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잘하라고 하지 않고 명확하게 일 맡기는 기술 - 리더의 말이 달라지면 회사는 성장하기 시작한다
고구레 다이치 지음, 명다인 옮김 / 갈매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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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갈매나무 @galmaenamu.pub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알아서 잘하라고 하지 않고 명확하게 일 맡기는 기술> - 알아서 하라는 말은 업무 지시가 아니다

📌 책 소개

‘말을 잘한다’ 는 칭찬은 종종 리더의 능력을 상징한다.
하지만 팀이 방향을 잃고 있다면, 문제는 말솜씨가 아니라 전달의 명확성에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왜 말했는데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리더의 언어가 어떻게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바꾸는지 설명한다.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행동하게 할지를 명확히 언어화하는 방법을 실제 사례와 함께 다룬다.
모호한 피드백이 반복되는 상황, 회의에서 뚜렷한 결론이 없는 이유, 팀원이 ‘알아서’ 일하다 실패하는 이유를 구조적으로 짚어낸다.
결국 핵심은 ‘내 머릿속의 기준’ 을 언어로 명확히 정리해 전달하는 일이다.

💬서평

💡말이 아닌 ‘지시’ 가 필요할 때

업무를 맡기고 나서야 “이건 아니지” 라고 말하게 되는 상황은 흔하다.
하지만 많은 리더는 애초에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열심히 해’ 나 ‘알아서 처리해’ 같은 말은 실제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다.
업무 지시가 명확하지 않으면 팀원은 각자의 기준으로 행동하고, 그 결과는 늘 다르게 나타난다.
결국 문제는 팀원의 태도나 역량이 아니라, 리더가 기준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스포츠 감독이 전략을 말하지 않고 “경기 알아서 뛰어봐”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시가 빠진 팀은 각자 판단으로 움직이고, 결국엔 책임만 떠넘겨진다.
필요한 건 동기부여보다 구체적인 언어다.

💡모호한 말의 구조를 해부하다

리더의 언어가 왜 늘 추상적인가를 따져보면, 대부분 명사만 던지고 문장을 완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객 중심이다” 라는 말은 방향만 암시할 뿐,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책에서는 ‘고객 중심이란 어떤 상태인가’ 를 문장으로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아이와 함께 온 손님이 눈치 보지 않고 식사할 수 있는 상태” 라는 문장은 구체적인 행동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렇게 문장을 완성해야 비로소 언어가 행동 지침으로 작용한다.
회의에서 늘 애매한 결론만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은 많지만 문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화란 ‘잘 말하는 것’ 이 아니라,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는 일이다.

💡팀의 시간을 소비하는 습관들

모든 회의가 필요하진 않다.
단지 “늘 해왔으니까” 라는 이유로 이어지는 업무는 성과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팀원들은 이 일들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하지만, 실제로는 리더조차 방향성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라는 질문으로 불필요한 일들을 검토하라고 말한다.
정기보고, 공용 자료 정리, 모두를 위한 회의 등도 이 질문 하나로 판단이 가능해진다.
일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기준은 늘 상대적인데, 그 기준을 말하지 않으면 팀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오히려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일수록 무의미한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도 언어다.

💡리더의 언어가 팀의 사고를 바꾼다

조직의 문화는 자주 쓰는 단어에서 시작된다.
‘부가가치’ 를 ‘뭔가 더하는 것’ 으로 이해하면, 사람들은 기존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붙이는 데만 집중한다.
하지만 그것이 고객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진짜 부가가치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언어는 사고를 만든다.
리더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는 단지 말의 문제가 아니라, 팀이 무엇을 향해 일하는지를 결정짓는 일이다.
감정적인 설득보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공유’ 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도 이 책의 반복되는 메시지다.
명확한 언어는 팀원에게 기준을 제공하고, 그 기준이 정렬되면 사고와 행동도 정렬된다.
리더는 말이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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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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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열린책들 @openbooks21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 - 숲보다 이자를 택한 세계, 그 뒤에 남겨진 것들

📌 책 소개

자연을 지키자고 말하는 책은 많다.
그런데 왜 이 책은 유난히 귀가 솔깃해질까? 이유는 간단하다.
감동이나 이상이 아니라 숫자와 구조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바다가 어획 금지 구역이 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숲 하나가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 누가 얼마를 손해 보고 누구는 얼마를 벌게 되는지, 철저하게 데이터로 말한다.
자연을 지키자는 말이 뜬구름 같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꽤나 달라질지도 모른다.

💬서평

💡생명은 연결된 시스템에서 작동한다

한 송이 꽃이 피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리는 일이 있다.
씨앗은 흙속에서 꾹 참고 버티고, 비가 내릴 때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기적처럼 비가 내리면, 며칠 안에 사막 전체가 꽃밭이 된다.
그 뒤 다시 말라버리지만, 씨앗은 남는다.
이 구조는 생명체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식물, 토양, 빗물, 햇빛, 모든 요소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돼 있다.
그 선을 끊는 순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살아 있다는 건 독립이 아니라 상호 의존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거대한 순환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인간이 그 순환 고리에 변칙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시스템은 여전히 돌고 있지만, 일부가 빠르게 닳고 있다.

💡인간이 만든 경계는 회복되지 않는다

원래는 숲이었지만 지금은 농장이다.
예전에는 수천 종이 살았던 생태계가 이제는 기름야자 하나만 자란다.
이 전환은 ‘효율’ 을 내세운 인간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효율은 다양성을 쫓아낸다.
단일재배지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생태적으로는 빈약하다.
그곳은 서식지가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계는 물리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의 흐름, 회복력, 상호작용까지도 단절시킨다.
경계 안에서는 생명의 층위가 단순해지고, 그 경계는 해마다 더 넓어진다.
다양성은 단지 여러 생물이 함께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유지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다양성을 제거한 경계는 결국 인간 자신에게도 균열을 돌려준다.
자연의 밀도를 줄이는 일은 결국 인간 삶의 여백을 줄이는 일이다.

💡보존은 선택이 아니라 계산이다

어획을 금지하면 물고기가 사라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금지된 구역에서는 종 다양성이 회복되고, 인근 해역의 어획량까지도 올라간다.
더불어 관광 수입이 늘어난다.
이건 희생이 아니라 전략이다.
자원을 당장 쓰지 않는 대신, 시간이 지난 후 더 큰 수익을 기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눈에 보이는 변화가 빠르게 오지 않기에 망설이게 될 뿐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순현재가치’ 개념을 빌려 설명해도, 자연 보존이 훨씬 유리하다.
맹그로브를 잘 보존한 것이 새우 양식장보다 수십 배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지켜야 한다는 감정이 아니라, 따져보니 지켜야만 한다는 계산이다.
지금 보존하는 것이, 미래의 수익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감탄만으로는 부족하다

숲을 보고 놀라고, 바다를 보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감정을 느껴도, 그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감정 뒤에 놓인 구조다.
숲의 가치가 눈앞의 물건 가격보다 싸게 취급되는 한, 그 감탄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생태계를 이해하는 일은 곧 감탄의 바탕을 튼튼하게 다지는 일이다.
비가 오고, 식물이 자라고, 토양 미생물이 작동하고, 그 전체 흐름이 하나로 이어져 있을 때, 감탄이 비로소 책임으로 연결된다.
자연은 말없이 움직인다.
일을 멈추지 않지만, 속도가 느릴 뿐이다.
그 느림을 기다릴 줄 아는 사회, 감동보다 시스템을 중시하는 사회만이 생명을 진짜 대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회만이 다음 세대에게 자연을 넘겨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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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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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열린책들 @openbooks21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 - 숲보다 이자를 택한 세계, 그 뒤에 남겨진 것들

📌 책 소개

자연을 지키자고 말하는 책은 많다.
그런데 왜 이 책은 유난히 귀가 솔깃해질까? 이유는 간단하다.
감동이나 이상이 아니라 숫자와 구조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바다가 어획 금지 구역이 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숲 하나가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 누가 얼마를 손해 보고 누구는 얼마를 벌게 되는지, 철저하게 데이터로 말한다.
자연을 지키자는 말이 뜬구름 같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꽤나 달라질지도 모른다.

💬서평

💡생명은 연결된 시스템에서 작동한다

한 송이 꽃이 피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리는 일이 있다.
씨앗은 흙속에서 꾹 참고 버티고, 비가 내릴 때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기적처럼 비가 내리면, 며칠 안에 사막 전체가 꽃밭이 된다.
그 뒤 다시 말라버리지만, 씨앗은 남는다.
이 구조는 생명체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식물, 토양, 빗물, 햇빛, 모든 요소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돼 있다.
그 선을 끊는 순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살아 있다는 건 독립이 아니라 상호 의존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거대한 순환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인간이 그 순환 고리에 변칙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시스템은 여전히 돌고 있지만, 일부가 빠르게 닳고 있다.

💡인간이 만든 경계는 회복되지 않는다

원래는 숲이었지만 지금은 농장이다.
예전에는 수천 종이 살았던 생태계가 이제는 기름야자 하나만 자란다.
이 전환은 ‘효율’ 을 내세운 인간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효율은 다양성을 쫓아낸다.
단일재배지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생태적으로는 빈약하다.
그곳은 서식지가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계는 물리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의 흐름, 회복력, 상호작용까지도 단절시킨다.
경계 안에서는 생명의 층위가 단순해지고, 그 경계는 해마다 더 넓어진다.
다양성은 단지 여러 생물이 함께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유지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다양성을 제거한 경계는 결국 인간 자신에게도 균열을 돌려준다.
자연의 밀도를 줄이는 일은 결국 인간 삶의 여백을 줄이는 일이다.

💡보존은 선택이 아니라 계산이다

어획을 금지하면 물고기가 사라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금지된 구역에서는 종 다양성이 회복되고, 인근 해역의 어획량까지도 올라간다.
더불어 관광 수입이 늘어난다.
이건 희생이 아니라 전략이다.
자원을 당장 쓰지 않는 대신, 시간이 지난 후 더 큰 수익을 기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눈에 보이는 변화가 빠르게 오지 않기에 망설이게 될 뿐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순현재가치’ 개념을 빌려 설명해도, 자연 보존이 훨씬 유리하다.
맹그로브를 잘 보존한 것이 새우 양식장보다 수십 배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지켜야 한다는 감정이 아니라, 따져보니 지켜야만 한다는 계산이다.
지금 보존하는 것이, 미래의 수익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감탄만으로는 부족하다

숲을 보고 놀라고, 바다를 보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감정을 느껴도, 그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감정 뒤에 놓인 구조다.
숲의 가치가 눈앞의 물건 가격보다 싸게 취급되는 한, 그 감탄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생태계를 이해하는 일은 곧 감탄의 바탕을 튼튼하게 다지는 일이다.
비가 오고, 식물이 자라고, 토양 미생물이 작동하고, 그 전체 흐름이 하나로 이어져 있을 때, 감탄이 비로소 책임으로 연결된다.
자연은 말없이 움직인다.
일을 멈추지 않지만, 속도가 느릴 뿐이다.
그 느림을 기다릴 줄 아는 사회, 감동보다 시스템을 중시하는 사회만이 생명을 진짜 대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회만이 다음 세대에게 자연을 넘겨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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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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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숲보다 이자를 택한 세계, 그 뒤에 남겨진 것들

📌 책 소개

자연을 지키자고 말하는 책은 많다.
그런데 왜 이 책은 유난히 귀가 솔깃해질까? 이유는 간단하다.
감동이나 이상이 아니라 숫자와 구조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바다가 어획 금지 구역이 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숲 하나가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 누가 얼마를 손해 보고 누구는 얼마를 벌게 되는지, 철저하게 데이터로 말한다.
자연을 지키자는 말이 뜬구름 같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꽤나 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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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연결된 시스템에서 작동한다

한 송이 꽃이 피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리는 일이 있다.
씨앗은 흙속에서 꾹 참고 버티고, 비가 내릴 때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기적처럼 비가 내리면, 며칠 안에 사막 전체가 꽃밭이 된다.
그 뒤 다시 말라버리지만, 씨앗은 남는다.
이 구조는 생명체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식물, 토양, 빗물, 햇빛, 모든 요소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돼 있다.
그 선을 끊는 순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살아 있다는 건 독립이 아니라 상호 의존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거대한 순환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인간이 그 순환 고리에 변칙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시스템은 여전히 돌고 있지만, 일부가 빠르게 닳고 있다.

💡인간이 만든 경계는 회복되지 않는다

원래는 숲이었지만 지금은 농장이다.
예전에는 수천 종이 살았던 생태계가 이제는 기름야자 하나만 자란다.
이 전환은 ‘효율’ 을 내세운 인간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효율은 다양성을 쫓아낸다.
단일재배지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생태적으로는 빈약하다.
그곳은 서식지가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계는 물리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의 흐름, 회복력, 상호작용까지도 단절시킨다.
경계 안에서는 생명의 층위가 단순해지고, 그 경계는 해마다 더 넓어진다.
다양성은 단지 여러 생물이 함께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유지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다양성을 제거한 경계는 결국 인간 자신에게도 균열을 돌려준다.
자연의 밀도를 줄이는 일은 결국 인간 삶의 여백을 줄이는 일이다.

💡보존은 선택이 아니라 계산이다

어획을 금지하면 물고기가 사라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금지된 구역에서는 종 다양성이 회복되고, 인근 해역의 어획량까지도 올라간다.
더불어 관광 수입이 늘어난다.
이건 희생이 아니라 전략이다.
자원을 당장 쓰지 않는 대신, 시간이 지난 후 더 큰 수익을 기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눈에 보이는 변화가 빠르게 오지 않기에 망설이게 될 뿐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순현재가치’ 개념을 빌려 설명해도, 자연 보존이 훨씬 유리하다.
맹그로브를 잘 보존한 것이 새우 양식장보다 수십 배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지켜야 한다는 감정이 아니라, 따져보니 지켜야만 한다는 계산이다.
지금 보존하는 것이, 미래의 수익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감탄만으로는 부족하다

숲을 보고 놀라고, 바다를 보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감정을 느껴도, 그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감정 뒤에 놓인 구조다.
숲의 가치가 눈앞의 물건 가격보다 싸게 취급되는 한, 그 감탄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생태계를 이해하는 일은 곧 감탄의 바탕을 튼튼하게 다지는 일이다.
비가 오고, 식물이 자라고, 토양 미생물이 작동하고, 그 전체 흐름이 하나로 이어져 있을 때, 감탄이 비로소 책임으로 연결된다.
자연은 말없이 움직인다.
일을 멈추지 않지만, 속도가 느릴 뿐이다.
그 느림을 기다릴 줄 아는 사회, 감동보다 시스템을 중시하는 사회만이 생명을 진짜 대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회만이 다음 세대에게 자연을 넘겨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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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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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황금가지 @goldenbough_books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 입을 다문 채, 진실을 훔쳐보는 방식

📌 책 소개

단편은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시작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는 여섯 편의 이야기로 엮여 있지만, 그 안엔 한 가지 공통된 맥락이 흐른다.
누군가는 환청을 듣고, 누군가는 유령을 보며, 또 누군가는 잃어버린 기억 속에 갇힌다.
미스터리와 공포, 인간 심리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들은 단서를 툭 던져주고는 끝장을 내버린다.
설명은 없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꼭 이어질 것 같은 잔상을 남긴다.
독자는 말 없는 퍼즐을 끼워 맞추며 끝내 묻는다.
‘정말 끝난 걸까?’

💬서평

💡낯선 감각은 언제나 예상 밖에서 시작된다

첫 단편의 발소리는 사람의 감각을 건드린다.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따라가는 인물은, 처음엔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하지만 곧 타인의 기억과 연결된 환청임을 의심하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라진 여인의 시신은 사찰에서 발견되고, 그녀를 둘러싼 남자의 감정은 증거처럼 수사를 이끈다.
형사는 냉정해 보이지만, 진실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사람의 표정을 끝까지 따라간다.
이어지는 단편에서는 한 여성이 사고로 죽어간 남자의 마지막 꿈을 꾼다.
그 꿈을 따라가다 보니 과거와 연결된 현실의 균열이 보인다.
이야기마다 현실과 과거, 감각과 진실이 어딘가서부터 맞닿아 있다.

💡인물들은 사건을 겪지 않고,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각 이야기 속 인물들은 사건에 휘말리기보다 사건 속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유령이 나온다는 산장을 취재하러 간 기자는 그 공간에 남겨진 과거의 결을 쫓는다.
누군가의 집착, 누군가의 실종, 누군가의 고백이 남겨진 그 공간은 단순한 무대로 끝나지 않는다.
두 번째 단편의 묘지도 마찬가지다.
시체를 중심으로 관계가 얽히고, 죽은 자가 아닌 살아 있는 자의 행동이 사건의 핵심이 된다.
아르바이트 청년이 갇힌 학교 안에서는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와의 짧은 교류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공간은 모두 폐쇄되어 있지만 인물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갇힌 인물이 아니라, 판단하는 인물을 따라가게 된다.

💡의심은 감정보다 앞선다

각 인물은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무엇을 기억하는지, 무엇을 의심했는지, 왜 의심하게 되었는지를 따라가게 만든다.
기억을 잃은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병원 침대에서 깨어난다.
주어진 이름과 사회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였지만, 마음 한 켠에는 자신을 향한 단서에 목마르다.
그런 태도는 다른 단편들에서도 반복된다.
유령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면서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행동하는 사람.
과거에 살해된 소년을 애도하며 동시에 그 죽음의 단서를 의심하는 사람.
그들의 결정은 감정이 아닌 상황 판단을 근거로 움직인다.

💡결말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단편마다 결말은 빠르게 닫히지 않는다.
어떤 진실은 드러나고, 어떤 진실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하지만 명확한 ‘반전’ 이나 ‘오해 풀기’ 로 정리되진 않는다.
한 여성은 꿈을 통해 과거의 죽음을 추적했지만, 그 죽음의 진실이 드러난 순간 자신이 그곳에 있었던 이유를 잃는다.
기억을 잃은 남자는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알게 된 뒤에도, 새로운 삶을 다시 떠난다.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밝혔지만, 그 밝혀진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떠난다.

이 흐름은 단편이라는 형식의 한계와 무관하게, 각 이야기의 결말을 ‘닫힘’ 이 아닌 ‘이동’ 의 상태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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