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큐멘터리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 1990-1995
박성미 지음 / 백산서당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한국 KBS, MBC, SBS에서 방송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활약한 열 세 명의 인터뷰와 한국방송다큐멘터리 연보를 정리한 책으로 1995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당시 다큐멘터리에 몰입해 있었던 저자는 자신이 감히 선배라고 부를 수도 없었던 10년~20년 연배의 프로듀서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열정, 사명감, 그리고 그들의 세상에 대한 애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다큐멘터리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그것을 위해 마치 내일 죽을 사람들처럼 매달려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저자는 그 현장에서 그들을 보았고 그들의 작품에서 그들의 눈빛 속에서 그것을 확인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PD들은 한 마디로 한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선도하고 정착시킨 ’방송인’들이다.
그들은 1984년 한국 방송인의 자체 능력으로 안방 TV에 최초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고 한국 방송업계 최초로 외주전문제작 ’프러덕션’을 차리기도 했다.
처음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이니만큼 그들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정의와 개념, 제작방식과 절차, 기획과 구성, 촬영과 편집, 영상과 음악 등 모든 부분을 하나에서 열까지 틀을 만들어야 했고 모범을 보여야 했다.
그러한 그들의 노력으로 한국 방송사와 방송업계에서도 ’다큐멘터리’가 정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열 세 명의 PD 중에서 ’일벌레’가 아닌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몇몇은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을 바꾸어 보기 위하여’, 방송이 개인이나 권력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방송이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되도록 청춘을 바친 PD도 있고,
그 중에는 80~90년대 방송사의 답답한 구조와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비전과 능력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하여 독립한 PD들도 있다.
또한, 여전히 지상파에 남아서 궂궂하게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고...
8명에 대해서는 인터넷 검색이 쉽지 않아 현재의 지위와 역할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열 세 사람의 이력을 열거해보면,
- 권재홍 : 다큐멘터리답게 만든다.
 58년 영월생, 1981년 서울대 생물학과 졸업 및 MBC 입사, 1984 한국방송 최초의 자연 다큐멘터리 [한국 야생화의 4계] 제작, 보도국 앵커, 편집부장, 워싱턴 특파원 역임 및 ’MBC 100분 토론’ 진행자 역임, 2010년 5월부터 ’뉴스데스크’ 앵커
- 윤기호 : 프러덕션 시대를 열다.
 48년 서울생, 1973년 외대 불어과 졸업 및 KBS 입사, 1988년 [한국인의 건강] 연출, 1992년 퇴사 및 ’제3채널’ 설립, 1995년 ’제3영상’ 설립, 1998년 ’제3비전’ 설립 및 현재 대표이사
- 김태영 : 잘 닦인 길은 나의 길이 아니다
 57년 서울생, 1983년 서울예전 방송연예과 졸업, 1984년 [벽]으로 대한민국 단편영화제 우수작품상 수상, 1991년 ’다큐멘터리 서울’ 입사, 1988년 광주항쟁 진압군을 소재로 한 [황무지] 제작, 1989년 [황무지]로 벌금형, 1992~1993년 [베트남 전쟁, 그 후 17년] KBS에 방영, 1994년 [카리브해의 고도, 쿠바] KBS 방영, ??
- 전용길 : 정직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아니다.
 56년 서울생, 1982년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및 KBS 입사, 1984년 [추적 60분] 제작, 1985년 [사람과 사람] 연출, 1987년 [뉴스비전 동서남북] 제작, 1988년 [히말라야 오지를 가다] 연출, 1994년 [세계는 지금] 제작, 1996년 뉴욕특파원, 2004년 제작본부 시사정보팀 팀장, ??
- 장윤택 : 프로듀서는 저널리스트다.
 49년 평양생, 1973년 TBC 입사, 1974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3년 [추적 60분] 기획/팀장, 1987년 [미국을 다시 본다] 연출, 1987년 [뉴스비전 동서남북] 기획/팀장, 1993년 보도제작국 제작3부장, 2005년 편성본부 본부장, 2007년 KBC미디어 감사, ??
- 유창영 : 영원한 약자, 그대 이름은 프로듀서이니라.
 55년 거창생, 1983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졸업 및 행정공시 합격, 1984년 MBC 입사, 1990 [인간시대] 연출, 1993 [신인간시대] 연출, 2005 편성국 국장, 2006 홍보심의국 국장, ??
- 김종오 : 시를 쓰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47년 부산생, 1969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73 MBC 입사, 1975 [카메라출동] 제작, 1984 [한국 야생화의 4계] 제작, 1986 [그때를 아십니까] 제작, 1988 파리 특파원, 1992 보도제작국 국장, 1994 [시사매거진 2580] 제작, 1995 보도국 편집국장, 2003 대구MBC 사장, 2010 OBS 대표이사
- 정 훈 : PD들이여, 땅으로 내려오라
 51년 정읍생, 1977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및 TBC 입사, 1981 EBS 입사, 1983 AFP 입사, 1984 KBS 입사, 1987 [이제는 파란 불이다] 제작 및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설, 1989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사무국장, 1992 SBS 프러덕션 입사, 1995 A&C 코오롱 편성제작본부장, 2004 OBS 전무이사, 2005 한국DMB 회장, ??
- 신언훈 : 나의 색깔로 승부한다.
 54년 대구생, 1978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80 국립영화제작소 입사, 1984 MBC 입사, 1985 [인간시대] 연출, 1991 SBS 입사, 1993 [그것이 알고싶다] 연출, 1998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부회장, 2001 제작본부 교양1CP, 2005 제작본부 제작위원, ??
- 진기웅 : PD가 PD인 이유
 53년 마산생, 1978 서울대 독문학과 졸업, 1981 KBS 입사, 1984 [추적 60분] 제작, 1990 [양자강] 제작, 1994 SBS프러덕션 입사, 2001 프리랜서로 [몽골리안 루트] 제작, ??
- 이동석 : 아들아, PD가 되고 싶지 않으냐?
 48년 김제생, 1974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및 TBC 입사, 1981 KBS 입사, 1989 [김용운교수의 한민족탐험] 제작, 1991 MBC프러덕션 입사, 1992 [잊혀진 전쟁] 연출, 1993 ’리스프로’ 설립, 현재 대표이사
- 이규환 : 영원한 아마추어
 52년 경북생, 1980 성균관대 불문과 졸업 및 부산방송국 입사, 1983 KBS 3TV 입사, 1985 [사람과 사람] 연출, 1989 [제3의 선택] 연출, 1993 [다큐멘터리 극장] 연출, ??
- 전형태 : KBS의 필요악
 55년 서울생, 1981 KBS 입사, 1983 연세대 독문과 졸업, 1989 [진도] 연출, 1990 [해방과 분단] 연출, 1992 [자본주의 100년 한국의 선택] 연출, 1994 SBS프러덕션 입사, 1997 (주)제이알엔 설립, 1999 [병원 24시] 제작, 현재 대표이사

저자는 그들이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고 제작,연출하고 방송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적어도 1990년~1995년에는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TV방송에서 ’다큐멘터리’가 무엇인지를 알도록 해주었고 (많은 주관적, 객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많은 PD들이 다큐멘터리로 한국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의 노력만으로 사회는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고 그들이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사회변화’를 일관되게 추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눈으로 25년 뒤의 현재 방송업계 PD를 보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까?
 
1995년 이후 15년이 지난 2010년을 뒤돌아 보면 어째 과거로 회귀된 듯한 느낌이다.
뉴스와 심층보도 프로그램은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만 일방적으로 홍보할 뿐더러, ’사회에 유익한’ 프로그램보다 ’재미’와 ’시청율’로 기울어진 온갖 예능 프로그램과 스포츠가 범람하고 있다.
지상파 종사자들은 거시적인 안목보다 무기력과 집단 이기주의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20년 넘는 그러한 관성과 무기력, 보신주의가 MB정권 이후 지상파 종사자들의 수난과 허탈함을 가져온 근본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들과 더불어 1990년대와 2000년대 방송사에 몸담았던 PD, 기자, 제작진, 기술진,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작년부터 전두환 정권 이래로 다시 한 번 ’권력의 시녀’라고 불리고 있는 KBS...
천천히 한 단계씩 자율성과 객관성을 읽어가고 있는 MBC...
개국 이래 상업방송 이상의 아무런 기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SBS...
도저히 방송이라고 하기에 멋쩍은 케이블과 IPTV...
하루하루 여의도에서 사라져 가는 외주제작사와 각종 프러덕션...
장기적인 안목도, 조직력도, 단결력도, 업계의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하지 못하는 KIPA를 비롯한 각종 협회와 단체들...
3D업종으로 이미 자리잡은 방송프로그램과 영상물 제작분야...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는 고사하고 간호사협회, 법무사협회, 음식업협회, 영화인협회의 반에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방송영상업계 종사자들...
 
작금의 상황은 아직 방송영상업계가 아직 ’밑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아 그렇다고도 보인다.
하지만, 왜 사람들은 꼭 ’밑바닥’까지 간 다음에 바닥을 쳐서 올라가야 하지?
언제까지 정부탓, 정치권탓, 지상파탓, 소비자탓만, 경제탓만 하고 있을 것인지...

p.s) 근데 1996년 이후 한국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왜 없을까?
 
* 저자 소개 : 박성미
1968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서울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원 영상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다큐멘터리, 방송프로그램 및 영상전문 제작회사인 (주)디케이미디어 대표이사다.
시민단체인 미디어연대와 남북경제문화교류재단의 이사를 역임했으며,
인문콘텐츠학회와 광주전남영상진흥협회 운영위원이다.
저서로는 <김홍재, 나는 운명을 지휘한다>가 있다.  

[ 2010년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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