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5월 23일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하신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금도 나 뿐 아니라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당시의 충격에서 모두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의 경우 2009년의 충격과 기억이 일상생활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것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함으로써 자신의 뜻과 희망을 펼친 것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일종의 ’트라우마’로서 무의식 속에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2009년 나 역시 그런 충격과 트라우마, 그리고 죄스러운 마음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작년 5월 초순 경에 김해 봉하마을에 직접 갔다 왔다. 노대통령의 생가도 둘러보고 부엉이 바위에도 올라가 한참을 봉하마을을 내려다 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기도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사모’에 가입해 활동하거나 노무현 후보의 선거운동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물론, 노대통령이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을 때 마음 속으로 기뻐했고 국정을 잘 운영하여 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를 구현하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조금씩 느꼈지만 서거 이후에 뼈저리게 느낀 것은 대부분 지지자들의 ’수동적’이고 ’대리만족적’인 정치의식이 스스로를 방관자이자 구경꾼으로 만들었고 노전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채 방해만 했다는 점이다. 나 역시 노전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먹고살기에 치중했고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깊숙하게 고민하기 보다 즉흥적인 감각과 판단, 주변 사람과 여론의 동향에만 의존했을 뿐이었다.
 

이 책은 노전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이하여 늦게나마 그 분의 인생역정과 생각, 철학, 정책을 알아보기 위함이고 참여정부에 대해 나 스스로 냉정하게 공과를 따져보기 위함이다. 그것은 다시는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다는 내 마음 속의 이성과 감성이 작동한 것이라 받아들인다. 앞으로 이 책을 비롯하여 노전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책 몇 권과 그 분과 관련한 책 몇권을 연이어 읽어볼 계획이다.
 

<여보, 나 좀 도와줘>는 노전대통령이 정치계에 몸담은 지 7년 째, 1993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연소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지지자들과 국민들에게 자신을 남김 없이 있는 그대로 알려주기 위함이었고 대화를 시도한 책이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고집스럽게 세 번째로 부산에서 출마해 낙선하였고 그 해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고 193년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정치인 생활 7년 동안 자신이 "무엇 하나 제대로 생산해낸 것이 없어 보이는 듯한" 정치활동을 해왔고 그 기간에 대한 회고는 "항상 체증과도 같은 무언가의 답답함을 내 가슴 속에 남기기 일쑤"였다. 결국 노전대통령은 그 이후 "이대로 편안하게 주저앉아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생각에 펜을 들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물론, 한국 정치상황에서 낙선 정치인으로 정치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력’으로 자금을 벌어보겠다는 의지도 일부 작용했고...


정치인 노무현이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이 책은 비록 대통령 당선 시점에서 8년이나 전에 발간된 것이지만, 그 힘의 ’맹아’를 보여주고 있다.


제1부. [여의도 부시맨]에서는 1988년부터 노전대통령이 의정활동을 진행한 4년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변호사는 본래 그렇게 먹고삽니까?" 그가 변호사 시절 변호사의 특권과 관행을 이용하여 어느 아주머니에게 비난을 받고 나중까지 고통으로 남아있던 일화에서 들은 이야기다. 그는 과거 자신이 잘못했던 그 사건을 밝히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글을 시작한다. 그 외에 1988년 청문회 전후의 상황과 자신의 생각, 1992년 낙선을 둘러싼 소회들, 1989년 의원직 사퇴 파동과 1990년 ’3당 합당’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제2부. [잃어버린 영웅]에서는 당시 한국 민간정치의 양대 산맥이었던 김영삼씨 및 김대중씨와 노전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일화들과 노전대통령이 양 김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노전대통령은 김영삼씨를 ’탁월한 조직의 보스’, ’침묵으로 말하는 정치 9단’으로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김영삼씨가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보여준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이 ’기회주의자’들에게 하나의 모델을 선사함으로써 정치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폐해를 끼쳤음을 비판한다.
김대중씨에 대한 노전대통령의 평가는 ’아까운 존경스러운 지도자’이다. 하지만 1992년 대통령 선거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대중씨가 복귀할 경우 그런 지도자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한다.(결국 김대중씨는 1995년 7월 정계에 복귀했다.)
노전대통령 입장에서는 김영삼씨와 김대중씨 모두 한국 정치를 불신과 냉소, 기회주의와 결과주의를 낳은 원흉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제3부.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는 평범한 정치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자신이 느끼고 고민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4부. [내 마음의 풍차]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여러가지 일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노전대통령... 그는 ’어머니’ 노래 가사를 통해 자신이 이후에 핵심으로 삼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를 염원하는 뜻을 내비친다.

이 책 안에 나타나는 1994년의 노전대통령은 순수하고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인에 불과했다. 노동자와 서민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이고 불의나 돈에 굴복하지 않는 그의 모습... 노전대통령의 이미지 그대로 소탈하고 소박한 얼굴이 책 장 속에서 느껴진다. 이런 그 의지와 생각을 1995년 이후에도 꾸준하게 유지해갔던 것이 국민들에게 지지와 성원을 받은 풍차,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부족했던 결과를 잉태하고 있었을까?....

[ 2011년 5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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