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마인 이야기 3 - 승자의 혼미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11월
평점 :
3권의 부제는 ’승자의 혼미’다.
작가의 < 로마인 이야기 > 전15권 중 세 번째 책으로 기원전 133년부터 기원전 63년까지의 로마사를 다루었다.
작가는 이 시대를 600년 이상 훌륭하게 작동하던 로마의 체제, 즉 로마 공화정이 흔들리는 때로 규정한다.
로마는 기원전 753년에 도시국가로 탄생한 후 기원전 500년 경에 왕정에서 공화정(과두정치)으로 체제를 변경했다.
그리고 그 공화정 체제는 이후 370년 동안 로마가 소규모 도시국가에서 지중해 연안을 포괄하는 패권국으로 탈바꿈하게 만들었다.
공화정 체제의 3두 마차인 민회와 원로원,집정관은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했고
국내 정치와 외교정책, 국방과 재정/세제 역시 로마가 패권국가로 거듭나게되는 주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로마 공화정 체제는 ’한니발 전쟁(포에니전쟁)’ 직후 급격하게 흔들리게 된다.
그 주요한 원인은 정책입안과 자무늘 주요 역할로 하는 공화정의 핵심 주체인 원로원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비롯된다.
로마는 급격하게 지중해 패권국가로 성장하고 인구와 경제력이 증가하면서 국가 내부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빈부격차가 늘어나고 무역이 확대되면서 자작농이 줄어들고 빈농과 무산자와 실업자 계층이 늘어났다.
군대를 제대한 많은 군인들이 농지나 직장을 가지지 못하여 곧바로 실업자가 되었다.
’로마연합’의 일원으로 전쟁 참여와 지원은 늘어났지만 로마 시민권은 이탈리아 반도 내에서 확대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로마 내 귀족계급과 상인계급의 권력과 부는 늘어났지만 평민과 하층민들, ’로마연합’ 동맹국 국민들의
권력과 부는 그 기간 동안 점점 줄어든 것이다.
400년 넘게 변화된 경제,사회 상황에 맞추어 법률과 정책을 제때에 정비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공화정의 핵심주체인 원로원은 이러한 체제 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그럼에도 로마에는 시대에 요구에 따라 법률과 정책을 변화시키려는 내부의 시도는 있었다.
기원전 133년~120년 사이에 호민관, 집정관이었던 크라쿠스 형제와 드루수스 등은 평민계층, 하층민, 반도 내 동맹국/자치도시 시민들을 등에 엎고 여러차례 법률과 정책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원로원과 귀족계급은 사사건건 개혁법률과 정책을 반대하고 무산시키면서
’최종권고’와 같은 방식의 무력으로 변화를 저지시켰다.
그 와중에 여러차례 로마 내에서 폭동과 무력충돌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이 죽게된다.
급기야 시민권 확대를 둘러싸고 ’로마연합’ 내의 동맹시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동맹시 전쟁’이 일어나고 이를 계기로 로마가 분열내되면서 내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둘 다 장군이었다.
하지만 마리우스는 개혁을 지향한 측이었고 술라는 공화정과 원로원을 지키는 측이었다.
두 사람 모두 공화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했지만 방향은 달랐고 방법은 같았다.
마리우스와 술라는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살륙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 했다.
특히, 술라는 원로원을 통해 무기한의 ’독재집정관’에 취임하여 수 천명의 로마인을 처형한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의 개혁적인 법률과 정책을 후퇴시키고 원로원과 귀족의 이익을 대변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술라의 회귀체제는 폼페이우스에 의하여 몇 년도 안돼 무너지기 시작한다.
(물론, 이 시기 동안에도 로마는 지중해 패권을 지키기 위하여 여전히 북아프리카, 이베리아반도, 게르만족, 소아시아 등과 수 차례 전쟁을 치르게 된다.)
이 시기의 로마를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현대사가 겹쳐진다.
법과 도덕, 정책과 제도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 시대에 맞게 구성되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면 그에 맞추어 법과 제도가 바꿔야 하는 것...
하지만, 기존 법과 제도에 의한 기득권층이 먼저 나서서 바꾸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것이고
평민과 하층민의 힘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착되려면 상당한 기간과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잊어버리고 지키지 못하면 다시 과거로 회귀될 수 있다는 것...
** 오늘 인터넷 포탈 야후에서 조금 황당한 기사를 접했다.(뉴시스 9월 23일자)
MB가 22일 수해지역을 방문하면서 피해주민에게 건넸다는 말이,
"마음 편하게 먹어요. 기왕 이렇게 된거니까..."라고.
좋게 생각하면 마음 먹은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고
심하게 표현하면 어느 네트즌 말대로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데...
언젠가 아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어서 맘은 편하지가 않다.
3~4개월 전인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업무보고를 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재택 근무 시범추진을 이야기했더니
국무회의 중에 MB가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했다는 말...
"그런 것을 연구해 보세요. 재택근무 활성화되면 ’출산율 저하’도 방지할 수 있겠네!!’."
내 참... 국무회의가 ’무한도전’ 프로그램도 아니고...
[ 2010년 9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