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 원자력 르네상스의 실체와 에너지 정책의 미래
김수진 외 지음 / 도요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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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해안지대에서 발생한 강도 9.0의 대지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로 인해 일본에 사상 유례 없는 피해가 발생한 지 벌써 40일이 지나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막아낼 수 없는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는 차치하더라도 후쿠시마현 해안가에 설치되어 이번 쓰나미로 인해 문제가 된 원자력발전소가 일본 전역과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일본 정부와 토교전력측의 기밀주의와 안이한 대응으로 원자력 발전소 문제 대응에 시기를 놓친데다가 원자력 통제기술의 한계로 인하여 앞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태가 어떻게 확산되고 악화될지 예측도 불가능한 상태라 할 수 있어 전인류가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쓰나미 발생 후 얼마 동안은 일본의 피해와 동향에 대해서 언론에 보도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뿐이었다. 일부 반핵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의 연장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원자력발전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대책을 비판하는 수준에 그치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급속하게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국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제(4월 19일) 경향신문 1면 머릿기사에는 [부산,울산,경주 ... 봇물 터진 "원전 반대"]가 실려있다. 기사에 따르면, 부산시장과 부산시 구의회, 울산시의회, 경주시의회 등은 고리와 월성의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사용 연장을 반대하는 결의를 잇달아 내렸고 울산시와 울주군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주변 지역에 방사선 측정기를 대폭 설치할 것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1978년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 가동된 이후 정부와 전문가, 원자력발전소가 주도하여 진행해오던 원자력 발전소 정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이 직접 정책과 의견을 표명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녹색성장’을 정책의 중심 화두로 제시하면서 ’녹색성장’의 주된 방향을 원자력 발전으로 규정한 이후 현재까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삼척시의 경우 삼척시청의 발표와 달리 전화 설문조사 결과 삼척시에 원전 유치보다 반대하는 응답이 훨씬 높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SBS 기사에서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재가동을 무기한 연기하였음을 보도하였다.
 
[서초동 공부모임]의 오늘 주제가 바로 ’원자력’이다 일본의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붕괴 위험사태를 맞이하여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원자력에 대한 국내외 저서를 읽고 토론하기로 한 것이다. 공부모임 주체들이 원자력의 장점과 단점의 실체를 가급적 정확하게 알기 위한 것이고 향후 원자력에 대한 각자의 입장과 행동방향을 정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교재로는 이 책과 더불어 일본의 유명한 원전 반대 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의 <원전을 멈춰라>로 정했다.
 
과연 원자력은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의 진정한 대안인가? 이 책은 우리가 궁금했던 원자력의 실체를 밝히고, 기후변화를 계기로 원자력산업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원자력 대국들과 한국 원자력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그리고 사회환경 갈등의 씨앗인 원자력 정책을 살펴보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에너지정책의 바른 방향을 모색한다.
 
지난 2007년 12월 지구환경보고서 <탄소경제의 혁명>을 번역하던 [생태사회연구소] 회원들을 중심으로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7명의 필진이 모여 2008년 3월부터 매달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1년 이상 거쳐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1부. [원자력 환상의 기원] : 1990년대 이후 서구 선진공업국을 중심으로 원자력 에너지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으며 대응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자국의 원자력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도모하고 있고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도원자력이 매력적인 에너지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를 ’원자력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김수진과 진상현은  ’원자력 르네상스’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를 손쉽게 달성하려는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으며, 원자력 산업이 다시 부흥하는 것이 아니라 반세기 전 원자력에 열과하게 만들었던 원자력의 무한 에너지 신화가 다시 재생산되고 있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 이후 전세계 원자력 발전소 증가율은 대폭 줄어들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자력이 2002년 전세계 전력 생산량에서 17%를 차지하였으나 2030년이 도면 그 비중이 9%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부. [원자력의 네 가지 의혹] :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원자력 옹호자들의 ’원자력 신화’는 대략 네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즉, 원자력은 청정한 에너지이고 지속가능한 자원이며,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것... 김수진, 이현석, 정희정은 원자력의 네 가지 신화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분석한 뒤 철저하게 네 가지 모두 허구적이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정확안 분석은 원전이 가동된 이후가 아닌 발전연료를 준비하는 단계, 발전소를 건설하는 단계, 그리고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단계에서 각각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계산해야 하며, 이것을 모두 고려하여 풍력, 태양광, 석탄, 가스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비교하면 원자력 발전이 석탄보다 약간 우수할 수는 있으나 가스나 바이오가스 열병합 발전보다 결코 우수하지 못함을 제시한다. 더군다나 원자력 발전은 발전에 따른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테러공격이나 군사적 갈등이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청정하기는 커녕 더욱 환경파괴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거론한다.
 
OECD/NEA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 확인되고 있는 원자력 원료의 확인 매장량은 2007년 현재 297만 톤 규모이다. 이 매장량을 2007년 전세계 우라늄 수요량으로 나눠보면 대략 43~79년 동안 사용이 가능할 뿐이며, 이는 원자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내놓는 수치와 다르게 2003년 미국 MIT 연구진이 발표한 [The Future of Nuclear Power]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이 석탄이나 가스복합발전보다 경제적이지 않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석탄과 가스를 수입하는 비용을 추가로 감안한다 하더라도 원자력이 석탄이나 가스보다 크게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이며, 여기에 원자력 발전소 폐기 이후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비용과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저감비용을 추가하면 무조건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1986년 구소련(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등은 원자력 안전 신화에 커다란 파열음을 낸 바 있다. 사고 뿐이 아니라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랜초세코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전후/ 폐쇄 전후에 주변지역의 선천성 기형이나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크게 차이를 보이는 등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자체가 인간을 포함한 주변지역의 생태계를 크게 훼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진과 기상이변, 기술적인 불안정성, 관리부실 등 한국 원자력 발전소의 고장 및 가동중단이 빈번한 가운데 자칫 잘못하면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3부. [전 세계 원자력의 현주소] :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미국 등 서구 선진공업국의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되었고 대신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원전 신규 가동이 증가한 바 있다. 1990년대 ’원자력 르네상스’ 이후 미국 등 몇 개 선진공업국도 원전 추가 건설을 발표하였으나 2011년 3월 일본의 쓰나미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시 세계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과 가동 연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OECD 국가 중 처음부터 원전을 사용하지 않은 국가는 호주, 덴마크, 그리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노르웨이, 포루투칼, 터키, 폴란드 등 11개국이며,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한 국가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등 총7개국이다. 원전 폐쇄를 결정한 국가와 계속 이용하거나 증설하는 국가는 대부분 원자력의 소유 및 운영형태가 국가 중심이거나 원자력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우다. 또한 각국의 민주주의 운영 형태에 의해서도 차이가 발생하는데 갈등 조정 및 의사결정 방식에 있어서 경쟁 민주주의 모델, 즉 다수결 방식을 강조하는 미국, 일본, 한국 등과 달리 협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의사결정을 할 때 ’가능한 많은 다수’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택하는 국가의 경우 원전 폐쇄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의 원자력 문제에 관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첫 출발은 "원자력을 둘러싼 갈등을 사회화하는데 있다."
 
4부. [한국 원자력의 현주소] : 저자들은 한국의 원자력 정책이 과거 반세기의 성장과정을 거쳐 지금은 기후변화와 고유가 시대를 기회로 다시 주력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으려는 움직임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렇지만 이 같은 원자력 중심의 전력수급 정책에 대한 반론과 문제 제기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에서 원자력 발전은 방사선 폐기물 처리장을 둘러싼 부안과 경주사태의 사례에서 보듯이 안전과 위협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한 발전소의 온배수가 어업과 해양생태계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중앙집중적인 전력생산 시스템으로 인하여 송전탑을 둘러싼 지역갈등과 생산과 소비간 불균형, 양수발전댐 건설의 비효율성과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국가적, 사회적 총비용이 무한하게 지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지적한다.
 
원자력 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 정책은 에너지 절약 등을 통한 수요 조정을 어렵게 하고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산업용 전기요금과 심야전기요금제도로 막대한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으며,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확산을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방출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5부. [기후변화 시대 원자력 정책의 미래] : 원자력을 둘러싼 문제점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현대의 대의민주주의가 절차와 내용을 절연시켜 놓았듯, 도시화와 자본주의가 생산과 소비를 기계적으로 분리시켰고 사람들의 정치,사회적 삶에 대한 인식을 현실의 생활과 떨어뜨려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의제 정부의 ’절차적 합리성’은 아무리 잘 확보되더라도 단지 주어진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선택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게 되고 전문가 중심의 권위적이 문제해결이나 사법적 판단에 기대는 행정적 문제해결 방식은 근본적인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처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의 경우에도, 안전성에 대한 분석과 증거에 대해 서로 다른 방법론을 놓고 충분하게 논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의 소외의식과 불균형에 기대어 시장주의적 해법으로 갈등의 종지부를 찍고 말았을 뿐, 정책에 대한 신뢰가 쌓여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적 해결방식으로 확대해야 함을 의미한다.
 
과학에 대한 맹신도 재검토해야 한다. 울리히 벡은 "과학이 지구 차원에서 인간과 자연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면서 과학의 합리성이 훼손될 지경에 이르렀다"며, "과학의 제도적, 이론적 실수와 결함을 인식하고 여기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과들을 자기 비판적이고 실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학은 고정된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와 1986년 폭발한 체르노빌 원전을 담당한 소련과 미국의 과학자들은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지난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담당하고 있던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들도 현시대의 최고 수준급 과학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원자력의 모든 문제를 예측하고 관리하고 해결하지는 못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다.
 
저자들은 "미래에 대한 가장 좋은 예측과 현실 문제에 대한 적정한 처리방안은 시민들 스스로 참여하여 현실과 미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때 만들어진다.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문제를 대의제의 장막 속에서 소수 전문가의 판단으로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각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맺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 역동성, 복합성 속에서 사회적 공론화를 이루어내고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교훈은 사회적으로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일수록, 미래 세대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문제일수록 시간을 가지고 다수의 시민들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화가 필수적이라는것이다. 그것은 정부와 정치권에게 가장 큰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지만, 동시에 일반인들과 지식인들, 시민들 모두가 주체적으로 나서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찾아 합의하는 과정이기도 해야 함을 의마한다.
 
* 책 속의 책 : 히로세 다카시 <체르노빌의 아이들>, 다카기 긴자부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시화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모리 로빈스 <연성에너지 경로>,  
 
* 책 속의 문장 :
- 원자력산업이 다시 부흥한다는 주장은 실제 상황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원전을 운영하는 발전업체에 의해 제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으로 선택된 것이다. 현재 원자력 발전업체의 선택은 분명하다. 신규 원자력발전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발전소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여 경제적 수익을 최대화하려고 할 뿐이다. ‘원자력 르네상스’는 기존의 에너지경제 구조 하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를 단기적으로 손쉽게 수행하고 전력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옹호되고 있을 뿐이다.(p.31)
 
- 자연적으로 방사선 준위가 떨어져 원래 상태의 절반이 되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방사성폐기물의 반감기는 방사성물질의 종류에 따라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억 년까지 다양하다. 평균적으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300~400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1만 년 정도 생태계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 특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경우, 인류 역사에 버금가는 오랜 기간 동안 격리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그 처분방안에 대해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수십 년간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단계이다. 일부에서는 방사성폐기물의 반감기를 줄이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나, 이 역시 아직 연구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등 실제 방사성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방안이 인류에게는 없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방사성폐기물의 존재는 다른 에너지원과 원자력발전을 구분 짓는 주요한 지점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와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켜 환경적 문제를 일으킨다면, 핵에너지는 인류의 과학기술로 처분할 수 없는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에너지원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폐기물이 나올 뿐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폐기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화석에너지와 핵에너지의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셈이다.(p.96)
 
- 원자력은 태생적으로 전력소비의 악순환을 유도함으로써 원자력 의존적인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런 원자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탈피 전략과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탈피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탈피 전략은 공급 중심의 에너지 수급정책이 아닌 수요관리 중심으로의 정책전환이 핵심이다. 과거 정부는 경제성장 및 국민의 행복증진이라는 미명 하에 에너지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을 끊임없이 반복해왔다. 그렇지만 기후변화·고유가 시대에는 에너지 공급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낭비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수요관리정책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즉 에너지 낭비적인 도시구조 및 소비행태를 우선적으로 개선한 다음에 불가피한 부분에 한해서 저탄소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공급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기후변화 관련 대표적인 국제기구인 IPCC와 유럽연합에서도 수요관리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이명박 정부도 인수위원회에서 에너지효율개선을 가장 중요한 국가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p.308)
 
----------------------------- 공부모임 후기 ---------------------------
 
공부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이 ’욕망의 수레바퀴’ 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폭주기관차’로 볼 수 있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문화와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전개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제기했다. 현재와 같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문화는 필연적으로 과도한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고 그에 따라 원전이 대두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참석자 중 한 분은 근원적인 출발점으로 과학기술과 산업혁명을 제기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혁명은 폭발적인 인구증가(1800년 이후 200년만에 10억에서 70억으로 7배 증가)를 가져오게 되고 그 결과 어쩔 수 없이 에너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에너지 사용이 계속될 경우 지구 생태계와 후손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금 세대부터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절감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 자신부터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지 않고 ’원전을 반대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이율배반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떤 참석자는 ’욕망’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함을 지적한다. 우리 시대의 욕망이라는 것이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고 성장하면서 외부로부터 주입되고 인식된 것이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각자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욕망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개되기도 하였으나 현실적이지는 못하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며, 대신 ’욕망’을 조절, 통제하는 삶이 ’욕망’을 쫒아가는 삶보다 행복하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 2011년 4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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