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 개정판
법정 지음 / 이레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스님은 송광사 불일암에 암자를 지어 20년을 산 뒤 강원도 산골에 화전민이 살던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셨다. 불일암에서 사신 지 오래되었고 글과 여러 지인들을 통해 거처가 알려지심에 따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임암에 찾아와 스님의 수행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강원도 산골로 옮기신 후부터 쓰시던 글을 정리하여 발간한 것이다.
 
책의 내용은 스님이 직접 쓰신 서문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여기 모은 이 글들은 산골의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며 그때 그때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내 삶의 뜨락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스스럼없이 열어보인 것이다.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 서니 헤치고 왔던 길이 잎이 져버린 숲길처럼 휑하니 내다보인다.
나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다시 묵은 허물을 벗는다.
이 책을 대하는 이마다 마음에 위로와 평안을 얻었으면 한다."
 
1.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시계도 없고 라디오도 들을 수 없다. 비로소 시간 밖에서 살 수 있게 됐다. 배가 고파야만 끼니를 챙기고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온 후에라야 잠자리에 든다. 자연의 흐름을 따라 먹고 자고 움직이니 마음이 넉넉해지고 태평해진다.(p.22)"
 
첫 번째 장에서는 새로운 오두막에서 살아가기 위해 흙방을 만드시고 불일암과 달리 시계와 전기, 전화를 없애신 후 자연을 벗삼아, 자연과 함께 지내면서 자연의 일부가 되는 삶을 통해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던지신다.
문명과 습관이 보이게, 보이지 않게 강요하는 소유욕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각 개인이 스스로를 자각하는데 있어 가장 절실한 것이라며...
 
2.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직업이 있다. 그런데 그 일이 참으로 좋아서 하는 직업인이 얼마나 될까?
대개는 그 일이 좋아서,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어어사가 아니라, 수입과 생활의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에 애착도 지니지 않고 책임감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일가 사람이 겉도는 불성실한 직업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일을 하지만 그 일에 흥미가 없으면 일가 사람은 하나가 될 수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책임을 느낄 때 사람은 그가 하는 일을 통해서 인간이 되어간다.(p.75) (중략...)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그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이라. 그래서 당신의 인생을 환하게 꽃피우라.(p.77)"
 
사람이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에 몰입하게 되면, 스님의 말씀처럼 '일과 하나가 되는 것' 이전에 스스로의 하루하루가 신날 것이다.
 
작년에 유명한 모 소설가의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읽는 내내 책 제목처럼 같이 지루했다. 세인들은 모두 그 소설가가 '성공'한 사람이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아마 스스로가 어느 정도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해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일 수도 있고 마케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소설가도 힘들고 어렵게 글을 써내고 세인들에게 인정받았음에도 다시 '하고싶지 않은 일'이 되버렸을 수도 있고...
 
나 역시 지금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3. 안으로 귀 기울이기
"우리는 말하기 전에 주의깊게 생각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말하는 것보다는 귀 기울여 듣는 데 익숙해야 한다. 말의 충동에 놀아나지 않고 안으로 곰곰이 돌이켜 생각하면, 그 안에 지혜와 평안이 있음을 그때마다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말을 아끼려면 될 수 있는 한 타인의 일에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일을 두고 아무 생각 없이 무책임하게 제삼자에 대해서 험담을 늘어놓는 것은 나쁜 버릇이고 악덕이다.
거듭 말하는 바이지만, 당신가 나 인간 개개인이 변화하지 않고는 세상은 결코 변화될 수 없다.
현재의 이 사회와 세상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사회가 우리를 만들고 있다. 그것은 우리를 어떤 틀 속에 밀어놓고, 또 그 틀은 사회라는 구조 속으로 우리를 밀어붙인다.(p.117)"
 
이 이야기 속에는 단순하지만 깊고 넓은 스님의 기본적인 세계관과 철학이 엿보인다.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 자연과 사회와 인간이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인간이 사회를 만들고 그 사회가 다시 인간을 만들어 간다는 것, 마치 '뫼비우스의 띠'나 <여섯 개의 수>에 나오는 '오우라보루스'처럼 인과관계가 이루어지고 만물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
어찌보면 '윤회'와도 같은 이 사슬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한 사람, 한 사람부터 시작해야 한다.
 
결국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이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스님은 지금의 자신을 안으로 살피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4.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스님은 강원도 그 산골에서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사세요?"라고 누가 물어보자 스님은 "시냇물 길어다 차 달여 마시는 재미로 살지요."라고 대꾸했다고 한다.(p.184)
 
우리는 이미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도시에 살고 있어 잘 모르지만, 자연은 봄은 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자신의 멋과 풍류를 보여준다고 한다.
나무와 풀, 산짐승과 물소리, 바람과 햇볕, 달빛과 눈빛... 그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
 
5. 새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다.
"밤에는 동해바다 일대에 오징어잡이 배들의 집어등이 장관을 이룬다. 어족들은 눈부신 등불을 보고 무슨 잔치인가 싶어 몰려들었다가 잡혀 한 생애를 마친다. 등불에 속는 것이 어찌 고기떼 뿐이랴. 밤의 수상한 불빛에, 과장된 그 불빛에 속지 말아야 한다.(p.258)"

스님의 거처는 대외비다. 강원도 산골에 몇 년간 살다가 바닷가 가까운 곳으로 내려왔다.
연로하셔서 '영하 20도의 그 팽팽한 긴장감'이 이젠 만만치 않아 잠시 피한한 것이다.

이 책 속의 스님의 에세이들은 단순한 은둔자의 감상이 아니다.
몸은 홀로 있지만 인간과 자연과 사회에 대한 명민한 통찰이며, 스님이 추구하는 도의 일부다.
그리고 스님은 중생들로부터 배우고 얻는 것들에 대한 댓사로서, 마땅한 도리로서, 중생들의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행동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섣불리 탈출을 결행할 수 없는 도시인들에겐 크나큰 위안이요 자극일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 마무리>와 <산방한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에 이어 법정스님의 저서를 네 번째로 읽었다. 이 책은 서점에 나온 스님의 저서 중에서 초기인 1998~1999년에 쓰신 글들이다. 

[ 2011년 2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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