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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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꾸다 히데오의 작품은 2008년 11월에 <남쪽으로 튀어> 1,2권을, 2010년 3월에 <GIRL>을 읽은 적이 있다. <남쪽으로 튀어>는 전공투 세대이자 아나키스트가 된 아버지가 정부나 제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비타협적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아들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다. <GIRL>은 직장여성인 주인공들이 회사에선 잘못한 것도 없이 괜히 눈치가 보이고 남자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 같고 결혼보다 일이 좋아 독신을 택했는데 자꾸만 밀려드는 외로움을 주체할 길이 없을 때, 긍정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환하게 웃게 만든다. 두 개의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 문학과 소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 뒤로 히데오의 작품도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은 올해 읽고 싶은 문학 분야를 고르던 중 저자의 작품에 대한 좋은 인상이 남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 초에 소설이라 가볍게 읽은 것인데, 우연하게도 엇그제 공부모임의 주제와 관련된 심리치료 의사가 주인공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그 뿐 아니라 공부모임 중에 이 책을 참석자들에게 소개도 해주었다. 책을 꾸준히 읽음에도 주로 인문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그리고 경제경영 분야를 주로 읽다보니 간간히 미소를 짓게 하거나 웃음 소리가 나게 하는 문장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진지한 책들이다. 이 책 <공중그네>는 책을 읽는 중에 여러번 나도 모르게 크게 웃게 만들어 주었다(눈물이 쏙 빠질만큼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인 것 같은...^^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소설 책이라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주인공과 조연급의 캐릭터를 엽기적이고 독특하게 설정하여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주인공인 신경정신과 의사는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서 처음 방문하는 환자를 결박해놓고 다짜고짜 주사부터 찌르고 보는 단순무식 치료부터 시작한다. 사극에 나오는 소리를 연상시키는 간드러지는 웃음소리를 내고 혼자서 몇 인분의 식욕을 자랑한다. 게다가 환자들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하마 같은 몸으로 공중그네 서커스에 도전하기도 하고, 칼부림이 예사로 일어나는 야쿠자들의 담판 현장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갖은 훈수를 두기도 하며, 일탈충동에 시달리는 환자와 의기투합하여 육교에 기어 올라가 이정표를 슬쩍 고쳐놓기도 한다. 간호사는 항상 D컵 가슴이 드러나도록 상의를 입고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서 환자들의 눈과 주의를 분산시킨다.  
 
책 속에는 5명의 환자와 의사의 5가지 증상과 이야기로 구성된다. '고슴도치'에서는 이쑤시개만 눈앞에 보여도 오금을 펴지 못하는 야쿠자 중간보스가, '공중그네'에서는 걸핏하면 공중그네 묘기에서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가, '장인의 가발'에서는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정신과 의사가, '3루수'에서는 꽃남 신예 선수의 등장으로 갑자기 악송구를 남발해버리는 10년차 프로야구 선수가, '여류작가'에서는 자신의 작품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인기 작가가 등장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심리치료 효과는 놀랍다.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환자들의 강박증은 난리법석 끝에 기적처럼 치유되어버리고, 독자들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가슴이 환해지는 감동을 맛보게 된다. 언뜻 보아 이 작품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별난 인간들이 무더기로 등장해서 한판 난리법석을 피우다 사라지는 단순한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을 곱씹다 보면 별난 인물들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요, 그 얼토당토않은 해프닝들이 현대사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작가는 스스로의 증상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일상에 파묻혀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무기력한 태도나 일탈충동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우울증과 강박증에 빠지고 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위트와 풍자로 포착해낸다. 그리고 앞뒤 재지 않는 낙천성으로 삶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주인공의 기행을 통해 독자들이 지친 삶에서 치료를 받는 생각으로 읽어도 될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우리는 어떤 보이지 않는 강박증과 우울증을 안고 있는지, 그 해결책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의 문장
- "야쿠자 일이라는 게, 말하자면 고슴도치 같은 거잖아. 항상 상대를 위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런 일은 누구든 지치게 마련이니, 그 반대급부로 끝이 뾰족하거나 예리한 물건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됐는지도..." (고슴도치, p.30)
- "파괴충동은 다시 말하면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어 하는 심리니까, 보상행위를 찾아내면 의외로 쉽게 진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장인의가발, p.142)  

 
-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주는 게 말이다. 그런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신에게 감사하자." (여류작가, p.306)
- 더러는 가벼워 보이던 것, 하찮던 것, 사소한 성격적 결함이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지는 수가 있다. 그렇게 되는 계기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만들어 쓰고 있는 가면이 어떤 방패 노릇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누구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옮긴이의 말, p.307)
 
[ 2011년 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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