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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남성성 -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권김현영 외 지음 / 동녘 / 2025년 7월
평점 :
🌟 이 책은 동녘 @dongnyokpub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폭주하는 남성성> - 우리는 지금 어떤 남성성을 키우고 있을까
🫧
"남자애는 원래 그래."
"좀 억울한 거야, 남자들은."
"요즘은 오히려
남자가 차별받는 세상이잖아."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누가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말들이고,
누구의 말인지 가물가물한 채
스치듯 들리는 말들이기도 하다.
이런 말은 늘 어딘가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댓글창, 뉴스 기사, 커뮤니티,
그리고 일상 대화 중간중간.
어떤 이야기는 그저 말이 아니라
사회의 방향을 결정해버릴 정도로
거대해진다.
🫧
20대 남성, 극우화,
안티페미니즘, 살인 예고.
한 문장에 담긴 단어들이 너무 많다.
서로 다른 줄 알았던 사건과 감정이
어떤 감정선으로,
어떤 구조로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한꺼번에 펼쳐보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함을
억지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무섭게 몰아치지도 않고,
감정에만 기대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여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고
차근차근 모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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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따로 보지 않고,
그 배경을 만들어낸 구조를
파고드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n번방, 벗방, 딥페이크, 단톡방 성희롱,
살인 예고와 서부지법 앞의 폭동까지.
이런 일들을 벌인
‘특정한 몇몇 남자들’ 의
이야기로 넘기기엔,
그 빈도와 패턴이 너무 뚜렷하다.
어떤 범죄는 개인의 비뚤어진
욕망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꾸준히 허용하고,
축적해온 감정들이
어느 지점에서
폭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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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여러 형태의 남성성을
‘폭주한다’ 고 말한다.
분노, 억울함, 자격지심, 경쟁과 좌절.
그 감정들이 왜 하필 여성에게 향했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떻게
정치적 결속으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여기에는 한두 명을 지목하는 비난이 없다.
그 대신, 질문들이 촘촘히 들어 있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놓친 걸까?
언제부터 누군가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었을까?
우리가 지금 보는 현상은
어디로부터 출발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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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건,
가해자 개인을
악마처럼 묘사하지 않는 태도였다.
정죄보다 더 무서운 건,
구조를 설명하는 언어라는 걸 다시 느꼈다.
딥페이크 영상을 돌리고,
페미니스트를 사냥하고,
‘여가부 폐지’ 를 구호처럼 외치고,
정치인이 <맥심> 화보에
실려 웃는 모습들.
그 전부가 거대한 맥락 안에서
서로에게 발화점이 되고 연료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도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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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떤 남성성을
살려내고 있고,
또 어떤 남성성을
키워내고 있는 걸까.
아이들은 자라서
‘그런 남자’ 가
되지 않을 거라 믿는 마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매일 뉴스에서 확인하고 있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제일 먼저 눈을 돌려야 하는 건
‘특정한 남자’ 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허용하고 있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
이건 누군가의
격렬한 분노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말과 시선, 조롱과 무관심이
어떻게 하나의 흐름이 되고
결국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도착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기록에 가깝다.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허용받았고,
누군가는 언제나 조심하라고 배워왔다.
그 오래된 불균형 속에서
어떤 감정은 계속 부풀고,
어떤 목소리는 계속 작아진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은
그 끝에서 터진 파열음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외면했던 구조의 모서리를
이제는 똑바로 바라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