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아시아 - 새로운 백년을 이끌 거대한 도전
스티븐 로치 지음, 이건 옮김 / 북돋움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미국은 2007년 기준으로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2%(9조6천억달러)에 이른다.
나머지는 저축 1.5%와 인프라 등 투자와 수출이 16.5%다.
미국인들은 20세기 말부터 그 많은 소비자금을 부동산 대출과 신용대출로 마련했다.
그 자금은 미국의 재무부 채권을 세계시장에 발행하여 조달했고
미국 재무부 채권의 주요 구매자는 아시아, 중동 국가들이다.
저자는 저축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국의 GDP를 유지하고 미국인의 소비를 이어가기 위해서 미국은 외국의 잉여저축을 들여와야 했고 
그래서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막대한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적자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것...
역으로 미국의 이런 정책은 수출 주도로 성장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정책과 결합되면서 완벽하게 보완이 되었다.
 
세계경제 분석과 관련한 ’탈동조화(Decouling)’라는 용어가 있다.
한 나라, 일정 지역의 경제가 세계경제 흐름이나 특정 국가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아시아 각국의 내부거래 규모가 늘어나고 미국에 대한 무역규모가 줄어들면서 아시아 경제가 미국경제로부터 서서히 독립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다.(유럽도 마찬가지...)
이 말은 외형적인 규모만 보아서는 그럴듯해 보인다.
2007년 기준으로 세계 전체 GDP에서 미국이 20%, 유럽이 20%, 중국과 인도만 합해도 21%나 되기 때문이다.(일본이 6%)
하지만 아시아 주요 국가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국은 2007년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41%나 되고 41% 중 미국이 21%나 차지한다.
(한국은 GDP에서 수출이 36.7%, 그 중 미국이 13.3%를 차지한다.)
아시아 전체로 보면 아시아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45%까지 급증했다.
대신, 아시아의 내수(소비) 비중은 1990년대 말 57%에서 2007년 47%로 줄어들었다.
45% 중 아시아 역내 교역이 급증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부품 교역으로써 완제품으로 조립된 다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수출된다.
즉, 아시아 수출에서 미국과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나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를 통해 성장하려는 정책이 드디에 한계에 봉착했다.
미국은 개인 소득과 저축을 초과하고 보유자산까지 이용해서 소비를 너무 늘려왔다.
미국은 2007년 하반기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발생하였고 그에 따라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이 동시에 금융위기에 봉착했다.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위기는 신용위기와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쳤고
미국은 2008년 마이너스 성장까지 감수해야 했다.
미국의 소비와 성장이 정체되면 그 여파는 미국에 대한 수출로 먹고살던 아시아, 중동 등 세계 각국의 성장에 결정적으로 타격을 준다.
 
2010년 현재, 중국과 한국은 세계경제의 침체를 위한 임시방편으로 재정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11월 인프라 중심의 6,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원책을 채택했고
한국의 MB정부는 3년짜리 22조원에 달하는 ’4대강 살리기’ 인프라를 채택했다.
그리고 미국은 2008~2009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한 이후
무역수지 회복을 위해 수출을 장려하고 대외 무역수지를 줄이기 위해 미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무역상대국을 압박하고 있다.
저자가 미국 경제학자로서 시장경제와 세계화를 신봉하고 살리고자 애쓰고 있는 반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의 정부와 정치권, 경제연구소와 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역시 사람들을 극심한 최악의 상황을 통해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정녕 변하지 않는 것인지...
 
저자는 이러한 각국의 정책이 세계경제 구조를 악화시키고 5~10년 후 더 큰 대규모의 경제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 이유는 세계 주요국가의 경제구조의 문제점은 ’균형’이기 때문...
미국은 저축이 부족하고 소비가 과다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이고
아시아 각국은 저축과 수출이 과다하고 내수(소비)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선순환이 되기 위해서는 저축과 투자, 수출과 소비가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결국, 세계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개선되고 각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서로 악영향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균형회복’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중국경제가 결국 ’균형회복’으로 나아갈 것이며,
중국 중심으로 아시아 경제가 통합되면서 19세기 유럽, 20세기 미국에 이어
아시아가 21세기 세계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거시경제 지표로만 분석하고도 미국의 2007년 금융위기를 경고한 경제학자가 있다.

저자는 2007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미국에서 근무할 때부터 미국 경제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저자는 아시아에 관한 한 낙관론자로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아시아의 앞길에 숨겨진 기회와 도전, 위험을 탁월한 통찰력으로 분석한다.
그는 이 책에서 아시아와 세계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어보며 19세기 유럽, 20세기 미국에 이어 다가오는 백년을 이끌 ‘아시아 세기’라는 꿈과 희망을 실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큰 그림을 제시한다.

이 책은 저자가 각종 신문사나 경제지, 의회 청문회에서 발표한 원고를 주제별, 일자별로 엮은 것이다.
따라서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곳곳에서 중복된 주장과 수치와 자료를 만나게.
이 때문에 한 편으로는 짜증도 났지만,
저자의 집요한 주장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문제제기하고 싶은 것들...
1. 왜 중국경제가 미국과 달리 ’균형회복’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하는지...
   책 속에서 저자는 중국의 경제주체에 대해 자주 불안감을 표출했다.
   특히,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외형과는 달리 ’성’ 단위로 경제가 운용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지시하고 통제하는 금융정책과 경제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데...
2. 거시경제의 ’균형회복’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이 책에서 주로 거론되는 미국, 중국, 인도, 아시아, 중동국가들은 모두 ’지니계수가’가 아주 높은 국가들이다.
   즉, 빈부격차가 극심한 상황이고 더 좋지 않은 것은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수(소비)’가 늘어나는 것 역시 그 ’양’에 못지않게 ’질’도 중요할 것이다.
   빈부격차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이 안정되지 못한 것이고 실질임금이 저조하다는 것이고
   결국 부자들의 소비에 끌려간다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저축률이 50%에 달하는 것이 사회안전망이 부족해서라면,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훌륭한 편인데 왜 저축률이 부족하고 내수(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것일까?
3.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근본적인 문제는 아닐까?
   21세기는 한 국가의 정책이 경제주체, 특히 자본가들과 투자가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세계경제가 흔들리고 미국에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발생해도 미국 내 자본가들과 주요 투자가들의
   수익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것이 그 반증이 아닐까? 
 

* 저자 소개 :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

30년 넘게 월가의 선구적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현재 모간스탠리 아시아 회장으로 홍콩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력 기간 대부분을 모간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로서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토교, 홍콩, 싱가포르의 유력 경제팀을 이끌며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코노미스트’라는 평판을 얻었다. 2007년부터 모간스탠리 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세계화, 중국과 인도 신흥 시장의 부상, 세계 경제 불균형이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초점을 맞춘 분석을 내놓으며 아시아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스티븐 로치의 견해는 세계 유수 언론에 널리 보도되고 있다. 그는 미국 의회에서 증언하기도 했으며, 세계 주요 정부와 기관, 정책 입안자들에게 자문을 하고 있다.
그는 신용에 기반한 미국의 과잉 소비와 아시아 경제의 과도한 수출의존도에서 야기된 ‘글로벌 불균형’이 결국 자본시장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논리로 세계 금융위기를 예견하는 등 대표적 신중론자로 분류된다. ‘W자형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더블 딥(Double-Dip)’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기도 했다.
1982년 모간스탠리에 합류하기 전에 그는 모간개런티트러스트와 워싱턴 D.C. 연방준비위원회에서 근무했다. 뉴욕 대학(New York University)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코네티컷에 사는 가족과 아시아 8개국 사이를 오가며 시차를 극복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 2010년 9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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