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르켐 & 베버 : 사회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식인마을 19
김광기 지음 / 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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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음 주 공부모임의 부교재(주교재는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다. 공부모임에서는 <자살론>과 이 책으로 ’사회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학이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면서 사회&사회학의 개념과 구성원리, 사회의 작동원리를 함께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는 출판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의 하나인 ’사회란 무엇인가’를 서구에서 출현한 사회학의 두 거장 에밀 뒤르켐과 막스 베버를 비교하면서 풀어낸다. 저자는 사회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출현한 시점을 중세시대가 붕괴하기 시작한 프랑스 혁명으로 본다.(저자의 생각은 곧 현대 사회의 주류 사회학계가 그렇게 인정한다는 뜻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기존의 사회체제가 완전히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성립되는 혼란 속에서 사회학은 탄생했다. 기존의 사회체제의 붕괴는 더 나아가 기존에 당연시되던 모든 것들의 정당성과 도덕성이 도전을 받고 의문시 되었다. 인류는 생각의 자유를 얻었지만, 대신 생각해야 할 의무와 피곤함을 안게 되었다. 중세의 붕괴 이후에는 세상과 사회, 자연과 인간에 대해서 종교가 제공하던 생각의 틀과 질서를 인간들 스스로가 세워야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은 일반인 뿐 아니라 지식인,학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9세기 들어서야 그 모습을 드러낸 사회학이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철학, 신학, 과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학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사회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찾아내려는 사회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밀 뒤르켐은 사회학의 창시자라 불린다. 그는 사회를 "그것 자체로 하나의 독특한 실체를 이루는 현상"으로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를 학문으로 다룰 수 있었다. 그래서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자살을 한 개인의 심리상태나 유전, 또는 질병이 아닌 사회적 통계의 분석을 통한 사회적 원인을 찾은 것이다.(그 원인은 사회의 응집력이었다) 현대 사회학에서는 ’사회’의 중요한 특성을 - 1) 인간 개개인의 외부에 당당히 존재하는 외재성, 2) 사회가 인간들의 밖에 존재한다는 것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알고 있는 객관성, 3) 사회는 외부에 존재하면서 오히려 개별 인간들을 강제할 수 있는 강제성, 4) 도덕적 권위를 갖는 정당성, 5) 개별 인간이나 집단보다 오래된 역사성 - 이라 한다. 그리고 에밀 뒤르켐은 종교에 대한 독특한 정의를 통해 사회는 종교와 결코 다르지 않으며, 종교와 마찬가지로 ’믿음’과 ’제사(행위)’로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뒤르켐은 종교현상을 일종의 ’집단적 광풍’으로 보았고 그 광품을 구성하는 것이 믿음과 제사였다.)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체계의 출현을 개신교의 윤리와 접목시켜 인과적으로 설명한 막스 베버는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아가 베버는 현대사회를 오랜 기간 역사 속에서 추앙받아온 기존 종교의 절대성이 쇠퇴하고 대신 다양한 가치들이 모두 신의 반열에 올라 그 우열을 가늠하게 되는 이른바 가치의 다신교적 상황의 도래로 묘사했다. 그는 사회 현상에서 인간들의 ’행위의 규칙성’을 찾아 인간의 행위에 담겨있는 의미를 팡가하는 식의 사회(과)학 방법론을 세웠다.
 
막스 베버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부분은 베버가 자신의 사회학을 전개해나가는 데 있어 끈질기게 염두에 두었던 사람이 칼 마르크스였다고 한다. 흔히 이를 두고 비평가들은 "베버가 마르크스의 망령과 부단히 씨름했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베버가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당시 기준으로)의 자본주의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고 마르크스가 사망한 이후에 그의 저작과 추종자들을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인류역사의 필연적인 단계로 자본주의를 규정하고 전인류가 속한 모든 사회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볍칙으로 보았지만, 베버는 인류의 일반적인 발전단계는 존재하지 않았고 서구자본주의의 발전은 서유럽과 미국에서만 전개되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종교를 포함한 정치, 예술, 문화 등을 ’상부구조’라 규정하고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보았지만, 베버는 "상부구조가 하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식으로 인식하였다.
 
저자는 이처럼 과거와 현대를 관통하는 사회의 본질을 규명하려 했던 두 명의 지식인 뒤르켐과 베버의 논의를 통해 현재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저자는 책의 말미에 키르키즈스탄의 신붓감 납치 문화와 에티오피아 수르마족 여인들의 입술에 구멍내기 문화, 한국의 황우석사태와 월드컵 응원문화는 "사회란 모두가 미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과 "정상과 비정상은 사회적 정의定義 문제"라고 결론을 내린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사회는 집단적으로 미쳐있음을 인정하면서 사회와 집단이 주어진 모든 것을 매우 당연하게 여기면 살아왔던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태도와 이념, 가치관에 대한 ’회의’와 ’반성’의 계기를 가져야 함을 주장한다. 

사회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실제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사회에 대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직접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뒤르켐과 베버의 이론과 결론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단초와 계기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가 2006년에 기획하여 시작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동서양의 대표 지식인 100인의 사상을 소개한 것이다. 이 기획은 분야별, 시대별로 지식인들의 대립, 계승, 영향관계를 비교하여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동덕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장대익박사가 시리즈를 주도했으며, 현재 37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일반인들이 주요 사상가와 이론가들의 핵심을 엿보는데 유익한 교양서가 될 듯 하다. 
 
[ 2011년 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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