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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ㅣ 까치글방 170
토머스 S.쿤 지음, 김명자 옮김 / 까치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은 50여년 전(1962년) 이 책 한 권으로 과학계에 충격을 주었고 그 이후 끊임없는 열광과 찬사, 비판과 논쟁을 낳았다.
쿤은 처음 이 책을 출간한 이래로 2회에 걸쳐 수정판을 발간하였고 세 번째 수정판을 발간을 준비하다가 1996년에 타계했다.
토머스 쿤과 이 책은 과학사를 대학과 학계의 전공으로 탄생시켰고 ’패러다임(paradigm)’과 ’과학혁명 Scientific Revolution)’이라는 단어가 과학 뿐 아니라 전분야에서 사용되도록 영향을 미쳤다.
한 마디로 근본적으로 과학적 지식의 변천 및 발전이 혁명적으로 이루어진다 것으로, 과학의 진보가 축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종래의 귀납주의적 과학관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은 발간 이후 과학계 그 자체 뿐 아니라 철학,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정치학 등 학문과 정치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자연과학, 과학사, 인문학, 사회과학, 문화를 연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되었다.
1922년 미국에서 태어난 토머스 쿤은 1943년 물리학 전공으로 하버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과학개발연구소에서 2년간 일한 뒤, 모교 대학원 물리학과로 돌아가 학위 과정을 받았다.
쿤은 1948년 하버드 대학 ’신진 연구원(junior fellow)’ 기간과 1951년 하버드 대학 교양과정 및 과학사의 강사와 조교수 경력을 거치면서 과학 사상의 혁명적 변화들에 대해 깊이있게 연구했다.
10여년간 철학,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분야의 폭 넓은 독서와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쿤은 자신의 과학혁명의 이론의 틀을 조금씩 갖추게 된다.
[코페르니쿠스 혁명(Copernican Revolution)]의 업적으로 학문적 역량을 널리 인정받은 쿤은 버클리 대학으로 옮겨서 과학사 과정의 개설을 주도한다.
그리고 2년 뒤 스탠퍼드 대학의 행동과학고등연구센터에서 사회과학자들과 생활한 것을 계기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의 창안에 이르게 된다.
언론이나 학자, 그리고 우리들 마저도 가끔 사용하는 단어, ’패러다임(paradigm)’....
패러다임은 어떤 뜻인가?
백과사전에서 ’패러다임’의 정의는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네이버)’, ’어떤 한 시대의 지식인들의 합의로 형성된 지식의 집합체들(다음/구글)’로 풀이된다.
보통 우리가 ’패러다임’이라 용어를 사용할 때 역시 한 시대를 관통하는 일관된 사고방식을 뜻하게 되고 ’패러다임이 변했다’라는 식의 표현이 자주 나타난다.
즉, 과거의 낙후되거나 잘못된 생각들과 사고방식들에 대한 비판과 변화를 촉구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이란 언어 학습에서 사용되는 ’표준예(exemlar)’라는 뜻의 단어다. 즉, 언어학에서 나온 표현이다.
과학지식의 발전 이론에 이 용어가 도입된 것은 언어학의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쿤의 견해에 따르면, 학생들이 과학 교육에서 습득하게 되는 것은 흔히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인 과학적 개념의 정의라기보다는 오히려 용어들이 사용된 예제들을 푸는 표준 방법에서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과학 연구가 수행된다는 실제 과학의 특성에 주목함으로써, 과학 활동을 어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표준형으로부터 여러 가지의 변형들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비유하게 된 것이 ’쿤의 패러다임의 출현’을 낳았던 것이다.
쿤은 이 책에서 자신의 이론을 역사적, 실제적으로 과학 활동이 어떻게 수행되는가에 대해서 경험적, 사회적 측면에서 타당한 설명을 제시한 다음에 규범적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쿤은 자신의 이론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구체적이고 방대한 실증자료와 역사적인 고찰, 전공을 막론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관점과 이론을 도입한다.
그 속에는 수 많은 과학자들과 그들의 저서, 특정 과학적인 실험과 이론을 둘러싼 논쟁과 결론들이 등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Physica), 프롤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Almagest), 뉴턴의 프린키피아(Principia)와 광학(Opticks), 프랭클린의 전기에관한실험과관찰기록(Experiments and Observations on Electricity), 라부아지에의 화학요론(Traite elementaire de kimie), 라이엘의 지질학(Geology), 막스 플랑크, 아인슈타인, 프레넬, 다윈의 종의기원(Origin of Species), 캐번시티, 쿨롱, 볼타, 리히터와 프루스트 등등...
역자(김명자교수)는 저자의 표현과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의역이 아닌 직역을 하였다고 소개한다.
그 대가로 나는 무지하게 난해한 표현과 문장으로 한 쪽 한 쪽 이해하고 넘기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상당한 집중력과 생각을 거듭하면서 여러번 앞뒤장을 다시 읽어야 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책을 모두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토머스 쿤과 이 책이 서구사회와 과학계에 미친 영향이 단순하지도 가볍지도 짧지도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한국사회에도, 한국 과학계에도 ’패러다임’이 존재할까 생각해본다.
’패러다임’은 그 당시 시대에 맞는 과학적인 것이어야 하고 과학적이라는 의미는 합리적이고 열려있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 과연 ’패러다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아니,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나 ’패러다임’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패러다임’이 존재하기 위한 전제는 합리적이고 열려있는 사고가 필요한데, 한국 과학계는, 한국 지성계는 과연 그러한가?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반공이데올로기와 국가기관에 의한 사찰이 횡행하고 있음에도???
[ 2010년 7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