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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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서른 한 살의 여기자 린다입니다. 스위스에 살고 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괜찮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의문을 품기까지는 말이지요.

 

 인터뷰를 위해 만난 옛 동창생은 실은 예전 남자친구입니다. 지금은 정치인이 되어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불륜에 빠집니다. 사랑이 아니라.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 있습니다. 남편과의 사이도 좋고, 아이들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서 그녀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었음에도, 갑자기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요.

 

 난 아무 문제가 없어, 그런데... 라는 말로 이어지면, 그 다음에 올 말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어떤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녀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의심할만큼 불안하고 괴로운 내면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이전에 그래왔던 그 사람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러니 누구와 나눌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감추는 나날이 시작된 겁니다.

 

 이들은 각자의 배우자에 대해 불만이 없지만, 불륜을 이어갑니다. 그러는 사이, 그 여자의 내면에서 시작된 의문은 점점 커져서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 되기도 하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통제되지 않는 상태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옛 친구와의 불륜에 집착합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가지고있고, 이 때문에 마약상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이 시작되고, 계속되고, 그러면서 멈추지 못하는 날들. 그렇다고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알에서 시작된 작은 세포의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새의 모양을 갖춰가듯이, 그녀 안에서 시작된 의문 역시 조금씩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알 속의 세계에는 필요한 모든 것이 있었고,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이 안의 모습은 익숙합니다.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이 안의 세계가 어느 날부터는 무척 좁다는 생각이 들 시기부터는, 알 밖으로 나갈 준비가 시작됩니다. 그런 알을 부수기 시작한 시기부터,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녀가 그에게 집착할 수록, 보여지는 것은 상대는 불륜의 상대를 원할 뿐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더하여, 그녀가 원했던 사람은 성공할 가능성 높은 미래를 보여주는 정치인 옛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와 한 시절을 함께 했던 십대의 자신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옷을 입고, 사회적인 성취를 거두고, 지금의 삶에서 그 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할 지라도 이제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만 같은, 그 시기의 젊음, 열정과도 같은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요.

 

 새는 언젠가 알 속의 세계를 떠나야 합니다. 이 안온한 세계를 계속 고집한다면, 결국 이 안에서의 평생을 살게 됩니다. 그것이 알 속에서 느낀 한계이기에 밖으로 나가고 싶다해도, 바깥 역시 어떠한 것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안간힘을 쓰면서 알을 부수는 것은, 아마도 새의 본능일 거예요. 운이 좋다면 바깥에서 함께 같은 작업을 하면서 이 알을 조금 더 빨리 부술 수도 있겠지요. 

 

 보통 불륜의 끝은 좋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느낌을 주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작가가 이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랑하지도 않는데 위험한 만남도 거절하지 않는 정치인과, 갑자기 마음이 우울하더니 불륜에 빠진 여기자에게 어떤 계기를 줄 것인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편과 아내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같은, 평범할 질문 역시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그녀가 어떻게 이 순간을 넘어갈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때로 문장들은 한 줄 한 줄이 힘겹게 써 진 것처럼 느껴져서 빨리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씩 이어지다 끊어지다를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읽는 사람에게 쉽지 않은 이야기였고, 간단히 불륜은 나쁜 거지 뭐, 할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거쳐 결말이 괜찮으니, 앞부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불편하다 해도, 일단 읽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저는 그 결말을 알고 있지만,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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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4-02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이번에도 다 끝내고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자주 그렇군요.
밖에 비가 오고 있어요. 바람도 붑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해피북 2015-04-03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륜을 지지하는건 아니지만 그런 표현할 수 없는 심리상태는 왠지 이해가 가는 기분이예요 서니데이님두 행복한 금요일 되세요^~^

서니데이 2015-04-03 14:5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이 민감한 소재를 자주 소설에서는 볼 수 있는 건가봐요,
해피북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후애(厚愛) 2015-04-03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중에 이 책 읽어봐야지 하면서 아직까지 못 읽어봤네요.
오늘 날씨가 참 따뜻했었는데 지금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한 저녁되세요.^^

서니데이 2015-04-03 20:36   좋아요 0 | URL
네, 여기는 낮에도 서늘하더니, 오후부터는 쌀쌀합니다. 바람도 많이 불어요.
이 책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보세요. 괜찮았어요.
후애님도 감기조심하시고,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고양이라디오 2015-05-04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니깐 책이 무척 읽고 싶어지네요. 스포도 없고 좋은 리뷰입니다! 글을 정말 물 흐르듯이 잘 쓰시네요ㅠ 저도 좋은 리뷰를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서니데이 2015-05-04 17:16   좋아요 1 | URL
제가 쓴 글을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다른 것보다도 이 책 읽어보고 싶어진다고 하셔서, 저도 기뻤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의 리뷰 저도 자주 읽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