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이하여 [노무현재단]에서 펴낸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이 이미 여러 권 출간되었음에도 특별히 재단에서 1주기 기념으로 발간하였다. 이 책이 다른 책, 즉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나 <성공과 좌절>과 다른 점은 출생에서 서거에 이르기까지 인생역정 전체를 기록한 '자서전'이라고 재단측은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점은 아마 외부적으로 알려진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와 노무현 전대통령이 스스로 초안으로 정리했던 자서전을 위한 기록들, 그리고 노무현 전대통령과 함께 한 많은 사람들(유가족, 옛 참모들 등)의 이야기를 함께 묶어냈다는 것이 다를 것이다.
 
재단측은 특히 2009년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를 맞이하여 국민장 기간 동안 봉하마을과 전국의 분향소를 찾아와 애도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발간했다고 서문에 기록했다. 재단의 상임이사인 문재인 변호사는 서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노력하는 사람', '당당하게 살고자 분투했던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 * [노무현재단]이란?..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 업적을 유지·계승·발전시켜 그 뜻이 국가 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되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와 활동,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한 기록물 보존 및 기념관 건립, 묘역 조성 지원을 비롯해 사상과 정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저술하는 교육 및 학술·출판, 국제협력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사료편찬특별위원회, 기록관리위원회, 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 출판위원회, 홈페이지 편집위원회, 묘역조성지원위원회, 해외온라인위원회, 기금모금위원회 등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추모기념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
 
1부. [출세]에는 출생에서 부림사건 변론을 맡기 전까지, 변호사 노무현의 성장과정을 기록하였다. 유년의 기억, 은인 김지태 선생, 부산상고, 막노동판, 부인 권양숙여사, 사법고시, 변호사에 이르는 기록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이전의 저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와 <성장과 좌절>과 대동소이하다.
 
2부. [꿈]에는 부림사건 변론을 맡은 때부터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마칠 때까지, 인권변호사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의 도전과 시련을 기술하였다. 부림사건 변호로 시작된 운동 전문의 인권변호사,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꿈, 1987년 대통령 선거의 분열과 좌절, 국회의원 당선, 청문회 스타와 의원직 사퇴파동, 3당 합당과 김영삼과의 결별, 조선일보와의 투쟁, 첫번째 낙선과 야권통합,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설립과 두번째 낙선, 세번째 낙선과 정권교체의 감격, 종로에서 국회의원 당선과 포기, 네번째 낙선과 [노사모]의 탄생,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르는 기록이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설립과 운영에 관한 이야기, [노사모] 탄생 비화,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의 행정 업무에 대한 기록, 문재인, 안희정, 이광재, 천호선, 정윤재, 윤태영 등 참모들에 대한 이야기가 새롭게 들어있다.
 
3부. [권력의 정상에서]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에 출마한 시점부터 대통령직을 마치고 청와대를 떠난 때까지, 주로 국정운영과 관련한 대통령의 노무현의 고뇌를 담고 있다. 조선일보의 인터뷰 거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의 광주의 기적,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와 단일화 파기, 대통령 당선과 대북송금특검의 우여곡절, 양극화와 부동산 정책, 방폐장과 세종시, 탄핵과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 남북 정상회담, 국정원장 독대보고, 검찰 개혁의 실패, 정치권력과 언론권력, 대연정 제안 등에 대한 이야기다.
 
기존의 인터뷰나 발간도서의 내용과 다른 내용은 거의 없으나,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과 정몽준과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과 평가, 부문 개혁에 대한 평가 등이 들어있다.
 
4부. [작별]에는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온 후부터 서거 시점까지,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희망과 좌절을 기록하였다. 귀향 후 봉하오리쌀을 추진하던 이야기, 화포천과 둠벙, 무논 등 생태 농법에 대한 연구, 장군차, 국가기록물 사건에 대한 소회, '노무현의 실패'에 대한 심경 등을 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을 고려해보면, '노무현의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담지 못한,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아무도 그 분이(노무현 전대통령 자신마저도...) 그렇게 서거하시리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시시콜콜하고 자세하게 인터뷰하지 못했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재단측이 여러가지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은 들지만, '자서전'이라 하기에는 노 전대통령의 생애를 비교하면 이 책은 너무 초라하고 부족하다.
 
실제 자서전일 경우, 1981년 부림사건 변호 이후 인권변호사 시절의 여러 가지 경험과 자의식을 다져가는 이야기부터 소중했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의정기간에 대한 깊은 이야기와 낙선 이야기,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당선까지의 엄청난 숨은 이야기들,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의 수 많은 이야기들이 묻혀 버린 것이다. 어찌 보면 김대중 전대통령의 자서전과 더불어 '대통령학'에 대한 본격적인 정치적, 학문적, 대중적 논의의 토대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노무현 전대통령 곁을 오랫동안 지켜오고 보좌해온 과거의 참모들과 주변 동지들에게 그 숙제가 넘어간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이제부터라도 국가적인 중요 비밀이 아닌 내용들은 모두 공개하고 정리하여 후배들과 후손들이 국가권력과 통치, 행정업무와 행정부 관리, 주요 기관에 대한 평가와 대안, 정책과 정치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해야 한다. 노 전대통령이 아직도 살아 계셨다면 반드시 추진했을 일이다. 노 전대통령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대통령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민했다. 별도로 강의할 생각까지 하셨으니...
 
[ 2011년 6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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