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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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 ‘잠깐’ 이라는 말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
가끔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정확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몸은 멈춰 있고, 마음은 이미 지쳐 있다.
그럴 때 누가 다가와
“좀 쉬어”라고 말하면
괜히 더 서글퍼진다.
그 말이 필요한 만큼
내가 쉴 수 없다는 걸 잘 아니까.
 
 
🫧
아무것도 하지 않기.
그 말이 이렇게 낯설 줄은 몰랐다.
가끔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쉴 틈 없이 일해온 날들이
이젠 ‘쉬는 법’ 조차 까먹게 만들어버렸다.
 
 
🫧
내가 가장 바빴던 시기,
스스로를 제일 잘 돌보지 못했다.
일을 잘 해낸 건 분명한데
그 안에 나는 없었던 느낌.
뭔가 이루고는 있는데
자꾸 허전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
“생산성” 이라는 말이
마치 성과의 단위처럼 쓰이고 있는 세상.
그 안에서 내 하루를 계속 계산하게 된다.
몇 시간 썼는지, 뭘 끝냈는지,
어디에 기여했는지.
쉬는 시간조차
뭔가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만
괜찮다고 여겨버리는 마음.
 
 
🫧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계속해서 써야 할 자원처럼
느껴졌던 건 아닐까.
시간을 ‘소비’ 하고,
감정을 ‘낭비’ 하고,
노력을 ‘투자’ 하는 말투들.
하루를 그렇게 쓰고 나면
어디에도 나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
공항이 편하다는 말에 괜히 울컥했다.
길게 머물 수 없는 장소,
그저 잠깐 머무는 곳.
어쩌면 어릴 적부터
나는 모든 공간에서
그런 식으로만 존재했던 건 아닐까.
늘 떠날 준비를 하며,
오래 머무를 자격은 내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밀어내며 지낸 시간들.
 
 
🫧
낯선 곳에 익숙해지려
애쓰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모르는 도시에서 식물을 먼저 찾는 사람.
전에 본 적 있는 잎사귀를
하나 발견하면
그제야 안심하게 되는 사람.
 
 
🫧
사는 게 자꾸 무겁게 느껴질 때
사람들은 자꾸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더 힘든 날도 있다.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인데
왜 늘 미안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
일단 멈추고 싶다는 마음.
그 말 한마디 꺼내는 데도
한참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엔 그런 말들이 담겨 있다.
쉬고 싶다는 말,
버겁다는 말,
아무도 이해 못해도
어쨌든 나는 힘들었다는 말.
 
 
 
📍
사람들은 자꾸
‘괜찮아질 거야’ 라고 말하지만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쪽이
요즘은 훨씬 더 필요한 것 같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덜 소중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 사실을 기억하게 해주는 글이

요즘은 위로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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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아직 배송 중 - 일상의 문턱을 넘어오는 다정한 위로
마일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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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꿈공장플러스 @dreambooks.ceo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행복은 아직 배송 중> - 아무 일 없는 하루에 도착한 작은 선물
 
 
 
🫧
요즘 행복하냐고 누가 물으면
대답이 느려진다.
행복한 순간이 없는 건 아닌데
딱 잘라 “응, 행복해” 라고
말하긴 애매하다.
괜히 어딘가 더 좋아져야 할 것 같고
좀 더 특별해야 할 것 같아서
행복도 자꾸 미뤄두게 된다.
 
 
🫧
그렇게 가만히 생각해보면
행복은 늘 뭔가 이뤄야만 따라오는
보상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예뻐지면,
조금 더 안정되면,
조금 더 인정받으면.
그렇게 “조금 더” 라는 조건을 다 채우면
행복이 “이제 너 차례야” 하고
배송되는 줄 알았다.
 
 
🫧
근데 그걸 기다리는 동안
문 앞엔 이미 행복이 와 있었던 것 같다.
포장을 풀지도 못한 채
바쁘다는 이유로,
아직 준비 안 됐다는 이유로
그냥 한쪽 구석에
쌓아두고만 있었던 느낌.
 
 
🫧
햇빛 좋은 날 방 안에 번지는 먼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택배,
괜찮았던 커피 맛,
연락 안 해도 편한 사람 하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자꾸 생각나고
그때 그 느낌이 괜히 또 그리워진다.
 
 
🫧
잘 살아야 한다는 말에
자꾸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인정받는 사람, 계획대로 사는 사람,
무너지지 않는 사람.
근데 진짜 잘 사는 건
아무도 안 볼 때 혼자 꾸역꾸역
자기 속도를 지키는 거 아닐까.
늦어도, 돌아가도, 중간에 멈춰도
자기 방식으로 도착하는 거.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몰라줄 때가
제일 속상하다.
내가 노력한 걸 내가 외면하면
진짜 아무 의미 없어지는 기분.
내가 나한테
"그만하면 잘했어" 라고 말하는 순간이
진짜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
행복이란 말은
늘 크고 근사한 무언가 같았는데
사실은 소파에 누운 자세가 딱 맞을 때나
쌓인 빨래 다 개켜놓고 멍 때릴 때,
그런 사소한 틈에서 제일 자주 발견된다.

늘 뭔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문득, 부족한 게 아니라
이미 충분한 걸
모른 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이만큼의 하루도
누군가에겐
너무 간절한 시간일 수 있으니까.
 
 
🫧
행복은 늘 늦게 도착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계속 내 곁을
맴돌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놓친 거지,
행복이 늦은 게 아니었달까.

그래서 요즘은
그냥 무사히 하루를 끝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 일 없는 오늘,
그 자체로도 꽤 고마운 하루니까.
 
 
 
📍
행복이 뭐냐는 질문에
대답 대신 웃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날도 있다.

꼭 특별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 말해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잘 지내고 있는 증거 아닐까.

우리 모두의 행복은
조금씩, 각자의 속도로
지금도 어디쯤 오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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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음악 - 양차 대전과 냉전, 그리고 할리우드
존 마우체리 지음, 이석호 옮김 / 에포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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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과콩나무 를 통해 에포크 @epoch.books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전쟁과 음악> - 레퍼토리 밖으로 밀려난 사랑받던 음악들
 
 
 
🫧
“왜 클래식은 늘 그 곡들만 나와?”
사실 나도 같은 의문을 갖고 있었다.
좋아하는 곡은 있는데,
왜 자꾸 듣는 곡만 듣게 되는지
왜 우리가 아는 ‘클래식’ 은
20세기 초반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
듣는 사람의 취향 탓일까?
레퍼토리 선정의 보수성?
아니면 새로운 음악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졌기 때문일까?
누구나 느꼈을 그 답답함에 대해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
전쟁과 정치, 이념과 후원금.
사람들이 좋아한 음악보다
제도가 선택한 음악이 살아남았다는 말.
시간의 평가라기보단
누구의 승인이 있었느냐가
더 중요했다는 얘기.
그래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 음악이 있다는 사실.

낯설다고, 진지하지 않다고,
영화음악이라고, 대중적이라고.
그런 이유들로 음악이
‘2등 시민’ 취급을 받았던 시간.
어떤 곡은 너무 현대적이라는 이유로,
어떤 곡은 너무 아름답다는 이유로
들리지 못한 채 옆으로 밀려났다.
 
 
🫧
한 세기가 넘도록
새로운 음악은
"복잡하고 어렵다" 는 인식에 갇혀 있다.
듣는 사람보다 만드는 사람을 위한 음악.
애초부터 이해받기를 바라지 않은 작품들.
그 앞에서 우리는
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내가 부족한 걸까?”
“이걸 이해 못 하는 내가 문제인 걸까?”

그 사이,
우리는 어떤 음악들과 점점 멀어졌다.
여전히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 노래 앞에서는
이유도 분석도 필요 없는데도.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에
자격을 붙여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데.
 
 
🫧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
그리고 전쟁 이후
미국으로 옮겨간 계보들.
클래식의 흐름이 갑자기 끊긴 게 아니라
다른 길을 택해
흘러갔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막연한 궁금증이 퍼즐 맞추듯 이어졌다.
누가 들을지, 어디에서 연주할지를
누가 정해왔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
 
 
🫧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위대한’ 음악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었지만
그저 스쳐 지나갔던 멜로디에
다시 귀 기울여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 듣지도 않은 채
닫아버린 문이 얼마나 많았을까.
사랑해도 된다고,
좋아한다고 말해도 된다고,
누군가 먼저 말해줬다면
덜 망설였을 음악들이 있었다.
 
 
🫧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붙여야
격이 생기는 게 아니고,
시대를 구분해야
작품의 가치를 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진짜 듣고 싶었던 음악은
그저 시대 밖에서
다시 누군가의 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다 들었는데도 뭔가 빠진 느낌이 들 때,
그건 아마도 들려야 할 음악이
아직 틀어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곡은
좋아한다고 말하기에
너무 오래 죄책감을 요구받았고,
어떤 작곡가는
잊혀지기엔 너무 오래 사랑받아왔다.

우리는 이제
선택받은 음악만 듣는 시대를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까.
누가 승인했는지가 아니라,

내 귀가 반응하는지를 믿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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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릴리 출리아라키 지음, 성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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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은행나무 @ehbook_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 모두가 피해자라고 말할 때, 사라지는 것들
 
 
 
🫧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뭐든 용서받는 거야?”
누군가 던진 그 말에,
마음이 멈칫한 적 있다면
이야기는 이미 시작된 거다.
 
 
🫧
사람들은 자꾸 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목소리를 내야 하고,
설명해야 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아프다고 말할 권리조차
누가 더 먼저, 더 크게, 더 자주
말했는지를 따지는
경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
그런데 이상하다.
고통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진짜 고통은 점점 묻히는 느낌.
"누구 말이 더 아프냐" 는 싸움 속에서
아예 입을 다물어버린 사람이 많다.
누가 먼저 다쳤는지를 따지다가
진짜 다친 사람이 사라진다.
 
 
🫧
이야기는 미국에서 시작되지만
우리 주변 풍경과 낯설지 않다.
억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어느 순간, ‘피해자’ 라는 단어가
자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그 지위에 올라야
말을 시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처럼.
 
 
🫧
그렇다고 진짜 피해자가 없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너무 많은 고통이 있었고,
그 고통을 누군가는
‘전략’ 처럼 써왔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
타인의 고통을 딛고
자신의 억울함만 소리 높이는 사람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처음엔 연민을,
그다음엔 무관심을 불러온다.
 
 
🫧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
힘 있는 이가 연약한 척,
그 연극이 반복되다 보면
진짜 연약한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이미 귀 기울여줄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눈물에 빠져 있으니까.

모두가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말에는 더 이상 아무런 힘도 없다.
그런 말은
진짜 필요한 사람의 말조차
희미하게 만들어버리니까.
 
 
🫧
그래서 누군가의 고통을 들을 때
그 사람이 가진 배경, 권력, 맥락,
그 말의 위치를 같이 봐야 한다고 말한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시선이다.
우리가 응원하고 싶었던 말들이
어떻게 도구화되는지를 보는 순간,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 말은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가?
그 말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말이 울리는 동안,
누구의 말이 꺼져가고 있는가?
 
 
🫧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저 사람은 피해자야” 혹은
“아니야, 가해자야”
그렇게 칼로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
모든 고통이 같은 자리에 놓일 수 없고,
모든 목소리가
같은 무게를 가질 수는 없다.
그걸 구분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인정하자고,
그래야 누군가의 목소리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으니까.
 
 
🫧
이 책은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기보다
무엇이 사라졌는지를 묻는다.
누가 말할 자격을 빼앗겼고,
누가 그 자격을 너무 쉽게 가져갔는지.
그 질문 앞에서
당연했던 감정들이
서서히 의심되기 시작한다.
 
 
 
📍
누구보다 크고 선명한 목소리가
늘 진실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작은 말들은
귀에 닿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

누가 고통을 말할 수 있는가,
그 자격을 누가 정해왔는가.
그 질문 앞에서 멈칫하게 된다.

말하는 자보다
말할 수 없는 자를 상상해보는 것.
지금,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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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
사라 피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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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밝은세상 @wsesang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 -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벌어진 가장 차가운 이야기
 
 
 
🫧
물끄러미 쳐다보게 되는 창밖 풍경이 있다.
눈이 쉼 없이 쏟아지고,
그 속에 묻혀가는 건물 하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뭔가 들릴 것 같은 기분.
 
 
🫧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그리고 모두가 입을 다문다.
무섭다는 감정보다
더 먼저 밀려오는 건 의심이었다.
누가 무슨 말을 숨기고 있는지,
왜 다들 눈치를 보는지.
누군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괜히 신경 쓰였다.
 
 
🫧
고지대 호텔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 공간은 처음부터
'호텔' 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뒤를 따라왔다.
새로 칠한 벽에도, 근사한 스파 시설에도
지워지지 않는 과거가 남아 있는 느낌.
 
 
🫧
누군가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건 전부 진짜일까?”
하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인물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면서도
어딘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고,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그 말 안에 꾹 눌러 담긴
긴장감이 새어 나왔다.
 
 
🫧
처음엔 여행처럼 시작된다.
가족 행사 참석차 찾아간 고급 호텔,
바쁜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는
기분 좋은 시간.
그런데 마주치는 인물마다
사연이 묘하게 얽혀 있다.
내가 본 게 전부일까?
그들이 말하지 않은 건 뭘까?
슬슬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
눈사태로 외부와 차단된 공간.
경찰도 오지 못하고,
전기도 끊길 수도 있고.
그러다 정말 살인이 일어난다.
마치 영화 같은 설정인데,
그 안에 놓인 인물들의 감정은
너무 현실적이다.
 
 
🫧
죽은 동생, 의심받는 가족,
아무도 모르게 앓고 있던 트라우마.
그걸 애써 숨기고 살아가던 인물에게
그날의 호텔은 '고립' 이 아니라
'직면' 의 시간이었다.
피하고 싶던 진실 앞에 서게 되는 순간.
그때부터는 범인을 찾는 이야기보다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쪽에 집중하게 됐다.
 
 
🫧
어딘가 열려 있는 문.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손끝이 서늘해지는 장면들이 많았다.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기분.
그런 상상들이 자꾸 마음을 두드렸다.
 
 
🫧
요란하지 않은 공포.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오히려 더 무서운 장면들이 있다.
잔잔한 말투, 느릿한 시선,
그러다 갑자기 던져지는 한 문장.
그 한 줄이 너무 생생해서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든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계속 이어지는 불안, 의심, 그리고 기억.
범인을 찾는 추리 그 이상으로,
이야기는 인간 내면의 균열을 들여다본다.
 
 
🫧
눈은 모든 걸 덮지만,
때로는 그 아래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얼어붙은 호텔 안에서 드러난 것들은
누군가 외면했던 감정의 파편들.
 
 
 
📍
반짝이는 유리창과
고급 인테리어로 포장된 공간,
그 안에서 가장 오래된 상처가
몸을 일으킨다.
숨기고만 있던 말들이
고요한 눈발에 실려 흘러나오고,
모두가 침묵할 때,
한 사람만이 기억을 붙잡는다.
누가 살아남았는지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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