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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우리시대의 성인’이라는 표현을 별로 반기지 않았다. ’성인’이라는 표현 자체도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그것은 인류 역사의 4대 성인이라고 명명되는 예수, 석가모니, 마호메트, 공자 등이 대부분 인류에게 종교와 사상을 가져다 주었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그 종교가 도그마가 되어 수 많은 살륙과 학살(특히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교)의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백과사전에서 ’성인’에 대한 정의는 "인격과 식견이 뛰어나고 덕망이 높은 인물’이라고 되어있다.
성인 자체로는 후세의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 존경받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일생을 살았을 것이다.
다만, 그 ’성인’들의 가르침이 후세의 추종자들에게 도그마가 되어 왜곡되고 비수가 되었을 것이라고 좋게 해석해본다.
법정스님 역시 우리나라에서 ’성인’ 또는 ’스승’으로 인정받는 분이다.
일찍이 젊어서 진리를 찾아 길을 나섰다가 삭발을 하고 출가를 했고 일반적인 승려들의 여정과는 달리 수행을 위해서 34년간(송광사 불일암에서 17년,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17년)을 홀로 정진하셨다.
불가의 가르침을 솔선수범하신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바, 돌아가시는 날까지 책과 자연, 그리고 차 한 잔을 행복으로 삼으신 분이셨다.
하지만 스님은 불가의 경전이나 석가모니의 '말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진리를 찾아 스스로를 단련하고 참선하고 깨우치는 것이 진정한 불법이고 '도'라고 생각하시면서 평생을 '탐구'와 '정진'의 자세로 살다가 입적하셨다.
스님의 삶과 가르침이라면,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널리 인간과 자연을 이롭게 할까??
이 책은 스님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엮어낸 책이다.
지난 3월 길상사에서 스님이 돌아가시고 다비식이 거행되는 동안, 그리고 그 분의 유언으로 출간서적들이 절판되었다는 소식을 언론에서 접하면서 언젠가 스님의 생각과 사상을 배우는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해 왔다.
지난 5월 다른 책을 구입하면서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문득 무언가에 이끌려 스님의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스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책 제목과 같은 소 단원의 글 안에 담겨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여기에서 ’마무리’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마무리’의 의미와 똑 같지는 않지만 얼핏 생각해보면 ’마무리’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는 스님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도 든다.
- 그때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
-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숙시켜 주었음을 긍정하는 것.
-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
-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
- 내려놓음
- 비움
- 삶의 본질인 놀이를 회복하는 것
-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아는 것
-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
- 자연과 대지, 태양과 강, 나무와 풀을 돌아보고 내 안의 자연을 되찾는 것
- 나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과 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와 지는 것
-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하는 것
- 단순해지는 것
-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그렇다면 나는 그렇다면 과연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도리를 다하고 있는가...
내가 살아온 삶에 감사하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지금이 바로 그 때’라 함은 무엇인가...
나는 용서하고 이해하고 자비를 베푸는가...
나를 얽매고 있는 구속과 생각은 무엇인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
자연을 생각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려고 하는가...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가...
늘 배우고 익히고 탐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선배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일희일비’한다고 핀잔을 듣고 비난을 들어온 지 어언 수십년...
’일희일비’하지 않고 무던하고 일관된 삶을 살아갈 철학이 나에게 있는지... 언제나 중심을 잡으려는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업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누가 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고 나는 그들의 고통을 어떻게 치유해주어야 하는지...
무엇이 이 자리에서의 최선이고 나를 얽매는 구속과 생각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더 늦지않게 깨달음을 얻을 수는 있는지...
그러면서 다짐해 본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끝없이 읽고 배우는 것이리라.
스님의 말씀처럼 고전과 경전과 참다운 책을 늘 가까이 끼고서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그리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베푸는 것이리라.
언제든 버릴 수 있고 떠날 수 있도록 나를 구속하지 않고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고 자연에서 배우고...
모두가 한 번 태어나서 불꽃같은 삶을 살아간다.
숨쉬면서 지내는 동안 어떻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도 그 만큼 더 중요한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나를 되돌아 보고 오늘의 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꼭 한 번씩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 2010년 7월 1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