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곽선생뎐 1~2 세트 - 전2권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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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1~2 세트> - 괴물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임무
 
 
 
🫧
가끔 그런 인물이 있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가도
마지막 페이지 즈음엔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 싶게 되는 사람.

곽곽 선생이 딱 그렇다.

‘피도 눈물도 없다’ 는 말이
그렇게까지 진하게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었나 싶다.
그는 사냥개다.
왕이 던진 임무를 쫓고,
제 발로 그 임무를 피하지 못한다.
 
 
🫧
그가 다녀간 자리는
항상 피비린내로 가득하다.
목이 잘리고, 뼈가 부서지고,
무너진 시체 위에
다음 전투가 겹겹이 쌓인다.

이건 단순한 폭력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 잔혹함은 한 인간의 궤적이고,
그 잔혹함이 없었다면
절대 드러나지 않았을 부패가 있다.

무너진 시스템,
명분만 남은 권력,
그리고 ‘정의’ 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살육을 계속 허용하는 구조까지.

그 안에서 곽곽 선생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운명을 끌어안고
끝까지 나아간다.
 
 
🫧
선악이 분명하지 않다.
정의로운 줄 알았던 쪽이
더러웠고,
괴물 같던 인물이
오히려 질서를 만들기도 한다.

이 세계에서 진짜 악당은
누군가의 피를 갈망하는 검이 아니라
그 검을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권력이다.
 
 
🫧
무기가 피에 젖을수록
곽곽 선생은 더 날카로워진다.
그는 왕의 눈이자 입이고,
필요에 따라 벌을 집행하는 손이다.

그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조용해질까?
그렇지 않다.

그가 사라진다고 해서
부패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
그가 그토록 ‘괴물’ 처럼 그려지는데도
어느 순간 감정이 이입된다.

그는 사냥개처럼 움직이지만
사람처럼 흔들린다.
고통을 외면하고,
명령에 복종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피를 보며 헛웃음 짓는다.

가장 인간답지 않은 순간에
가장 인간적인 절망이 드러난다.
 
 
🫧
정치, 전쟁, 암투,
그리고 밀정과 왕권의 그림자 속에서
곽곽 선생은 하나의 제도로 작동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철저하게 혼자다.
그 어떤 충직한 부하도,
그 어떤 은산군의 명령도
그를 완전히 지켜주지 못한다.

혼자서 결정하고,
혼자서 책임지고,
혼자서 피를 묻힌다.
 
 
🫧
누군가는 괴물이라고 말할 것이다.
누군가는 영웅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저
누군가가 피하고 싶어 했던 일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감당한 사람일 뿐이다.
 
 
 
📍
누군가는 정의를 말했고,
누군가는 명분을 쥐었다.
하지만 모든 더러운 일은
사냥개의 몫이었다.

곽곽 선생이 휘두른 칼 끝에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진심이 묻어 있다.
그건 충성이었고, 분노였고,
아무도 주지 않은 선택지에서
스스로 감당한 죄책감이기도 했다.

이 세계에서 괴물은 만들어진다.
누가 괴물인지 묻는 건

언제나 너무 늦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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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남성성 -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권김현영 외 지음 / 동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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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동녘 @dongnyokpub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폭주하는 남성성> - 우리는 지금 어떤 남성성을 키우고 있을까
 
 
 
🫧
"남자애는 원래 그래."
"좀 억울한 거야, 남자들은."
"요즘은 오히려
남자가 차별받는 세상이잖아."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누가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말들이고,
누구의 말인지 가물가물한 채
스치듯 들리는 말들이기도 하다.

이런 말은 늘 어딘가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댓글창, 뉴스 기사, 커뮤니티,
그리고 일상 대화 중간중간.
어떤 이야기는 그저 말이 아니라
사회의 방향을 결정해버릴 정도로
거대해진다.
 
 
🫧
20대 남성, 극우화,
안티페미니즘, 살인 예고.
한 문장에 담긴 단어들이 너무 많다.
서로 다른 줄 알았던 사건과 감정이
어떤 감정선으로,
어떤 구조로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한꺼번에 펼쳐보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함을
억지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무섭게 몰아치지도 않고,
감정에만 기대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여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고
차근차근 모아 보여준다.
 
 
🫧
사건을 따로 보지 않고,
그 배경을 만들어낸 구조를
파고드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n번방, 벗방, 딥페이크, 단톡방 성희롱,
살인 예고와 서부지법 앞의 폭동까지.
이런 일들을 벌인
‘특정한 몇몇 남자들’ 의
이야기로 넘기기엔,
그 빈도와 패턴이 너무 뚜렷하다.

어떤 범죄는 개인의 비뚤어진
욕망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꾸준히 허용하고,
축적해온 감정들이
어느 지점에서
폭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책에서는 여러 형태의 남성성을
‘폭주한다’ 고 말한다.
분노, 억울함, 자격지심, 경쟁과 좌절.
그 감정들이 왜 하필 여성에게 향했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떻게
정치적 결속으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여기에는 한두 명을 지목하는 비난이 없다.
그 대신, 질문들이 촘촘히 들어 있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놓친 걸까?
언제부터 누군가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었을까?
우리가 지금 보는 현상은
어디로부터 출발한 걸까?
 
 
🫧
기억에 남는 건,
가해자 개인을
악마처럼 묘사하지 않는 태도였다.
정죄보다 더 무서운 건,
구조를 설명하는 언어라는 걸 다시 느꼈다.

딥페이크 영상을 돌리고,
페미니스트를 사냥하고,
‘여가부 폐지’ 를 구호처럼 외치고,
정치인이 <맥심> 화보에
실려 웃는 모습들.

그 전부가 거대한 맥락 안에서
서로에게 발화점이 되고 연료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도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
우리는 지금 어떤 남성성을
살려내고 있고,
또 어떤 남성성을
키워내고 있는 걸까.

아이들은 자라서
‘그런 남자’ 가
되지 않을 거라 믿는 마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매일 뉴스에서 확인하고 있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제일 먼저 눈을 돌려야 하는 건
‘특정한 남자’ 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허용하고 있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
이건 누군가의
격렬한 분노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말과 시선, 조롱과 무관심이
어떻게 하나의 흐름이 되고
결국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도착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기록에 가깝다.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허용받았고,
누군가는 언제나 조심하라고 배워왔다.
그 오래된 불균형 속에서
어떤 감정은 계속 부풀고,
어떤 목소리는 계속 작아진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은
그 끝에서 터진 파열음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외면했던 구조의 모서리를
이제는 똑바로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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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신경과학
프란체스카 마푸아 필비 지음, 홍욱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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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에코리브르 @ecolivres_official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독의 신경과학> - 중독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
커피를 하루에 몇 잔이나 마시고 있는지
스스로도 헷갈릴 때가 있다.

“그냥 좋아서” 라고 말하지만
그게 정말 좋아서인지,
아니면 없으면 불안해서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날도 생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머릿속에서 ‘중독’ 이라는 단어가
조금 다른 색으로 떠올랐다.
 
 
🫧
뇌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회로가 반복을 유도하고,
어디서 끊어내야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단순히 '끊기 어려운 습관' 같은 말로
포장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약물은 말 그대로 뇌를 재설계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마저 바꿔버린다.

그걸 멀리서 보는 게 아니라
안쪽에서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기분.

도파민 분비, 전두엽 기능, 시냅스 변화.
평소엔 관심도 없던 용어들이
지금은 손에 잡혔다.
 
 
🫧
중독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단지 약물의 작용 원리를 넘어서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고,
어디서 되돌아오기 어려워지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게 파괴되는 건 아니었다.
‘감소’ 에서 시작해
‘기억’, ‘충동’, ‘회피’, ‘보상’ 같은 신호들이
하나씩 어긋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과정을 보고 있자니,
중독은 스스로 멈추지 못해서
생긴 게 아니라
애초에 뇌의 기능이
‘멈추지 못하게’ 설계돼버린 상태 같았다.
 
 
🫧
책 속에는 다양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MRI로 찍은 뇌 사진,
전두엽의 활성화 정도,
시냅스 구조의 변화.

말로 설명하면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이
그림으로는 쉽게 이해된다.
특히 반복적 약물 사용 후
신경세포의 가지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나뭇가지 모양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기억에 남았다.
 
 
🫧
약물이 단순히
감정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사람의 판단력, 충동 조절, 공감 능력까지
천천히 무디게 만든다는 설명이
낯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의 변화를
“사람이 달라졌다” 는 말로 퉁치기보다는
그 사람의 뇌 안에선
어떤 회로가 무너졌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
뇌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습관이 어떻게 구조로 고착되는지,
회복에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지를
차근차근 짚어간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중독에 빠진 누군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 말고,
그 안의 신호들을 생각하게 되니까.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지력’ 이
사실은 신경 전달 물질과
관련된 반응일 수도 있다는 것.
그게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생물학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중독은 너무 가까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 어딘가와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
중독을 말할 땐,
“그냥 끊으면 되잖아” 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어떤 행동은 습관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뇌 안의 회로가 어긋나고,
감정이 무뎌지고,
스스로도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무언가를 반복하고, 멈추지 못하고,
그 안에서 무너지는 사람을 보면
다음부턴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너 혼자 싸우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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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 이런 책 - 인생의 고비마다 펼쳐 볼 서른일곱 권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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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북바이북 @book_by_book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런 고민, 이런 책> - 책이 나를 대신해주는 순간들
 
 
 
🫧
요즘, 책이 쌓이는 게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위로가 된다.

어릴 땐 방을 꽉 채운 책들이
어른스러워 보여서 부러웠다.
지금은 그게 단순한 ‘많음’ 이 아니라
‘살아낸 기록’ 이라는 걸 안다.

어떤 사람의 책장은,
그 사람의 일기장을 넘겨보는 느낌이다.
박균호라는 사람도 그런 사람이다.
수천 권의 책을 품은 채,
오늘도 한 권씩 꺼내 읽는 사람.
 
 
🫧
누가 무례하게 굴면
말로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
그럴 때 “복수는 이득이지만,
은혜는 손해라고 생각한다” 는
문장을 보았다.
뜨끔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혼내는 건 그때뿐,
결국 뒤끝만 남는다,
 
 
🫧
요리는 능력이고,
생존이고, 독립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안 한다.
“요리는 남자도 할 수 있어” 가 아니라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멋지다” 는 이야기.

베이컨 하나, 계란 하나 굽는 걸로
자존감이 올라갈 줄 몰랐다.
의외로 요리는
인생의 작은 자신감을 키워준다.
 
 
🫧
누가 봐도 무능해 보이는데
왜 자꾸 승진하지?
그런 생각,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거다.

그 사람이 가진 걸
내가 못 볼 수도 있다는 말에 멈칫했다.
내가 모르는 능력이 있다는 걸 전제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 기준으로 재단하던 태도를
조금 내려놨다.
 
 
🫧
버릴까 말까 고민될 땐,
그냥 쌓아두기로 한다.

정리와 갈무리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버릴 줄 아는 게 멋지다지만
가끔은 쌓아두는 게 나를 더 잘 지켜준다.

책, 편지, 노트, 사진.
버리면 다시는 못 보는 것들.
그게 쌓여서 내 시간이 되고,
내 기억이 된다.
 
 
🫧
내가 좋아하는
하루키의 문장이 나와서 반가웠다.
‘바른 삶’ 은 없고
‘다른 삶’ 만 있을 뿐이라는 말.
지금 내 상황과 딱 겹쳐졌다.

애써 정해진 틀에 맞추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내가 없어지더라.
잘 살고 싶은 마음과
남들처럼 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다른 말이라는 것.
 
 
🫧
누군가는 마쓰야마로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책으로 여행을 한다.

<도련님> 의 무대가 된
도시를 조사하면서
결국은 책으로 도착한
그 풍경이 웃음을 줬다.

기차가 성냥갑 같았다는
구절 하나를 찾아
기대와 현실을 오가며 웃을 줄 아는 태도.
그 유쾌함이 좋았다.
 
 
🫧
마늘과 양파 이야기에서 괜히 움찔했다.

아무리 예의 바르고,
잘생기고, 친절해도
입냄새 하나로
모든 인상이 날아가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나.

냄새는 기억보다 강하다는 말이
뼈를 때린다.
 
 
🫧
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읽고 나면 생각이 하나쯤 더해진다.
“맞아, 나도 그랬는데” 싶은 순간들이
아무렇지 않게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이 책의 37권은 그런 이야기다.
누군가에게는 책이,
누군가에게는 사람이
그저 버티는 힘이 되는 시기.

조금씩 페이지를 넘기며
조용히 살아낸 흔적을 따라가 본다.
 
 
 
📍
살다 보면 괜히 마음이 복잡한 날이 있다.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되고,
무슨 행동도
정답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런 날.
그럴 땐 누군가 묵묵히 읽어온 책들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이 책은 정답을 주진 않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순간이 분명 있다.
다 읽고 나면,
나도 내 방식대로 조금 더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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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에게 - 게으른 걸까, 시간이 없어서일까, 잘하고 싶어서일까?
고정욱 지음, 개박하 그림 / 풀빛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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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과콩나무 를 통해 풀빛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에게> - 해야 할 일보다, 지금 내 상태부터
 
 
 
🫧
할 일은 많고,
머릿속엔 그 목록이 빙글빙글 도는데
손이 안 간다.

시작하려다가 주방 정리를 하고
앉았다가 갑자기 청소기를 꺼내고
파일을 열었다가, 유튜브를 틀었다.

이게 무슨 흐름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그랬다.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나만 이러는 줄 알았다.

그래서 더 속상했다.
다른 사람들은
멀쩡히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자꾸 제자리일까.

작심삼일로 끝나는 계획들,
적기만 하고 실천 못한 플래너,
미루다 놓친 기회들.

그러다 결국,
“난 왜 이렇게 의지가 없지?”
그 말로 끝나버린다.
 
 
🫧
근데 진짜 그게 의지 부족 때문일까?

그동안은 그냥 내가
게으르다고만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고.
“그럴 시간에 하지.”
“그냥 해, 생각하지 말고.”
이런 말이 칼처럼 날아들었다.
 
 
🫧
“지금은 네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걸지도 몰라.”

별 거 아닌 문장인데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왜 눈물이 나려고 했을까.

미루는 날들은
게으른 날들이 아니라
마음이 엉켜 있는 날일지도.

처음에는 진짜 하기 싫은 게 아니라
그 일을 하려면
마주쳐야 하는 감정이 있어서
계속 피하게 되는 거다.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고
혼자서도 설명이 안 되는 감정.
그게 쌓이면
일보다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이제 알 것 같다.

다짐도 좋고, 루틴도 좋지만
그 전에 내 상태를 먼저 살펴보는 일이
진짜 중요한 거였다.

그리고 그걸
누군가 훈계 없이, 충고 없이
내가 직접
알아차리게 해주는 글이 있다는 게
의외였다.
 
 
🫧
무기력은
마음의 감기 같다고 누가 말했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에선 계속 기운이 빠진다.
그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실행은 안 된다.
 
 
🫧
해야 할 일을 매일 내일로 미루는 사람,
해야 한다는 건 알면서도
몸이 안 따라주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필요한 건
꾸짖는 말이 아니라
질문 하나다.

"오늘 너는 어떤 상태였어?”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할 일을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내 마음을 풀어주는 일.

그게 나한테는
더 시급한 일이었나 보다.
 
 
 
📍
오늘도 뭔가를 미뤘다면,
그게 게으름이라 단정 짓기 전에
그냥 한 번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그 질문부터 해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별일 아닌 감정 하나가
온종일 내 발목을 잡을 때도 있으니까.

지금 해야 하는 일이
꼭 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마음을 살피는 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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