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3분 - 폴 데이비스가 들려주는 우주의 탄생과 종말 사이언스 마스터스 3
폴 데이비스 지음, 박배식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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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세 번째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대표적인 장르가 재난영화다. 그 중 1998년에 한국에도 개봉했던 <딥 임팩트, Deep Impact >라는 영화가 기억난다. 우주에서 아무 생각없이 날아온 혜성이 시속 56,000km 즉 초속 16킬로미터로 지구로 돌진한다. 1조 톤의 얼음과 바위가 음속의 47배나 되는 속도로 지구와 충돌한다.
 
이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 지구 표면 바로 위의 하늘이 갈라져 열리고 수천 세제곱 킬로미터의 거대한 공기 덩어리가 한바탕 휘몰아쳐 지나간다. 도시의 둘레보다도 더 넓은 불기둥이 지상으로 내려와 15초 뒤에 지구를 덮친다. 무수한 지진이 동시에 발생할 저도로 큰 충격으로 행성 지구 전체가 진동한다. 밀려난 공기의 충격파가 지구의 표면을 스쳐 지나갈 때 마주치는 모든 구조물을 휩쓸어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뒤에는 분화구, 녹아내린 암벽, 허공으로 튀어나가는 바위들, 거대한 해일, 먼지로 인한 암흑...
지구는 지금으로부터 6,500만 년전에 위와 같은 충돌로 공룡이 멸망했다고 과학자들은 믿고있다.
 
종교에서는 <아마겟돈>으로 부르는 지구의 대종말... 그리고 우주의 최후...
 
현대과학의 주요 이론 중 하나인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물리적 활동이 열역학적 평형인 최종 상태, 즉 최대값의 엔트로피를 가진 다음에는 영원히 엔트로피 값의 변화가 없는 상태를 향해 진행한다. 평형을 향한 이런 일방통행은 우주의 ’열적 죽음(heat death)’로 알려져 있다. 우주가 열역학 법칙들의 피할 수 없는 결과로 죽어 간다는 발견은 여러 세대의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에게 암울한 영향을 끼친다.
 
지금까지 과학의 결론은 대폭발이 모든 물리적 공간, 시간, 물질, 에너지의 궁극적인 출발이라는 사실이다. 대폭발 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대폭발을 일으킨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이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의미에서 원인은 존재할 수 없다.
 
우주가 탄생한 이래 핵반응을 통해 원자핵을 형성하면 결합한 것, 물질이 생성된 것은 탄생 후 3분간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우주는 급팽창을 통해 엄청나게 확장된 이후 지금처럼 서서히 커져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0억년 이후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별들의 대부분은 열역학 제2법칙의 희생물이 되어 소멸될 것이다. 태양도 지구도 함께...
 
과연 현대의 과학은 우주 종말 말고 다른 시나리오를 보여줄 수 없을까?
저자는 현재 과학계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다른 시나리오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폭발로 탄생한 다음, 팽창하고 냉각되다가 물리적 퇴화를 맞게 되거나, 아니면 대붕괴로 사라진다는 우주의 기초적인 시나리오는 과학적으로 꽤 잘 정립되었다. 하지만 길고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물리적 과정들은 거의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천문학자들은 이제 어느 정도 별들의 일반적인 운명을 명백히 이해하고 있으며, 중성자별들이나 블랙홀들의 기초적인 성질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우리 우주가 수조 년, 또는 그 이상 지속되면 현재의 미묘한 물리적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혀 모르고 있다. 다만 궁극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게 되리라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자연현상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우리가 해 왔듯이, 우리는 우주의 궁극적 운명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논리적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문제는 우주의 운명을 논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몇 가지 개념 혹은 물리적 과정들 - 중력파 방출, 양성자 붕괴, 블랙홀 복사 - 이 이론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말해서, 여기서 제시된 아이디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물리적 과정들의 발견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뒤집어질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같은 불확실성들은 지능을 가진 생물이 있어 우주에 살고 있어 우주의 운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할 때 더욱 커진다. 여기서 우리는 공상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영원 무궁한 시간에 걸쳐서 생물이 물리적 시스템의 운동을 거대 규모로 현저하게 수정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저자는 많은 독자들이 갖는 우주의 운명에 대한 환상이 인류, 또는 먼 후손의 운명에 대한 관심사와 강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우주의 생명체라는 주제를 포함시켰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과학자들이 인간 의식의 본성을 진실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주의 먼 미래까지 지속될 의식적 활동을 허용할 수 있는 물리적 요구 조건들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점을 상기시키려 한다.
 
언제나 우주론, 천문학은 거대하고 담대하다.
언제나 나를 기죽이게 하고 인간을 겸허하게 만든다.
저 광활한 우주, 그 우주의 역사와 미래...  나는 그 속에서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 2010년 7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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