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지난 7월에 법정스님의 저서 <내가 사랑하는 책들>에 소개된 책 50권 중에 <소로우의 무소유 월든>과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책이다.   

’라다크’는 어떤 곳인가?
라다크는 ’라 다그스 La Dags’라는 티베트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그 뜻은 ’산길의 땅’이라 한다. 히말라야 산맥의 북쪽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거대한 산맥의 그늘에 쌓여 있는 고원지대에 있다.
고도 1만 피트(3,050m)의 고원지대인 이곳에서 1년 중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대부분 농가 1가구당 5에이커(20,000m²) 정도의 경작지를 가지고 보리, 밀, 콩, 순무를 경작한다.
기원전 수천 년 전부터북부 인도의 몽족과 긹트의 다드족이 처음 이 지역에 거주하였고 기원전 500년 경에 티베트에서 이주해온 몽고 유목민들과 합류하면서 거주민들이 형성되었다.
종교와 문화적인 면에서 티베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종종 ’리틀 티베트’라 불리운다.

  
p.53 농가 1가구당 대개 5에이커 정도의 경작지를 가지고 있는데 여유가 있는 가구는 10에이커 정도를 경작하기도 한다. 적정한 경작지 면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일할 수 있는 가족의 수이다. 대략 한 사람당 1에이커 정도가 그 적정 면적인데 이곳 농부들에게 그 이상의 땅은 소용이 없다. 기본적으로 이곳 사람들은 경작하지 못 하는 농지를 소유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이것은 라다크 사람들이 농지를 재는 단위에 잘 반영되어 있는데 이들은 밭의 면적을 잴 때 그 밭을 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하루치’ 혹은 ’이틀치’라는 식의 단위를 사용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20세기부터 서구를 중심으로 전세계 수십억 인구가 치닫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인류에게 결코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GNP와  GDP로 수치경제를 지향하는 글로벌 경제는 행복 대신 공동체를 파괴하고 그것을 소비지향적인 획일성 문화로 대체함으로써 건강한 정체성의 근본을 훼손시킨다는 것을 온몸으로 겪은 저자는 라다크의 사례를 통하여 고발하게 된다.
저자는 처음 경제개방에 따른 변화에 혼란스러워 하다가 뒤늦게 이러한 사실들을 깨닫고 라다크를 ’수치’가 아닌 행복으로 되돌리기 위하여 전통을 되살리고 지역에 맞도록 과학을 이용하여 ’지역중심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의 1부, ’전통에 관하여’는
1975년 언어학자인 저자가 라다크 방언의 연구를 위해 라다크 마을을 방문하여, 자신이 살아왔던 서구세계와는 다른 가치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평화롭고 지혜로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2부, ’변화에 관하여’는
1975년 인도 정부의 개방정책에 따라 개방된 라다크 전통문화의 수도 레(Leh)가 외국 관광객들이 가지고 들어온 서구 문화와 가치관들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3부, ’미래를 향하여’는
저자가 라다크 사회의 회복을 위해 설립한 국제 민간기구인 ‘에콜로지및문화를위한국제협회(ISEC)’의 구체적인 활동과 ‘라다크 프로젝트 (Ladakh Project)’에 대한 소개와 활동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서구식의 소모를 전제로 하는 개발의 폐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들 토양에 맞는 새로운 가치의 정립과 발전을 이루어나가도록 설득하고 있다. 


 


인도정부가 라다크 지역을 외부에 개방하기 전 라다크 사람들은 자신들에 대한 긍정적인 자존감이 높았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마을 단위로 자급자족하였고 서로 돕고 협력하면서 항상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살았고 조상 대대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였다.
"미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들이 먹는 것은 돌로 빻아 만든 통밀 빵이에요. 우리 전통 빵하고 비슷한 것인데 그게 흰 빵보다 훨씬 더 비싸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천연재료로 집을 짓고 있어요. 우리처럼 말이에요. 보통 가난한 사람들이 콘크리트로 만든 집에서 살지요. 또 ’100퍼센트 천연섬유’나 ’순모’라는 표시가 있는 옷을 입는게 유행이에요. 가난한 사람들은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만든 옷을 입어요."
그곳에서 가장 심한 욕설은 ’숀 찬 schon chan’이라고 하는데, 이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순수한 지역에 자본주의가 침범해 들어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어 버린 것이다. 
인구가 급증하고 그에 따라 도시화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불필요했던 화폐와 용품이 들어오고 영화와 서구음악이 들어왔다. 이 모든 것들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서구지향적인 의식을 주입하였고 라다크인으로서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빼앗아갔다.
관광과 외부 농산물, 서구식 교육과 물품들은 지역의 자급자족 체계를 무너뜨리고 일하는 사람들을 도시로 내몰았다. 그들은 고향의 넉넉한 품에서 도시의 좁고 더러운 주거지역에서 생필품을 위한 노동자로 전락해간다.
 
이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부흥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무역을 줄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납세자들이 낸 세금은 운송망을 확충하는 데 쓰이고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역을 위한 무역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 우리는 우유에서 사과 그리고 가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상품들을 대륙을 가로질러 실어 나르고 있지만 그 상품들은 대부분 현지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정말 해야 하는 일은 지역의 경제를 더욱 강화하고 다양화해야 하는 것이다. 운송비용의 감축을 통해 우리는 쓰레기와 오염을 줄이고 농민의 위상을 개선시키고 공동체의 유대를 일거에 강화할 것이다."(p.323) 
 
라다크 지역과 라다크인의 삶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과정 역시 한반도의 역사와는 크게 다르다.
하지만 지리상, 역사상 과정이 다름에도 둘 사이에는 ’전통문화와 공동체의 해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라다크에서 배울수 있는건 삶 자체에 대한 생각들이다.
한사회 복지의 진정한 지표는 국민총생산이 아니라 ’국민총행복’ 이라는 부탄 국왕의 말을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무작정 주어진 삶, 남들이 살아가는 인생을 따라가다 어느 순간 ’인생’과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닥치게 된다.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책은 작은 실마리를 준다...









* 지난 8월에 EBS ’테마기행’에서 방영한 [오래된 미래, 라다크] 4부작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짧게 감상해 보았다.
저자와 달리 그냥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라다크 지역에 머물렀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라다크 지역의 진정한 문화와 삶을 담아내지 못하고 그저 ’한국과 다른’, ’독특한 지역과 사람들’이라는 메시지 밖에 전달하지 못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기획하면서 분명 저자의 책을 읽었을 텐데도 방송국과 제작진들은 그저 ’시청각 자료’를 만드는데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4편 내내 감탄과 소감 밖에 들리지 않는다.















[ 2010년 10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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