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법
김광수경제연구소 부동산경제팀 지음 / 더팩트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거품은 이미 커버렸고 경제 시스템을 너무 왜곡시켜서 문제야."
"그건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려야지..."
"야! 그래도 우리집은 안돼!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올랐는데...ㅎ"
"형은 그 집을 가지고 무덤 속으로 가져갈거야? 애들이 결혼할 때가 되면 어떻게 할건데? 지금 집값으로 애들이 전세라도 들어갈 수 있겠어? 그동안 대출이자와 세금, 관리비는 어쩔거고?"
"그래도.................."
한 달 전쯤에 선배와 나눈 이야기다.
자본주의가 신봉해왔고 사회주의도 부정하지 않았던 시장경제는 18세기에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의해 근대경제학의 핵심 개념으로 처음 사람들에게 소개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250여년 간 개인, 집단, 국가가 자본의 욕망을 위해 질주해왔다. 세계 전체 221~224개 국 중에서 국제적인 시장경제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북한을 비롯하여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라는 포장으로 온 지구 표면을 덮어버린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수립해 온 시장경제는 ’완전경쟁’과 ’정보의 투명성’을 전제로 모든 사람들과 경제 전체로 최고의 선, 즉 ’경제적 정의’를 실현시켜주는 가장 이상적이고 유일한 시스템으로 신봉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라 함은 시장에 맡겨두면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모든 제도가 다 그렇듯이 시장경제 역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완전경쟁’과 ’정보의 투명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마라톤 출발점은 다르며, 정보 격차 역시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시장경제는 적절한 규칙과 질서를 제도화 시켜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되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된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야말로 시장경제의 단점이 가장 두드러지며, ’사람’의 문제가 심각한 경우라고 주장한다. 특히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관료든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사람’의 문제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최악의 상태까지 도달했으며 거품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진단한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단지 부동산에 투기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거품이 해소되고 그 후유증이 완치될 때까지 한국 경제 전체와 자식세대의 장래를 망칠 것으로 내다본다. 그 기간은 최소 10년 이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경제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그 자체 뿐 만 아니라 그 뒤에 엄청난 빚과 권력형 부정부패, 자원왜곡, 계층 간 갈등, 건설업계와 언론의 선동과 조작 등의 사기극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동산은 한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 있어서 총체적 모순의 집합체인 것이다. 이런 희대의 사기극에 지난 10년 동안 한국 경제 전체와 대다수의 국민들이 놀아난 것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주택 구입이나 부동산 거래와 관련하여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선동과 조작 정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지표 및 자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부동산 주요 지표로는 왜곡된 집값 통계의 비밀을 알 수 있는 ’가격지수’와 집값의 향배를 결정하는 지표인 ’거래량’, 건설업계에게 퍼주는데 악용되는 ’주택보급율’의 허와 실, 실질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자가소유율’과 투기와 실수요를 구별해주는 대표 지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등이 있다.
필요한 부동산 지표는 온나라부동산포털, 국토해양통계누리,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 국민은행, 한국은행 경제시스템, 한국주택금융공사, 통계청, 대한 건설협회, 금융결제원 주택청약서비스, 대법원 경매정보 등에서 찾을 수 있으며, 책 속에는 찾아낸 정보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연구소측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경제원리와 정책에 대해서도 정리해 놓았다.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기준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동산 버블의 일등공신인 신용과 가계부채, 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과 집값의 상관관계, 부동사 세금과 거래비용, 경기회복과 주택가격, 주택 수요층을 파악하기 위한 인구와 가구, 공공임대주택과 전세주택 정책, 건설업의 부양과 구조조정,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등...
마지막으로 연구소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9년부터 시작된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 감소는 2010년 들어 더 심해졌다. 거래량 침체가 현재와 같이 이어질 경우(이어질 수 밖에 없고...) MB 정부와 보수언론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매매가 하락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대출과 PF 부실의 뇌관이 터질까 두려워 은행 금리를 붙잡았지만 물가 인상 속도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올해 들어 벌써 두 차례나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고 DTI 규제도 원상태로 복귀되어 매매가 하락과 버블 붕괴는 시간 문제가 되었다. 주택 보급율 역시 단순 보급율은 2009년 말 현재 100% 수준에 이르렀고 실제로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구매자를 기준으로 할 때 주택공급은 엄청난 초과된 상태다. 이 또한 주택 매매가를 더욱 하락시킬 것이고 현재 주춤한 전세가 역시 하락하는 것이 대세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최근 10여년 동안 단독 가구와 소규모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소규모 주택에 대한 전세와 임대수요는 꾸준히 이어져 전세가 하락의 버팀목이 되지겠지만 전세가는 몰라도 오피스텔이나 다가구 주택의 임대료는 지난 몇 년동안 크게 변동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나는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486세대이고 따라서 내 주변의 지인들 대부분은 486세대들이다. 486세대들은 7할~8할 이상이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실업율도 낮고 거의가 자가용을 굴린다. 2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도 종종 발견할 수 있으며, 상당수가 가구당 월 소득이 ’가구원수 X 일인당 GDP’에 근접한다. 그 정도면 여유있는 중산층에 속한다. 다소 진보적 관점에서 정치와 국제분쟁, 재벌들의 행태를 비판하지만 어울려서 술 한잔 먹으면서 호기를 부릴 뿐이다. 가정과 직장이 안정된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큰 걱정이 없으면 보통 사람들은 보수화된다. 그래서 조국 교수는 <진보집권플랜>에서 486세대를 ’정치진보, 생활보수’로 칭한 것 같다.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 한 채 밖에 없다면, 장차 자식들이 결혼할 때 세대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주택가격이 엄청나게 올라버렸고 대신 취업율이나 임금상승률은 호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비해 비정규직만 더 늘어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주택가격 등락에 대해 물어보면 그들은 (매달 대출이자와 제세공과금에 시달리면서도) 집값이 내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MB 집권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와준 486세대들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가 "주택값을 2002년 이전 수준으로 낮추겠다"라고 공약을 발표하면 무더기로 반대후보를 지지하거나 기권할 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울하다...
지난 10~20년 동안 경제에 대해 잘못 생각해왔고 말과는 달리 ’혼자만의 미래’를 꿈꾼 것이야말로 잘못한 것이리라...
[ 2011년 3월 3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