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50권
문학의숲 편집부 엮음 / 문학의숲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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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책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나에게 있어 ’책’이란 필요할 때, 필요한 책을 찾아 읽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초중고 12년과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는 교과서와 읽고 싶을 때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집어들거나 동아리나 학회의 세미나에 ’필요’해서 읽었다. (그래도 <레미제라블>, <죄와벌>, <제인에어>, <그리스,로마신화>, <탈무드>, <전쟁과평화> 등 웬만한 청소년용 고전을 읽은 기억은 있음...ㅎㅎ) 가끔은 주변에서 추천하거나 서점에 들렀다가 눈에 띄는 책을 고르는 정도... 사회에 나와 회사를 다니거나 회사를 차려 경영이란 것을 했을 때에도 다르지 않았다. 즉, 나에게 ’책’은 40년 넘게 ’필요’나 ’선택’ 이상은 아니었다. 역으로 매사에 어떤 일이나 상황을 대할 때마다 먼저 책을 집어드는 주변의 몇몇을 접할 때에는 ’책지상주의’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 현실에 나서는 여러가지 일과 상황은 내가 직접 뛰어들어야 구체적이든, 감각적이든 파악이 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중요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마도 나에게 근본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이 아로새겨진 1985년~1994년의 10여년 동안 ’느낌’과 ’행동’보다 ’이성’과 ’논리’를 앞세웠던 태도들에 대한 반동이었으리라 생각한다.(역으로 책 읽고 세미나하고 깊게 파고들기 싫은 공대생의 기질도 한 몫 했을 것이고...ㅋ) 
 
아무튼, 그렇게 책과 약간 거리를 두었던 세월이 40년 넘게 흘러갔다. 2003년부터 5년간 사업을 한답시고 좌충우돌 전쟁같은 시간을 보낸 후, 나는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관계에 대해, 그리고 경제에 대해 궁금증만 가득 안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지나간 삶과 나의 언행, 겪어본 과정을 되새겨보고 궁금증을 나름대로 풀어보기 위해 고민하던 차에 여행을 떠나면서 들고간 몇 권의 책이 나를 ’책 읽기’로 잡아주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여러가지를 잊어버리기 위해, 그리고 중고교 시절 한 때 꿈꾸었던 수학과 자연과학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책을 집어들었다. 책에 대한 특별한 목적과 방향이 없었기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수학과 자연과학 뿐 아니라 경제, 문학, 인문, 사회까지 책의 범위는 넓어져갔다. 그렇게 200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혼자 있을 때에도, 잠시 짬이 났을 때에도, 일을 하는 틈과 틈 사이에 시간 나는 대로 책에 몰두했다.
 
어느 정도 책을 읽으면서 ’책읽기’가 말 그대로 ’생활화’되고 어렴풋이 장기간의 독서 방향이 잡히고 그동안의 책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고 있던 때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지금은이 책을 만났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특별한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반반이다.
 
이 책을 통해 책읽기에 대해 다시금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읽어야 할 책에 대해,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귀중한 도움을 받았다.
 
법정스님은 이 책을 통해 마치 나를 앞에 세워두고 혼찌검을 내듯이 말하신다. "우리가 책을 대할 때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을 읽는 일로 이어져야 하고 잠든 영혼을 일깨워 보다 값있는 삶으로 눈을 떠야 한다. 그 때 우리는 비로소, 펼쳐 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빛을 발하고 있는 그런 책까지도 읽을 수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스님은 ’책에 읽히지 말고 책을 읽으라"라고 내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책을 읽는 분명한 방향과 책 읽기를 통한 궁극적인 방향을 알려주신다. "세상에 나도는 책이 다 양서일 수는 없다. 두 번 읽을 가치도 없는 책이 세상에는 얼마나 쌓여 가고 있는가. 삶을 충만하게 하는 길이 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넘어서 어디에도 의존함이 벗이 독자적인 사유유와 행동을 쌓아 감으로써 사람은 그 사람만이 지니고 누릴 수 있는 독창적인 존재가 된다."
 
[ 법정스님이 사랑하고 추천한 책 목록 ] 
* 아래 50권 중 내가 먼저 읽은 책은 빈센트 반 고흐의 <영혼의 편지> 밖에 없었다.
1~5번까지는 이 책을 알고나서 읽기 시작한 것들이다.
참고로 5번부터 50번까지의 46권의 책은 과선배인 돈룡형이 후배의 ’수양’을 위해 협찬해 주시기로 했다. (선배님! 감솨합니다.!!!)
 
1. 새로운 형식의 삶에 대한 실험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 ’간소하게 사는 것은 가장 본질적인 삶이다.
    복잡한 것은 비본질적이다. 단순하고 간소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들은 자신을 좁은 틀 속에 가두고 서로 닮으려고만 한다.
    어째서 따로따로 떨어져 자기 자신다운 삶을 살려고 하지 않는가.
    소로우처럼 각자 스스로 한 사람의 당당한 인간이 될 수는 없는가."
     

2. 인간과 땅의 아름다움에 바침 - 장 피에르와 라셀 카르티에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공급해주는 대지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보호하는 일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의 지적 능력이 지배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주어졌음을 깨달아야 한다.’
   

3.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다는 건가요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과연 행복한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나 재산의 소유에 있지 않고 내가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에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핵심적인 힘을 부여하는 것은 나 자신의 사람됨이다."
     

4.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 말로 모건 [무탄트 메시지]
  : "올바른 이해는 책이나 선생으로부터 얻어듣거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은 하나의 느낌이나 자세가 아니다. 그것은 온전한 삶의 방식이고, 우리 자신과 우리 둘레의 수많은 생명체들에 대한 인간의 신성한 의무이기도 하다."
     

5. 포기하는 즐거움을 누리라 - 이반 일리히 [성장을 멈춰라]
  :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것은 돈, 권력, 집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다.
     그 사람이 돈과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가가 아니라, 그가 어떤 마음을 지니고 그 마음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에 따라 부자가 될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먼저 넉넉한 마음의 그릇부터 준비해야 한다.
     마음의 그릇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덕이다. 덕을 나누는 일이다."
    

6. 모든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행복 - 프랑수아 를로르 [꾸뻬 씨의 행복 여행]
: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것은 행복을 목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간다. 그러나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다."
- 꾸뻬씨가 찾은 행복의 비결
 첫번째 :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것
 두번째 :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세번째 :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
 네번째 : 내가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
 다섯번째 :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여섯번째 :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
 일곱번째 :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7. 자신과 나무와 신을 만나게 해 준 고독 -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 20세기 초 프랑스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진솔하게 쓰여진 책...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 모든 것과 상관없이 자연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수 십년 간 묵묵하게 나무를 심은 사람이 있었다.
그 한 사람으로 인해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지방은 황폐해 있던 산과 언덕이 삼림과 동물로 가득해지고 결국 떠났던 사람들마저 돌아오게 만들었다.
이 사람이야말로 그 어느 누구보다도 고결한 성품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8. 한 걸음씩 천천히 소박하게 꿀을 모으듯 - 사티쉬 쿠마르 [끝없는 여정]
: 26세의 나이에 어느 날 신문에 난 기사 - 90세의 나이에 핵무기 반대시위를 한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이야기 - 를 읽고 친구와 함께 2년 반동안 인도의 뉴델리를 출발하여 모스크바, 파리, 런던, 워싱턴으로 평화를 전하는 세계 여행을 떠난 사람이다. 그것도 돈도 없이 두 발로 걸어서...
그는 그 뒤에도 인도에서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격월간 녹색잡지 [소생 Resurgence]를 발간하고 대안학교의 모범이 된 [하트랜드 작은학교]를 세웠다. 녹색 출판사 그린북스를 운영하고 세계적인 생태교육 기관 [슈마허 대학]을 설립했다.
사람들은 그를 '살아있는 간디', '녹색운동의 큰 스승', '걸어다니는 녹색 혁명가'라고 부르지만, 그 자신은 스스로를 '지구의 순례자'로 부른다. 그의 삶 자체가 끝없는 만남과 탐구로 가득한 순례이고 그 여정에서 수많은 스승과 지혜들을 만나 자양분을 흡수하고 그 자신 역시 다른 이들의 삶에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9.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 -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 행복이 우리를 떠난 이유는 권태에 대한 두려움, 경쟁, 과도한 염세주의적 태도, 질투, 불합리한 죄의식, 자기 안에 갇힌 삶, 죄의식과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두려움 등이다.
하지만 러셀은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능력이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10. 나무늘보에게서 배워야 할 몇 가지 것들 - 쓰지 신이치 [슬로 라이프]



11. 기억하라, 이 세상에 있는 신성한 것들을 - 류시화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12. 신은 인간을 가꾸고, 인간은 농장을 가꾼다 - 핀드혼 공동체 [핀드혼 농장 이야기]

13. 모든 사람은 베풀 것을 가지고 있다 - 칼린디 [비노바 바베]

14. 이대로 더 바랄 것이 없는 삶 - 야마오 산세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

15. 나는 걷고 싶다 -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 예찬]

16. 아프더라도 한데 어울려서 - 윤구병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17. 신에게로 가는 길 춤추며 가라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18. 한쪽의 여유는 다른 한쪽의 궁핍을 채울 수 없는가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19. 마른 강에 그물을 던지지 마라 - 장 프랑수아 르벨·마티유 리카르 [승려와 철학자]

20. 당신은 내일로부터 몇 킬로미터인가? - 이레이그루크 [내일로부터 80킬로미터]

21.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 후쿠오카 마사노부 [짚 한 오라기의 혁명]

22. 큰의사 노먼 베쑨 - 테드 알렌·시드니 고든 [닥터 노먼 베쑨]

23. 풀 한 포기, 나락 한 알, 돌멩이 한 개의 우주 - 장일순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24. 삶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 - 아베 피에르 [단순한 기쁨]

25. 두 발에 자연을 담아, 침묵 속에 인간을 담아 - 존 프란시스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

26. 가을매의 눈으로 살아가라 -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7. 생명의 문을 여는 열쇠, 식물의 비밀 - 피터 톰킨스·크리스토퍼 버드 [식물의 정신세계]

28. 우리 두 사람이 함께 -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29. 축복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 레이첼 나오미 레멘 [할아버지의 기도]

30.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 - E.F.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31. 바람과 모래와 별 그리고 인간 -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32.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33.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34. 나무는 자연이 쓰는 시 - 조안 말루프 [나무를 안아 보았나요]

35. 용서는 가장 큰 수행 - 달라이 라마·빅터 챈 [용서]

36. 테제베와 단봉낙타 - 무사 앗사리드 [사막별 여행자]

37. 꽃에게서 들으라 - 김태정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백 가지]

38.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39. 우리에게 주어진 이 행성은 유한하다 - 개릿 하딘 [공유지의 비극]

40. 세상을 등져 세상을 사랑하다 - 허균 [숨어 사는 즐거움]

41.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심장 - 디완 챤드 아히르 [암베드카르]

42. 바깥의 가난보다 안의 빈곤을 경계하라 - 엠마뉘엘 수녀 [풍요로운 가난]

43. 내 안에 잠든 부처를 깨우라 - 와타나베 쇼코 [불타 석가모니]

44. 자연으로 일구어 낸 상상력의 토피아 - 앨런 와이즈먼 [가비오따쓰]

45.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법 - 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46. 결론을 내렸다, 나를 지배하는 열정에 따라 살기로 -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47. 성장이 멈췄다, 우리 모두 춤을 추자 - 격월간지 [녹색평론]

48. 내일의 세계를 구하는 것은 바로 당신과 나 - 제인 구달 [희망의 이유]

49. 내 안의 ‘인류’로부터의 자유 - 에크하르트 톨레 [NOW―행성의 미래를 상상하
는 사람들에게]

50. 어디를 펼쳐도 열정이 넘치는 책 -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나는 이 계절에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이다.
술술 읽히는 책 말고, 읽다가 자꾸만 덮이는 그런 책을 골라 읽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물론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진짜 양서는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어야 한다.
한 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 구절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서란 거울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 한권의 책이 때로는 번쩍 내 눈을 뜨이게 하고 안이해지는 내 일상을 깨우쳐 준다.
그와 같은 책은 지식이나 문자로 쓰인 게 아니라 우주의 입김 같은 것에 의해 쓰였을 것 같다.
그런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좋은 친구를 만나 즐거운 때처럼 시간 밖에서 온전히 쉴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7월 말경 입적하신 법정스님의 말씀을 뒤늦게나마 책으로 듣기 위해 <아름다운 마무리>와 함께 마련했다.
당시 <아름다운 마무리>만 먼저 읽고 스님이 추천하신 책 50권을 모두 읽은 후 이 책을 통해 되새겨보려 했다가 아무래도 순서가 바뀐 것 같아 이제야 모두 읽은 것이다.

이 서평은 앞으로 빠르면 6개월, 늦으면 1년 후에 완성될 예정...ㅎ 

[ 2010년 12월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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