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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 앨 고어의 긴급환경리포트
앨 고어 지음, 김명남 옮김 / 좋은생각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앨 고어'라는 이름에 대한 기억은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측의 의심스러운 플로리다주 선거운동의 결과로 대통령 당선에 실패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부적절한 선거로 당선된 부시 대통령은 미국 내 애국법 제정, 2003년 이라크 침공, 아프카니스탄 침공 등 미국과 전세계에 전쟁과 공포를 조장하였고 미국의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빈부격차를 늘렸다.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에도 공격적인 외교를 펼쳤고 그 바람에 김대중 전대통령에 이어 6자 회담, 금강산 관광 등 남북간 화해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앨 고어가 일찍부터 환경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로스쿨을 거쳐 미국 1977~1993년 테네시주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지냈다.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하여 2000년까지 부통령으로 재임했고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의 정보통신과 환경문제, 민생문제 해결에 전념했다. 특히, 1997년 '기후변화에 관한 교토 의정서' 창설을 주도하고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 및 국립공원 확대조치를 이끌어내는 등 지구적인 환경보호를 위한 정치적 노력을 경주하였다.
그는 2000년부터 세계 각지를 돌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슬라이드 강연을 1,000회 이상 진행하였는고 그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과 해결방안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책 속에는 그 동안의 강연에서 사용된 도표, 사진 등 구체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자료들을 풍부하게 수록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칼라 사진과 흑백 사진을 담아서 이산화탄소 증가 등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지구와 인류를 어떻게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준다. 가령 킬리만자로의 눈은 거의 녹아버렸고,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는 지금도 끊임없이 녹아내리고 있으며,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쑥대밭으로 만든 '카트리나' 같은 초대형 허리케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20여 년 내에 플로리다, 상하이, 뉴욕 등이 물에 잠기게 되고, 극단적인 이상 기후, 홍수, 가뭄, 전염병이 찾아오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데, 저자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사람들 각자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10가지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생활 지침들도 친절하게 안내한다.
- 가정에서 에너지 아끼기 : 에너지 휴율이 좋은 조명과 가전기기, 가전기기의 적절한 사용, 효율적인 냉난방, 단열 보강, 에너지 검사 받기, 온수 절약, 대기 상태 전력 낭비 절약,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
- 교통수단에서 온실가스 절감 :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 현명하게 운전, 효율이 좋은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대체 연료, 연료전지 자동차, 재택 근무, 비행기 적게 타기
- 생활 에너지 절약 : 적게 쓰고 오래가는 물건을 사고 쓰레기를 줄임, 재활용, 종이 낭비 자제, 장바구니 활용, 퇴비 생산 및 활용, 개인용 컵 사용, 육류 소비 축소, 지역 생산물 이용
- 변화의 촉매가 되자 : 기후변화에 대해 배우라, 남들에게 알려라, 학교나 회사가 방출량을 감축하도록 권고하라, 돈으로 투표, 투자의 영향을 고려, 정치적 행동을 취하라, 환경단체를 후원하라
화려한 사진과 도표는 '앨 고어'라는 이름과 더불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적어도 사람들이 직접 사진들을 보게 되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은 의심의 여지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어쩌다 한 번씩 자연재해에 대한 언론 소식을 듣거나 짧은 자료, 또는 텍스트로 된 환경자료를 보던 사람들에게 선명한 총천연색의 환경재앙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진가 도표가 책의 중심인 대신에 사진에서 나타난 모습들이 지구 온난화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과학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설득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지구 온난화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고 온실가스 축소에 따른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수 많은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들, 그들의 대리인들은 지난 세기부터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어 온실가스와 지구 온난화의 인과관계, 그리고 지구 온난화와 자연재해 등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이비 과학자와 언론을 돈으로 매수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전세계 의사결정자들과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그래도 부통령까지 지낸 저자가 환경문제 해결에 온몸으로 나선 것을 한국 정치인과 언론인, 교수와 종교인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 책 속의 문장 :
- 사실 지구의 기후 변화가 인간의 활동 탓이라는 사실에는 과학적 합의가 거의 이루어져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갈수록 오른다는 데 동의하며, 그 원인이 사람이며, 대기 중 온실 가스 방출을 지속할 경우 온난화가 한층 심각하게 진행되리라는 데에도 동의한다.(p.308)
- 물론 기후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여러 가지에 민감하다. 태양의 흑점이나 수증기가 그 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이산화탄소 및 기타 인공적 온실 가스에 대해 더욱 걱정해야 하는 증거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기후가 여러 자연적 요인들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는 사실은 경고일 뿐이다. 인간이 일으키고 있는 유례없이 방대한 변화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다. 인간은 어떤 자연의 힘보다도 강력한 존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p.309)
- 물론 기후는 자연적으로 변화한다. 나이테나 호수 침전물, 빙핵, 기타 과거 기후의 단서가 되는 것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과거에도 기후는 자연적으로 변해 왔으며 급작스러운 변화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과거의 일들은 지금 우리가 일으키고 있는 변화보다 훨씬 작은 양의 이산화탄소 변화로 일어났던 것이다. 남극 빙핵 조사 결과,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65만 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높음이 밝혀졌다. 자연적 기후 변화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뜻이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더욱 쌓이면 온도도 계속 올라갈 것이다.(p.312)
[ 2011년 5월 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