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범우문고 2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마무리>와 <산방한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오두막 편지>, <산에는 꽃이 피네>, <서있는 사람들>에 이어 일곱 번째 법정스님의 저서를 읽었다. 이 책은 1976년 봄 초판이 발행되었고 법정스님이 1970년부터 1975년까지 쓴 글을 모은 것이다.
 
법정스님은 이 책에서부터 한국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당신의 사상과 철학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스님의 기본적인 설법 내용은 [무소유]다. [무소유] 사상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 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 세상으로 돌아갈 때 역시 빈손으로,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떠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이 살다 보니 이것 저것 자신의 몫이 생기게 되었고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게 되었지만,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고 고통받게 된다. 무언가를 갖는 다는 것은 무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사람의 소유 관념이 때로 사람들의 눈을 멀게하고 그래서 자신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뜨게 된다.
 
스님의 [무소유]가 아예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잠시 맡아두고 있다가 떠날 때 보관하는 사람이 바뀌는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 깃들어 있어야 주변으로부터의 소유에 따른 맘 고생과 분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간디의 생각 및 행동과 일치한다. 간디는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 한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소유]의 경지는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흙과 평면 공간]에서 스님은 1970년에 본격적으로 서울에 들어서기 시작한 APT에 대해 크게 우려하신다. 일 때문에 APT에 한 달 남짓 생활하시면서 스님은 편안하게 사는 것이 결코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신다. 우선 주거와 편의시설이 좁은 공간에 몰려있으면서 사람이 보행의 반경을 잃어버렸고 차단된 시야 속에서 살게 되었으며, 이웃과도 단절되어 버렸다. 걷는 것이 단순히 몸 동작만이 아니라 탁 트인 시야에서 자연을 호흡하고 걷는 가운데 활발한 사고작용이 일어난다. 흙에서 벗어나면서 인간의 뿌리에서 멀어진다. 결국 불편을 극복해 가면서 사는 데에 건강이 있고 생의 묘미가 있다는 상식을 일깨워주신다.
 
[인형과 인간]에서 스님은 ’행동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사람들이 배움과 지식이 쌓여가고 도처에 학자와 교수, 지식인들이 늘어나지만 사색이 따르지 않는 지식은, 행동이 없는 지식인은 어디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사이비요 위선자가 되고 만다. 가슴 뜨끔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작고하신 리영희선생님의 ’지식인상’이 생각난다...
 
[침묵의 의미]에서 스님은 1970년대 초반 ’침묵’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준다. ’침묵’의 진정한 의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당당하고 참된 말을 하기 위해서이지, 비겁한 침묵을 고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디에도 꺼리낄 게 없는 사람만이 당당한 말을 할 수 있다.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의 폭압과 폭정에 대해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언론계, 학계, 종교계 인사들에 대한 질타였다.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 지식인의 숫자는 오히려 숫자로는 2배 이상이 늘어나고 그 행위는 ’침묵’에서 넘어 ’동조’와 ’참여’로까지 파렴치하게 이어지는 것 같다.
 
[영혼의 모음]에서 스님은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대해 다소 길게 소감을 나타낸다. 여러번 읽으면서 스님은 늘 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반추해보신다고 했다. (나도 다시 읽었지만 스님만큼 영혼을 일깨우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ㅠ.ㅠ;;)
 
스님의 말씀에 비추어보면 나는 아직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듯 하다. 즉, 필요한 것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내가 지금 생각하는 '필요한'에 대한 생각도 관점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고 필요 이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주변에서 눈에 띄는 것만 보더라도 그동안 구해서 읽은 책만 해도 수 백권에 이르고 입지 않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도 제법 많다. 언제쯤 되면 스님의 [무소유]의 참 뜻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을지...
 
[ 2011년 2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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