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여정 - 녹색성자 사티시 쿠마르의
사티쉬 쿠마르 지음, 서계인 옮김 / 해토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작년 7월 법정스님의 저서 < 내가 사랑하는 책들 >에 소개된 책 50권 중 <소로우의 무소유 월든>,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 <오래된 미래>, <무탄트 메시지>, <성장을 멈춰라>, <꾸뻬씨의 행복여행>, <나무를 심은 사람>에 이어 여덟 번째로 읽은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도에서 왜 그렇게 많은 출중한 위인들이 계속해서 배출되는지 일부 이해가 된다.
물질적 정신적 허기에 힘들어하는 삶, 21세기에 들어서도 존재하는 비인간적인 카스트 제도, 깊은 시골과 밑바닥 인생들에게 뿌리박혀 있는 여러 종교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배출되는 간디, 크리슈나무르티, 비노나 베베, ...
 
저자 역시 지금은 세계적으로 녹색성자로, 비폭력 평화주의자로, 생태적 영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걸어온 삶은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고난의 연속이기도 했다.
인도의 농가에서 태어나(그가 태어났을 때, 마을의 한 점성가는 그의 인생은 끝없는 여행이 될 것이며,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아홉 살 때 친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이나교의 일원이 되었다.
그는 모든 친지들과 접촉을 끊고, 세속적인 관심을 멀리한 채 9년간 자이나교 승려로서 인도를 걸어서 횡단했다. 

비폭력적 방법으로 사회적 영성을 추구하는 간디의 가르침을 듣고 열 여덟 살 나이에 자이나교 승려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교단을 나와 간디주의자가 된다.(그는 자이나교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세상과의 단절이 그의 영성을 더욱 깊게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질식시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비노바가 주도하는 토지헌납운동에 참여하여 ‘걷기’를 통한 명상과 사회개혁의 위력을 두 눈으로 확인한 그는 친구와 함께 ‘반핵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릴 목적으로 무려 2년의 기간동안 인도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워싱턴까지 걷는 평화 순례에 나선다.
그 후 영국에 정착한 그는 생태적 사고와 전통문화, 그리고 자연의 지혜를 탐색하는 격월간 잡지 [리서전스]를 편집하고 발행하면서, 명상하고 산책하는 삶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간디식 평화와 공존의 이념을 전파해왔다.
또한 어린이를 위한 ‘작은학교’와 성인을 위한 ‘슈마허 대학’을 설립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안학교로 만들어 놓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비폭력과 생태적 영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수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비노바 바베를 비롯하여 인도 현지에서 만난 여러 구루들, 크리슈나무르티, 버트런드 러셀, 마르틴 루터 킹, E. F. 슈마허, 반다나 시바 등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세기의 지성들이다.
그는 이 걸출한 지성들과의 만남을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독특한 생태철학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는 삶의 과정에서 숱하게 이별의 아픔을 겪기도 했고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9살 어린 나이에 대지의 품과 같은 어머니와 가족들과 헤어져야 했으며,
도망치다시피 자이나교에서 벗어났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평화순례를 마친 후에는 첫 번째 아내와 두 아이들와 이별했다.
영국에서도 함께 생태운동을 진행하던 동지들과 다투고 결별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삶을 끝없이 현실에, 대지에, 평화에 던지고 살았다.
그는 생각과 사물과 사람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참다운 본래의 자아를 찾아 굳굳하게 걸어간 것이다.
 
굴하지 않는 의지와 자아를 찾고자 하는 열정...
사티시 쿠마르에게 배울 점이다. 
 
* 책 속의 문장
- 우리의 여행은 최종 목적지가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여행과 목적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흐르는 강물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강과 강물의 흐름이 하나이듯이 나 자신과 나의 모든 움직임 또한 하나임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곧 여행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은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즉 초탈의 세계를 향한 여행이었습니다. 동(動)과 정(靜)의 대립은 끝나고 나는 정적인 가운데 움직여 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방랑자, 영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인생의 방랑자였던 것입니다.

- 여행을 하는 동안 나는 하늘과 땅과 바다와 하나가 됨을 느꼈습니다.
내 몸이 우주의 일부분이며, 땅 위를 걸으며 대지와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방랑이야말로 내 삶의 본질이며, 나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라는 사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마치 거울 앞에 서 있는 듯 모든 사람과 자연 속에서 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내 어머니는 방랑을 하는 꿈을 꾸면서 나를 가졌고, 나의 방랑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승려로서, 비노바와 함께 그리고 지금의 평화 순례까지, 나는 방랑을 통해 모든 지혜를 얻어왔습니다. (/ 평화의 순례)
 
[ 2011년 2월 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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