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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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는 정보의 주인과 정보공개에 대한 의사결정, 정보공개에 따른 책임, 정보 민주주의에 대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다.
 
지난 3월 31일 [평화나눔아카데미]의 두 번째 강연 주제였던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혁명, 위키리크스'를 수강하기 위해 읽은 다니엘 돔 샤이트-베르크의 <위키리크스와>와 책의 이름만 같은 책이다. 저자는 독일의 대표적 주간지 [슈피겔]의 두 기자이며, 다니엘은 위키리크스의 내부자로서 위키리크스의 취지와 목적, 내부 구조와 시스템, 소통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등을 이야기한 것이라면, 이 책은 부제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에서 의미하는 것처럼 위키리크스라는 폭로 사이트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와 위키리크스를 탄생시킨 줄리안 어산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아프간, 이라크 전쟁 관련 기밀문서와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유발한 비리 공개까지, 2010년을 거쳐 2011년까지 그 여파가 몰아치고 있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지지자와 비판자 양쪽의 인터뷰를 모두 담아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보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인 통제를 인정할 수 있는가? 그나마 국가의 3권분립이 이루어진 서구를 놓고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만이 정보의 공개여부를 결정해도 되는가? 3부의 권력 엘리트들은 과연 어떤 정보가 국가의 비밀이 되는지, 언제 어떻게 공개할 지를 결정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가? 정보 공개와 관련하여 어디까지가 민주주의라 할 수 있을까?
위키리크스는 위 질문들에 대해 'NO'라고 대답하면서 아무것도 계속 비밀에 부쳐질 수 없으며 모든 것이 대중에게 공개될 때만이 민주주의가 더 성숙되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이를 실천했다. 그렇다면 먼저 국가가 공개하지 않아야 하는 정보가 있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정보가 인류와 개인들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은 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핵무기나 화학무기 개발 기술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자동차 엔진기술은 특정 회사나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 특정한 정보의 경우 테러리스트가 입수하게 되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2007년부터 위키리크스가 폭로하여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들(율리우스 베어은행, 사이언톨로지, 카우프싱 은행,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 아프카니스탄 전쟁 기록,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 등)을 살펴보면 '인류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유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여러 국가의 정부가 위키리크스와 어산지를 반역자,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면서 체포하려고 하는 이유는 더욱 '인류의 재산과 생명의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위키리크스는 모든 것이 다 정당하고 적합한가?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위키리크스의 문제의식과 취지, 주요한 폭로 내용과 방식, 취재원의 보호, 금전처리 원칙 등에 대해서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전폭적으로 지지,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의 내부자였던 다니엘의 주장이나 위키리크스 비판자들의 애기 중 몇 가지는 위키리크스와 어산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은 어떤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누가 결정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위키리크스의 경우 어산지 개인이 모든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정보독점'인 것이고 결국엔 '권력독점'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취재원 보호다. 아직까지 위키리크스의 취재원이 위해를 당한 사례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보독점을 지켜내고 어산지와 취재원을 추적하는 극우파와 정보기관들의 폭력적인 행태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느 언론에서 표현한 것처럼 위키리크스는 민주주의의 축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저주가 될 것인가? 전 세계 부패 정치인들과 강대국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이 웹사이트의 정체와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위키리크스의 등장은 권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새로운 정치주체의 출현을 의미한다. 위키리크스는 정보 권력 즉, 정보의 독점적 소유를 문제 삼고 있다. 권력에 의해 진실이 은폐되고 나아가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권력투쟁인 셈이다. 위키리크스는 각국 정부들로부터 정치적 통제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없지만, 정보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 통제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무엇이 비밀에 부쳐져야 하는가를 ‘함께’ 결정하겠다는 새로운 정치주체가 갑자기 출현하면서 이제 우리는 판단과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게 된 셈이다.
 
저자가 보기에 위키리크스가 분명히 비상하고 특출한 아이디어이지만 또한 디지털 혁명의 논리적 귀결이기도 하다. 비밀 폭로 플랫폼의 컨셉은 새로운 게 아니며 다양한 형태의 선구자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적 공공성과 최선의 제보자 보호를 위한 인터넷의 가능성을 어산지와 그의 협력자들만큼 실행에 옮기며 단기간에 국제적 명성을 쌓은 사람들은 일찍이 없었다. 저자는 위키리크스가 저널리즘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것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판단한다. 위키리크스를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와 입장은 예상되는 바이기도 했고 많이 실망한 측면도 있다. 위키리크스가 태동한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가 기존 언론의 역할이 수요자와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임에도 기존 언론들은 스스로 변하기 보다 위키리크스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기사 확보와 돈벌이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존 언론들이 기성 권력과 너무 접근하여 또 다른 권력의 범위안에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가 부족한 나라의 경우에는 '권력의 범위'가 아니라 '권력'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에 이미 언론의 기능과 역할을 기대할 수도 없지만...
 
그리고 이 문제적 웹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대체 어떤 인물인가?
그 어떤 저널리즘에서도 시도한 바 없고. 역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 폭로 사이트 또는 매체를 탄생시킨 사람은 바로 호주 출신의 기이한 해커, 줄리언 어산지라는 남자였다. 저자가 어산지를 처음 만났을 때, 어산지는 배낭과 여행가방 하나만 들고 있었으며 이것이 끊임없이 이동하면 살아가기 위해서 그에게필요한 전부였다. 그런 어산지의 모습과 방식은 68혁명 세대 출신의 어머니와 함께 살아오면서 그가 체득한 그 만의 방식이었다. 어산지는 컴퓨터의 귀재다. 뿐 만 아니라 그는 몇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자신의 300달러짜리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또 하나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어산지는 급진적인 인물이다. 그는 정치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보통의 상식과 기준을 다르게 정의한다. 그의 생각과 행동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어산지에게는 비전과 카리스마가 있다. 어산지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 일으키고 그들을 열광시키고 추종자로 만드는 재능이 있다. 저자는 그의 비상한 카리스마가 분열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서도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을 발산하는 정치가들을 연상시킨다. 

저자의 어산지에 대한 평가는 너무 한 쪽에 치우쳐 있다. 슈피겔이 위키리크스와 밀월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자들은 기자로서의 중립성을 상실한 측면이 있다. 나는, 정보독점과 권력분산이라는 어산지의 이념과 취지는 충분히 인정하고 동의할 수 있지만 어산지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 결정하는 방식,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어산지가 동일한 방식을 계속 고집할 경우, 위키리크스가 네티즌과 취재원 또는 내부 협력자들에게 외면당하거나 위키리크스와 어산지가 또 다른 '독재권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나는 이 조직의 심장이고 영혼이며, 창립자이고 대변인이고 최초의 프로그래머이고 기획자이고 자금조달자이고, 그로 나머지 전부다. 이게 싫으면 네가 떠나라" (줄리언 어산지가 자신을 비판한 아이슬란드의 위키리크스 자원봉사자에게 채팅에서 던진 말) (p.225) 
 
* 책 속의 문장
- 위키리크스 조직의 역사를 우리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추적해왔다. 처음에는 경쟁상대로서 관찰을 시작했다. 탐사보도 저널리즘(investigative journalism)의 핵심 분야에 새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위키리크스 사이트와 그 운영자들에게 좀 더 진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스위스 은행그룹 율리우스 베어(Julius Baer)의 원본자료들을 위키리크스가 인터넷에 올리고 은행 측이 이를 불법으로 고발한 2008년에 들어서 분명해졌다. 2009년에 우리는 위키리크스가 독일연방정보국 에른스트 우를라우(Ernst Uhrlau) 국장과 교환한 편지들을 읽어보았다. 그것은 위키리크스보다 연방정보국에 훨씬 더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위키리크스의 독일 대변인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Daniel Domscheit-Berg: 2010년 늦가을에 사퇴)와 접촉하였으며, 그 이후 줄곧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p. 7)
 
* 책 속의 책 : 쉴렛 트레이퍼스 <언더그라운드>, 스티븐 레비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 2011년 4월 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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