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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평점 :
🌟 이 책은 #열린책들 @openbooks21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 - 숲보다 이자를 택한 세계, 그 뒤에 남겨진 것들
📌 책 소개
자연을 지키자고 말하는 책은 많다.
그런데 왜 이 책은 유난히 귀가 솔깃해질까? 이유는 간단하다.
감동이나 이상이 아니라 숫자와 구조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바다가 어획 금지 구역이 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숲 하나가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 누가 얼마를 손해 보고 누구는 얼마를 벌게 되는지, 철저하게 데이터로 말한다.
자연을 지키자는 말이 뜬구름 같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꽤나 달라질지도 모른다.
💬서평
💡생명은 연결된 시스템에서 작동한다
한 송이 꽃이 피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리는 일이 있다.
씨앗은 흙속에서 꾹 참고 버티고, 비가 내릴 때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기적처럼 비가 내리면, 며칠 안에 사막 전체가 꽃밭이 된다.
그 뒤 다시 말라버리지만, 씨앗은 남는다.
이 구조는 생명체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식물, 토양, 빗물, 햇빛, 모든 요소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돼 있다.
그 선을 끊는 순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살아 있다는 건 독립이 아니라 상호 의존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거대한 순환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인간이 그 순환 고리에 변칙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시스템은 여전히 돌고 있지만, 일부가 빠르게 닳고 있다.
💡인간이 만든 경계는 회복되지 않는다
원래는 숲이었지만 지금은 농장이다.
예전에는 수천 종이 살았던 생태계가 이제는 기름야자 하나만 자란다.
이 전환은 ‘효율’ 을 내세운 인간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효율은 다양성을 쫓아낸다.
단일재배지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생태적으로는 빈약하다.
그곳은 서식지가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계는 물리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의 흐름, 회복력, 상호작용까지도 단절시킨다.
경계 안에서는 생명의 층위가 단순해지고, 그 경계는 해마다 더 넓어진다.
다양성은 단지 여러 생물이 함께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유지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다양성을 제거한 경계는 결국 인간 자신에게도 균열을 돌려준다.
자연의 밀도를 줄이는 일은 결국 인간 삶의 여백을 줄이는 일이다.
💡보존은 선택이 아니라 계산이다
어획을 금지하면 물고기가 사라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금지된 구역에서는 종 다양성이 회복되고, 인근 해역의 어획량까지도 올라간다.
더불어 관광 수입이 늘어난다.
이건 희생이 아니라 전략이다.
자원을 당장 쓰지 않는 대신, 시간이 지난 후 더 큰 수익을 기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눈에 보이는 변화가 빠르게 오지 않기에 망설이게 될 뿐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순현재가치’ 개념을 빌려 설명해도, 자연 보존이 훨씬 유리하다.
맹그로브를 잘 보존한 것이 새우 양식장보다 수십 배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지켜야 한다는 감정이 아니라, 따져보니 지켜야만 한다는 계산이다.
지금 보존하는 것이, 미래의 수익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감탄만으로는 부족하다
숲을 보고 놀라고, 바다를 보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감정을 느껴도, 그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감정 뒤에 놓인 구조다.
숲의 가치가 눈앞의 물건 가격보다 싸게 취급되는 한, 그 감탄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생태계를 이해하는 일은 곧 감탄의 바탕을 튼튼하게 다지는 일이다.
비가 오고, 식물이 자라고, 토양 미생물이 작동하고, 그 전체 흐름이 하나로 이어져 있을 때, 감탄이 비로소 책임으로 연결된다.
자연은 말없이 움직인다.
일을 멈추지 않지만, 속도가 느릴 뿐이다.
그 느림을 기다릴 줄 아는 사회, 감동보다 시스템을 중시하는 사회만이 생명을 진짜 대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회만이 다음 세대에게 자연을 넘겨줄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