서, 과학이 현대인들의 세계 인식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예를 들어 나는 그의 글을 통해 피카소 등 현대 미술가의 작품 세계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교육제도나 유전자 조작, 경부고속철도의 문제점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통해 참다운 과학은 결코 물질적 번영을 위한 도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은 어떤 의미를 주는가?
첫째, 과학은 '과학적 사고방식'을 만들어 준다. 과학적 사고란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말한다. 특히, 과학의 중요성은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과학정신'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과학을 통해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추구할 수 있다. 자연과학이란, 자연현상, 즉 우리 자신을 포함한 우주 전체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을 탐구하다 보면 인간과 우주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므로 세계관 자체가 바뀌게 된다.
셋째, 과학의 현실적 의미... 특히 과학 지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용하면 과학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지만, 그 반대로 잘못 이용하게 되면 엉청난 재앙을 가져다 준다.
넷째, 과학은 문화의 중요한 근간이다. 장군총, 가야고분, 첨성대, 팔만대장경과 같은 문화유산과 마찬가지로 그런 유산을 만들어내는 인간과 과학활동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과학은 공학이 아니라 인문학에 더 가깝다.
 
더군다나 저자는 자연과학 내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과 인문학, 철학 등이 어떻게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인지, 인간과 지구를 위한 자연과학을 위하여 어떤 관점과 과정이 필요한 지, '과학적'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쾌한 해답과 방향을 제시한다. 늘 답답하고 막연하게 느꼈던 것들에 대해 한 줄기 서광이 비추는 느낌이다...
 
나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자랑스럽게 나의 주변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한국인임에도 외국의 학자나 교수보다 탁월한 감각으로 어려운 자연과학, 물리학의 정의와 개념, 방법론과 이론에 대해 설명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적지않는 자연과학 분야의 서적, 대학시절 배웠던 교수들의 강의에서 어렴풋하게 이해하고 암기하고 말았던 자연과학이 피부 속으로, 머리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느낌이다.
비록 한국 자연과학 전문가들이 아직 자연과학분야의 노벨상을 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앞으로 한국의 자연과학이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저자가 이야기했듯이 앞으로 한국의 정치,행정,교육,사회,문화 등 전분야에서 발상의 전환과 끊임없는 도전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외래어나 일본식 표기가 아닌 순수한 '한국식'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하면서 국내의 학자들과 교수들, 지식인들이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용어'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나 역시 서평이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영어식, 일본식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했던 것에 대해 책을 읽는 내내 후회했다.
 

장회익교수가 쓴 추천사에는 저자가 얼마나 뛰어난 전문가이자 참된 학자인지 말해준다.
"물리학의 정수를 그 안에 담아내면서도 이것을 쉽게, 재미있게, 그리고 간결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학을 안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물리학의 내용에 대한 완벽한 파악은 물론이고 이것을 마음대로 반죽하여 원하는 형태로 얼마든지 변형해 내는 마술가적 소양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물리학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며, 여기에 다시 이를 말로 표현해 낼 언어적 구사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소양을 갖춘 사람을 찾아보기가 우선 쉽지 않다. 그리고 설혹 이러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학문 세계에서 별로 큰 보상이 따르지 않는 이러한 작업에 선뜻 뛰어들어 이를 하나의 책으로 완결시켜 나가기까지의 노력과 인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정상급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최무영 교수가 이 일을 해 주었고 그것도 아주 잘 해내었다는 것은 우리 학계 그리고 문화계로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2010년 6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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