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 - 리처드 리키가 들려주는 최초의 인간 이야기 사이언스 마스터스 4
리차드 리키 지음, 황현숙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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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네 번째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200년도 훨씬 전인 1785년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는 그의 책 < 자연의 체계, System Naturae >에서, 인간을 속명과 종명을 합쳐 표기하는 ’이명법’의 체계에 따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이름 붙이고 하나의 종으로 분류했다. 그로부터 다시 100년 후인 1859년 다윈은 < 종의 기원 >에서 인간도 다른 생물로부터 진화해 왔음을, 다시 말해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임을 암시하였다. 그 이후 편견으로 가득 찬 고매한 인간 대신 원숭이를 할아버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다윈의 열렬한 추종자인 토머스 헉슬리와 그 후예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책은 진화론의 역사나 과학과 종교를 둘러싼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더구나 창조론을 비판하지도 않는다. 그저 모든 비밀을 감춘 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지구가 감질나게 토해내는, 확률 1천만분의 1이라는 호미니드 화석을 찾아 뜨거운 사막과 동굴을 탐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실낱 같은 근거로부터 인류 진화의 대장정을 설명해 보려는 노력이 담겨있다. 그리고 현생 인류의 진화는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 동일한 정신세계의 탄생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예술과 언어, 그리고 인간 정신의 기원까지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흔히 인류학자들은 인류 진화의 연구가 과학의 엄밀성과 탐정 소설의 낭만성이 어우러진 탐험 소설과도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하다. 고고학과 지질학, 자연인류학, 고생물학, 분자생물학 등의 빈틈없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언어와 예술, 인간 정신에 대한 폭넓은 해석과, 더러는 풍부한 상상력이 어우러진 한 편의 대서사시라고 설명하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1세기 현재,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선사 시대의 전반적인 모습 중 네 가지 주요한 단계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최초의 단계는 ’사람과’의 기원으로, 두 발을 가지고 직립 보행하는 유인원 종이 진화한 것은 약700만 년 전의 일이다. (1980년대 초 터키에서 발견된 라마피테쿠스 화석)
두번째 단계는 두 발을 가진 종들의 분화로서 생물학자들이 ’적응 발살’이라고 부르는 과정이다. 700만 년 전과 200만 년 전 사이에 두 발을 가진 여러 유인원 종들이 진화했으며, 각기 조금씩 다른 생태 환경에 적응해 갔다.
세번째 단계는 300만 년전과 200만 년 전 사이에 상당히 큰 뇌를 가진 종이 나타났다.(현대 인간의 뇌 용량 1,359cc, 호모 하빌리스 800~900cc, 오스트랄로피테쿠스 300~400cc) 이는 ’사람속’의 기원을 의미한다. 사람속은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궁극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해간 인류라는 나무의 한 가지이다.
네번째 단계는 현생 인류의 기원으로, 달리 찾아볼 수 없는 언어와 의식, 예술적 상상력, 그리고 기술 혁신의 능력을 완벽하게 갖춘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진화한 것이다. (현대형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어딘가에서 불연속적인 진화를 통해 등장하여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호모 하빌리스를 대체해 현재에 이르렀다.)
 
결국 현대 인류는 수백만 년 전부터 경쟁관계에 있는 포유류나 파충류, 그리고 호모 에렉투스 등 사람과의 다른 종족, 호모 사피엔스 내의 다른 종과 집단, 같은 집단 내부의 개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그것은 자연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현대 인류는 개체가 살아남기 위해 집단을 구성하였고 그 집단이 의사소통을 하고 힘을 모으고 대를 이어가면서 자연선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어와 의식, 예술, 도구와 기술혁신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다.
인류는 자연선택을 받음과 동시에 스스로를 창조해왔다.
 
지금으로부터 100만 년 전부터 인류는 서로 경쟁하면서 살육함과 동시에 서로 협동하고 상생하는 방법을 터득해 온 것이다.
100만 년이 흘러 21세기가 되었다.
이제 인류는 서로 경쟁하고 살육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유전자에 더 강하게 남길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서로 협조하고 상생하는 것을 유전자에 더 남길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인류에게 달려있고 그 결과는 수 만 년, 수 십만 년 후의 인류의 모습을 규정할 것이다.

 

[ 2010년 7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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