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양장) - Rules for Radicals
S.D.알린스키 지음, 박순성 외 옮김 / 아르케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에 이어 이 책은 내일 공부모임에서 이야기할 교재다. 공부모임에 참여 중인 박순성교수님이 직접 제안하셨고 공부모임 참가자들의 동의로 교재로 채택되었다.
 
저자인 알린스키에 대해 한국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시 민주당 예비선거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때문이었다. 미국 대선을 전후하여 언론에 힐러리와 오바마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알린스키를 존경한다는 것이 기사로 보도된 적이 있다. 
힐러리의 경우 웨슬리 여대 학생회장 시절인 1968년 알린스키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힐러리는 제안을 거부했다. 힐러리의 경우 웨슬리 여대 학생회장 시절인 1968년 알린스키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힐러리는 제안을 거부했다. (힐러리는 졸업논문은 알린스키와 관련된 것이다.) 반면 오바마는 알린스키 사후인 1985년 알린스키의 이론을 추종하는 단체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다. 당시 컬럼비아대 졸업생 오바마는 박봉을 무릅쓰고 시카고 흑인 공동체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알린스키가 1940년대 이후 미국 시카고 지역 등에서 직접 진행한 지역빈민운동의 경험을 기초로 하여 지역운동 활동가들이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것인지, 조직할 것인지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이론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활동가들이 처음에는 올바른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지만, 잘못된 언행을 보이고 조직화와 전술 운용에서 부적절함을 보이면서 좌절하거나 고립되는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이 책을 쓴 것이다.("나는 이 책이 오늘날의 급진주의자들의 교육에 기여하기를 그리고 거칠고 감정적이며 충동적이지만 무기력하고 절망에 빠진 열정이 계획적이고 목적지향적이며 효과적인 행동으로 바뀌는 데에 공헌하기를 희망한다." p.42)
 
미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운동을 비롯하여 흑인인권 개선운동과 기타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고 전국의 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이 활동가로 참여하였다. 알린스키는 "미국 전역의 수 백개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밤샘 모임에서 너무나 많은 젊은이가 나에게 물어왔던 경험과 조언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전투에, 곧 인생에 투신하고자 하는 바로 그 젊은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서문에 썼다.
 
[지향]에서 알린스키는 이 책을 쓰는 목적이 힘(권력 Power)을 얻기 위하여 어떻게 조직하여 힘을 얻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제안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역으로 모든 사람에게 삶의 수단을 보다 균등하게 나누어 주기 위하여 힘을 사용하는데 실패하게 되면 곧바로 혁명이 종말함과 동시에 반혁명이 시작됨을 강조한다. 이 장에서 알린스키는 미국에서의 1970년대 뿐 아니라 21세기 한국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강조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적인 관점과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는 어떤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활동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그는 보통 활동가들이 신념으로 삼고 있는 기성종교나 00주의가 아니라 ’민중에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것은 활동하는 사람들이 항상 독단과 교조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맞추어 자유롭고 유연하고 유동적이고 활동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여야 함을 말한다. 두 번째는 활동가들은 자신이 바라는 사회나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것이 전제조건임을 말한다. 활동가들이 버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환상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사물의 양면성을 분리시켜 파악하는 인습적 사고방식’이라고... 이 말은 매우 철학적인 세계관을 의미하는 것인데, 다시 말해 "모든 긍정에는 부정이 있으며, 반드시 뒤따라 오는 부정적인 것 없이는 어떠한 긍정적인 것도 없고 부정적인 측면을 갖지 않은 어떠한 정칙적 낙원도 없다.(p.55)"
 
[수단과 목적]에서 알린스키는 활동가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은 "이 특정한 목적이 이 특정한 수단을 정당화하는가?"라고 했다. 예를 들어, 그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음식점에서 빵을 훔친 것과 관련하여 ’생존은 부의 증식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에 훔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장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수단과 목적’에 대한 활동가들의 11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첫 번째. 수단과 목적의 윤리에 대한 사람의 관점은 이슈에 대한 그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비례한다.
두 번째. 수단의 윤리에 관한 판단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좌우된다.(레지스탕스의 테러 등)
세 번째. 전쟁에서는 목적이 거의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
네 번째. 판단은 행동이 일어난 바로 그 시점의 맥락에서 이루어져야지 전후의 다른 유리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다섯 번째. 윤리에 대한 관심은 이용 가능한 수단의 숫자에 비례해서 커지며, 그 역 또한 성립한다.
여섯 번째.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덜 중요할수록, 사람은 수단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여할 여유를 더 많이 갖게 된다.
일곱 번째. 일반적으로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것이 윤리의 주요 결정요인이다.
여덟 번째. 수단의 도덕성은 그 수단이 패배가 임박한 순간에 사용된 것인지, 혹은 승리가 임박한 순간에 사용된 것인지에 따라 좌우된다.
아홉 번째. 모든 효과적인 수단은 반대세력에 의해서는 자동적으로 비윤리적이라고 평가된다.
열 번째. 네가 가진 것으로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서, 그것을 윤리적으로 포장하라.
열한 번째. 목표는 ’자유,평등,박애’, ’공공선을 위하여’, ’행복의 추구’, ’빵과 평등’ 등과 같은 일반적인 용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단어들에 대해]에서 알린스키는 정치언어(힘, 권력, 자기이익, 타협, 갈등, 대립등)가 대중적으로 왜곡,변형되어 있는 상황을 인정하고 대신 본래의 뜻을 되새기고 활동에 맞게 규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조직가의 교육]에서 알린스키는 활동가들을 조직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관점을 제시한다. 그것은 경험과 소통, 겸손, 호기심, 불경(不敬), 상상력, 유머감각,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약간의 희미한 전망, 조직화된 인격체, 정치적으로 분열적이지만 동시에 잘 융화된 존재, 자존심, 자유롭고 편견 없는 마음과 정치적 상대성, 창조성 등이다.
 
[의사소통]에서 알린스키는 활동가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자질은 ’의사소통’이라고 규정한다. "누구든지 조직가의 자질 중 부족한 것이 있을 수 있으며, 그래도 여전히 조직가로서 유능하고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자질 중에서 하나는 예외이다. 바로 ’소통의 기술’이다.(p.138)" 아마도 ’소통’의 중요성은 활동가, 조직가에게 뿐 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될 것이다. 부모와 자식간에, 선생과 학생간에, 비지니스 사이에서, 단체와 모임에서 등 사람이 함께하는 사회는 언어를 기본으로 하는 의사소통으로 모든 대화와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 사이의 갈등이 나타나고 해결되지 않는 기초적인 이유가 소통 문제가 된다. 특히, 정치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유권자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상당히 큰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이명박정권처럼...ㅋㅋ)
 
[시작의 순간]에서 알린스키는 활동가들이 대중 속에 들어가서 시작할 때 주의해야 할 점과 방법론 등에 대해 세세하게 다룬다. 다시 말해 그는 대중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기성질서가 자신을 공개적으로 ’위험한 적’으로 공격하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 주민들과 주민단체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세부적인 지침과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조직화하는 과정과 조직화 이후의 행동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전술]에서 알린스키는 조직화한 이후의 힘(권력)의 전술에 대한 원칙과 적용방법을 제시한다. 전술의 규칙,
첫 번째. 힘(권력)은 당신이 가진 것 뿐만 아니라, 당신이 가지고 있다고 적이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당신 편인 사람들의 경험을 결코 벗어나지 말아라.
세 번째. 가능하다면 어디에서든 적의 경험을 벗어나라.
네 번째. 적이 그들 자신의 교본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들어라.
다섯 번째. 비웃음은 인간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여섯 번째. 좋은 전술은 당신 편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전술이다.
일곱 번째. 너무 오래 끄는 전술은 장애물이 되고 만다.
여덟 번째. 여러 상이한 전술과 행동으로 압력을 계속 가하라.
아홉 번째. 보통 협박은 전술 핸동 자체보다 더 위협적이다.
열 번째. 전술을 위한 대전제는 상대에 대해 끊임없이 일정한 압력을 계속 가할 수 있는 활동의 전개이다.
열한 번째. 만일 당신이 어떤 하나의 부정을 필요한 만큼 강하게 그리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그 부정은 반대푠으로까지 뚫고 들어갈 것이다.
열두 번째. 성공적 공격의 대가는 건설적인 대안이다.
열세 번째. 표적을 선별하고, 고정시키고, 개인화하고, 극단적인 것으로 만들어라.
저자는 이 장의 규칙들을 설명하기 위해 그동안 자신이 활용했던 몇 가지 전술의 사례를 보여주는데, 정말이지 그 전술들은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기발하고도 창조적이다. 특히 연주회장에서 집단적으로 방귀 뀌기, 국제공항 화장실 집단 점령, 백화점 집단 쇼핑 및 택배주문, 집단적인 은행계좌 개설 및 해지 등의 전술은 읽으면서도 저자의 기발함과 유연함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킥킥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위임장 전술의 기원]에서 알란스키는 당시 이스트만 코닥회사에 대한 고용에 있어 인종차별 철폐투쟁을 진행 중에 중산층을 투쟁에 동참시킴과 동시에 중산층이 직접적으로 투쟁에 참여할 수 있는 전술로 주주총회 위임장을 대학재단, 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 단체, 개인들에게 모집하는 사례에 대해 설명한다.
 
[가야할 길]에서 알린스키는 미국 내 중산층의 조직화 및 급진화를 강조하면서 중산층 출신이 대부분인 활동가와 조직가들의 각성과 노력을 당부한다. 
 
알린스키에 대해 한국에 알려진 것은 많은 부분이 잘못된 정보나 과장된 정보에 근거해 있다. ’히피 선동가이자 미국 최대 노동조합의 창립자’,  ’시카고의 갱 두목 알 카포네의 부하 출신’ 등... 그가 알 카포네 밑에서 잠시 일한 것은 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던 그가 단순히 책상에 앉아 학문을 연구하기보다 폭력단과 어울려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 일은 알린스키의 삶의 자세와 사물에 대한 접근방법을 보여주는 한 에피소드이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많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절망의 늪에서 헤매게 되었을 때, 알린스키는 지역사회 조직가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한편 가난한 지역사회를 조직하는 데 전념했다. 이후 그의 빈민조직 활동은 미국사회에서 신화를 만들어 갔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인종적, 문화적 차별, 사회적 천대, 종교적 멸시를 받아 바닥에 처져있는 사람들에게 알린스키는 신화적인 존재였다.
 
알린스키가 주장한대로 이 책의 발간시점인 1970년 미국의 시대상황과 사회의 조건을 2011년 한국의 상황과 조건에 그대로 맞출 수도 없고 맞추어서도 안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역사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정치경제적인 구조나 사회적인 분위기도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활동가에게 원칙과 기준으로 제시했던 많은 것들은 여전히 지금도, 이 땅의 활동가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즉, 이 책에서 제시하는 "현실적 급진주의자를 위한 실천적 규칙"은 현대 한국사회 시민운동가들 본인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실천적 지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알린스키가 강조하는 ’사물의 양면성’과 ’독단과 교조의 거부’가 크게 다가온다.
’사물의 양면성’은 우리가 보통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모습만 선호하는 자세,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상황, 긍정적인 측면만을 바라보게 했던 지난 날의 각종 교육과 철학적 자세, 그로 인해 사고와 행동을 분리시켜 왔다. 저자 말대로 어둠이 없는 빛도 없고, 밤이 없이 어떻게 낮이 존재할 것인가.. 악이 있음으로 해서 선이 존재하는 것이고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값진 것이다. 우주와 우리의 삶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의 짝이라는 당연한 개념이 실제 삶과 활동에서는 분리되고 만다. 앙면성, 이원성, 상보성, 태극, 음양, 모순 등... 저자는 이러한 원리와 개념을 사회현상에서도 일깨워준다. 과거 미국 노동자들의 최고 투사였던 산업별 노동조합 회의가 나중에 기성질서를 방어하는 요소의 하나가 되었고 베트남 전쟁을 지지하였다. 한국의 현실은 미국과 다를까? 1970~80년대에 목숨을 걸고 대의를 위해 싸웠던 선배들과 노동운동가들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독단과 교조의 거부’는 1980년대 이후 한국의 학생, 재야, 노동 등 사회운동가들이 보여준 노선투쟁과 파벌싸움, 그리고 ’주사파’나 ’민혁당’ 등의 조직에서 보여준 독단적이고 교조적이었던 기억들이 아프게 떠올랐다. 2008년 3월 민주노동당에서 집단적으로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만드는 과정, 2010년 지자체선거시 연합공천을 둘러싼 유시민씨와 진보신당의 태도, 제정당 사회단체 내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노선과 이념과 파벌의 잔재들, 1980년대 이후 그런 내부갈등과 싸움의 잔재가 21세기인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486세대 내에서 남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극복할 것인지 많은 생각과 논의와 실천이 따라야 할 것이다.
 
 
 * 책 속의 문장
- 처칠, 간디, 링컨 그리고 제퍼슨을 포함하는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은 ‘자유’, ‘모든 인간의 평등’, ‘인간이 만든 법보다 높은 법’ 등과 같은 치장으로 벌거벗은 이기심을 감추기 위해 언제나 ‘도덕적 원칙’에 호소했다.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던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조차 이는 마찬가지였다. 모든 효과적인 행동은 도덕성이라는 통행증을 필요로 한다. [...] 소극적 저항은 다른 모든 전술이 선택되는 이유와 같은 실용적인 이유에서 선택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한 만큼의 도덕적, 종교적 장식물로 꾸며지게 된다. (p.87-88)
-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당신이 그들에게 애써서 전달하려는 것을 그들이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일어난다. [...]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서만 사물을 이해한다. 이는 당신이 그들의 경험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p.138)   
 
[ 2011년 3월 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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