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남미 콜럼비아에서 있던 실화...
어느 날 콜럼비아에 도착한 미국인들은 콜럼비아 원주민들이 보잘 것 없는 도구로 나무를 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미국인들은 생각했다.
’불쌍한 사람들 같으니... 우리가 이들을 구해주어야겠다...’
그들은 미국에서 큰 도끼를 가져와 원주민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미국인들은 원주민들이 더 빨리 나무를 짤라 생산성을 높이고 잉여물을 만들어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이듬 해, 미국인들은 콜럼비아 원주민들이 도끼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기 위해 마을을 다시 방문했다.
미국인들이 도착하자 느긋해 보이는 원주민들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다가왔다.
마을의 추장이 미국인들에게 한 말...
"우리는 당신들에게 고마움을 어떻게 다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이 도끼를 보내 준 다음부터 우리는 더 많은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책은 지난 7월에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하는 책들>에 소개된 50권 중 <소로우의 무소유 월든>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법정스님은 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나 소감을 말씀하시지는 않았고 "누구나 읽어보면 깨우침을 얻는다"고만 소개하셨다.
 

열정적인 한 사람이 상품 농업에 저항하고, 대지가 자신의 존재 가치만큼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 온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 책은, 환경 운동가 ’피에르 라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며, 그의 실천적 삶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관계에 대한 사상까지 폭넓게 들려준다.
그의 말을 옮겨 적음으로써 생생하게. 피에르 라비의 삶과 사상이 얼마나 감동적인지는 그와 나누었던 일주일간의 대화에 대해 저자들이 “자연과 생명, 인간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그의 말은 대지의 노래다. 그의 말은 우리에게 대지 가까이 머무는 것이 자신의 삶 가까이 머무는 것임을 저절로 깨닫게 한다.”고 한 데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 속에 피에르 라비의 삶과 각 챕터에 적합한 시를 골라 소개하여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각 챕터 사이에서 한 번씩 마음을 가라 앉히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었다.
시인들은 앤 히긴슨 스파이서, 이반 라코비크 크로아터, 랄프 왈도 에머슨, 낸시 우드, 월트 휘트먼, 시몬스 목사, 룰프 에드버그, 다이앤 디 프리마, 로버트 프란시스, 토머스 머튼...
 
이 책의 주인공인 ’피에르 라비’는 1938년 알제리의 남부 오아시스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에 알제리 식민제국인 프랑스의 교사부부에게 입양되어 프랑스로 건너간다.
 
(후에 그는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돌투성이의 황량한 풍경 속에서 인간이 대대손손 정성을 쏟아 녹지를 일궈 낸 문명은 그곳 말고는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전 생애는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며 혹독한 풍경 한가운데 조화로운 공동체를 창조한 농부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알제리의 독립전쟁 시기에 양부에게서 ?겨나 파리로 건너간 그는 회사에서 단순 기능공으로 생활하다가 ’자신이 이용할 수 없는 부를 생산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삶의 부조리함’을 발견하고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진보’란 몇몇 사람들의 부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부과하는 규율들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빈곤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960년 자신과 뜻이 맞는 미셸을 만나 결혼한 후 프랑스 남부의 시골 마을 아르데슈로 내려가 그동안 자신이 느끼고 공부하고 생각하던 바를 시도한다.
 
하지만 도시화와 산업화의 방식은 이미 시골에까지 침투해 있었다. 아르데슈에서의 처음 3년 동안 피에르는 생산성 증대라는 개념에 근거를 둔 농사 방식의 해롭고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했다. 화학 비료를 생산하는 회사는 농민들에게 농약을 사용하도록 권장했고, 농업 기술자들 역시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서라며 농민들에게 화학 비료를 이용한 농법을 계몽했다.
농부로서 그는 대지를 황폐하게 만들고 인류에 피해를 입히는 생산 제일주의의 논리에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지, 물, 식물, 동물 같은 지속적이며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의 자율적인 운영 원칙으로써 ‘생명 농업’에 의지한다.
 
그들은 자연 친화적인 농법들을 연구하고 시험하며 자신들의 땅을 일구기 시작한다.
그것은 살충제나 비료, 전략적인 물 관리 같은 현대적인 방법이 아니라 전통적인 방법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들은 토양 구조와 비옥한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기물과 부식토를 이용했다.
말하자면 거름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그것들로 돌투성이의 땅을 비옥하게 가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 먹을 만큼만 일하고 거두었을 뿐, 자연을 바라보며 음악을 연주하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렇게 하여 그는 생태계를 전복시키지 않고도 충분히 한 가정을 부양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피에르의 전통적 농법은 단지 한 가정을 부양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신들처럼 농촌으로 살러 오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피에르는 자신의 경험을 나눠 그들의 정착을 도왔으며, 그렇게 시작된 수업으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자신이 성공시킨 농업 방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 사막에서 태어난 그가 다시 사막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피에르 라비의 수업은 이제 농부들을 교육하고 위기에 처한 나라들의 농촌에 그들을 보내고, 사라져 가는 재래종 씨앗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확장되었다.
2001년부터 그는 과소비 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안하기 위해 유럽 강연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그가 처음 정착했던 그곳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햇볕에 그을리며 밭을 일구는 일과 함께 진행된다.
 
서구 사람들이 그를  ‘생명 농업의 선구자’로, ’제3세계 국가들의 농업과 생태학을 연계한 농학자’로, ’아프리카 농업의 전문가’로, 그리고 ’모든 권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는 환경 운동가’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서구에서 산업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은 이미 19세기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서구에서 ’자본’이나 ’물질’이 아닌 ’생명’과 ’사람’을 인간생활의 중심에 내세우기 시작한 시기는 이처럼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태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피에르 라비가 ’생명’을 부르짖기 시작한 이래로 이제 60년이 경과했다.
한국은 피에르 라비가 ’자본주의’의 맹점을 거부하고 ’생명’을 선언한 시점에 한국전쟁의 포화에 휩싸이고 그 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자본주의가 이식되기 시작했다.
한국이 자본주의 체제 60년 만에 OECD 국가가 되고 ’G20’ 회의를 개최한 만큼 서구에서 산업자본주의 태생으로부터 120년 가까이 걸렸던 ’생명’과 ’인간’에 대한 존중이 더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피에르 라비의 ’말’에는 언제나 철학과 가치와 희망이 들어있다.
- "나는 늘 기적에 대한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나에게 기적은 일상이다. 흙 속에 씨앗 한 알을 심으면 자라나 식물이나 나무가 된다. 밀할 한 알갱이에는 대지 전체에 양분이 될 모든 에너지가 들어 있다. 그것이 바로 기적이다. 우리 모두는 그 초자연적인 존재가 되루 수 있다. 모든 것이 기적이다. 우리는 바로 그 기적 안에 존재하고 있다. 또한 영원은 지금 이 순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종교이다."
- "나무는 우리 행성에 난 털과 같습니다. 활짝 깨인 감각을 갖고 가까이서 관찰해 보면 나무들이 하늘을 향한 열망을 가지고 있음을 알 것입니다. 그것은 태양의 에너지를 받기 위한 행동입니다. 이 우주 안에서 지구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나무는 그 중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나무는 단지 섬유질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생리학적인 요소들로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무 안에는 마술과도 같은 일을 벌이는 살아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 "부패와 부패한 사람들이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구사회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패에 대해 아무비난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빚을 갚는다 하더라도 또 다시 빚을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저개발국가들의 가난을 누가 만들어 냈는지, 두 말할 필요없이 그 주된 원인은 부정부패에 있습니다."
- "한 해 동안 행복해지고 싶으면 돼지를 잡고, 한 해 동안 행복해지고 싶으면 결혼을 하고, 전 생애를 거쳐 행복하고 싶으면 밭을 일구라.(중국 속담)"
- "무한한 성장과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설령 무한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바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원인입니다. 이런 현상을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들이 그렇게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인간의 무엇을 발전시켜야 할까요? 바로 자국민들의 능력에 따라 경제를 구축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다시말해,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서양을 모델로 한 불가능한 꿈을 좇아 질주하는 대신, 스스로의 능력으로 일어서야 합니다. 이것은 결코 이상적인 애기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은 자급자족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지구에 모든 사람을 먹일 충분한 양의 식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에는 조건이 따릅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60배를 더 먹지 않는다는 조건입니다. 곧 낭비를 멈춘다는 조건입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음식만으로도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먹일 수 있습니다. 이런 낭비는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저지를 수 없는 일입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상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화가 그것에 한 몫을 합니다. 세계화는 시스템의 통일과 약탈이라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 "사자는 양을 잡아먹고 배를 채우지만, 나중을 위해 따로 저장해 두지는 않는다."
 
* 이번 서평의 제목인 "우리는(넌) 우리(네)가 지금 하는 말과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는 피에르 라비가 항상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말이라 한다...

내가 하는 말을 나 스스로 얼마나 지키며 살고 있을지...
아무래도 앞으로는 말을 조금 더 아껴야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 2010년 10월 13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