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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 - 리 스몰린이 들려주는 물리학 혁명의 최전선 ㅣ 사이언스 마스터스 13
리 스몰린 지음, 김낙우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9월
평점 :
"양자 중력 이론이 인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기적과도 같은 사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 불가사의한 사실의 적어도 일부나마 파악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신념일 것이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 <실험실 지구>, <여섯 개의 수>, <생각의 탄생>에 이어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열 세번째 책으로, ’양자 이론과 상대성 이론을 통합하고 있는 양자 중력 이론(중력의 양자이론)의 현황과 전망’을 소재로 삼고 있다.
브라이언 그린이나 리차드 파인만 등 내가 지금까지 읽어오던 우주론과 우주론 관련 물리학 관련서적이 대부분 ’초끈이론’ 중심이었는데 이 책은 그동안의 내가 편협하게 알고 있던(초끈이론 주창자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들었던) 것을 교정시켜 주었다.
내용이 많이 어려운 책이었으나 우주론의 최신 동향, 초끈이론과 다른 이론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라서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는 않았다.
17세기 후반 아이작 뉴턴은 수학과 물리학, 천문학 등 많은 분야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이루었다. 특히 그의 절대적 시공간 개념과 중력, 행성운동 개념은 동 시대의 다른 과학자들의 업적과 함께 인류사회에 ’물질주의’, ’절대성’과 ’기계론’을 인식시켜 놓았다.
뉴턴의 영향은 21세기인 현재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양자역학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한 빛(이중성)과 소립자의 세계를 확률론적(확률파동함수)으로 설명하고 인간이 소립자의 위치와 속도를 모두 알아낼 수 없다는 것(불확정성의 원리)을 밝혀냈다.
200년 넘게 서구사회를 지배해온 뉴턴역학을 넘어 우주론과 자연과학에 커다란 획을 그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수 십년 동안 해결하려고 애쓴 분야가 ’대통일이론’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광속의 유한성’과 ’상대적 시공간’ 개념을 탄생시켰고 물리학계에 양자역학의 토대도 제시한 바 있었다.
중력, 시간, 공간, 그리고 물질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뒤흔든 상대성이론과 양자 역학은 20세기에 물리학 혁명을 일으켰다.
아인슈타인이 이루어놓지 못한 대통일이론은 현재 ’양자 중력 이론(Quantum Gravity Theory)’라는 이름으로 현대 물리학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이론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어떤 혁명적인 이론들이 만들어지고 다시 사라지고 있는지 보고하고 있다.
저자는 양자 중력 이론에 이르는 길로 초끈 이론(super string theory)의 길, 고리 양자 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의 길, 그리고 블랙홀의 열역학의 길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해오던 자연과 우주현상에 대한 "존재론적 세계관"을 ’진화하는 관계들의 네트워크’로 보는 "관계론적 세계관"으로 전화하게 되면, 언젠가는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희망 어린 전망을 내놓는다.
[양자중력이론]
1. 초끈 이론(super string theory) :
초끈 이론은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존재가 점(0차원)처럼 생긴 입자가 아니라 일차원적인 끈이라고 주장한다.
이 끈은 1차원 시간과 9차원 공간 속에서 진동한다.
끈마다 진동하는 방식이 다 다른데, 이 진동 방식에 따라 그 끈은 전자, 쿼크, 뉴트리노, 혹은 중력자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는 세상의 모든 입자는 모두 다 진동 방식만 다른 끈인 것이다.
그러나 이 초끈 이론에는 약점이 있다.
초끈 이론을 연구하다 보면 수학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 다시 말해 모순없는 이론이 다섯 가지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의 이론적 연구에 따르면 무수히 많을 수도 있다.
이것은 초끈 이론이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뜻한다.
초끈 이론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절대 시공간이라는 뉴턴 역학적 낡은 배경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2. 고리 양자 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 :
초끈 이론의 강력한 경쟁자인 고리 양자 중력 이론은 공간에도 최소 단위가 있다는 놀라운 주장을 한다.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매끄러워 보이는 표면이 자잘한 원자와 분자들로 거칠거칠한 것처럼, 물질이 불연속적인 원자들로 이뤄지듯이, 공간 역시 아주 작은 규모까지 쪼개다 보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상대성 이론을 가지고 거둔 최대의 업적, 다시 말해 시공간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물들의 관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관계론적 존재임을 보여 준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이론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가 가만히 있는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요동하는 동적인 존재임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것은 우주의 생성 과정, 평행 우주, 다중 우주, 양자 블랙홀 이론 등 현대 우주론의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해 준다.
그러나 이 이론 역시 수많은 비판을 받는다.
기존에 나와 있는 이론들을 수학적으로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다루는 단순한 수리 물리학적 테크닉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시작해서, 고리 양자 중력 이론이 바탕에 놓고 있는 이론들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공격이 나오고 있다.
[양자시공간의 컴퓨터 모형]

3. 블랙홀의 열역학
블랙홀의 열역학은 우주론 연구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 이론은 양자 중력 이론과 관련해서 실험적으로 의미가 있는 예측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다.
왜냐하면 10차원의 끈과 플랑크 길이의 공간 원자와는 달리 블랙홀의 열역학은 우주 공간에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되는(거의 존재하는 것이 확실시되는) 블랙홀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는 어떤 천체가 블랙홀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조만간 블랙홀임이 확실한 천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블랙홀의 열역학 이론이 예언한 호킹 법칙, 베켄슈타인의 한계, 운루의 법칙 같은 이론적 예측들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되며,
블랙홀의 열역학에 바탕을 두고 세운 양자 중력 이론은 앞의 두 후보들에 비해 최종적 양자 중력 이론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블랙홀의 거대한 중력에 의해 극단적으로 늘어나 있는 블랙홀 주변 시공간에 대한 관측을 통해 우리는 고리 양자 중력 이론과 초끈 이론의 예측과 제안이 얼마나 타당한지도 검증할 수가 있다.
[ 블랙홀의 특이점과 지평선]

현재 이론 물리학계의 주류는 초끈 이론이다.
전 세계 수천 명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초끈 이론에서 새로운 발견을 꿈꾸며 치열하게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이기는 하지만 고리 양자 이론가들은 초끈 이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들을 지적하며 고리 양자 중력 이론을 제안하고 있다.(저자는 고리양자중력이론 전문가...)
현대 이론 물리학계는 이 두 이론가 집단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물리학계나 기타 자연과학계 역시 통상적인 학문분야와 비슷한 분위기와 문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초끈이론 전문가들과 고리양자이론 전문가들이 상대방의 논문이나 학회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들의 이론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져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세 가지 길이 하나의 현상을 보는 세 가지 다른 창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과거 16~17세기에도 (동시대를 살았지만) 케플러의 행성 법칙을 알아 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갈릴레오와 갈릴레오의 투사체 법칙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케플러가 손을 잡았다면, 갈릴레오와 케플러의 업적을 통일해 근대 물리학의 기초가 된 뉴턴 역학이 그들의 시대에 탄생할 수 있었다며 사례를 든다.
저자는 책 후반에 양자중력이론으로 가는 ’세가지 길’ 이외에 블랙홀의 열역학에 영감을 받은 ‘홀로그래피 원리’, ‘비가환 기하학’, ‘블랙홀의 엔트로피 이론’을 소개한다.
그러한 새로운 이론적 아이디어에서 나온 공통의 문제를 초끈 이론가들과 고리 양자 중력 이론가들이 함께 풀다 보면 두 이론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인 최종 이론의 부분들이거나, 어느 하나가 다른 이론과 비슷할 것이라 예상한다.
[양자중력 공간이론 - 웜홀]
저자는 이 책의 결론을 과감하게 내린다.(이 책은 영문판 발간은 2000년이다.)
첫째는 2010년대까지는 초끈 이론과 고리 양자 중력 이론의 안개 속 논쟁이 깔끔한 최종적 이론으로 정리되어 양자중력이론의 기본 틀이 마련된다는 것
둘째는 21세기 중반에는 고등학생이 중력에 대한 양자 중력 이론을 배우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결론은 2010년대가 지나려면 아직 9년이 남아있으니 지켜볼 일이고 둘째 결론은 우리 후손들이 알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내 나름대로 의미를 발견한 부분은 서구의 주류 물리학계에서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독립된 존재’를 파고들어 가는 방식 뿐 아니라 ’상호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의 측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서구에서 물리학이나 우주론에서 출발하여 생물학이나 화학과 같은 자연과학 뿐 아니라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서도 관점과 방법론이 전환될 것이라는 예감을 준다.
* 책 속의 문장
- 우주에 실재하는 것과 무관한 공간은 의미가 없다. 공간은 비어 있거나 꽉 차 있으며, 어떤 것들이 그저 오고 가는 무대가 아니다. 공간은 존재하는 것들을 제외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 즉, 우주는 사물들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들의 한 측면일 뿐이다.(p.49)
- 공간은 문장과 비슷한 것이다. 단어가 하나도 없는 문장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 우주의 기하학은 문장의 문법 구조와 무척 흡사하다.(p.49)
- 나는 상대성 이론고 양자이론이 주는 교훈은 우주가 진화하는 관계들의 네트워크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p.52)
- 중력의 양자이론을 세우는데 그토록 오래 걸린 이유 한 가지는 이전의 모든 양자이론이 배경 의존적이었기 때문이다.(p.60)
- 근본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면 우리는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새 물리학의 언어로 말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과정이 상태보다 중요한 어휘 체계를 배워야만 한다.(p.111)
- 우주는 많은 ’사건’들로 구성된다. ... 사건들의 우주는 ’관계론적인 우주’다. 즉, 모든 성질들은 사건들 사이의 관련성을 통해서 기술된다. 두 사건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관계는 ’인과 관계’다. (p.112)
- 인과적 구조는 모든 시간에 대해서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동적이며 법칙에 따라 진화한다. 우주의 인과적 구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 가는가를 결정하는 법칙을 ’아인슈타인 방정식’이라고 부른다. (p.121)
- 세계의 불연속 구조가 명백해지는 시간과 공간의 규모를 ’플랑크 규모’라 부른다. 그것은 중력과 양자현상의 효과가 동등해지는 규모로 정의된다.(p.123)
- 공간의 한 영역을 0도까지 냉각시켜서 그것이 에너지를 갖지 않게 해도, 여전히 무작위적으로 요동치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존재할 것이다. 이것을 진공의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s)’이라고 부른다. (p.158)
- 물리학은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가능성의 예술이다.(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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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중력과 상대성이론의 경합 ] 2009. 11. 03 한겨레 기사
73억광년 날아온 빛의 속도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살려

양자중력이론 예측 일부 틀려
‘아인슈타인이 옳았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 73억 광년의 거리를 날아온 감마선 빛을 관측해 분석해보니 빛속도는 에너지나 파장과 무관하게 늘 일정하다고 보았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여전히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천체물리학자들이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에서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모든 빛은 진공의 시공간에서 늘 초속 30만㎞로 날아간다는 ‘광속 불변의 법칙’을 특수 상대성이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에 양자이론과 상대성이론을 통합해 ‘만물의 이론’을 만들려는 물리학자들은 미시의 양자세계에선 시공간의 진공에서 ‘양자요동’이 일어나며 고에너지와 만날 때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빛의 에너지가 클수록 빛속도는 느려진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분야의 연구자인 김상표 군산대 교수(천체물리학)는 “바다가 멀리서 보면 평탄하지만 가까이 보면 물거품을 일으키며 요동하는 것처럼 양자세계에선 시공간이 요동한다는 게 ‘양자요동’의 의미”라며 “아인슈타인 이론에선 에너지와 파장에 관계없이 빛속도는 일정하지만, 양자중력이론에선 빛속도가 양자요동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예측돼 왔다”고 말했다.
두 가설이 맞서 있는 가운데,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 7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중성자별의 충돌로 생긴 엄청난 에너지의 감마선 입자들이 지구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지난 5월 처음 포착했다. 포착된 감마선 입자 하나는 다른 것에 견줘 무려 100만배가량 큰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기에, 아인슈타인에 도전한 새로운 양자중력이론이 맞다면 두 입자의 도착 시각은 몇 분가량 달라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0.9초 차이에 불과했다. 여러 분석 방법을 동원해 연구팀은 두 빛 입자가 7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동시에’ 출발했음을 입증했다.
김 교수는 “빛이 무려 73억 광년이나 날아오는 동안에 불과 0.9초 차이만을 나타냈다면 이는 사실상 에너지 차이가 빛속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양자이론의 일부 예측이 틀렸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감마선 폭발은 평균적으로 석탄 3×10³³t을 태우는 것과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감마선이 방출되는 원리는 아직 분명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다른 연구에선 감마선 빛 입자의 도착 시각이 4분가량 차이를 나타내 양자중력이론 쪽이 의기양양했는데 이번엔 지난해의 분위기를 뒤엎었다”며 “이번 연구의 분석은 매우 신뢰할 만하고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와 양자시공간연구센터는 2일부터 4일까지 한국과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감마선 폭발과 상대론적 천체물리학에 관한 심포지엄을 서강대 마태오관에서 열고 있다.
오철우 기자
[ 2010년 11월 3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