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10월 26일) 저녁에 독서토론 모임에 나갔다.
집에서, 커피숍에서, 강가에서 나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아는 지인들에게 보내주기 시작한 지 벌써 만 3년이 되어간다.
홀로 책을 읽는 데는 장점이 많다.
책 선택을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읽는 속도도 조절할 수 있고 느낌과 기억을 몸 속에 조용히 간직하는 등...
하지만, 당연히 그 반대급부도 있다.
가끔 책 선택에 실패하기도 하고 좋은 책을 소개받기가 생각보다 힘들고 혼자만 읽고난 후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점점 희미해진다. 책에서 궁금하거나 '다른 사람 생각은 어떨까?'라는 궁금증도...
그래서 이제는 나 혼자만의 책 읽기와 더불어 여럿이 함께 읽는 것에 대한 장점도 취해보고자 했다.
내가 처음 참여한 독서토론의 대상은 < 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2007년 1월, 지형)...
** <행동경제학>은 인터파크 도서에 등록되지 않아 서평을 써도 등록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ㅠ.ㅠ;;
그 책을 1/3 정도 읽다보니 고전경제학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비교하고 검토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2년 전에 구입했다가 읽다가 말았던 이 책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가 기억나서 다시 집어들었다.
 
이 책의 영문 초판은 1989년에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도 초판이 1999년에 출간되었고 나는 개정판을 읽은 셈이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최우수강의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듯이 쉽고 일목요연하게 근대 이후의 경제사상사를 설명하고 비교하고 평가한다.
근대 경제사상사에서 족적을 남겼던 15명 전후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이론을 다루면서도 영리하게도 자신이 칭찬, 칭송하거나 비판, 비난하고 싶은 상대에게는 그 경제학자들의 발언과 글을 이용하기도 한다. 
마치 자신이 아니라 '죽은 경제학자'들의 의견인 것처럼...
'죽은 경제학자'들의 권위를 내세워 자신의 의견을 강조함과 동시에 독자들의 감정과 비난을 피해갈 수 있도록...^^
 
개정판 서문에서 처음 읽은 글이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일반이론」중에 "경제학자 및 정치철학자의 아이디어와 힘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다. 세계는 그 아이디어들이 움직여 나간다……선용되는 악용되든 궁극적으로 위험한 것은 아이디어지 사리(私利)가 아니다." 란 내용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위험한 것'이 '사리'가 아니라 '아이디어'라고? '사리사욕'이 개발과 만악의 근원이 아니라??
저자가 잘 못 쓴 문구인지, 번역자가 잘못 해석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 문구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정판 서문에서 밝힌 또 다른 저자의 의견 - 1997년 아시아의 붕괴에 대한 - 역시 탐탁치 않다.
저자는 당시 아시아 붕괴의 원인으로 1) 정부의 과도한 개입 2) 정실자본주의 3) 달러화에 대한 미국의 태도 급변을 들고 있는데,
1)은 전혀 이유가 되지 않는 것 같고 2)는 장기적인 구조적 문제점일 수는 있으나 1997년 아시아 위기의 원인은 아니다.
3)이야말로 진정한 핵심 이유인데, 이에 더하여 아시아 지역 정부가 '세계화'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이 책에는 소위 고전경제학의 대부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
그들의 이름은 고전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국부론, 자유방임주의, 분업)부터
인구폭발과 지구멸망의 예언자 맬서스(인구론),
자유무역론의 창시자 데이비드 리카아도(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정치경제원론),
한계적 시야를 일깨운 알프레드 마셜(경제원론),
제도학파를 이끈 베블런과 갤브레이스(유한계급론, 경제학과 공공목적)
정부개입과 재정정책의 선구자이자 풍류도락가 케인스(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통화주의자이자 자유시장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자본주의와 자유, 선택의 자유),
공공선택학파 제임스 뷰캐넌(동의의 계산법),
합리적 기대이론가이자 자유시장주의자 로버트 루카스(합리적 기대와 계량경제학의 실제) 등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근현대사에서 고전경제학을 뿌리째부터 가장 위협했고 고전경제학의 방향을 바꾸어놓은 칼 마르크스(자본론)에게도 경제사상사의 한 자리를 내주었다.
다만, 칼 마르크스는 저자에 의해 인신공격자, 무능력자, 근시안을 가진 자, 학대와 잔학의 뿌리로 '부관참시'되었지만...
 
저자는 영국 태생이자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연구하였고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앵글로색슨식 인간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주류'경제학자 중의 하나다.
그런 저자의 배경과 시각을 가지고 근현대 경제사상사를 평가하였으니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영국과 미국인, 귀화미국인들이 경제사상사의 주역이 될 수 밖에 없고...
'서구 중심주의'와 '서구 우월주의'에서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이 책을 통해 고전경제학의 탄생과 변화과정, 그들이 근현대 정치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들을 신처럼 받드는 21세기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이론의 뿌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고전경제학의 주된 주제인 욕망, 합리주의자, 공리, 통화, 정부개입, 자유시장, 자유무역 등에 대한 이론적 근거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경제학이 '선택의 학문'으로서 경제학은 무엇을 선택하라고 지시하지는 않고 다만 선택의 결과를 예측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내 생각에 저자의 경제학의 정의는 잘못되었다.
20세기부터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 아니었다.
경제학은 인간의 본성, 인간의 선택, 인간의 판단과 행동, 생산물과 관련분야, 정치와 문화, 제도 등이 총 망라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문제가 경제학 뿐 아니라 경제학자, 그리고 이들을 '이용'하는 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의 문제는 인간의 본성과 행동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 있고
경제학자의 문제는 인간에 대한 잘못된 규정을 근거로 애정도 없이, 책임지지 않고 자신들의 이론을 만들어내고 그에 더하여 공명심과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들의 이론을 현실 정치경제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데 있으며,
어찌보면 그런 '순진한' 경제학자들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들에게 있다.
 
20세기에 들어선 이후 인류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1929년 대공황,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1970년 석유위기, 1997년 아시아발 금융위기,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 위기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자들은 '가진 자'들이었고 가장 큰 경제적,생물학적 피해를 본 것은 '가지지 못한 자'들과 애꿎은 자연과 생물들이었다.
이 상황에 대한 돌파구는 무엇일까??

[ 2010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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