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정치학
앤서니 기든스 지음, 홍욱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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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단의 중심을 자동차 대신 걷기와 대중교통으로 바꾼 지 4개월째다. 작년 말부터 자동차와 대중교통을 번갈아 이용하다가 금년들어 봄이 다가오면서 주로 걷거나 지하철, 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적게는 한 달에 2~3번, 많으면 4~5번 정도 이용한다.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사용한다. 

자동차를 멀리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내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줄이기’였고 책을 읽을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걷기와 대중교통 이용은 부수적인 장점도 있다. 서울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르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필 수 있게 되었고 하루에 적어도 30분 이상 걸으면서 운동효과도 있다. 기름값을 절약하여 책 값에 보탤 수도 있고...ㅋ 걷기 시작하면서 더불어 생활에도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먹거리, 입을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고 책도 가급적 중고책을 주문하려고 한다. 본래 ’미식가’도 아니었지만 ’제 때에 정량만 먹자’를 생활화하고 육식과 과식을 피하려고 한다. 

앞으로 남은 ’생활화’는 적당한 수준의 운동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활하게 된 계기는 작년에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관련 책, 그리고 걷기를 비롯한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간 위인들의 책을 읽은 것이었다. 입적하신 법정스님으로부터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고 법정스님이 소개한 여러 위인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피에르 라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오래된 미래>의 저자), 이반 일리히와 장 지오노(<나무를 심은 사람>의 저자), 사티쉬 쿠마르와 쓰지 신이치(<슬로 라이프>의 저자)의 삶과 철학도 감동적이었다. 내가 그 분들의 삶을 온전히 따라할 수준은 못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실천’해보기로 마음억었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56.8%로, 2001년(73.5%)에 비해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버스의 수송분담률은 14.1%에서 24.6%로 증가했다. 지하철을 포함한 철도의 수송분담률도 9.8%에서 15.9%로 증가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떨까. 수도권의 경우 2010년 기준으로 대중교통수단 수송분담률은 54.3%였다. 반면 도쿄의 경우에는 이미 1988년에 지하철 수송분담률이 73%에 달했다. 같은 해 뉴욕은 75%, 런던은 70%, 파리는 54%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대중교통수단 수송분담률이 20여년 전 파리와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한국은 ’환경’과 ’생태’를 향해 갈 길이 아주 멀다... 

2009년 12월에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가 코펜하겐에서 개최되었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기준이던 2007년의 ‘교토의정서’(2012년 만료)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협약을 이 정상회의에서 논의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저자는 코펜하겐 회의에 영국 정부와 노동당, EU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할 것이다. 
‘교토의정서’는 산업화를 주도해온 선진국(37개국과 EU)에 기후변화의 책임을 묻는 국제협약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 대비 평균 5.2퍼센트 줄이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었다. 그런데 ‘교토의정서’는 미국의 비협조로 사실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코펜하겐 정상회의는 그 중요성이 크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는 2001년 보고서에서 기온 상승과 관련해 66퍼센트가 인간의 활동에 기인한다고 했는데, 2007년 보고서에서는 90퍼센트 이상이라고 못 박았다. 기온상승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이 그만큼 시급해졌다는 의미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 회의는 합의도출에 실해하였고 이듬해인 2010년 12월 멕시코 칸쿤회의에서는 최소한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책은 이번 주 금요일 세미나 교재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제정치의 흐름과 관계가 어떠한지에 대하여 논의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 * 앤서니 기든스는 누구인가? --------------------------
사회 이론과 계층론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이다. 특히 사회 이론 분야에서 유럽의 지적 전통과 현대적 흐름을 반영한 ’사회 구조화 이론’으로 독자적인 이론 체계를 구축했다.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모두 반대하고 ’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을 주창했다. 영국 헐 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치경제 대학(LSE)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런던정치경제 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현재 런던정치경제 대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현대 사회학],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 [노동의 미래], [제3의 길], [현대성과 자아정체성] [성찰적 근대화], [사회 구성론],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친밀성의 변동], [사회학의 변론] 등이 있다. ----------------------------

저자는 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상원의원이다. 그는 20세기 말에 영국 노동당이 구좌파식 이념인 ’제1의 길’과 대처 전수상의 대처리즘, 즉 신자유주의 이념인 ’제2의 길’을 뛰어넘어 ’제3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여 유럽 사회 전역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국내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주변 지인들에게 읽어보라고 소개한 책 중에 저자의 <이제 당신 차례요, Mr 브라운(2007)>도 있다. 그 책에서도 저자는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영국 노동당의 적극적인 노력과 EU 중심의 정치학을 강력하게 제시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협약을 위한 정부간 협의는 EU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저자는 EU가 앞장서서 기후변화를 글로벌 어젠다로 설정하려는 ‘기후변화의 정치학’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이제야 세계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의 정치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며, 또한 각국이 국내정치의 중심 문제의 하나로 채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저자는 하나의 역설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것은 "지구온난화로 야기되는 위험은 결코 손에 잡히지 않으며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될 수 없기에 그 잠재력이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다."라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후변화 문제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지 못하며 늘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역설을 ’미래 디스카운트(Future Discount)’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역설은 사람들의 행동을 마비시키거나 억제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중심적인 개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수없이 그 심각성을 듣더라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여기에서 ‘기후변화의 정치학’을 출발시킨다. 

그는 서문에서 자신의 핵심 주제를 요약하여 정치지도자들에게 다음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째,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정치적, 경제적 통합을 진작할 것이며 그런 일을 시행하라. 예를 들어 기업인들에게 사전에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관행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데 그들이야말로 새로운 환경정책 시행에서 최상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이런 것을 ‘기후변화의 긍정성’이라 함.) 특히 어떤 사안에서 예견되는 리스크가 지극히 추상적이거나 또는 먼 훗날에 가시화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둘째,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가지는 관심을 그들의 일상사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런 일상사에 굉장한 문제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라. 예를 들어 일반대중은 기후변화가 야기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고보다는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운전요령에 대해서 더 잘 반응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정책을 수립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단기적인 계획은 물론이고 특히 장기적인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셋째, 지구온난화 문제로 정치적 이득을 취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버려라. 어쩌면 그러고 싶은 유혹이 상당히 클 것이며, 특히 정부나 집권여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수 있다. 만약 가능하다면 기후변화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주요 야당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때 사회정의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만약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사회적 빈곤층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대책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될 것이다.
넷째, 기후변화 정책은 그 속성이 대단히 복잡하므로 그 각각에 대해서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물론 장기적인 영향들까지를 고려한 정밀한 리스크 평가(risk assessment)를 시행해야 한다. 우리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수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래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전환하는 데는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영향이 수반될 것이기 때문에 세계의 어떤 나라와도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 세 장에서 국제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적응’의 문제, 기후변화의 문제는 에너지 안보를 제외하고는 논의가 불가능함을 역설한다.
우리 인류는 이미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방출했으므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성공을 거둔다 해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모면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 영향에 더욱 용이하게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어느 날 변화가 발생하여 우리가 그것에 직면했을 때 단지 그것을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최대한 빨리 그런 변화의 도래를 예상하여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바로 ‘적응’임을 역설한다.





 

1장. [기후변화의 위험성]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제기하는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조직은 유엔 산하 IPCC이다. IPCC가 2007년 ’가장 실현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제시한 것은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4도시 이상 상승하고 해수면도 48cm 높아진다. IPCC와 EU는 온실가스 정책의 목표를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2도시 이내로 머물게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CO2e 수준으로 묶어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IPCC의 시나리오에 대해 비판하는 회의론자와 강경론자를 모두 소개한다. 회의론자는 IPCC의 수치가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고 강경론자는 IPCC의 목표 달성은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강력한 목표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모든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감안하면서도 위협을 과장하거나 온실가스 저감에 회의적이기 보다 낙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주장한다. 기후변화 이외에도 핵무기 확산이나 국제 테러 등 모든 리스크에 대해 균형감각을 잃지 말고 정밀하게 평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2장. [자원 고갈인가, 자원 감소인가?]에서 저자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리스크를 검토한다.
저자는 ’석유의 역사는 곧 제국주의의 역사’라는 명백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피크 오일’에 대한 찬반 논의를 소개하고 에너지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힘겨루기와 개발도상국까지 포함된 전세계적인 자원 쟁탈전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에너지를 둘러싸고 미국, EU,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이 갈등국면에 진입해 있다. 

3장. [녹색운동과 그 이후]에서 저자는 그동안의 녹색운동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데 있어 방해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단일한 녹색운동’은 없고 다양한 입장과 행동지침이 존재하며, 녹색주의나 녹색운동도 사회주의와 마찬가지로 산업혁명의 산물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녹색운동이 주장하는 참여민주주의만이 유일하게 가치있는 민주주의, 최선의 사회 형태가 분권화된 사회, 비폭력에 대한 맹신, 자연의 신성화, 경제성장에 대한 반대, 사전예방 원칙, 지속가능성, 오염자 부담 원칙 등을 비판하면서 녹색운동이 기후변화를 실질적으로 막아내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후변화의 정치학을 위해 필요한 개념들을 정리한다. 그것은 책임국가, 정치적 통합, 경제적 통합, 최우선순위에 놓기, 긍정적인 목표 설정, 정파의 초월, 퍼센트 원칙, 개발 절박성, 과도한 개발, 선제대응이다.

저자가 녹색운동을 비판하는 정도를 넘어 폄하하는 것은 약간 어리둥절한 느낌이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지금처럼 국제정치의 주요 의제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녹색운동이 기여한 것이 아닌가?(잘은 모르겠지만...^^)
그리고 ’사전예방 원칙’이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일면 타당한 점도 있지만, 부작용의 사례로 이라크 침공과 GMO(유전자 조작식품)을 예로 든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논리적인 면보다 감정적인 면이 엿보이는 주장이라는 느낌이다.

4장. [주요 환경 선진국들의 현황]에서 저자는 현재까지 선진국들의 환경과 온실가슴 감축 현황을 평가한다. ’환경성과지수’에서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스위스, 코스타리카가 상위권이고 ’온실가스 감축 부문’에서는 스웨덴, 독일, 아이슬란드, 영국이 상위권이다. 
저자는 상위권 국가들의 과정과 현황을 분석하면서 몇 가지 특징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기후변화 자체보다 에너지 안보에 집중하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점, 좌파정권일 때 정부의 노력이 더 이루어진다는 점, 탄소세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 재생에너지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려면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지원이 중요하다는 점, 원자력은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많은 국가에서 에너지 다양화의 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 개발도상국으로의 ’온실가스 배출 이전’이 없었따면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있어 현실론에 근거하여 논의를 진행한다. 물론 기후변화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존재하는 조직과 기구들을 무시할 수 없으며 또한 민주주의 전통을 중시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국가(state)의 역할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국가의 의미는 다양한 수준의 공권력을 의미하는데,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지방정부 등을 모두 아우른다. 그리고 지구화 시대에는 그런 공권력이 정치학자들이 이른바 ‘다층적 거버넌스’라 일컫는 다양한 수준에서 발휘되는데 위로는 국제무대에서, 아래로는 지역과 도시와 지방에 이를 수 있음을 역설한다.

5장. [다시 국가 주도의 시대로?]에서 국가가 맡아야 할 중요한 업무들을 제시한다. 그것은 시민들이 미래를 먼저 생각하도록 돕는 것, 현 사회가 직면한 다른 리스크들을 함께 고려하면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것, 정치적 경제적 통합을 도모하는 것,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제도화하도록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 기후변화 대책을 막으려는 산업계의 요구를 물리치는 것, 기후변화 문제를 항상 최우선의 정치 의제로 삼는 것, 저탄소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적절한 예산 계획을 수립하는 것, 실제로 일어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대비하는 것, 기후변화 정책의 국지적-지역적-국가적-국제적 측면들을 통합하는 것이다.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가개입과 국가주도의 경제운영에 대한 역사를 검토하면서 종합계획 수립을 주문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해 아주 막연하게 알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추가 비용에 긍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개인과 가정의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과 습관이 많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규제나 감시가 아닌 인센티브 제공이 중요함을 주장한다.
 
저자는 정치학에서의 ’의제 설정 이론(Agenda-setting Theory)’를 통해 기후변화를 최우선 정치 의제로 삼으려면 지표상의 변화에 대한 기회 포착, 연간 예산 편성, 초당적 협력, 대중들이 직접 경험한 일과의 연계 등을 제시한다.

6장. [기술과 세금제도]에서 저자는 풍력, 파력, 조력, 지열, 바이오연료, 수소에너지, 재생에너지, 탄소저감기술 등 대부분의 새로운 기술들이 모두 적당한 수준까지만 개발된 상태임을 지적한다. 대신 현시점에서 가장 장래성이 있는 기술은 원자력, CCS(청정석탄), 태양에너지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어떤 기술도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지적하면서 기술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새로운 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 특허에 대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후변화의 뉴딜 정책’을 통해 일자리 만들기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탄소세와 탄소시장이 공존하면서도 탄소세를 더 지지한다.

7장. [적응의 정치학]에서 저자는 ‘적응’의 문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의 문제는 에너지 안보를 제외하고는 논의가 불가능함을 역설한다. 인류는 이미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방출했으므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성공을 거둔다 해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모면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 영향에 더욱 용이하게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것은 어느 날 변화가 발생하여 우리가 그것에 직면했을 때 단지 그것을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최대한 빨리 그런 변화의 도래를 예상하여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바로 ‘적응’임을 역설한다.

8장. [국제협상, 유럽연합, 그리고 탄소시장]에서 저자는 2007년 발리 회의 이후 진행되는 향후 협상에 대해서 특별한 성공을 기대하지 말것을 주문한다. 그 협상들이 지구온난화 억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실제로 기후변화협약을 위한 정부간 협의는 2009년 코펜하겐 회의와 2010년 칸쿤 회의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저자는 EU 회원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얼마나 성공할지 불확실하며, 현실적으로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함을 지적한다. EU의 경우에도 모든 일은 회원국들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탄소시장에 대해 저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탄소시장이 열리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9장. [기후변화의 지정학]장에서 저자는 당면한 기후변화의 문제와 에너지 안보 문제가 얼마나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설명한다. 지금까지 정치계와 학계는 이 두 문제를 때때로 별개의 사안으로 간주했고,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다룬 문헌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에너지 안보를 다루는 문헌과 기후변화를 다루는 문헌들 사이에 명백한 불균형이 존재하며, 에너지 안보의 분석에서 그것이 명백하게 증명되듯이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다룰 때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검토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논의들은 국제협상의 세부 사항에 집중하거나 또는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로 빚어질 수 있는 지정학적 분열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는 것. 지금 기후변화를 둘러싼 논의에서 부족한 것은 정치지도자들이 내리는 결정에 지정학적 요소들이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분석해내는 일이다. 또한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협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세계 최대의 에너지 사용국이자 온실가스 발생국인 미국과 중국의 더욱 적극적인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 속에서 저자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그리고 국제기구와 국제협상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억제를 위해서 시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 가운데는 신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절감 기술을 포함하는 과학 기술에서 탄소세로 대표되는 조세제도와 시장의 힘을 최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온실가스 거래시장 등 금융과 재정 분야, 
그리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 사이의 협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청정개발체제(CDM)에 대한 새로운 제안 등에 이르기까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와 대안이 다 포함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 하나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또한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어떻게 그 문제를 협의해 나가며, 새로운 합의를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지를 충분히 알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기후변화가 정치 의제의 전면에 나타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일 것이다. 이명박정부가 2009년 국제회의에서 ’녹색성장’ 등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약속을 했지만, 실제 현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전략, 목표나 방법,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현실은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아직 한국 정치와 경제적 현실은 기후변화를 걱정할 정도로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민적인 환경의식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의 노력이 훨씬 더 배가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책 전체를 관통하면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깊은 신뢰, 그리고 국가와 정치가에 대한 높은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영국이나 유럽의 정치경제 현실과 미국이나 한국의 정치경제 현실이 많이 달라서 그런가? 나는 미국이나 한국의 정치경제 현실을 돌아보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도, 국가와 정치가도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현실에서 보여준 모습과 더불어 그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근본적인 동력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망’을 토대로 굴러가는 자본주의라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에 제동장치를 달아서 필요할 때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자본과 욕망에 둘러쌓여 있는 정부와 정치가가 본래의 도덕성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쉽게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기든스의 철학과 정책에 대해 더 알아야 할 것 같고 자본주의, 국가, 정치에 대한 더 많은 경험과 깊은 분석도 필요할테니...

* 책 속의 책 : 마틴 리스 <우리 최후의 세개 In our final century >, 빌 맥과이어 <아마겟돈에서의 생존 >, 앤서니 기든스 <제3의 길>

[ 2011년 6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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