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 상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길진숙.고미숙.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번 공부모임에서 차기 세미나 교재 선택을 위해 논의하다가 조선시대 연암 박지원선생의 [열하일기]로 결정했다. 여러 가지 [열하일기] 중에서 보리출판사에서 출간한 3권짜리로... 보리출판사 발간본은 북한문예출판사가 펴낸 <겨레고전문학선집> 시리지 중 하나로 북한 고전전문가인 리상호선생이 완역한 것이었다.
완역본이기 때문에 3권을 합하면 모두 1,500쪽을 넘었다. 인터넷에서 책 소개를 찾아보았더니 보리출판사의 완역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박지원선생의 [열하일기]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고미숙씨가 번역한 책도 출판되어 있었다. 특히 고미숙씨가 편집,번역한 이 책은 초보자가 쉽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 들어있다고 소개되어 있어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연암 박지원선생과 [열하일기]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잠깐 아주 간략하게 소개된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열하일기]를 접하지 못하다가 지난 2008년 소설가 김탁환씨의 '백탑파 시리즈'를 읽으면서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김탁환씨의 '백탑파 시리즈'는 [방각본 살인사건] 상/하권과 [열녀문의 비밀] 상/하권, 그리고 [열하광인] 상/하권을 말한다. 세 가지 소설 모두 김탁환씨가 고전과 자료들을 고증하고 연구하면서 써낸 '팩션소설'이었다. 조선 정조시대 박지원을 비롯한 이덕무, 박제가, 홍대용, 백동수 등 실존인물과 함께 가공인물인 의금부 도사 이명방을 주인공으로 하여 당대의 사회상황과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여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무식했던 것이 [열하광인]을 읽기 시작할 때까지 '열하광인'의 '열하'가 [열하일기]를 말하는 지 알지 못했다. 
 
나는 언젠가부터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굳이 '온고지신'이라는 말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인류가 호포사피엔스로 진화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록과 문화가 존재했고 인류는 자신의 가장 진화된 특성, 즉 과거의 기록과 문화를 통해 미래를 열어나간다는 측면에서 '역사'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거의 기록과 문화 중에서 '고전', 즉 인간사회의 보편성과 창조성을 보여주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영향을 끼친 학문이나 이론을 알기 위함이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고전'으로 받아들인 만한 것이다. 한국 고전으로는 이미 유득공의 [발해고]를 읽은 바 있다.
 
연암 박지원선생은 1780년 청(靑)나라 건륭황제의 칠순을 축하하는 조선 사절단의 수행원으로 동행했다. 음력 5월에 길을 떠나 6월 24일에 국경을 넘었고 북경(연경)과 열하를 거쳐 다시 북경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오는 장장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하룻밤에도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는 사투와 2,300리에 이르는 여섯 달간의 대장정, 그리고 귀국 후 연암골에 틀어박혀 7년 동안의 각고 끝에 26권 10책에 이르는 [열하일기]가 완성되었다. [열하일기] 속의 기록은 6월 24일부터 8월 20일까지의 여행기와 별도의 수필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자인 고미숙씨 등은 [열하일기]에서 여정 뿐 아니라 유머와 우정, 그리고 유목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하일기]는 역사상 세계 그 어느 여행기보다도 더 가치가 있고 뛰어난 여행기라고 주장한 것이다.
 
연암이 생각컨대 소(小)중화주의에 찌든 조선의 사대부들에겐 당시 청나라 문명의 풍요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화 문명을 보는 연암의 유일한 잣대는 중국 사람들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 그래서 그의 눈에 가장 눈부시게 다가온 것은 화려한 궁성이나 호화찬란한 기념비가 아니라 구체적인 일상을 끌어가는 벽돌과 수레, 가마 등이다. 조선의 현실이 그만큼 열악했던 것이다.
오랑캐의 문물을 소개하며 현실을 바로 보자는 연암의 주장은 기존의 질서와 가치를 뒤엎으려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명나라가 망한 지 100년이 넘은 시점에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연암이 옛 성터에서 눈물짓는 장면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양한 은유와 역설, 그리고 종종 남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형식의 [열하일기]는 성리학과 중화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려 한 당대 지식인들이 겪은 사상적 고투의 기록인 것이다. 

 



 
이 책은 사행단 구성과 여정도,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시작하고 있다. [열하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사행이나 비장이 무엇인지 감을 잡기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고전에 익숙지 않은 모든 이들을 위한 편집의 일환으로 다른 판본과는 차별화된 배치를 하고 있다.



 
 



 



 
 
[ 2011년 8월 10일 ]



 
------ * 연암 박지원(1737~1805)은 누구인가? --------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문인이다. 호 연암(燕巖). 정조 4년(1780), 진하사 겸 사은사가 되어 청나라에 가게 된 종형 박명원과 동행하여 북경 등지를 돌아다니며 이용후생(利用厚生)하는 청인들의 실생활을 보고 돌아와 쓴 기행문이 [열하일기]이다. 홍대용·박제가 등이 소속되어 있던 북학파의 거두로서 우리나라 실학 연구에 있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다. 문학에 있어서도 유려한 문장과 진보적인 사상으로 한문소설인 [양반전], [허생전], [호질], [마장전], [예덕선생전], [민옹전] 등 여러 작품을 썼으며, 저서에는 [연암집], [과농소초], [한민명전의] 등이 있다. ---------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이 정리되어 있다. 국경 출발부터 '산해관'까지의 여정이다.
< 도강록 > 도강록 서 / 6월 24일 / 6월 25일 / 6월 26일 / 6월 27일 / 6월 28일 / 6월 29일 / 7월 1일 / 7월 2일 / 7월 3일 / 7월 4일 / 7월 5일 / 7월 6일 / 7월 7일 / 7월 8일 / 7월 9일 / 요동 옛 성에 올라 / 요동의 백탑 / 관제묘 풍경 / 소묘 / 광우사 이야기 - 6월 24일 : 비장과 역관, 하인들의 옷차림을 설명한다. 수역 홍명복에게 "자네가 길을 아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6월 26일 : 마두 득룡이 금석산을 가리키며 명나라 말기 형주사람 강세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6월 27일 : 중국 봉황산의 전경, 사행단의 관례, 책문에서 청나라 관리들에게 예단 전달, 책문 내 시장의 전경을 기록했다.- 6월 28일 : 중국의 벽돌과 기와의 제작, 이용의 장점과 조선의 건축과 기와의 단점을 비교한다. 중국 변경 인근의 주택구조를 설명하고 한사군, 발해, 평양, 패수의 지리적인 혼란스러움을 지적한다. 중국 성과 성문, 누각을 설명한다.- 7월 1일 : 만주족 여인의 옷과 머리차림을 설명한다.- 7월 2이 : 중국의 벽돌가마와 조선의 기와가마를 비교,설명한다.- 7월 3일 : 중국의 결혼 행렬과 풍습을 설명하고 만주족 훈장과 필담을 나눈다.- 7월 5일 : 중국식 벽돌식 방고래/구들의 건축과 그 장점을 설명하고 조선의 그것과 비교한다.- 7월 7일 : 관제묘의 구조와 장식을 설명한다.- 7월 8일 : 요양의 백탑을 이야기하고 아이의 울음에 대해 설명한다. 요양의 드넓은 벌판을 마주하면서 "훌륭한 울음터로다! 크게 한 번 통곡할 만한 곳이로구나!"라고 외치다.

< 성경잡지 > 7월 10일 / 7월 11일 / 예속재에서 만난 친구들 / 가상루에서의 아름다운 만남 / 7월 12일 / 7월 13일 / 7월 14일 / 성경의 사찰들 / 요동의 산과 강
- 7월 10일 : 작은 마을의 객점에 들어가 그 구조를 살피고 주인 부부와 필담을 나누다. 심양 가기 전의 불탑을 기록하고 심양에 도착하여 심양성의 내부를 살피다.
- 7월 11일 : 예속재에서 이귀몽, 배관, 비치, 전사가, 오복과 필담을 나누다.
- 7월 12일 : 여행 중 상가집에 우연히 들러 문상하게 되고 이도정에 도착하여 술가게에서 붓글씨를 뽐내다.
< 일신수필 > 일신수필 서 / 7월 15일 / 7월 16일 / 7월 17일 / 7월 18일 / 7월 19일 / 7월 20일 / 7월 21일 / 7월 22일 / 7월 23일 / 망부석이 된 맹강녀 / 장대에 오르내리기가 벼슬살이 같구나 / 산해관에 올라 고금의 역사를 생각한다.
- 7월 15이 : 일류/이류/삼류 선비론을 논하고 중국 수레구조를 설명하고 수레제도의 장점을 논하다. "사방이 수 천리나 되는 나라(조선)에서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가난한 까닭은 한마디로 말해 나라 안에 수레가 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수레가 다니지 못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역시 양반들 잘못이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p.244) 연희무대, 저자, 점방, 교량을 설명하다.- 7월 16일 : 북경 8경 중의 하나인 '계문연수'를 말하다.- 7월 17일 : 호행통관 쌍림의 인물됨에 대해 말하다. - 7월 18일 : 송행전투와 오삼계, 이자성의 난을 거쳐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가가 세워지는 과정을 논하다.- 7월 19일 : 영원성과 초가패루를 감상하다. - 7월 20일 : 청돈대의 해돋이를 감상하다. - 7월 22일 : 중국의 털모자와 조선의 은의 상거래 관계를 논하다.출판사는 고문(古文)의 고루함을 비웃었던 연암의 글이니 만큼, [열하일기]가 읽히지 않는 것은 죄악으로까지 규정한다. 이 책[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는 그러한 연암의 애초 의도와 문장론을 살리는 데 집중한 책이다. 풍부한 그림과 자료, 상세한 해설, 배경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연암의 문장을 타고 막힘없이 흐를 수 있도록 편집의 과정에서 최대한의 친절을 발휘했다.
원래 [열하일기]는 여정을 따라 가는 편년체 방식으로 쓰인 7편의 글들과, 여정과는 별도로 쓰인 기사체 글들이 공존하는 책이다. 기존의 배치대로라면 읽는 이들이 연암의 여정과 의식의 흐름을 밀도 있게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역자들은 각 여정 편들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사건들에 대해 적은 기사체 글들을 그 뒤에 두어 시간의 흐름을 따름으로써 이해와 감정의 효율을 최대치로 올리려는 시도를 했다.
[열하일기]는 200년을 훌쩍 넘긴 고전이다. 나도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완역본 3권 중 두 번째 권을 읽고 있지만, 보통의 독자들이 읽기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역자들은 편집 과정에서 연암과 이국 친구들과의 길고 긴 밤샘 필담 부분은 희곡 형식으로 처리했다. “형식적 구속 때문에 가슴속의 말을 자유롭게 쏟아낼 수 없다” 하여 시(詩)를 멀리했던 연암의 글답게, 형식의 구속 없이 자유롭게 희곡으로 엮은 것이다. 그리하여 예속재와 가상루에서 연암이 나누었던 필담의 희곡버전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박진감 넘치고 리드미컬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유머리스트’로서 연암을 파악하고 있는 역자들은 이 책에서 마치 연암이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생생한 말투를 씀으로써, 연암이 보여준 기행(紀行) 속의 기행(奇行)과 그의 경쾌함을 거침없는 번역으로 표현하고 있다.


----- * 역자 고미숙, 김풍기, 길진숙은 누구인가? -------
<고미숙> 1960년 강원도 정선군 함백에서 광부의 딸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에서 독문과를 졸업하긴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학원은 국문과로 ‘전향’해서 고전시가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내 일상의 대부분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이루어진다. ‘공부와 밥과 우정, 그리고 자전거’, 이것이 요즘 내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다. 지난 10년간 내 공부의 원천에 『열하일기』가 있었다면, 지금 나를 매혹시키는 건 루쉰과 『동의보감』이다. 『열하일기』가 그랬듯, 루쉰과 『동의보감』과의 마주침 또한 내 인생의 큰 변곡선이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에 휩싸여 있다. 그 동안 쓴 책으로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나비와 전사』,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등이 있다. 내가 쓴 거라기보다 연구실이 내게 준 선물들이다.
<김풍기>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시작한 고등학교 교사생활은 내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지 못했다. 내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이라곤 오직 책과 더불어 노니는 것뿐. 그러던 중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한문 공부를 하면서 오만과 허영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는 들뢰즈를 만나고 니체를 다시 만나고 스피노자와 원효를 만났다. 예전에 읽었던 책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혔고, 평범한 이야기도 경이롭게 들렸다. 그제야 비로소 고전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포착하려는 순간, 내 삶이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옛시와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삼라만상을 열치다』, 『시마』 등을 지었고, 『누추한 내방』, 『옥루몽』 등을 옮겼다.
<길진숙> 고등학교 때 고전문학을 향한 무모한 애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에 들어갔고,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학력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점차 협소해지고, 사유는 날로 빈곤해져 갔다. 감동을 상실한 공부로 고민하던 차에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만났다. 이곳에서 나는 공부라는 드넓은 세계와 만났다. 여러 사람들과 『열하일기』를 함께 읽고 강독하면서 박지원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동아시아 고전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지금은 18세기 조선시대의 사상과 문화, 명청시대의 철학과 사상을 공부하고 있다. 양명학과 노자, 장자, 불교의 세계에 매료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조선전기 시가예술론의 형성과 전개』가 있다. -------- 


 
역자 고미숙은 조선 왕조 5백년에 더하여 한반도 5천년 역사를 통틀어 꼽는 단 하나의 텍스트로 [열하일기]를 들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오천 년 이래 최고의 명문장’이기 때문일까? [열하일기]를 읽어보면 연암은 자신의 지위에도, 머무는 곳에도 정착하지 않았던 진정한 ‘노마드’(유목민) 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가고자 했던 삶과 그 삶에 대한 믿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꾸려가는 삶의 선택이나, 젊음의 특권인 용기를 상실한 21세기 한국인에게는 없는 그 믿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0년대를 살면서도 여전히 고리타분한 우리에게 230년 전 연암의 삶과, 여행과, 기록은 긴 시간을 초월하는 ‘색다른’ 고전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요동치면서 그 생명력을 자랑하는 [열하일기]를 새삼스럽게 지금 다시 불러온 이유는 바로 그것이 발산하는 다른 고전과의 ‘차이’ 때문인 것이다.

여행기를 읽다가 연암의 포복절도할 행각들에 잠시, 우리의 고등학교 시절에는 ‘박지원’과 ‘이용후생’이 동급으로 암기되었단 사실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수레와 수차, 도르레와 벽돌, 기와, 가마, 복식과 말 기르기 등에 대해 풀어 놓은 ‘실용적’ 입장에서의 관찰과 성찰을 읽고 있노라면, 비로소 그가 북학파의 핵심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오르게 된다.
함께 길을 가다가 몰래 빠져 나와 남의 집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기록해 놓은 그의 호기심과 열정은, 이 책을 여타의 여행기들과는 차별되는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하게 한다. 그리고 그 호기심의 산물인 이 책에서 우리는 ‘18세기 그때 그시절 박물관’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구들과 중국식 구들인 ‘캉’(?)이 어떻게 다른지 시시콜콜하게 적어 놓고, 깨진 기와조각을 마당에 박아서 진창을 예방하는 데 쓰임을 발견하여 그 감탄을 적어 놓은 이 책은 연암의 ‘지식저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열하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연암이 발로 뛰며 채워 놓은 지식저장소를 가만히 앉아서 훔쳐보는 조금은 뻔뻔한 일이 된다. 말똥과 수레를 찬양한 연암, 저잣거리에서 이야기를 채집하는 연암, 점방 벽에 적힌 재미난 얘기를 밤새 베껴 썼기에 이 책이 "세계최고의 여행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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